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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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표지는 이렇다. 나즈막한 돌담에 두 여자가 앉아 있다. 연보라색 신발을 신은 언니는 아마 화려한 꽃무늬 신발을 신은 동생에게 이런 곳이 있다란 얘기를 들려줄 것만 같다. 언니가 말한 이런 곳, 나는 언니네 방에 놀러 갔다왔다.

 서점에서 언니네 태그놀이를 읽을 때는 마뜩치 않았다. 건성으로 쓴 책 같았기 때문이다. 언니네 사이트가 있는 것도 알았고, 들어가보기도 했지만 막상 뭘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 서성이다 왔던 기억 정도. 내가 '언니네'에 대해 갖고 있는건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머큐리님 지역 도서관 얘기에 자극받아 시립 도서관(우리도 예쁜 이름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사진을 찍으러 갔다. 그제서야 이 책을 볼 수 있었다. 나를 보면서 '이제 왔냐'고 무심하게 말을 건네는 이 책을.(내가 무슨 신기가 있는건 아닌데 가끔씩 책들이 말을 걸어온다.) 오랫동안 도서관에 다녀놓고 왜 이제서야 발견했을까, 아니 왜 이 책을 이제서야  읽었을까. 무릇 필요한건 절절히 갈망하는 순간에 나타나는걸까?

 일전에 '꼭 사정을 해야하는 섹스'는 문제란 얘기를 한적이 있다. 그때 답답했던건 왜 하나같이 똑같은 섹스만 하는가였다. 나도 성기결합하는게 나쁘다고 보지 않고 좋을 때도 있는데 왜 '내가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상대의 욕구를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행동이 되는건지 마뜩찮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사정이 정말 참지 못하는건 아닐까란 생각에 그야말로 '대주는' 지경까지 갔었다. 하나하나 속터질 지경이었다.

 주위엔 나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도 나에게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난 나와 같은 생각은 무척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성과 하나같이 별일 없이 섹스를 잘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진 것 같았다. 내가 이상한걸까, 꾸준히 의심한대로 난 약간 모자란게 아닐까?

 그때, 노랑 애벌레님을 만났다.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여자들 얘기는 모든 남자가 착각하는 '나랑 섹스하는 여자가 설마'란 생각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보여준다. 때로는 성욕만큼이나 강하게 정서적 교감을 얻고 싶어 섹스를 할 수 있는데 누군가가 도달할 때까지 꾹 참아야하는건 얼마나 지루하고 속절없이 애가 타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물론 노랑 애벌레님은 내가 느꼈던 지점을 훨씬 더 잘 설명했고, 좀 더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열어놓았다.

 이건 또 어떨까. 우리 때는 국민학교였던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쉬는 시간이면 여자 아이들은 모두 악악 소리를 지르며 남자들을 피해 도망을 다녔다. 남자애들은 장난이라고 했지만 명백히 성추행인 브래지어 끈 당기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나워서 다른 애들이 건드리지 않았는데 유독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던 아이가 지나가면서 내 성기를 만진 적이 있다. 나는 좀 뜨악하고 불쾌하고 분하고 더럽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거기 있는줄 몰랐던 성기가 펄펄 살아 숨쉬며 '지금 자기가 굉장히 화가 났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나에게도 그 아이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장난처럼 넘길 수도 없고, 화를 내자니 대단한 용기를 필요하게 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작고 까맣던 녀석은 그 나이에 벌써 알았던거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말해야되지 않았을까. 은밀하게 우리들끼리 공유하는 유희 같다는 생각 때문에 알리지 않은건 아니었다. 정확히 어떤건지는 몰랐지만 나로선 '말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비밀'로 느껴졌던거다. 그런 비밀은 살아가면서 잦은 빈도로 생긴다는걸 그때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언니네가 털어놓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미치도록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너만 아프고, 너만 고민됐던게 아니구나. 나도 그랬어. 나도 털어놓을데가 없었고, 이상한 기분이었는데 뭐 때문인지 잘 몰랐어. 그랬구나, 그랬어. 그래서 이젠 그런 경험들이 말끔하게 정리가 된게 아닌데도 다음과 같은 글을 체념이나 통달이 아닌, 여유를 갖고 볼 수 있게 됐다.

 그때, (브래지어 끈 당기기) 이러한 광경을 보다 못한 담임선생님은, 남자애들은 나가서 축구를 하게 하고 그동안 여자아이들만 모아 놓고 성교육을 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남자들은 다 늑대고 너희보다 질적으로 낮은 수준의 동물들"이라며 "그러니까 너희들이 잘하라"고, "안전벨트를 꼭 하고 다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남자선생님이라 민망했는지, 브래지어를 브래지어라 부르지도 못하시더라. 아니, 내 숨통을 답답하게 죄는 브래지어가 안전벨트라니, 누구의 안전을 어떻게 지켜준다는 걸까?

