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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재미있게 읽었다. 상금이나 수상이나 평론이 없이 읽었다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싶어졌을 것 같다. 어쩌면 김별아에게 미실의 혼이 씌였나보다. 미실,그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지만, 죽을 때는 마치 신녀처럼 맑고 신비로이 갔다지만 어쩐지 그녀의 살아 생전 삶이 너무나 욕망으로 그득하여 차마 떨치고 갈 수 없었던 그 무엇을 천여 년 지나 한 여인의 가슴으로 다시 쓰게 하지 않았나 싶게 김별아의 미실은 참으로 미실의 자기애로 가득차 있다.
사랑하고도 몸은 가지지 못하는 숱한 사람들은 단지 어떤 도덕률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랑이란 몸으로 할 때 참으로 가열차게 소진하는 아름다움이 있겠지만 또한 사랑은, 단지 그것만이 아닌 또 무엇이 더 있기에 간절함에도 고요히 기도로 바라보기도 하는 것이다. 미실이 모든 사랑 앞에 다 진실이었노라고 선언하는 모습은 돈 주앙인지 카사노바인지, 새로 만난 여인 앞에서 당신을 사랑해, 오늘 밤만은... 이라고 말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한, 그녀가 주체적일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똑똑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똑똑함이란 것이 세상을 이롭게 했는지 어떤지는 결코 다른 시선으로 볼 때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말이다. 말하자면, 똑똑하고 아름다우면 주체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가 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묻고 싶다. 나라면 천하 절색이었든 박색이었든 진정으로 사랑했던(미실을 사랑했던, 이 아니라 미실이 사랑했던) 처음으로 유일했던 사다함을 두고는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 절대로...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은 남과 다른, 이 세상 단 하나 뿐인 미실이라고 자기에게 말하지만 그것도 영악한 마인드 콘트롤일 뿐이다. 누구나 자신은 이 세상 단 하나 뿐, 누구에게나 자아는 그토록 특별하다. 어떤 외모를 지녔더라도 그것을 드러내고 강조할 재능이든 그 어떤 특장점을 지녔음에도 그렇게 내세우지 않으며 한 생을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지탱해 가고 장점이랄 것 없이 평범한 사람들도 자기를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살아간다.
미실을 객관적으로 찬양하든 미워하든, 그를 살려낸 김별아의 혼, 이 글을 쓰면서 느꼈을 그녀 혼의 오르가즘에 공감한다. 무척 행복했을 것 같다. 상금을 받지 않았더라도 글을 쓰는 순간순간 몹시 행복했을 것 같다. 그녀 안에 되살아나는 혼의 존재로, 마치 간절한 연애를 하듯 한 순간 한 생애를 겪었을 듯 하다.
그래서, 어쨌든, 재밌게 읽었고, 쓰면서 행복했을 작가를 생각하면서 괜히 덩달아 행복했는데, 오늘 영풍문고에서 푸른역사의 '색공지신 미실'이란 책을 발견했다. 우연히, '화랑세기'를 열심히 연구했던 한 학자와, '화랑세기'에 매혹되었던 한 작가가 비슷한 시기에 책을 발간함으로써 그 농염한 미실의 혼이 21세기에 부활했나 보다. 누군가 반드시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겠구나, 내가 아는 여배우 중 미실을 연기할 만한 이 누구이겠는가, 역사서를 들추며 그런 생각이 스쳤는데, ... 맙소사, 김별아의 미실은 화랑세기 속 미실 그대로이다.
작가는, 역사서를 그대로 옮기면서도 이토록 사람을 생생하게 살려내었다. 그래서 칭찬해야 하는가, 혹은
혹은....
푸른역사 출간 '색공지신 미실'의 출판연월일은 '2005-01-10 '이었다. 같은 사람을 다루고, 한 책은 농염한 사랑과 시기를 받았으나 한 책은 인문학 코너 구석에 깔꼬롬히 앉아 있다. 이것은 김별아의 힘인가 자본의 힘인가. 어쨌든, 소설 '미실'이 몹시 사무쳤던 사람들은 이종욱의 '색공지신 미실'을 보충서적으로 읽으면 더더욱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