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 - 론리플래닛 여행 에세이
돈 조지 지음, 이병렬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여러 사람의 글을 모은 것 중에 괜찮은건 드물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개의 책만 해도 분별없거나 맥락 없이 뒤죽박죽이니까. 가끔 가다 특출 난 누군가의 글이 돋보이긴 하지만 한권의 책을 놓고 봤을 때는 여전히 뭔가 아쉬울 때가 많다. (한겨레 인터뷰 특강은 나름대로 선전하고, 현장감과 밀도감 있는 글이 맘에 들지만-비슷한 기획으로 프레시안이 기획한 불량사회와 그 적들도 있다.) 아무래도 쓰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출판사의 요청에 못 이겨 주제나 기획에 맞는 글을 써야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여러 명이 경험한 여행에 대한 책은 어떨까. 에세이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여행 책을 좋아하지만 괜찮은 여행 책은 드물다. 그래서 괜찮은 여행 책을 발견할 때마다 작고 예쁜 보물을 찾는 것 같다. 어떤 장르라고 말하기 애매한 여행 에세이류 중에서 괜찮은 책은 독자층이 얇을테고 그렇다면 ‘괜찮은 여행 책’을 찾아낼 확률도 다른 것보다 낮을거 아닌가. 그럼 나의 발견은 꽤 희소성 있지 않을까란 김칫국. 물론 이런 얘기는 하나마나한 소리지만.
 

 세계적인 전문 여행 작가들과, 세계적인 여행가이드북 론리플래닛 홈페이지에서 후원한 여행 수기 공모 대회를 통해 응모한 작가들의 여행기를 엮은 책은 길 위의 모험과 우연한 사건들에 관한 이 31개의 여행담 속에는 쓴 웃음이 나는 것에서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이야기까지 모든 영역의 유머가 담겨 있다. 장소와 주제, 어조 모두 천차만별이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여행에서 얻는 큰 보물은 우리를 웃게 만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알라딘 책소개 중>

 이 책엔 여행을 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만치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책을 처음 집었을땐 빌 브라이슨의 책을 읽을 때처럼 ‘얼마나 나를 웃기나 한번 보자’란 심보였다. 우연찮게 랜덤으로 펼친 챕터마다 재미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장소의 여행담을 들을 때마다 정말 이런 곳도 있나 싶어 자꾸 갈증이 났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 못 갔다. 걔중엔 좀 지루한 글도 있고 어디에서 웃어야할지 모르겠는 부분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역시 여러 저자들의 글을 모은건 이러저러한 한계를 넘어설 수 없을까.

 하지만 이런 부분들, 누군가의 경험과 스치듯 짧게 기록되는, 그래서 결국은 몇백개의 단어 중 하고 싶은 말은 한줄 정도 밖에 안 되는 여행서를 넘어서는 이런 구절 앞에선 속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만다. 

간단히 말해, 황량한 땅 끝 마을에 오면 나는 늘 섹스를 하고 싶다.

 남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는 노란 잡종개와 ‘수브마리노스(핫초콜릿의 일종)’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밀은 작은 포일에 싸인 초콜릿에 있지.” 엉덩이를 땅에 대고 숨을 헐떡이며 듣는 개에게 남편은 강의를 하고 있었다. “뜨거운 우유에 초콜릿들을 넣고 아주 적당한 속도로 저어줘야 한단다.”

 “우리 방에 가서 할까?” 나는 물었다.

 남편과 개 둘 다 내 존재를 잊고 있었던 듯 깜짝 놀라며 내게 고개를 돌렸다. 개는 관심 없는 듯 낑낑댔다.

“그거 좋지.” 남편은 말했다. 남편에 대해 내가 늘 감탄하는 한 가지는 시간과 날씨에 구애 없이 이런 거라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것이다.

 '빗나간 여행 계획은 당신을 어딘가로 데려가 사람들과 이어주고 어떤 상황으로 당신을 몰아간다. 그렇게 당신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도 있다.<미국에서 살고 싶어요 중에서>' 로또 같은 여행을 기대하는걸까. 이번은 반반이었지만 아마 나는 앞으로도 한동안 여행 책을 읽을 것 같다.

  p.s 정말 이 책의 정체는 뭘까 싶어 다시 책을 뒤적이는데 앞에 있는 구절만큼 통통 튀는 누군가의 여행담이 넘쳐나는거다. 어떤 이야기는 좀 심심해, 저건 좀 더 밀어붙여야했어. 라고 했지만 여행병 걸려서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글이 아니라 그저 여행담으로는꽤 괜찮은 책이란 결론.
 