 단순히 설겆이만을 하는게 살림은 아니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지출과 수입 내역별로 예산을 맞추고, 소모품의 잔존량까지 헤아리는 섬세하고 살리는 일을 하는게 살림이라는건 무척 이채로운 발견이었다. 감정과 잡다함이 소모되는 집합체 정도로 여긴 기존의 가사노동과는 얼마나 대비되는지.
'살림'이라는 단어는 정말 아름답게 만들어진 말이다. 사람을 포함한 많은 것들을 살리는 일, 그것이 살림이다.

 또 뭐가 있더라. 모든 글이 완벽하게 나와 들어맞는 것도 아니고, 이 글은 왜 여기에 있나 싶은 글도 눈에 띄긴 한다. 그래서 별 하나를 뺐다. 하지만 비로서 난, 소란스럽게 말하는 방식을, 좀 덜 우아해도 '툭 까놓고' 말하며 사는게 얼마나 날 행복하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제껏'어떤 여자'란 수사에 갇혀서 소심하게 방어하는 차원으로 나를 드러냈다면 이제는 좀 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런데, 넌 어떠니. 언니네는 내게 작지만 튼튼한 날개를 달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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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0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순전히 Arch님의 리뷰만으로 이 책을 보관함에 담아두었어요.

Arch 2009-10-05 13:18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다락방님. 이거 리뷰 부담감이 살풋 생겨나는게 자극도 되고 좋습니다^^ 내가 '세벽 3시' 보고 무척 다락방님께 고마웠던 것처럼 괜찮게 봤음 좋겠는데...
 
추적 60분 당신의 아이는 안전합니까 - 내 아이를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 매뉴얼
KBS 추적60분 제작팀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3년 전, 용산에서 열한 살 여자 아이가 동네 아저씨에게 희생된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은 흥분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며 성토했다. 정치권은 발 빠르게 움직여 무수한 대책을 내놓았다. 아이를 마지막으로 배웅하던 날, 그 아이의 할머니는 가슴 아픈 말을 했다. '내 새끼가 이 일을 하려고 세상에 왔다 가나 봐. 높은 분들이 약속했으니까 이제 내 새끼같이 불쌍한 애들은 없을 거 아니야.' 1년 후 아이의 장례식 날을 기려 '아동 성범죄 추방의 날' 행사가 열렸다. 1년 동안 바뀐건 아무것도 없었고, 행사를 치른지 한 달도 안 돼 제주에서 열 살 아이가 사라졌다. 이런 범죄는 왜 일어나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은 그의 범죄 가능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까, 세상은 어떻게 그리 간단하게 아이들을 잊어버릴까.

 작년 3월에 방송된 추적 60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다. 제작팀은 좀 더 자세히 아동 성범죄를 분석하기 위해 최근 10년동안 일어난 아동유인범죄(2802건)의 범죄 지도를 만들었다. 범죄 지도란 특정 범죄와 관련된 데이터를 지도 위에 표시하고 범죄가 일어나는 형태와 범인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이다.'아동을 유인한 장소', '범행 장소', '범죄인의 집'과 '피해자의 집', '피해자가 다니던 학교' 를 지도 위에 표시해서 어떻게 범죄가 일어났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유인 지점과 범행 장소 간의 거리는 500미터 이내가 많고, 그 중에서도 100미터 이내가 가장 많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피해자도 증가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맘을 놓을 수 없다. 남자 아이의 경우도 총 112건이 있었으며 점점 증가 추세이다. 피해 아동과 아는 사람이 전체의 38%다. 아는 사람은 피해 아동의 친족이 가장 많았다.

 피해 아동을 유인한 방법으로는 호기심유발(35%), 물리적강제(23%), 지인사칭(18%), 채팅이용(18%), 동정심 이용(7%)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인당한 장소는 길, 놀이터, 공원- 841건, 범죄인의 집- 536건, 피해자의 집- 426건으로 나타났다. 

 물리력과 채팅을 제외한 유인 방법은 애석하게도 아이의 착한 맘을 악용한다.

- 아저씨가 글을 모르는데 글을 좀 가르쳐줄 수 있겠니?
- 너 이 동네 사니? 누구를 찾아가는데, 길을 좀 알려주겠니?
- 차 의자 사이로 볼펜을 떨어뜨렷는데 손이 커서 뺄 수가 없네. 네 손은 작으니까, 네가 좀 꺼내 주겠니?
- 차에 무거운 짐을 실어야 하는데 조금만 도와주겠니?
 
