막내의 뜰
강맑실 지음 / 사계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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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다.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으니 그토록 많은 책들이 있겠지. 정보를 주는 책, 지식을 주는 책, 생각하게 하는 책, 세상을 바꾸는 책, 혼자 중얼거리는 책, 생각에 돌을 던지는 책,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 하는 책, 잘 먹고 잘 살게 도와주는 책.... 내 책장에도 그런 책들이 쌓이고 쌓인다. 머리맡에 십여 권이 쌓여 그때그때 나를 살게 한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우울할 때 읽는 문학책, 그리고 피곤할 때 읽는 그림이 섞인 편안한 책이다. 여행 에세이도 좋고 그림 이야기도 좋다. 키우지도 않는 강아지 그림이 있는 책이나 가볼 일 없는 북미의 깊은 숲을 거니는 책도 좋아한다. <막내의 뜰>도 그렇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은 아기자기한 표지 그림부터 사람을 잡아 끈다. 어린 시절 집 이야기라니, ‘에 대한 특별한 집착이 있는 내게 이 책은 문학과 그림과 집의 삼박자를 다 갖춘 책이다.

작가의 기억력에 감탄하며 글 내용에 귀여워 키득거리다가 나중엔 안 되겠다 싶어 아껴 읽기로 했다. 정신이 맑은 날엔 복잡한 책들을 읽고 기분이 괜찮은 날엔 공부에 가까운 독서를 하기로 하고 이 책은 힘든 날, 졸린 날, 우울한 날 조금씩만 읽기로 했다.

강맑실 씨는 아마도 나보다 약간은 연배가 위일 터이고 살았던 터전도 다르긴 하지만 왜, 그러니까 60, 70년대에 유년기 아동기를 보낸 이들이 공통으로 겪었던 공기 같은 것이 책에서 느껴진다. 나에게는 서울 살이 중 한옥에서 살았던 '국민학교’ 5학년 무렵의 기억이 조금 비슷할 뿐 그녀가 살았던 집의 분위기는 오히려 어렸을 때 방문한 외가의 모습과 닮았다.

다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은 왜 다 애틋할까. 강맑실 씨가 소환하는 어린 시절의 내음은 나에게도 이불 덮고 엎드려 일기를 쓰던 사춘기 초입의 그 시절로 나를 데려간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어째서 슬퍼지는 건지 모르겠다.

 

책을 읽고 느낀 점. 어쩜 지은이의 어머니는 그토록 다정하시다냐? 옛날 엄마들은 무뚝뚝한 줄만 알았는데.., 또 자녀가 그렇게 많고 할 일이 많으면 살기 폭폭해서자녀들에게 다정다감하기 어려울 것만 같은데 저자의 어머니는 말끝마다 오메, 우리 강아지, 무서웠지야? 오메, 우리 애기, 얼마나 추웠을끄나하신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얼마나 행복했을까. 내게도 광주 친구가 있는데 대학 시절 그 친구 집에 갔을 때 애기들 왔냐잉.” 하고 반기시던 목소리가 생각난다. 또 내 친구 중에서 진도에서 온, 한없이 너그럽고 따뜻한 혜순이 생각도 난다. 이래저래 다정하고 귀한 책이었다,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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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0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보면 전라도 분들이 다정다감하고 애정표현이나 말투가 참 살갑더군요.
전 무뚝뚝해서 그런 거 좀 배우고 싶어지더라구요 ^^
다정하고 귀한 책 이야기 읽으며 저의 유년도 생각나고
우리 아이들의 유년도 떠올려보네요. 제 어머니도 다정다감한 엄마는 아니고
저도 아이들한테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

풀꽃선생 2022-09-05 20:36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 잘 지내시죠? 서재 활동을 하지 않는 제가, 사람들이 잘 읽지도 않는 책의 서평을 올릴 때에도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준다고 생각할 때마다 프레이야 님을 떠올립니다. 잘하거나 못하거나 어깨를 두드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