 이런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 총잡이와 함께하는 묻지마 프라하 시티투어, 사파리에서 사자가 아니라 코끼리와 잠을 잔 사연, 후지산에 오른 바보들, 화장실만으로도 여행기를 만들 수 있는 더그 랜스키의 씁쓸한 유머 챕터, 요리의 카오스 법칙, 원정대의 별명짓기 놀이, 히피 남자들과 함께 살다 위장결혼에서 진짜 결혼까지 하는 ‘미국에서 살고 싶어요’, 삼촌 덕분에 더없이 즐거운 버몬트 주 여행(그 장소를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여행은 참 괜찮은 방식), 죽으라고 고생한 에티오피아 여행기, 펜과 양을 맞바꾼 사연, ‘카펫 말이’ 놀이(나도 해보고 싶어!), 말뿐인 바탐방의 쾌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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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7-2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저 분홍색 인용구 읽을 때, 아치, 내 생각 나지 않았어요? 어쩐지 그랬을 것 같아요. 그런데 '뜨거운 우유에 초콜릿들을 넣고 아주 적당한 속도로 저어줘야'하는 그 음료, 내가 마셔 보고 싶어요. 마시자마자 눈을 감게 될, 그러니까 황홀함에 취하게 될 그런 음료가 될 것 같아서요. 아, 나는 여행책은 정말 별로라 인데, 아웃오브안중 인데, 이거 읽어볼까요, 말까요?

Arch 2011-07-20 17:58   좋아요 0 | URL
글을 다시 써야할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까 이 책에는 멋쩍은 듯 개에게 저런 조리법을 설명해주는 남자를 보는 듯한 몇몇 풍경이 있거든요. 그걸 다 살리지 못했어요.
의외로 다락방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해남이 생각났달까.(유먼데..ㅡ,.ㅜ;)

나는 다락방을 좋아하지만 우리 취향은 그리 맞지 않아요. 그래서 난 추천 못하겠어요. 게다가 이번건 반반이니까 더더욱. 그렇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는 어떻게 보면 단편소설 같아요. 그 점은 추천. 추천 역시 반반? ^^

다락방 2011-07-20 18:18   좋아요 0 | URL
나는 '그거 좋지'라고 말하는 남자가 좋아요.

승주나무 2011-08-0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정체를 모르는 책은 무서워서 잘 안 읽게 되는데, 아치님의 모험심이 항상 부럽습니다. 예전부터...

Arch 2011-08-05 10:57   좋아요 0 | URL
크~ ^^
 
왜 날 좋아하는거야?
마담 보베리 - 세미콜론 그림소설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포지 시먼스 글.그림, 신윤경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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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제 눈이 빠지려고 하는데도 끝까지 다 읽은 (책 한권을 끝까지 다 읽은게 얼마만의 일인가) 책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너무 괜찮은 만화책 '푸른 알약'을 낸 세미콜론 출판사에서 나온 '마담 보베리'가 바로 그 주인공. 그린비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여성주의 글을 쓰는 분이 언급한 책인데 책을 읽고 나니 감상이 전염되듯 '과연 사람을 안다는건 어떤걸까'란 생각이 떠올랐다.

 플로베르의 '마담 보봐리'에서 마담 보봐리를 빵집 주인이 지켜본다면 어땠을까. '마담 보베리'는 그런 의문에서 시작한게 아닐까 싶은 만화책이다. 빵집 주인 주베르는 영국 여자인 보베리가 자기 마을로 올 때부터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그녀의 몸매나 얼굴, 취향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이름, 보베리 때문이다. 주베르는 보베리의 삶을 소설 속 여주인공의 것처럼 상상하고 소설에서 벌어진 비극을 막으려고 애쓴다.