유인은 나날이 진화한다.

- 맛있는 과자 사줄게. 언니랑 같이 갈래?
- 아이들 사교육과 관련된 아주 간단한 설문조사야. 엄마에게 새 휴대전화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리면 좋지 않을까?
- 너희들 연예인 누구 좋아하지? 그 공연 볼래?

 호기심을 유발하는건 대표적인 유인 방법이다.

- 강아지랑 같이 놀지 않을래
- 달팽이 보여 줄까?
- 게임기 좋아하지?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먹히는 수법, 거짓으로 특정인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 엄마랑 잘 아는 사람인데
- 경찰인데
- 새로 온 담임 선생님인데
 
 우리가 막연하게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하는건 대단히 위험한 얘기이다. 아이들에게는 방금 나와 몇마디 나눈 사람도 낯선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된다.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흉악하고, 뿔이 달리거나 뚱뚱하고 괴팍하거나 칼자국이 있는 사람을 그린다.(EBS 다큐 프라임 내용 중) 하지만 우리에게 낯선 사람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평범하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를 사람인 것이다. 아이에게 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 아이가 혼란스러워할 부분들, 예컨대 모르는 사람이 길을 물어본다거나 부탁을 할 경우, 평소에 예의바르게 어른을 대하라고 교육받은 아이는 당황하게 된다. 이럴때는 원칙과 예외를 들어 설명해주고, 어른은 어른이 도울 수 있으니까 주변 어른들한테 도움을 청하라고 말해준다. 예의보다는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꼭 각인시켜줘야 한다.

 별책부록의 '내 아이의 수호천사가 되는 법'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면
- 매일 같은 길로 다니는 것보다 여러 길로 다니도록 한다.(누군가 아이를 지켜볼 수 있다.)
- 아이에게 동행해도 좋은 사람을 '구체적으로' 지명하고, '반복적으로' 알려준다. 지명된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꼭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받도록 얘기해줘야 한다.
- 아이 소지품 겉면에 이름을 적지 않는다. (이름을 부르며 접근하면 아이들은 친근감을 느낀다.)
- 모르는 사람이 차를 세우고 길을 물을 경우, 어른 보폭으로 두 걸음쯤 떨어져서 대답하라고 가르친다.
-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불편한 느낌이 들 때는 도움을 거절해도 괜찮다고 알려준다.
- 뇌물은 대가를 바라면서 주는 것이고, 세상에는 공짜가 없음을 알려준다.
- 어떤 경우라도 부모는 자신의 편이라는 확신을 아이에게 심어준다.

 리뷰를 쓰면서도 느꼈지만, 이렇게 아이를 교육한다고 해도 물리력을 사용한다거나 그 많은 것 중에 어느 하나,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하리라는 것을 모르는건 아니다. 안전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 사례는 미국대로 그 나라 사정에 맞게 제도와 사회적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식대로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왜 아동 성범죄자 중에 친족들이 많은걸까. 범행 장소와 피해자의 유인 장소가 가깝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많은데 그렇다면 따로 우범 지역이 있는건 아닐까, 신상정보 공개를 어떤식으로 해야할까, 미국의 경우는 성범죄자가 마을에 이사왔다고 그 집에 불을 낸적이 있다는데. 범죄 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득수준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범죄 지도로 아동 성범죄에 대해 분석한점이나 안전 교육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었던건유익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피해 아동의 보호자들이 '다른 아이들만이라도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한 말은 늘어나는 아동 성범죄 수치에 가려진다.

 나는 아동 성범죄자의 편지를 읽어야만 했다. 그건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열쇠가 될 것 같다.

아동 성범죄자의 편지

부모님들께
나는 소아애호증을 가진 소아성애자입니다.
사람들은 아동 성추행범이라고도 합니다.
난 내가 당신의 아이를 곧 추행할 것을 알리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요? 얼마나 쉬운지 말해 드리죠.

아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듣지 않고
그것을 중요하지 않은 유치한 대화로 치부할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아이가 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귀가 있습니다.
당신이 아이의 친구 앞에서
아이를 혼내거나 비웃을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아이를 무릎 위에 놓고 귀여워하거나 안아 주지 않을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내 무릎은 어떤 아이든 안을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나는 아이를 무척 잘 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아이에게 칭찬을 충분히 해주지 않을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관심과 애정이 무척 많습니다.

