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당신의 아이는 안전합니까 - 내 아이를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 매뉴얼
KBS 추적60분 제작팀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3년 전, 용산에서 열한 살 여자 아이가 동네 아저씨에게 희생된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은 흥분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며 성토했다. 정치권은 발 빠르게 움직여 무수한 대책을 내놓았다. 아이를 마지막으로 배웅하던 날, 그 아이의 할머니는 가슴 아픈 말을 했다. '내 새끼가 이 일을 하려고 세상에 왔다 가나 봐. 높은 분들이 약속했으니까 이제 내 새끼같이 불쌍한 애들은 없을 거 아니야.' 1년 후 아이의 장례식 날을 기려 '아동 성범죄 추방의 날' 행사가 열렸다. 1년 동안 바뀐건 아무것도 없었고, 행사를 치른지 한 달도 안 돼 제주에서 열 살 아이가 사라졌다. 이런 범죄는 왜 일어나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은 그의 범죄 가능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까, 세상은 어떻게 그리 간단하게 아이들을 잊어버릴까.

 작년 3월에 방송된 추적 60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다. 제작팀은 좀 더 자세히 아동 성범죄를 분석하기 위해 최근 10년동안 일어난 아동유인범죄(2802건)의 범죄 지도를 만들었다. 범죄 지도란 특정 범죄와 관련된 데이터를 지도 위에 표시하고 범죄가 일어나는 형태와 범인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이다.'아동을 유인한 장소', '범행 장소', '범죄인의 집'과 '피해자의 집', '피해자가 다니던 학교' 를 지도 위에 표시해서 어떻게 범죄가 일어났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유인 지점과 범행 장소 간의 거리는 500미터 이내가 많고, 그 중에서도 100미터 이내가 가장 많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피해자도 증가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맘을 놓을 수 없다. 남자 아이의 경우도 총 112건이 있었으며 점점 증가 추세이다. 피해 아동과 아는 사람이 전체의 38%다. 아는 사람은 피해 아동의 친족이 가장 많았다.

 피해 아동을 유인한 방법으로는 호기심유발(35%), 물리적강제(23%), 지인사칭(18%), 채팅이용(18%), 동정심 이용(7%)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인당한 장소는 길, 놀이터, 공원- 841건, 범죄인의 집- 536건, 피해자의 집- 426건으로 나타났다. 

 물리력과 채팅을 제외한 유인 방법은 애석하게도 아이의 착한 맘을 악용한다.

- 아저씨가 글을 모르는데 글을 좀 가르쳐줄 수 있겠니?
- 너 이 동네 사니? 누구를 찾아가는데, 길을 좀 알려주겠니?
- 차 의자 사이로 볼펜을 떨어뜨렷는데 손이 커서 뺄 수가 없네. 네 손은 작으니까, 네가 좀 꺼내 주겠니?
- 차에 무거운 짐을 실어야 하는데 조금만 도와주겠니?
 
유인은 나날이 진화한다.

- 맛있는 과자 사줄게. 언니랑 같이 갈래?
- 아이들 사교육과 관련된 아주 간단한 설문조사야. 엄마에게 새 휴대전화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리면 좋지 않을까?
- 너희들 연예인 누구 좋아하지? 그 공연 볼래?

 호기심을 유발하는건 대표적인 유인 방법이다.

- 강아지랑 같이 놀지 않을래
- 달팽이 보여 줄까?
- 게임기 좋아하지?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먹히는 수법, 거짓으로 특정인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 엄마랑 잘 아는 사람인데
- 경찰인데
- 새로 온 담임 선생님인데
 
 우리가 막연하게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하는건 대단히 위험한 얘기이다. 아이들에게는 방금 나와 몇마디 나눈 사람도 낯선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된다.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흉악하고, 뿔이 달리거나 뚱뚱하고 괴팍하거나 칼자국이 있는 사람을 그린다.(EBS 다큐 프라임 내용 중) 하지만 우리에게 낯선 사람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평범하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를 사람인 것이다. 아이에게 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 아이가 혼란스러워할 부분들, 예컨대 모르는 사람이 길을 물어본다거나 부탁을 할 경우, 평소에 예의바르게 어른을 대하라고 교육받은 아이는 당황하게 된다. 이럴때는 원칙과 예외를 들어 설명해주고, 어른은 어른이 도울 수 있으니까 주변 어른들한테 도움을 청하라고 말해준다. 예의보다는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꼭 각인시켜줘야 한다.

 별책부록의 '내 아이의 수호천사가 되는 법'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면
- 매일 같은 길로 다니는 것보다 여러 길로 다니도록 한다.(누군가 아이를 지켜볼 수 있다.)
- 아이에게 동행해도 좋은 사람을 '구체적으로' 지명하고, '반복적으로' 알려준다. 지명된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꼭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받도록 얘기해줘야 한다.
- 아이 소지품 겉면에 이름을 적지 않는다. (이름을 부르며 접근하면 아이들은 친근감을 느낀다.)
- 모르는 사람이 차를 세우고 길을 물을 경우, 어른 보폭으로 두 걸음쯤 떨어져서 대답하라고 가르친다.
-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불편한 느낌이 들 때는 도움을 거절해도 괜찮다고 알려준다.
- 뇌물은 대가를 바라면서 주는 것이고, 세상에는 공짜가 없음을 알려준다.
- 어떤 경우라도 부모는 자신의 편이라는 확신을 아이에게 심어준다.