 그렇다면 보베리는 소설 속 보봐리 부인과 비슷한 사람일까. 겉으로 보이는 면은 그럴지 모르겠다. 어쩌면 희극도 비극도 아닌 죽음까지도 닮았는지도. 하지만 보베리는 소설 속 보봐리처럼 단순명쾌하지 않다. 보베리는 애인과 헤어지고 찰리와의 관계에서 희망을 찾다가 서로의 진면목과 자신이 바란 시골생활의 지리멸렬함을 깨닫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여자다. 바람을 피우며 자신이 좀 더 너그럽고 남편의 아이들에게도 다정함을 보일 수 있어  활력을 얻는 여자이며 바람의 상대인 애송이 에르베가 갑작스럽게 결별 통보를 했을 때 그전 이별처럼 무너지는 대신 자신을 좀 더 추스릴 수 있는 여자이다. 기분을 낸다며 과소비를 한 덕에 밀린 카드빚은 집을 팔고 일을 더 많이 하는 식으로 정리 할줄도 아는 여자인거다.

 내가 인상깊게 본 것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보베리 부인의 맘 상태와 쓱쓱 그린 듯 보이지만 촘촘한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그림이었다. 활자형 인간인 것도 아닌데 만화를 볼라치면 그림도 봐야지 글도 읽어야지 정신이 없었는데 이 책은 정말 푹 빠져서 한쪽 분량의 글을 읽은 다음 눈을 쉬게 하려고 그림을 보는식이어서 그 조합이 꽤 괜찮았다. 과장하지 않고 그렇다고 성의없는 것도 아닌 그림은 글이 가진 한계를 벗어나 소설적인 묘사를 제대로 보여준다.

 소설은 사람과 삶, 생각에 대해 거대하지만 조밀한, 세세하게 뻗었나 싶으면 중간은 과감히 생략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소설 속 삶과 인물은 모종의 일관성을 보여야할 숙명을 갖고 있다.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들이 개연성 있는 행동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나갈 때 납득하기 때문이다. 주베르가 보바리 부인으로 재구성한 보베르 부인의 경우, 주베르가 바라는건 소설 줄거리와 비슷할 뿐 아니라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누군가를 잘 안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는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을 일관성있는 잣대로 측정할 수 없는데다 모험이나 일상이란 말을 섣부르게 들이밀 정도로 구분이 안 되는 상황, 단계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경험해본적이 있다거나 납득할 만하다면서 누군가에 대해 '안다'는 말로 내세울 수 있는게 뭐가 있단 말일까.

 좋아졌다, 싫어졌다, 어떤 감정일까, 내 감정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밀당을 해야만 긴장이 생기는 연애에서 진정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보베리 부인의 생각은 어느 소설 속 인물보다 더 직접적으로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일정 부분이 보베리 부인의 일기를 통해 이야기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이토록 사소한 서술은 소설적으로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주베르가 소설을 통해 보베리 부인의 삶을 재구성한다면 나는 어떤식으로 누군가에 대한 판단을 내릴까. 줄리언 바지니의<가짜 논리>에서는 부모님 얘기만 나오면 오이디푸스니 일렉트라 컴플렉스 등의 얘기를 꺼내 그 사람을 '안다'고 하는건 엉터리란 얘기가 나온다. 결국 주베르의 촌극을 비웃었지만 내가 그렇지 않닸단 법은 없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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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알레코스 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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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셀은 세계에 관한 확실한 앎을 원했다. 러셀이 꿈꾼 완벽한 우주는 철두철미하게 합리적이고 확실한 앎을 약속했다. 그는 유클리드 정리에서 본 확실성에 매료되지만 그 당시 수학은 증명되지 않은 전제들과 순환적인 정의들이 널려있는 난장판이었다. 강력한 논리학, 그게 없었다. 게다가 게오르크 칸토어의 무한은 인류의 정신을 압박해온 관념이었다. 무한은 수학의 내면이 허약하단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즈음 버트란트 러셀은 그 자신의 이름을 딴 역설을 생각해낸다. 그리스 시대의 에우불리데스가 말한  ‘여러분,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와 비슷한 자기 언급이 포함된 명제가 그것. 이 역설은 ‘집합’이 공통 속성을 통해 정의된 집단이란 생각뿐 아니라 논리학을 파괴한다. 그렇다면 수학의 토대는 무엇일까. 그 토대를 증명하기 위해 러셀은 화이트 헤드와 함께 ‘수학의 원리’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모든 집합들의 집합’은 불가능하며 ‘논리학은 아무것도 낳지 못한다’라는 신념은 이제 완벽하게 정당화되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면서 전진하는 것은 러셀에게 너무나 힘겨운 일이었다. 오직 ‘멍청해지기’를 통해서만 겉보기에 자명한 장벽을 부술 수 있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혼란스러운 실재를 명확한 지도로 환원, 실재를 더 단순한 것들로 대체해 논리학이 더 자연스럽게 적용되도록 노력하지만 이것은 실재와 지도를 혼동하기, 광기의 완벽한 정의를 제공할 뿐이었다.

