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박에스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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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학교 때 장학사 온다고 마루바닥을 미친 듯이 닦아야 했던  기억들 한두개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학교만 벗어나면 그런 일은 없을줄 알았다. 소심하고 겁 많은데 불만까지 많아서 매사에 부정적이었지만 학교를 탈출하는 대신 나는 얼른 나이가 먹어서 졸업하길 바랐다. 헌데 나이가 먹어서도 내용보다는 의전, 가치보다는 아부, 소신보다는 눈치로 돌아가는 주변 꼴에 어쩌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노라면 폭폭하다.


 어제는 본격적으로 커피 심부름과 아침에 윗 사람들 책상 닦는 문제로 팀장 주도하에 '여직원'만 모여서 회의를 했다. 예전에 비정규직이 잡일을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어린 정규직이 도맡아 일을 하는게 문제가 된거였는데 그렇더란 말은 쏙 빼놓고 쌍팔년도 예의를 들이밀며 조직에선 그러는게 아니라고 한다. 다들 예예, 꿀먹은 암말처럼 암말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뭐가 잘못되고 부당한지 애기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굳이 내 의견을 묻길래 조목조목 따지지 못하고 잘 모르겠다는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벌떼처럼 달려든다.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누구 혼자 잡일을 도맡아 하는건 기분이 나쁘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이러는 것도, 애초에 대우를 받으려고 드는 마음도 이해가 안 된다.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애초에 커피 심부름 자체가 없어야 하는데 한명만 일을 한다며 다른 사람들을 몰아세운다. 본사에서는 업무경감 지시가 내려오고 요새는 각자 알아서 커피를 타먹는데 말이다. 권위란게 무시 당하지 않으려는 사람의 발버둥으로 생기진 않을텐데 이 조직은 그런 일쯤에 꿈쩍도 안 한다. 여기에 있으면 내가 무척 모나고 잘못된 사람 같다. 심장이 조이고 긴장이 퐁퐁 솟는다. 

 그래서 이 책을 무척 읽고 싶었다. 분명 뭔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저자 소개는 어떤가.

 2004년 봄부터 만 4년간 KBS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를 진행했다. 당시 그는 정관계, 재계, 학계의 거물급 인사들을 데려다놓고, 말 못 할 속사정까지 낱낱이 털어놓게 만들어 청취자들을 열광시켰다. ‘한국에 이런 인터뷰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논리적이고 치밀한 그의 인터뷰는 미국 대통령이나 북한 주석과 인터뷰를 해도 ‘맞짱’ 뜰 것 같은 특유의 포스로 유력 뉴스메이커들을 놀라게 했다. 

 1년 동안의 미국 연수를 마치고 다시 취재 현장으로 복귀해 현재 ‘취재파일4321’에서 활동하고 있다. 법조 출입, 종군 취재 등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탁월한 근성을 발휘하는 그는 집요함과 치열함으로 무장한 우리나라 대표 여성 저널리스트다. 

냉철한 기자정신과 정확한 현장감각,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철벽같은 논리의 소유자인 박에스더는 이 책에서 ‘다른’ 대한민국을 속 시원히 커밍아웃했다. 권위주의 · 집단주의 · 합리성의 부재 · 비교 · 차별 등 일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집단적 고질병에 대해, 너무도 당연해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구시대의 잔재들에 대해 박에스더는 묻는다. 우리는 왜 의심하지 않는가? 우리는 왜 분노하지 않는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목전에 둔 지금,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의 좌절 고백이자, 스스로 찾아낸 희망에 대한 고백들이다.  (알라딘 저자 소개 중)


  한국의 여성 저널리스트, '맞짱 뜰 것 같은 특유의 포스'라니. 첫 대목부터 흥미로웠다. 조직의 지진아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까닭, 서울대 대학원 시절에 타대학 학생으로서 받은 차별, 진보의 수사가 논리에 압도당해 대중을 설득할 수 없는 이유, 한국 성문화의 위선과 성욕을 배출해야하고 조절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특정 부류의 야만성에 대해 얘기한 부분은 설득력 있었다. 시끄러운 민주주의가 아니라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한방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약한 시스템의 사회 한국에서 사람들이 인맥에 목숨거는 이유, 도덕만 있고 철학은 없다, 진보는 이데올로기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프레임을 짜야한다는 주장 역시 신선하고 공감 됐다.