내가 누구냐고요?
난 당신의 이웃일 수도, 직장 동료일 수도, 아이의 선생님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지만
당신의 아이는 나를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아이에게 주지 않았던 관심과 애정을
주고 있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 보답으로 당신의 아이가 해야 하는 것은
내 성적 욕구에 따르는 것입니다.
난 멈출 수 없습니다.

당신의 아이가 추행당할 리 없다는 당신의 자신감이나
당신 이웃의 아이가 추행당하는 것에 대한 당신의 무관심,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당신의 무지,
그리고 알고 싶어하는 의지가 없는 당신의 행동들이
나 같은 사람들이 당신의 아이를 추행하기 쉽게 만듭니다.

- 미국 아동 안전 전문가 케네스 우든이 한 어머니로부터 받은 '아동 성범죄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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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10-0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편지는 하루종일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드네여-
사람들에게 고통을 줘 놓고, 그 고통은 니가 한 행동의 결과로 인한 것이다. 라니,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는 생각도 않고, 지 잘못만은 아니라며 합리화, 혹은 사회적 책임으로 돌리고자 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
뭐 아이들의 부모가 이 편지를 이용해서 얼마나 범죄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범죄를 막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런 악이 점차 만연해가고, 가해자들(무관심한 타자도 포함이 되겠지요)은 피해자의 고통에 무심하니 약한 사람들은 그저 벌벌 떨며 웅크리고 살아야 하는걸까요? 아동성범죄자뿐만의 문제는 아니죠 또 이게.
범죄자들이 저런 합리화를 하고 자빠져있다는건 범죄자의 책임은 곧 사회적 책임이네, 따라서 범죄자의 인권도 있네, 어쩌네 쇼하는 멍청이들때문이겠죠. 이래저래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서 폭력은 불가피하고 대화와 이성은 헛소리인걸까요? 아.. 흥분했어요 -_-

Arch 2009-10-05 00:48   좋아요 0 | URL
흥분하지마요, 뽀님~

제가 본건 좀 다른데, 아이를 키워보면 느끼는거지만, 생각만큼 아이에게 잘 하지를 못해요. 아이 인권이 양육자의 기분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느끼고 보거든요. (그래서 전 맨날 고민이에요.) 아이가 어른만한 판단이나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한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이도 어엿한 인격체이거든요. 그런데 아이랑 있다보면 이걸 자꾸 까먹어요. 제가 굳이 이 시를 리뷰에 껴 넣은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어요. 내 책임, 우리 책임이란 얘기가 아니라, 무언가를 바라는 누군가의 시선이 아니라 양육자는 어떤 고민을 갖고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그런 얘기가 전혀 없고 단지 우리 아이가 달라졌다거나, 말 잘듣는다거나 정도의 얘기만 있어서, 그것까지면,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면 답답하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도 범죄자의 형량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 범죄자 한명 족친다고 그 아이 상처가 아문다거나 다시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도리어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건 무엇일까,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걸 해줄 수 있고, 해줘야할까, 치안이 문제라면 어떻게 정비해야하나, 이런 얘기를 해보고 싶었던거에요.
범죄자의 맘 따위는 저도, 헤아릴 생각은 없어요. 그렇다고 '미친놈'으로 규정짓는 것도 편하지 않아요.

2009-10-05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5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09-10-05 01:16   좋아요 0 | URL
술을 먹었다면 아마 뻗어서 자고 있었을텐데..
술을 먹지않아 아쉬운 마음에 잠도 못자고 안절부절 ^^

2009-10-05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5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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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 가끔씩 패션 잡지를 봤다. 좋아했던 패션지는 BAZZAR와 W. 가끔씩 야한 설문조사나 기사가 있을 경우에 한해 코스모폴리탄을 보기도 했다. 물론 대개의 경우 코스모폴리탄의 글 수준은 저렴해서 타이틀에 뜬 혹하는 문구에 속은 내가 한심했지만.

 패션지를 보다 디자인이나 그림 등을 오려서 방에 붙였고, 트로피컬한 색채의 옷은 따로 스크랩을 해뒀다. 패션지가 갖는 소기의 목적인 아이템을 유행시키거나 좀 더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하는건 내게 해당되지 않았다. 내 경우엔 뷰티나 패션 쪽이 딴나라 얘기 같아서 주로 피처 기사만 봤기 때문이다.(도대체 한 시간 정도 공을 들여 하는 화장은 어떤건지 상상할 수가 없고, 옷을 살때면 돈 주고 샀다고 하면 창피할만한 것들만 구매하는 편이라.) 특히 인터뷰 기사나 책, 음반, 영화 소식도 좋았지만 에디터들의 독특한 시각이 담긴 기사를 더 좋아했다. 지금은 예전만큼 글 잘 쓰는 에디터가 없고, 거대한 패션지가 불러일으키는 종이 낭비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아니아니 실은 만병의 근원 게으름이 도져서 잡지를 잘 보지 않는다. 그 당시 이름만으로 글을 보기 시작했던 사람 중에 한명이 바로 피처 에디터인 김경이었다.

