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관의 살인사건
YUKITO AYATSUJI / 학산문화사(만화)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인형관이라고 불리는 오래된 저택이 있다. 반은 일본식 목조 단층집, 나머지 반은 아파트로 개조해서(한국의 아파트와는 개념이 다른, 다세대주택과 하숙의 중간 정도 되는 개념) 네 집에 세를 놓은 상태의 저택이다. 마당은 손질한지 오래된 듯 하지만,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해서 엉망진창이라기 보다는 음습하지만 저택과 어울리는 운치있는 모습이다. 녹영장(綠影莊)이라는 문패가 걸려있지만 모두들 인형관이라고 부른다. 조각가 히류 고요가 집 곳곳에 신제 일부분이 없는 하얀 마네킹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마네킹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라는 유언까지 남겨놓은 상태다. 히류 고요가 벚나무에 목매 자살한, 나카무라 세이지가 저택의 개조를 맡았던, 얼굴 없는 마네킹의 인형관. 

  히류 고요가 자살하면서, 그의 아들 소이치가 이모이자 양어머니인 사와코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온다. 어린 시절 친어머니가 죽고나서 집을 떠나 이모에게 맡겨진 다음 처음으로 집에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소이치를 맞이하는 것은 인형들과 아버지가 목메단 벚나무와 그의 옛 친구다. 이 세가지가 맞물리면서 소이치를 둘러싸고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양어머니가 살해당하고 자신을 죽이려는 시도에 직면하고, 세입자인 사람도 밀실인 방에서 살해당한다. 소이치의 주변에서 음습하게 웃으며 기억해내라고 강하게 경고하는 누군가에 의해 과거의 일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먼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관시리즈의 최고는 역시 <시계관의 살인>이다. 미스터리 문학을 즐기는 매니아들은 <시계관의 살인>을 일본 미스터리 베스트 10안에 넣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시리즈를 차례로 읽어가고 있는 지금, <시계관의 살인>이전 관시리즈 중에서 <인형관의 살인>이 베스트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관시리즈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톱니바퀴처럼, 거대한 서사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시계관의 살인>이 베스트라면 <인형관의 살인>은 <시계관의 살인>의 극단에 서 있는 베스트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자유자재로 관시리즈를 자가복제하면서, 작가 자신의 설정한 나카무라 세이지의 독특한 건축물에 대한 비틀기와 지금까지 읽은 서술트릭 작품 가운데서 그 퀄리티가 최고에 이를만큼 인물의 심리 묘사와 분위기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자신의 이전 관시리즈에 대한 전복을 통한 미스터리의 성립이 <인형관의 살인>의 최대 매력이다. 작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상당히 색다른 관시리즈가 되었다.

  데뷔작 <십각관의 살인>에서 보여준, 치기어린 본격 미스터리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노련해지면서 독자들을 농락하는 지경에 이른다. 또한 문장실력이나 묘사 부분에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 <시계관의 살인>에서 폭발하지 않았나 싶다. 어서 빨리 다음 시리즈인 <시계관의 살인>의 명성을 확인해봐야겠다.  

ps.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왜 소이치를 위협하는 목소리가 1과 2로 나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읽어봐도 둘이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답변을 구하고 싶다.하지만 절판된 작품이라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보인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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