 1911년 러셀은 프레게 소개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을 만난다. 비트겐슈타인은 유형을 역설의 침입을 막는 수비대로 봤다. 예컨대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자는 이발사에게 면도를 받는다’ 이때 이발사는 누가 면도해주냐는 역설에서 이발사의 계급을 나눌 경우 이 명제는 증명할 수 있게 된다.

 러셀은 비트겐슈타인에게 전문적으로 논증 다듬는 일을 맡겼으나 비트겐슈타인은 진리의 본성에 관해 러셀이 암묵적으로 품어온 가장 기초적인 전제에 의문을 품는다. 비트겐슈타인은 실재의 부분 각각이 기호로 대체, 기호들이 그것들 간의 실제 관계에 맞게 재결합한다고 생각했으며 그 관계는 언어에 의해 매개된다고 봤다.

 비트겐슈타인: 논리학은 언어의 형식, 철골 구조가 건물 속에 들어 있듯이 논리학은 언어 속에 있다. 그러나 철골 구조 속에서 살 수는 없다. 러셀이 논리학의 토대를 창조하려다 실패한 원인은 논리학의 본성 자체에 있다. 논리학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논리학을 보여주는 것만 가능하다.

 러셀: 내일 눈이 오거나 아니면 오지 않는다는 진술은 공허한 형식이지만 완벽한 진리이다.

 비트겐슈타인: 하지만 내일의 날씨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진리이다.

 이 둘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러셀은 지난 20년간 항진명제를 생산하는 기계<논리철학논고>의 존재를 정당화하려고 비지땀을 흘린 것이었다. 더군다나 비트겐슈타인은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전부 다 알아도 세계의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세계를 이해하려면 세계 밖으로 한 걸음 나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성은 여전히 옛날과 똑같이 격정으로 가득 찬 달걀이고 그 달걀에서 여전히 옛날과 똑같은 오믈렛이 만들어진다.’ 러셀은 세상 밖으로 나가 인간성을 개조하려고 교육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런 즈음 괴델은 러셀의 저작 ‘수학의 원리’에서 가장 기초적인 전제를 명확하게 진술한 문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한다. 모든 참인 논리 명제가 참임을 증명하고 모든 거짓 논리 명제가 거짓임을 증명한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그 전제이지만 증명할 수는 없었다. 러셀은 노력의 중심에 공허가 있음을 깨닫는다. 러셀은 감정과 애매함이 두려워 논리학에 끌렸는지도 몰랐다. 러셀이 증명하려고 했던 최초의 전제, 즉 수학의 토대를 찾는 노력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물론 러셀이 추상 언어로 수학을 절대적인 확실성 위에 세우려고 노력한 과정에서 나온 강력한 방법들은 수학에서 유효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의 핵심은 증명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의 결론은 논리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도 있다는 것. 괴델로 인해 ‘증명할 수 없는 것도 있다’란 결론에 도달한 논리학은 컴퓨터의 개발로 ‘어디까지 증명할 수 있나’란 과제 앞에 놓였다.

 여기까지가 내가 메모하고 정리하면서 책을 읽은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 책 정말 재미있다’란 감상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하나마나한 감상을 굳이 글로 쓰고 사람들에게 보일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로지코믹스’를 다 읽고 나서 단박에 든 생각은 역시 ‘이 책 정말 재미있다’였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접했더라면 내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거란 낯뜨겁고 뻔한 감상도 생각났다.

 러셀의 강연을 시작으로 책을 구상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그리스 비극에서 이야기가 배울 점, 러셀이 ‘토대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 등은 독자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만 각 이야기들은 유기체처럼 연관되어 있다. 복잡한 구조가 혼란스럽다기보다는 이야기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돋보일 수 있게 했다. 각각의 발언은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사안을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을 보여준다. 이런 효과는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곧 토대를 찾아서 떠났지만 결국 토대를 찾을 수 없었던 이 책의 여정과도 닮았다.