 나는 글에서 글 쓴 사람이 엿보이는걸 좋아한다. 객관적인 거리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나처럼 구구절절 늘어놓는 신상명세 보고서 같은게 아니라 글 안에서 반짝거리는 자신만의 생각이나 삶, 아픔의 흔적, 또렷한 개인적인 시선이 묻어나오길 바란다. 그렇다면 왠지 섬처럼 존재하는 사람들 사이를 얄팍하지만 튼튼한 다리로 연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글은 분명 그렇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의 경험과 신상 정보를 죄다 쏟아부으라는게 아니다. 케이블 텔레비전에선 연일 실명으로 애인을 뒤쫓고, 연인끼리 싸우고 얼짱이라면서 떠들어대고 있는데 굳이 책까지 그럴 이유는 없으니까. 알량한 신상따위는 가볍게 팔아버리고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만 동동, 그런데 아무도 알고 싶지 않은 '그런 자기 이야기' 말고, 주제와 관련있는 자기 이야기를 제법 멋들어지게 가공할줄 아는데다 그 안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대한 고민이 담겨진 글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이 쓴 글이 좋다. 그래서 김경의 글이 좋았다. 매달 소모되는 운명을 지닌 기사의 작은 일부라도 말이다.

 한겨레 신문에 '스타일 앤 더 시티'란 타이틀로 스타일에 대한 칼럼을 쓴 김경. 그녀가 그동안 쓴 칼럼을 책으로 냈었다. 알차고 야무지다. 김경은 '자기 주제'를 정확히 아는지라 자신이 보여줄 수 있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잘 안다. 오버하지 않는다는거다. 설레발치며 이것도 저것도 다 끌어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잘 알고, 자신있는 것만 얘기한다. 고군분투기를 얘기하거나 일반의 정서에 호소하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여러 지층이 꽤 탄탄해지고 매혹적으로 변모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김경과 나는 여러모로 닮아있다.(저자와 나를 동일시하여 별거 없는 날 좀 더 괜찮게 보이고자 하는 의도? 맞다.) 우린 개혁당의 당원이었지만, 유시민이 개혁당을 열린 우리당으로 헌납하듯 가져갈 때 이름 바뀐 당에 들어가지 않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과, 누군가의 '스타일'에 혹하고 열광하는 족속이라는 것. 누군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보다는 어떤 태도를 지니고, 어떻게 삶을 바라보는지를 더 좋아한다는 것. 나 좋으라고 하는 기부로 생색을 낸다는 것, 노브라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것,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토록 사소한 것에 우주를 담아내는 것이란 느낌을 공유한다는 것, 그리고 또 뭐가 있지? 이 책을 보면서 맞아요, 맞아. 나도 그렇다고 하면서 전적으로 동감을 표했던 부분들은 얼마나 많았는지.

 그녀의 글을 읽은 후로 난 몇가지 것들에 더 집착하게 됐다. 다다이스트 뒤샹의 '존재의 품격은 적당한 외면에서 나온다'란 짧은 명구랄지, 제인 버킨의 에티튜드나 스타일에 대한 생각, 누군가를 알기 위해선 그 사람의 방에 들어가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방 이론’.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낸시 랭을 다시 봤고, 아토 마우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 꽃다발은 어떻게 선물해야 가장 멋진지, 아라키라는 뼛속까지 사진작가인 사람, 양복을 센스있게 입는 방법, 플라멩코의 매력과 단 몇분의 오르가즘처럼 느껴지는 살사 추는 순간의 기록까지.

 알라디너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품절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인터넷이 있고, 한겨레21이 있다. 매혹적인 단독자들을 인터뷰한 김경의 다른 책 '싸이는 싸이이고, 김훈은 김훈이다'도 있다. 

http://h21.hani.co.kr/arti/COLUMN/53/?ing=n&sid=5&cline=90

  나는 그녀가 스페인에서 돌아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손을 뻗으면 아마도 그녀의 손을 꼭 잡을 수 있겠지. 그때까지 안녕. 아름다운 글쟁, 아니 잡문쟁이, 김경!