 리뷰를 쓰면서도 느꼈지만, 이렇게 아이를 교육한다고 해도 물리력을 사용한다거나 그 많은 것 중에 어느 하나,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하리라는 것을 모르는건 아니다. 안전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 사례는 미국대로 그 나라 사정에 맞게 제도와 사회적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식대로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왜 아동 성범죄자 중에 친족들이 많은걸까. 범행 장소와 피해자의 유인 장소가 가깝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많은데 그렇다면 따로 우범 지역이 있는건 아닐까, 신상정보 공개를 어떤식으로 해야할까, 미국의 경우는 성범죄자가 마을에 이사왔다고 그 집에 불을 낸적이 있다는데. 범죄 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득수준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범죄 지도로 아동 성범죄에 대해 분석한점이나 안전 교육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었던건유익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피해 아동의 보호자들이 '다른 아이들만이라도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한 말은 늘어나는 아동 성범죄 수치에 가려진다.

 나는 아동 성범죄자의 편지를 읽어야만 했다. 그건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열쇠가 될 것 같다.

아동 성범죄자의 편지

부모님들께
나는 소아애호증을 가진 소아성애자입니다.
사람들은 아동 성추행범이라고도 합니다.
난 내가 당신의 아이를 곧 추행할 것을 알리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요? 얼마나 쉬운지 말해 드리죠.

아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듣지 않고
그것을 중요하지 않은 유치한 대화로 치부할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아이가 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귀가 있습니다.
당신이 아이의 친구 앞에서
아이를 혼내거나 비웃을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아이를 무릎 위에 놓고 귀여워하거나 안아 주지 않을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내 무릎은 어떤 아이든 안을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나는 아이를 무척 잘 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아이에게 칭찬을 충분히 해주지 않을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관심과 애정이 무척 많습니다.

내가 누구냐고요?
난 당신의 이웃일 수도, 직장 동료일 수도, 아이의 선생님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지만
당신의 아이는 나를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아이에게 주지 않았던 관심과 애정을
주고 있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 보답으로 당신의 아이가 해야 하는 것은
내 성적 욕구에 따르는 것입니다.
난 멈출 수 없습니다.

당신의 아이가 추행당할 리 없다는 당신의 자신감이나
당신 이웃의 아이가 추행당하는 것에 대한 당신의 무관심,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당신의 무지,
그리고 알고 싶어하는 의지가 없는 당신의 행동들이
나 같은 사람들이 당신의 아이를 추행하기 쉽게 만듭니다.

- 미국 아동 안전 전문가 케네스 우든이 한 어머니로부터 받은 '아동 성범죄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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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10-0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편지는 하루종일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드네여-
사람들에게 고통을 줘 놓고, 그 고통은 니가 한 행동의 결과로 인한 것이다. 라니,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는 생각도 않고, 지 잘못만은 아니라며 합리화, 혹은 사회적 책임으로 돌리고자 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
뭐 아이들의 부모가 이 편지를 이용해서 얼마나 범죄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범죄를 막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런 악이 점차 만연해가고, 가해자들(무관심한 타자도 포함이 되겠지요)은 피해자의 고통에 무심하니 약한 사람들은 그저 벌벌 떨며 웅크리고 살아야 하는걸까요? 아동성범죄자뿐만의 문제는 아니죠 또 이게.
범죄자들이 저런 합리화를 하고 자빠져있다는건 범죄자의 책임은 곧 사회적 책임이네, 따라서 범죄자의 인권도 있네, 어쩌네 쇼하는 멍청이들때문이겠죠. 이래저래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서 폭력은 불가피하고 대화와 이성은 헛소리인걸까요? 아.. 흥분했어요 -_-

Arch 2009-10-05 00:48   좋아요 0 | URL
흥분하지마요, 뽀님~

제가 본건 좀 다른데, 아이를 키워보면 느끼는거지만, 생각만큼 아이에게 잘 하지를 못해요. 아이 인권이 양육자의 기분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느끼고 보거든요. (그래서 전 맨날 고민이에요.) 아이가 어른만한 판단이나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한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이도 어엿한 인격체이거든요. 그런데 아이랑 있다보면 이걸 자꾸 까먹어요. 제가 굳이 이 시를 리뷰에 껴 넣은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어요. 내 책임, 우리 책임이란 얘기가 아니라, 무언가를 바라는 누군가의 시선이 아니라 양육자는 어떤 고민을 갖고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그런 얘기가 전혀 없고 단지 우리 아이가 달라졌다거나, 말 잘듣는다거나 정도의 얘기만 있어서, 그것까지면,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면 답답하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도 범죄자의 형량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 범죄자 한명 족친다고 그 아이 상처가 아문다거나 다시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도리어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건 무엇일까,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걸 해줄 수 있고, 해줘야할까, 치안이 문제라면 어떻게 정비해야하나, 이런 얘기를 해보고 싶었던거에요.
범죄자의 맘 따위는 저도, 헤아릴 생각은 없어요. 그렇다고 '미친놈'으로 규정짓는 것도 편하지 않아요.

2009-10-05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5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09-10-05 01:16   좋아요 0 | URL
술을 먹었다면 아마 뻗어서 자고 있었을텐데..
술을 먹지않아 아쉬운 마음에 잠도 못자고 안절부절 ^^

2009-10-05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5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