 ‘왜’라는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는 것도 좋았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단편적인 이론만 훑는게 아니라 대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 했는지 진득하게 따라가면서 나 역시 그들과 같은 고민을 했다. 본격 철학책은 너무 어려워 철학의 엑기스를 뽑았다는 요약서나 연대기적 주요 사상을 소개한 책들을 읽으며 철학적 사고를 해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진작 로지 코믹스를 읽었어야 했다. 이 책은 어렵기로 유명한 책들의 해설서라도 읽고 생각의 흐름을 잡고 싶게 만드니까. 여전히 나의 책 읽기는 해설서를 읽고 원작을 이해하려고 낑낑대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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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9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9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푼젤 - Tangl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제 라푼젤을 봤다. 한겨레 영화평이 좋아서 기대를 했는데 예상만큼 괜찮았다. 맨날 보던 디즈니표 뮤지컬, 동물들 한둘쯤 의인화시켜서 역할을 맡긴 것, 어떻게든 해피엔딩이란 구태의연함은 여전했다. 그렇지만 라푼젤이 머리카락으로 온갖 ‘짓’을 다 하고, 꿈에 대한 망설임이나 막연함과 설렘을 얘기하는 것, 예쁘기만한 공주님이 나오지 않은 점은 썩 맘에 들었다. 맨디 무어가 또박또박 발음해주는 영어 대사에 그만, 영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은 맘이 생긴 것까지도 맘에 들었다. 그런데 단 하나 걸리는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머리카락 타래에 걸려 죽은 여자 때문이었다.

 그 여자는 젊어지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법의 꽃을 보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젊음을 찾곤 했다. 그런데 왕비가 아프다며 그 꽃을 꺾어 가버린다. 꽃이 누구 소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유하고 있는 사람은 확실히 여자였다. 그래도 여자는 화를 내거나 마법을 부리며 고약한 짓을 하지 않았다. 대신 꽃 달인 물을 먹고 자란 아이의 머리카락을 조금만 잘라오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머리카락이 잘리는 순간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여자는 아이를 납치해 자신의 딸로 삼고 머리카락의 마법을 유지시킨다.

 어느새 18살이 된 여자의 딸 ‘꽃’은 자신의 생일 때마다 달라지는 별자리를 직접 보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엄마인 여자에게 바깥 세상에 나가고 싶다고 부탁 하지만 번번히 거절당하고 만다. 우연히 만난 남자와 모험을 떠나게 된 딸은 엄마의 말과 자신의 이상 사이에서 갈팡질팡 한다. 여자는 딸을 찾아내 남자와 딸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종국에는 남자를 칼로 찌른다. 딸은 여자에게 칼에 찔린 그를 머리카락으로 살리는 대신 자신은 감금당하겠다고 한다. 딸이 그를 치료하려는 순간, 그는 딸의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죽음에 이른다. 이 광경에 놀란 여자는 뒷걸음치다 머리카락에 걸려 성에서 떨어진다.

 여자가 남자를 칼로 찌르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자신의 욕심 때문에 딸의 자유를 침해한건 명백한 잘못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꽃을 빼앗겨서 안 됐다는 위로나 (그 꽃으로 젊어지는건 그녀의 꿈이었는데!) 그동안 감금은 했을지언정 딸을 키운 것에 대한 고마움, 엄마로 알고 있었던 사람의 죽음에 대한 슬픔 같은 것이 이 영화에는 없다. 애니매이션에서 왜 그런걸 기대하냐고 물으면 할말은 없지만. 물론 납치해서 감금한채 키운게 잘했다는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자신을 키워준 엄마에게 참 너무했다 싶다.

 사람들은 왜 젊어지고 싶을까. (난데없는 화제전환) 아마도 매력적이고 싶기 때문이지 않을까. 만약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매력적인 여성이 현명하고 지적인 사람, 주관이 분명하지만 자기 확신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람, 취향이 고급스럽다기보다 재치 있고 독특한 사람,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래도 여자가 -원래 동화에선 마녀(상추 좀 훔쳤다고 아이를 납치하다니)- 성을 지키는 사람들을 뚫고 아이를 납치해오는 대담무쌍한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사람들의 사회적인 취향인 호불호가 아니라 자기 만족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랬을지 모르지만. 