  미셸 투르니에, [흡혈귀의 비상] 중에서 (전에 썼던 페이퍼에 있던 구절. 몸으로 하는 공부의 서문에 씌어 있었다.)

'잡문'이라는 단어는 논쟁들, 지엽말단의 문학, 지나친 자유, 언어의 가치 하락에서 유래하는 폭력들로 이루어진 무질서한 총체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 하나의 인격이 자신을 드러내고 활짝 피어나는 것은 오직 비정상을 통해서, 다시 말해서 그 사회와의 대립 속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잡문의 시기에는 천재성과 범죄성 사이에 불가피한 친화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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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9-25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의 글)을 좋아하는 군요...ㅎㅎ
아치에 대해 하나 더 알아가는 머쿠리..ㅋ

Arch 2009-09-25 13:00   좋아요 0 | URL
네. ^^ 근데 머쿠리라고 했다. 소쿠리도 아니고. 머쿠리! 오호~ 머큐리님 별명!!

무해한모리군 2009-09-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개혁당의 당원이었지만, 유시민이 개혁당을 열린 우리당으로 헌납하듯 가져갈 때 이름 바뀐 당에 들어가지 않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과, 누군가의 '스타일'에 혹하고 열광하는 족속이라는 것.

제가 언제나 동경하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그리 될 수 없는 --;;
아치에 대해 하나 더 안 휘모리.

Arch 2009-09-25 11:38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 댓글로 보는 알라디너의 '일하면서 즐기는 딴짓의 세계'란 글을 써봐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9-25 13:19   좋아요 0 | URL
열심히 일만 할때도 있다고! 담주는 바쁠 예정 ㅎ

그런데 정말 부러운거예요. 나는 스타일과 말한마디에 열정을 갖게되지 않거든.
한때 정말 궁금했어요.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흥겹게 하는가.
나는 왜 이리 무겁고 진지하게 밖에 안되는가 뭐 이런 ^^;;

Arch 2009-09-25 13:57   좋아요 0 | URL
스 타일은, (김경씨 글을 보면 더 잘 알겠지만) 단순하게 말 한마디나 포즈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스타일은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해주는 가장 직접적이고 간결한 표현이니까요. 본인이 자제하지만 삐져나오는 개인적 취향이나 그 사람의 삶과 감성, 느낌 등등을 스타일이란(옷을 잘입는다는 의미만은 아니니까) 말 안에 다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전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좋아요.

저도 주변에서 농담과 진담을 구분 못해서 맹추같다는 소리를 듣는데다 혼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 난 대체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답은 없는 것 같아요. 엉덩이가 무거워서인 것 같아 엉덩이 살을 좀 뺄까하는 생각 정도만(안 웃기다. 흑) 휘모리님. 생각에 틈을 내면, 괜찮지 않을까요. 자신의 틀을 재배치하면. 그리고 휘모리님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벼운 사람일 수 있어요.

2013-06-12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
김현진 지음, 전지영 그림 / 레드박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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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고 싶어서 몸이 간질거릴 정도가 되어서야 서점에 갔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이 나오니까 예약 하라고 문자가 왔을 때부터 몸이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하이드님의 포토 리뷰를 보자 분명히 몇달 후에 보면 된다고, 아직 행복의 건축도 읽지 않았다고 나를 타일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딱 이번만이야!
신간 코너를 스쳐 가는 길에 김연수의 신작도 보이고, 김현진의 책도 보였지만 눈을 질끔 감고 주문을 외웠다. '너, 너 집에 있는 책 다 읽고 책 산다며, 도서관에서 빌려보라고, 책을 좋아하는거니, 사는걸 좋아하는거니.' 주문이 아니라 협박이었다.
보통 책은 찾지 못하고(아니 어떻게 없을 수가!) 아쉬운 마음에 두리번거리다 김연수 책을 훑어보면서 그래도 난 '달로 간 코미디언'은 읽었다며, 문학 잡지에서 나온 단편 하나도 있다며 자위(그 자위 아니다. 재미없긴)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등 뒤로 나를 쳐다보는 여자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김현진이었다.
끌리 듯이 그녀에게로 갔다.
- 뭘 망설여, 어서 책을 집어들고 계산 하라고! 보통 책을 못샀으면 뭐라도 하나 건져야할거 아냐. 빈손으로 서점을 나갈 수 있겠어? 한밤중에 뛰쳐나오지 말고, 얼른 책을 집어!
- 아냐, 현진씨 글을 내가 좋아하고 알라딘에서 당신 얘기 나올때마다 귀신같이 찾아다니면서 읽지만 아냐, 당분간 책을 안 사기로 했단말야.
- 당분간은 개뿔.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랬어. 그런데 너 내가 뭐라고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그녀의 꼬임에 정말 딱 한페이지만 보고 미친 듯이 서점 문을 박차고 나가려고 했다. 비도 오는데 머리를 산발한 여자가 동네 어귀에서 어슬렁거리면 그게 나라고 할 정도로 제대로인 포즈로! 하지만 책을 펴는 순간, 짐작한대로 다시 제자리에 놓을 수 없게 되었다.

