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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수 할머니의 미용 식이요법 - 개정판
강봉수 지음 / 서울문화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예전에는 먹는 음식 얼굴에 갖다 붙이는 행위가 참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 때는 최소한 피부에 자신까지는 아니어도 문제를 별로 못 느낄 때였으리라. 아니면, 자기자신을 별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때였거나. 하여간 내가 이 책을 사왔을 때 가족들은 몹시 놀라했다. 그러나 그 즈음부터 난 조금씩 날 아껴주기로 했었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천연의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 매일매일 노력하는 자세가 좋다는 것, 화려번쩍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을 가꿔가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책에 나온 대로 하나, 둘씩 해보면서 나는 나에 대해 기대를 걸게 된다. 그리고 그 기대감에 즐겁고 행복해지기까지 하였다.
구할 수 있는 재료와 할 수 있는 방법 중 몇가지를 해보았다. 흑설탕 에센스는 만들어 두었다가 팩할 때 써보았고 청주를 냉장고에 넣어놓고 스킨처럼 쓰기도 했다. 효과? 갑자기 얼굴이 좋아졌다고 느낀다면 내 얼굴이 그동안 너무 심각했던 것이거나 이 나라 피부과들이 다 문닫지 않은 게 이상한 거겠지.
내 나이 24살 때 스킨이나 로션도 안 쓰고(화장을 안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계별로 지켜 하지 않았다는 뜻) 할인매장에서 가장 싼 트윈케익을 사서 쓰곤 한 일, 35살이 되도록 팩을 해본 일이 없던 일, 고작 3년 전부터야 썬크림이란 걸 바르게 된 일을 생각해 보면, 그때야 당장 그런 걸 안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내 얼굴에 남겨진 흔적들은 아마도 그때의 무심함의 결과일 터이니 지금 강봉수 할머니를 따라 이것저것 해보는 일은 아마 지금으로부터 5년 후 10년 후에 덜 후회하게 할 일일 터이다.
무엇보다 찬물팻팅은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도 크다. 얼굴에 뾰로지 안 난다. 그리고 얼굴을 마구 두들기고 난 후 눈동자가 반짝반짝, 정신이 번쩍 드는 그 기분도 참 좋다. 외롭고 힘들고 자기가 초라해 보이는 날, 거울을 보면서, 아냐, 너 참 착하고 괜찮은 사람이야, 널 사랑해, 하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 자신을 가장 소홀히 해왔음을 알기에 가끔은 이렇게 날 사랑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