 디즈니 영화의 여성상이 조금 변했나 싶었는데 결국 모험은 하되 그 속에서 여성이 맡고 있는 역할은 어떻다란 공식은 뻔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소통을 이끄는 역할(무섭게 생긴 사람들의 꿈을 끌어내는 -여자인-라푼젤)이란 고정관념을 사심 가득하게 유포한단 생각마저 든다. 물론 가만히 있다가 왕자가 키스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기존의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꽤나 멀리 간건 인정한다. 게다가 라푼젤은 신나고 현명하며 열정이 가득한 ‘Flower' 이야기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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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1-02-2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전 결말이 좋았어요! 설마 그럴 줄이야??!!! 자기가 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인걸 알면서도 ㅠㅠㅠㅠㅠ
디즈니도 많이 변하고 있죠??
빤한건 정말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소소한 것들이 파격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이번 여행가서 이 영화 봤는데.. 친구랑 ㅋㅋㅋㅋㅋ 저 엄마 좋다 좋다 하면서 ㅋㅋ 저 패션과 머리스타일. 성격 모두 다 좋다고;;;; 저렇게 살아야지 했는데. 결국은..

악당들이 꿈에 대해서 노래부를 땐 저도 어쩐지 눈물까지 나더라구요.

Arch 2011-02-25 16:04   좋아요 0 | URL
난 깜짝 놀랐어요. 머리를 자르면 마법이 사라진다는걸 알고는 있었는데 남자가 그럴줄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캐릭터는 좀 흐릿했어요.

아, '여자'를 좋아했구나. 그러니깐요. 막 사악하고 못되지 않았는데. 성격도 오락가락하는게 현실감 있고 좋았는데^^

뽀가 울 것 같았어요.

양철나무꾼 2011-03-19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리뷰 찬찬히 읽다가 생각났어요.
Arch님의 옥찌들은 잘 있나요?^^

Arch 2011-03-21 09:05   좋아요 0 | URL
옥찌들이랑 같이 안 봤는데^^
잘 있죠, 녀석들은 옥수수처럼 자라고 있어요
 
[공정무역 아름다운커피] 안데스의 선물-싱글백(4g×12piece)

평점 :
절판


 나는 커피를 안 좋아한다. 그렇다고 커피를 아주 싫어한다는건 아니다. 커피가 내 취향이라고 말할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는건 아니란 뜻이다. 물론 한때는 커피믹스에 빠졌던적이 있다. 큰 잔에 얼음을 몽땅 넣고 커피를 홀랑 마신 다음 아그작 오도독 얼음을 씹는 맛을 좋아했다. 진한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키는걸 좋아할 때도 있었고,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녹인 다음 단번에 들이켜댄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옆에서 마치 <커피와 담배>의 스티비 부세미가 커다란 원두커피 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대는 것처럼 묘하게 흥분됐다.
 
 중독까지는 아니었지만 먹으면 살짝 기분이 좋았던 커피를 안 먹기 시작한 것은 몇 달 전부터였다. 직장 옆에 커피집 두 곳을 번갈아 다니면서 카페모카를 먹어대던 어느 날이었다. 카페 모카 위에 아슬하게 얹혀있던 휘핑크림이 다 녹아 조금만 더 달라고 직원분에게 말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내 약점을 잘 알고 있는 A가 쏜살같이 내게 말했다.

 - 커피는 커피를 먹지도 않는 사람들이 재배한 원두로 만드는거 알고 있죠? 

 주사약이 떨어져 마약 상인에게 뭐든지 팔 것처럼 애틋한 눈빛을 보내며 휘핑크림을 받아오던 내게 A는 다시 말해줬다.

- 휘핑 크림은 오만가지가 다 들어간 가공용품이에요. 내가 만들어봐서 다 알아(이 사람 지민이 말투를 흉내낸다) 팩에 든 휘핑크림을 짜서 설탕을 넣고 정신없이 휘저어 휘핑크림?(그게 지금 유머?)

- 그럼 휘핑크림은 생크림이랑 다른거네. 그럼 여기에도 액상과당이 들어있는거네. 어쩐지 과하게 달다했어.