 하지만 미국 연수 1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본걸까. 한국의 단면을 놓고 미국 것이 더 낫다란 식의 주장과 몇몇 일화는 공감되지 않았다. 좀 더 센 얘기를 바란걸까. 아니면 좀 더 깊은 얘기를 바란걸까. 좋고 의미있지만 뭔가 살짝 아쉬운 책이다. 강준만 선생님처럼 한국인의 특성을 분류하고 자료를 통해 근거를 제시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주장'만을 쓴 글인데 주제에는 동의하지만 내용에는 반신반의하달까. 



 암튼,

 이번주 당번인 나는 찍소리 못하고 잡일을 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던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던가(그런 출구가 있다면) 아니면 삭히는 수 밖에 없다. (고작 커피 심부름 때문에 전전긍긍이라니, 커피 심부름 때문에 회의를 여는 조직에선 일상화된 심리상태) 권위주의를 해체할 수 있는 권위있는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은 사람에게 개인의 경험을 녹여낸 이 책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연수간 딸을 대신해 아이를 봐주러 부모님이 미국까지 온다는 얘기에서 저자와 나 사이의 거리를 느꼈다. 이 책이 살짝 아쉬웠던 건 내용이 주장 일변도여서가 아니라 고민의 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의 배부른 소리로 치부하는게 아니다.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안 된달까. 저자의 분명한 어조를 접할 때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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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 미국-> 강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다. 약한 시스템의 나라 한국, 공정하게 작동하는 제도를 가진적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합리적 민주주의 문화 절실

* 달콤하지만 아슬아슬한 권위주의 실체- 자신의 권위와 체면이 손상됐다고 느끼는데서 오는 좌절감과 공포 때문. 권위는 권위주의에서 오지 않는다.

* 중년, 집중력이나 단기 기억력 등은 떨어지지만 판단력, 종합능력, 직관력, 통찰력, 어휘력은 훨씬 뛰어남.

* 내 여행의 여러 날들 중에 저런 '멍한' 순간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되돌아봤다. 없었다.

* 조금이라도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진입장벽을 철저히 높여놓는다. '배타주의' 승장의 여유로움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혹시 내가 다시 패자가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다.

* 장하준 교수, 학력 인플레 현상으로 '분류 작업'에 드는 비용만 쓸데없이 낭비된다.

* 소비자가 원하는 건 치킨을 싸게 먹는 것. 가격 체제 공개하고 합리적인 치킨 가격 공시... 시끄러운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않다. 시민들은 오히려 당국, 특히 청와대나 대통령의 '한 방' 개입에 더 익숙하다.

* 진보 패널들은 논리에 목을 맨다. 논리의 완결성 있어야 설득하고 대중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정치 주체들은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대중의 필요에 의해 나왔다는 것을 대중이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진보는 '진짜 진보'란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선명성' 경쟁을 한다. 지나친 원리주의는 현실에의 적용을 헷갈리게 만든다. 제도적으로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야 하지만 이것은 가르친다고 되는게 아니라 합리와 논리를 뒤어넘는 '감정'을 갖고 있는 인간이 '느끼게' 해야 한다.

* 정치는 사회를 읽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위로 조직화해 해결책을 찾도록 강제하는 것. 이념이나 논리에 대중들은 감동 안 한다. 대중들은 그저 살고 싶을 뿐이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들어주려는 사람이 필요하다.

*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사람만이 진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권위주의 통치체제 하에선 가능한 얘기였다. 선민의식 버려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

* 우리는 아직 강한 시스템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 그저 분노를 분출만 하는게 아니라 제도 안에서 그 분노를 조직화하고 그 조직을 통해 서로 정정당당하게 대결해 승패를 가르고 그 결과에 따라 타협하고 더 좋은 시스템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합리적 민주주의의 경험을 아직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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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5-2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아주아주 좋은데, 아까 추천하고 댓글도 달려다가, 이 많은 추천에도 아무도 댓글은 안 달기에 눈치 보여서 참았는데, 근데 저도 추천했다고 말 안 하고는 배길 수가 없어서 이렇게 달아요.

Arch 2012-05-22 09:56   좋아요 0 | URL
와, 댓글이다! ^^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 글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추천 누를 때 내가 눌렀다고요, 막 이러면서 알려주고 싶을 때가 있는데 네꼬님도 그렇구나~

생일상, 엄청 부러웠답니다~ 저도 막 강요해서 받고싶을 정도로 ^^
 
까막눈 삼디기 (양장) - 100쇄 발간 기념 양장본 웅진 푸른교실 2
원유순 글, 이현미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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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디기가 불쌍하다. 

