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매력이 있는 나라 터키 240+1 - 240박 241일 터키 체류기
미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일단, 조만간 그리스 터키 쪽을 여행할 마음이 있기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여행하다가 터키 남자의 사랑을 받았고 결국 거기 7개월 이상 머무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았고 단순한 여행 안내문과는 다른 구성도 마음이 끌렸다. 책 속 터키 사람들은 막연하게 알았던 이 나라의 매력에 더욱 마음을 빼앗기게 만든다. 사진 속 파묵칼레의 온천 풍경은 내가 가 보고 싶은 사막이나 설원의 나라처럼 이 지구의 것이 아닌 듯이 보인다. 게다가 유적지가 아니라 시장 주변의 사람 냄새가 풍겨오는 듯해서 더 좋았다. 된장을 공수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된장찌개를 팔았다는 이야기도 재밌다.

 

그런데 이상하게 생각이 든 것은,

글쓴이의 얼굴은 사진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쓴이를 순수하게 사랑했다는 그 터키 남자는 이름도(실명이겠지?) 얼굴도 여기저기 보이는데 작가는 자기 이름도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다. 킥킥거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거의 다 읽다가, 읽으면서 이 국경을 넘은 사랑을 어떻게 마무리했을까 궁금해 하다가, 갑작스레 그 남자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결말에서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드라마틱해서, 어쩌면 이것은 소설이 아닐까? 난 여행기 혹은 여행 안내문이 아닌 한 도발적이고 창의적인 멋진 여자의 상상으로 쓰여진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녀는, 전혀 소설이 아닌 척 꾸며 쓴 완벽한 소설의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나가던 이국의 여행객에게 드닷없이 사랑공세를 폈다는 터키남자나 그랬다고 마냥 240일을 거기 눌러붙어 살았다는 여자나, 된장찌개를 팔았다는 이야기나 황당하기 짝이 없다.

 

황당해서 거짓말이란 뜻은 아니다. 그건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내용도 아니다. 거짓말 같아서 더더욱 재밌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이국의 연인을 그리워하다 비명횡사했을 그 터키 남자의 사진 속 얼굴을 다시 들여다 보고 또 봤다. 작가는 이 남자의 사랑을 즐겼을지언정 그 자신도 이 남자를 사랑한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글 군데군데 그런 가벼운 필치가 느껴졌기에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나라면, 내가 이 작가였고 나 역시 이 남자를 사랑했다면 그렇게 이루지 못하고 떠난 남자의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난 책으로 쓰진 못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나라면, 그의 사진은 아파서라도  이렇게 책에 버젓이 싣지 못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 그 책의 무게와 기대치를 미리 가늠하고 읽지 않는가. 재밌게, 정보를 얻으며, 터키 여행에 대한 즐거움의 애피타이저로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했던 내게 마지막에 던져준 무거움은 약간의 배신감마저 준다.

 

그렇다고 이 책을 혹평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나는 조만간 터키를 갈 것이다. 멋진 여행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꼭, 파묵칼레에 가 볼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가 사랑했었다는, 책 속에서 읽은 이야기는 그 여행에서 기억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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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6-03-0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전 아마도 선생님의 뒷길만 따르겠는걸요.. 제가 목표 하는 도시가 융프라우고 다음이 터키의 이스탄불인데요.. 전 터키하면 이스탄불만 떠올리다 이 책을 보면서 새로운 도시에 대한 흥미가 많아 졌어요.. 선생님.. 사랑은 의심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