 그 후부터 커피 전문점에 가서 뉴요커처럼 (아, 유행 지났지. 요새 자꾸 혼잣말이 많아진다) 커피를 먹는 일이 참 껄쩍지근하게 되고 말았다. 물론 커피값도 무시 못하겠고, 일회용 용기를 재활용하기엔 우리집이 지나치게 인테리어적이지 않은 문제도 간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꾸 뭔가 땡긴다. 과자를 먹자니 늙어서 이가 부실하고, 율무차를 먹자니 너무 달다.

 해서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사면서(아, 포장 박스가 참 야무졌다) 무더기로 아름다운 가게의 커피를 샀다.

 요놈 안데스의 선물은 첫향이 고소하고, 반쯤 남은 커피는 약간 신맛이 난다. 요놈들 말고 드립백으로 나온건 티백보다 훨씬 진하고 커피전문점에서 먹는 아메리카노보다 다양한 향과 맛을 갖고 있다. 다만 애매한 쓰레기가 문제.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자니 아닌 것 같고, 종이를 뜯어서 원두 찌꺼기를 탈취용으로 쓰자니 미덥지 못한 손이 번번히 원두 찌꺼기를 구석구석 날려보내 치우려면 반나절이나 걸린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가루로 된 커피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사무실 사람들에게 커피를 나눠줬더니 쾌쾌한 냄새만 나던 공간에서 그윽한 커피향이 난다. 아마 당분간 커피를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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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2-2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어쩐지 사무실 사람들에게 커피를 나눠줬다는 부분에서 싱긋 웃음이 나요. 음, 좀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아주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심정이에요. 예쁘다, 아치.
:)

그런데 몇개 안들었을텐데 사무실 사람들 나눠주면 아치는 뭐 마신담?

Arch 2011-02-23 17:22   좋아요 0 | URL
12개 들었는지 이제 알았어요. 커피머신으로 내린 커피보다 훨 경제적인데다 뭘 혼자 먹다 들킨적이 있어서 (하하) 사실 다락방만 알고 있어요. 사무실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저 오늘 머리 안 감았는디요

다락방 2011-02-23 17:23   좋아요 0 | URL
앗!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머리 안감는건데..
머리 쓰다듬는다는 거 취소.

Arch 2011-02-24 13:54   좋아요 0 | URL
설마... 다락방이 머리를 하루에 한번씩 감는 여자 사람이란 얘기는 아니죠? 전 정말 너무 귀찮아요. 머리를 숙이고 거품을 낸 다음에 머리통을 문지르는 과정이.

다락방 2011-02-24 15:21   좋아요 0 | URL
전 최소한 머리를 하루에 한번은 감고, 어떤날은 두번도 감아요, 아치.

Arch 2011-02-24 16:13   좋아요 0 | URL
와우!

잘잘라 2011-02-2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보다 두 분 댓글 담화가 더 재밌으면.. 실례? ㅎㅎ

발렌타인데이 초콜렛을 사 줄 사람이 있다니 부럽습니다.

Arch 2011-02-24 13:56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반가워요. 더러운 사람은 얘깃거리가 많은가봐요.

초콜렛은 사실 제가 더 먹고 싶어서. 흡

nada 2011-02-23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예뻐요 아치님.
티백 안에 든 원두 찌꺼기를 재활용하는 아치님. 진짜 예뻐요.
전 재활용 잘하는 사람들이 좋아효. 훗훗.

히말라야의 선물인가, 저는 그거 몇 번 사봤는데 제 입에는 좀 닝닝한가 싶었어요.
하지만 어차피 천한 입맛.ㅠㅠ
알량한 혀 비위 맞추느라 미식가 흉내내는 것보다, 마음이 떳떳한 게 더 흡족하더라구요.

아 근데 A씨 멋지네요.

Arch 2011-02-24 14:04   좋아요 0 | URL
아음, 예쁘다는 소리도 듣고 오늘 좀 뽐내고 다녀야겠어요. '누가 나보고 예쁘대, 진짜 예쁘댔어'이럼서. 전 재활용 잘 못해요. '이건 어떻게든 재활용해줄거야'라며 민폐를 끼치는 유형이죠. 그렇지만 한가로운 낮에 아파트 재활용 수거장에서 남 쓰레기까지 분리수거하고 그러면 참 행복해요. 제 방은 그지꼴인데 말이죠. 이런 상상도 했어요. 어느 아파트 창문에서 내가 잠옷바지랑 내복 보이는 늘어난 티셔츠 입고 분리수거 하는걸 누군가 보고 사랑에 빠진다면 그건 진짜일거야 뭐 이런거.