옆에서 '잇백을 가지는 방법'류의 시시껄렁한 잡화점 분위기 나는 코너에서 이 책을 구해야해! 서점에서 책을 사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인세의 10%로는 기부금으로 나간대잖아. 사랑 중독증에 대해서 말하잖아. 책을 안 사고 빌려서 보기로 한 네 맘 잘 알아. 그렇지만 사야할 책은 따로 있는거다, 너! 너 책 안 사면 그 돈으로 뭐할래. 할것도 없잖아. 지금 안 산걸 몇시간 동안 후회했다가 아침 댓바람부터 서점에 나올래, 아니면 지금 살래.
아, 빌어먹을 합리화.
마치 처음부터 이 책을 고르려고 했던 것처럼 무심하게 책을 들고선 계산대로 갔다. 그래도 알량한 마지막 보루로 '저기, 띠지가 좀 뜯어졌는데 다른 책은 없나요.'라고 내뱉어줬다. 재고가 없을거란거 뻔히 알고, 띠지가 뒤집혀있든 갈기갈기 찢겨져 있든 살거면서. 아마 책이 불량이었어도 문제 없었을거다.

그렇게 현진씨 책을 만났다. 휴,

일러스트는 전지영씨가 맡았다. 예쁘고 재치 있으면 좋을 것을, 약간 투박하다.

발로 찍은 사진을 굳이 올리고, 리뷰까지 쓴건 Jude님이 일러스트 보고 싶단 얘기를 들어서이다. 일러스트는 흡족하지 않아요. 진짜는 김현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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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9-1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포토 리뷰를 올려쓰시다니! 발로 찍은 사진이라니요, 정말 발로 찍은 사진은 제 서재에 오시면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전 처음엔 전지영씨의 일러스트에 무엇이라 말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점점 좋아지지 뭡니까. 그래서 이 책은, 일러스트가 더 궁금했어요. 고마워요.

Arch 2009-09-13 09:11   좋아요 0 | URL
전 쥬드님 사진은 분명 손으로 찍었다는데 한표입니다. 이건 사진 크기도 줄이기 싫어서 막 내놓은 아이들이에요. 전 투박하다고 그랬는데 쥬드님은 전지영씨 글을 좋아하는구나~ 고맙긴요^^

머큐리 2009-09-13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다가 "책을 좋아하는거니 사는걸 좋아하는 거니" 이 말이 가슴에 콱 박혀서...ㅠㅠ
20대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나는 왜 김현진이 좋은걸까요??? ^^;

Arch 2009-09-15 16:28   좋아요 0 | URL
^^ 저도 그런걸요.
아마도 치열하게 사는 삶, 그런 자세가 좋은게 아닐까요! 꼭 나이와 성별에 맞게 좋아하란 법은 없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전 강준만 선생님이 좋은걸요~

순오기 2009-09-13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이주의 포토리뷰로 뽑히겠는데요~ 제가 점을 좀 칩니다.ㅋㅋ
김현진 이 아가씨 참 매력있어요~ 나도 살까? 우리딸 보라고~~~^^

Arch 2009-09-13 23:25   좋아요 0 | URL
그럼 황송하죠. 저희 엄마도 꿈으로 점치고 그래요. 주로 아빠가 광기(?)가 날 즈음에 꿈을 잘 꾸시죠.-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몰라, 해놓곤^^-
흠... 순오기님 그게 말이죠~ 리뷰를 써야하는데 현진씨를 위해 안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순오기 2009-09-14 15:50   좋아요 0 | URL
포토리뷰는 이게 아니고 바리데기가 됐는뎁쇼~ ㅋㅋㅋ

Arch 2009-09-14 16:0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덕분에 알았어요! 오예~ ^^

무해한모리군 2009-09-1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정말 일러스트 별로네요.

Arch 2009-09-17 09:17   좋아요 0 | URL
그렇죠?

다락방 2009-09-1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거 다 읽었어요. 재미있게 읽었죠. 단숨에.
그렇지만 그다지 특별할건 없더군요. 신선한 표현들이 눈에 띄었지만. 이를테면 '새끼마초'같은 표현이랄까. 훗.


