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은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 한식의 세계화에 힘쓰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자리잡은 한식 디저트 카페에 일본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한식 레스토랑 체인점을 일본 전역에 진출시킬 것이라는 기사도 눈에 띈다.
얼마전 무한도전팀에서도 뉴욕에 가서 한식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노력도 있었다. 한 일본 기자가 비빔밥을 양두구육이라는 문자까지 써가며 평가절하할 때 뉴욕타임스에 비빔밥에 대한 광고도 실었다.
이러한 노력이 있는 가운데,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메뉴 선정도 문제지만 그에 앞서 한식의 계량화와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식 요리책을 보면 간을 할 때 소금 약간, 후추 약간이라고 써 있는데 외국 그 어떤 음식 레시피에도 약간이라는 명확하지 않은 용어는 없다. 계량화와 표준화가 이루어져서 누가 만들어도 비슷한 맛을 내는 레시피를 개발해야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레시피의 표준화를 통해 김치나 낙지볶음의 맛을 프랑스 파리의 한식 레스토랑이든, 일본 도쿄의 한식 레스토랑이든 비슷해지고 나서는...? 아니, 그 전에 나라마다 다른 원재료의 특성은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
예전에 일본에서 배추김치 한 번 담가보겠다고 나섰는데, 한국 배추와 너무나도 달라서 완전 실패를 한 기억이 있다. 한국 배추와는 다르게 일본 배추는 물이 많아서 소금에 절이는 단계부터 한국에서 통용되는 소금의 양과 절이는 시간을 적용하니까 제대로 절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고춧가루는 그 매운 정도가 한국과 달라서 배추가 김치가 되고나서 그 맛은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홍대에 즐비한 이자까야 중에서 어떤 곳은 모든 재료를 일본에서 가져온 것만 쓴다고 한다. 가끔 가는 돈부리 집은 재료 공수를 위해 일본에 가야하기 때문에 월 2회 문을 닫는다. 아무리 레시피가 표준화되어 있다고 해도 원재료가 다르면 그 맛이 절대 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이자까야나 밥집은 가격이 조금 비쌀 수 밖에 없다.
맥주도 같은 브랜드지만 물맛이 다르면 맥주맛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겪어 봤을 것이다. 수입맥주 중에 거의 처음으로 버드와이저가 국내 생산되었는데, 가격은 낮아졌지만 맛은 한국의 여느 맥주와 다르지 않아 바로 외면해버린 적 없는가. 요새 호가든도 국내 생산되고 있는데 수입 병맥주와 국내 생산 병맥주의 맛은 미묘하지만 감칠맛에서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원재료 뿐만 아니라 물만 달라져도 레시피와는 관계없이 맛이 달라지는데, 그것에 대한 보완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할 것인가. 한식의 레시피를 그 나라의 입맛에 맞게 표준화한 다음에 비슷한 맛을 내는 불고기에 안주할 것인가.
한식이 세계화 되려면 한국인 요리사가 외국으로 나가 요리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서 외국인 요리사에게 표준화된 레시피를 제공하고 교육시키는 단계까지 되어야 한다. 레시피의 표준화에 목청을 높일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기관을 통해서 원재료가 달라도 응용을 통해 본고장의 맛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시작은 한식의 표준화지만, 이것은 요리하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래야 원재료의 차이에 따라 레시피의 응용이 가능할테니까. 레시피의 응용은 결국 한국에서 말하는 손맛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간도 보지않고 척척 밥상을 차려내는데 그 맛이 매번 바뀌지 않는 것처럼 한국인 요리사도 원재료의 차이는 레시피의 변용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요리사들에게는 불가능하기에, 한국의 손맛에 대해 어느정도 알려줄 수 있는, 종이에 적힌 레시피가 아니라 응용과 변용이 가능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식의 표준화라는 표면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한식의 깊이 즉 손맛에 대해 어떻게 세계에 알릴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