전 아름다운 가게 커피가 꽤 진하던데요. 저녁쯤 드립백 먹고 누웠다가 몸은 간질거리는데 잠이 안 와 한밤중에 계속 몸부림쳤어요. 입맛으로 치면, 저도 만만치 않은걸요.

꽃양배추님, A씨는 멋지기보다 자상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에요. 단정해서 흔들어놓고 싶은 사람이구요. 물론 제 눈에만. 히~

nada 2011-02-24 16:56   좋아요 0 | URL
아치님, 이 댓글 너무 좋아요.
우리 의외로 비슷하군요!
남의 쓰레기 분리수거하면서 행복해하는 거!
이런 ㅁㅊㄴ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야, 전 맨날 이렇게 중얼거려요.ㅠㅠ

A씨에 대한 묘사 러블리해요. 단정해서 흔들어놓고 싶다니. >.<
제 앤은 너무 너저분해서 좀 여며줘야 하는 사람인데.

Arch 2011-02-24 17:5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저는 꽃양배추님 전 페이퍼 보고, 나만 이런 생각하는줄 알았는데 꽃양배추님도 그렇구나 했던 부분 많았어요. 쑥쓰러워 말 못했지만^^ 약간 좀 악한 생각이 들 때는 청구서 비닐 안 떼고 버린 쓰레기 보면 이 집 현관문에 포스트잇으로 협박할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혹시 꽃양배추님도?

히히, 꽃양배추님이 한땀 한땀 잘 여며줄테니 그분은 문제없을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11-02-2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간이 촌스러워서 진한 카페인의 세례를 받아야 커피 마신 것 같은 1인이라, 아름다운 커피는 저에게 좀 연해요. 그런데 깔끔한 편이라서 저도 나름 애용했었답니다. 드립백은 안먹어봤는데 어떤지 모르겠네요. 원두 찌꺼기, 이거 참 골친데...... 저는 그냥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한꺼번에 버려요. 그런데도 버릴 땐 아깝긴 하더라고요. ㅜㅜ

가루커피는 녹여 먹는 걸 말씀하시는 거죠? 분쇄 커피 아니고. 믹스커피로 공정무역 커피를 살 수 있는 곳은 커피밀, 이라고 있는데, 여긴 공정무역을 하긴 하지만 선교적 의미가 좀 들어간 데라 (건강하지 않은 단체는 아닙니다만) 그다지 마음에 안드실 수도 있고요... 얼굴있는 거래, 라는 곳에서 병에 든 가루 커피를 수입해서 팔아요.

http://www.efairtrade.co.kr/front/php/product.php?product_no=13&main_cate_no=41&display_group=1

방금 홈페이지에 가보니 따뜻한 향기, 라는 카푸치노 커피믹스도 있네요.

http://www.efairtrade.co.kr/front/php/product.php?product_no=85

커피는 저에게 길티플레져 ㅜㅜ 인데, 이렇게 고민하고 드시는 아치님을 보니.....아......봐도 변화가 없는 인간이니....아... 아무래도 전 문제에요 ㅜㅜ

Arch 2011-02-24 14:21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드립백은 참 진해요. 물론 제 입맛에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컵에 걸어놓고 원두 내리듯이 먹는데 향도 향이지만 참 구수하고 진해요. 전 몸이 촌스러워서 커피 먹으면 잠 못자고 이래요. 그래서 달달한 커피만 먹었는데 싱글백은 개운하고 괜찮더라구요.

가루 커피는 저도 먹고 부모님께도 사드려야겠어요. 가서 볼게요. 고마워요. 난 여기 가봐라, 이거 해봐라 이러는 사람들 좋더라~

길티플레져, 찾아봤잖아요.^^ 저도 그런거 많은걸요. 고민은 신경증이 다분한 성격탓인 것 같아요. 고민한 끝에 어쩔 수 없는걸 알아가고 그러면서 내 한계는 이 정도구나, 난 이런 사람이구나란 구획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물론 그 구획이 다는 아니겠지만.

2011-02-24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5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