Arch 2009-09-17 09:18   좋아요 0 | URL
ㅋㅋ 리뷰를 쓸까말까 고민이에요. 책장이 잘 넘어가긴 하더만.
 
바리공주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5
김승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비룡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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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내가 어떤 동화책을 좋아하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입밖으로 글을 내뱉을 때 어색하지 않게 읽히고, 이야기를 지나치게 설명하는 그림이 아니어야 한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막 그린 듯한 그림이 있는 동화책은 별로고, 교훈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저자의 의도가 너무 직설적인 것도 별로. 바리 공주는 무조건 짧은 글을 원하는 옥찌에게 이모가 죄다 읽어주겠다며, 내가 그림에 홀딱 반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우선 장정이 아름답고, 그림이 예뻤으며 입에 감도는 듯한 글이 맘에 들었다. 입에 달싹 붙어 읽기 좋은 글은 아니었지만 두고두고 여운이 남도록 읽을 수 있는 글이었다.

옛날 옛날 오구대왕이라는 왕이 살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이야기에 난 얼마나 오랫동안 환장해왔는지.

여섯 공주를 낳고 일곱번째 낳은 여자 아이를 버린 후 왕비가 우는 장면

쓱쓱 그린 대나무도 뱀도 아니다. 바리 표정마저 어찌나 생생한지.

바다에 띄워진 바리가 자라, 만물이 다 어미 아비가 있는데 자기는 없다며 할미에게 묻는다. 할미 할아비가 하는 말이 "하늘이 아버지요 땅이 어머니라." 하지만 아기 바리는 믿지 않는다.

일곱째 공주를 버린 슬픔과 죄로 병이 든 왕. 약을 써도 낫질 않으니, 하늘이 아는 아기를 버린 죄로 병이 들었다는 말이 파다하다. 왕은 저승에 있는 약물을 길으러 가겠냐고 딸들을 불러 말하니 아무도 가겠다는자가 없더라. 바리공주를 찾아 약물을 구해오겠냐고 하자, 바리공주는 한참을 운다. 그리고는 이 세상 태어나게 한 은혜를 입었으니 다녀오겠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약수 지키는 무장승을 만나는 바리. 꽃밭에 물 긷기를 삼년, 불 때는데 삼년, 일곱 아기를 낳아주니 석삼 년 아홉 해가 지났다.

어느 날, 바리공주 좋지 않은 꿈을 꾸고 어서 약수를 주사이다 하니,
무장승 하는 말이
"너 먹는 물이 바로 약수로다."

뒷동산 꽃밭에 갖가지 피어있는 숨살이, 피살이, 살살이 꽃을 꺾어 들고 궁으로 돌아가려하는데 무장승과 일곱 아들도 함께 가겠다고 길을 나섰다.

곡성이 가득한걸 듣고 깜짝 놀란 바리공주는 비녀 빼서 땅에 놓고 댕기 풀어 나무에 걸고 머리 풀어 크게 운다.

바리는 가져온 꽃으로 어미 아비를 살살 문지르니 숨을 쉬고, 피가 돌고, 살이 돋아나더라. 약수를 입에 흘려 넣으니

왕과 왕비가 아주 성한 사람으로 일어나더라. 버리데기, 버린 자신이 날 살렸구나.

무장승에게는 큰 벼슬을 내리고, 초롱초롱 일곱 아들은 후에 하늘로 올라가 북두칠성이 된다. 바리공주는 저승길 가는 혼령길 잡아 주고 죄 많이 지어 저승길로 못 가는 혼령 씻겨서 좋은 길로 인도해 주는 무조신이 되었다.

잘 쓰고 잘 그리고 잘 만든 동화책 한권, 새벽까지 리뷰 쓰고 앉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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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9-07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리공주~ 여러 버전이지만 이 책은 그림이 정말 예쁘죠.
임시저장기능 안돼서 날라간 적 여러번 있어요.ㅜㅜ

Arch 2009-09-07 11:1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잠와서 혼났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저장도 안 되고 드득드득. 으~

무해한모리군 2009-09-0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예쁘다.
사가지고 맨날봐야지.

Arch 2009-09-07 11:16   좋아요 0 | URL
그래요, 휘모리님. 또 예쁜거 보이면 시간 여유를 두고 올릴게요.
그림도 그림이지만 내용도 참 예쁘고 좋아요.

머큐리 2009-09-0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림이...그림이....

다락방 2009-09-1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rch님. 포토리뷰 당선 축하축하!! :)

Arch 2009-09-14 16:47   좋아요 0 | URL
감사, 감사~ 고마워요. 다락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