왜냐하면 2학년 연보라가 오기 전까지는 글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글씨를 유치원때부터 알았는대. 

나는 삼디기를 이해한다. 

삼디기는 유치원을 안 다녔고 할머니는 글씨를 모르기 때문이다.



지희,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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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5-0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희가 3학년 이군요...^^ 진솔하면서 귀여운 서평이에요...ㅎㅎ

Arch 2012-05-03 10:51   좋아요 0 | URL
^^ 이제껏 본 독후감 중에서 제일 잘 쓴 것 같아서 올려봤어요.

nada 2012-05-0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삼디기를 이해한다...ㅋㅋㅋ
지희가 벌써 3학년이군요!
이쁜이 지희 얼굴이 아른아른하네요.

Arch 2012-05-04 15:03   좋아요 0 | URL
나는 놀리지 말아야지, 나는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일색이었는데 '이해한다'는 말이 와닿았어요. 요새 자꾸 말라서 못난이 됐어요.. ㅡ,.ㅠ;;
 
사공이 많은 아토피 - 에세이 작가 총서 164
최명숙.김세윤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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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보 한의원에서 펴낸 이 책은 EBS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활성산소를 병의 발생기전으로 본다. 이 책에선 활성산소가 체내에서 지질과 결합, 과산화지질 형태로 피부를 공격한 결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긴다고 본다. 활성산소란 호흡을 하면서 들어간 산소가 인체 내에서 여러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변질된 산소분자로서, 일반 산소분자보다 매우 불안정하다. 활성산소는 자기와 결합한 물질을 강하게 파괴하는 힘이 있어 우리 인체에서는 세균이나 이물질이 침입했을 때 활성산소를 배출해 이들을 녹여버리는 데 이용한다.


 하지만 이런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주변의 정상적인 세포까지 공격해서 녹여버린다. 활성산소는 각종 질환을 발생하게 하는데 이때 우리 몸에선 항산화효소를 만들어내 활성산소를 무력화 시킨다. 활성산소는 1초도 안 돼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는데 지질과 결합하면 과산화지질이 되어 피부에 영향을 준다. 피부의 각질층은 서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데 과산화지질이 각질층에 작용하면 각질층 세포들이 파괴되어 보습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피부는 점점 건조해지고, 피부가 건조하면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방어하지 못하니 염증은 반복되고, 그 결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활성 산소에 대항할 수 있는 항산화효소의 섭취와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유도해내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 필요하다. 효과가 뛰어난 고분자 항산화효소는 가열하거나 위장 속에 들어가면 사멸하므로 몸 속에서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몸 속에서 소화를 통해 중합(효소들이 엉켜있는 것)을 풀어야하는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섭취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정의 내리는 아토피 체질은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유도해내는 능력을 약하게 타고났으며 그로 인해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을 말한다.


 원적외선(물체의 아주 깊은 곳까지 열을 전달)을 방출할 수 있는 세라믹 계통의 뚝배기나 돌솥으로 조리를 해서 중합을 풀 수 있도록 하고 발효 과정에서 중합이 풀린 대두, 유자, 녹차, 루이보스티를 먹음으로써 저분자 항산화효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아토피 체질은 항산화효소 부족뿐 아니라 만들어내는 유도능력도 떨어져 있다. 따라서 식이와 환경 관리도 병행되어야 한다.


 증상 완화 사례도 나와 있고 내용도 알차다. Q&A의 경우 궁금했던 사항을 자세히 설명해줘서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하지만 ‘우보 한의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만 책에 나온대로  시행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원적외선의 효과는 확실한지, 정말 항산화효소 때문에 아토피가 생기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아이를 밸 때부터 아토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는 부분에선 어마어마한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가지로 나가는 것 없이, 절대적으로 한방만 좋다는 독단적인 주장 없이, 아토피에 대해 충실하게 다룬 것만으로 별 다섯이 아깝지 않다.



 * 병원에서 하는 알레르기 검사는 몇 가지 항원을 환자의 피부에 자극하는 스킨 테스트나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항원, 항체 반응을 살펴보는 혈액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원인을 찾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즉시형 알레르기만 알 수 있고 지연형 알레르기는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특정 몇 가지 음식물의 알레르기 검사로 다른 음식물에 대해서도 100% 알레르기가 없다고 믿을 수는 없다. 그리고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서 알레르기 테스트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알레르기 검사는 하나의 참고 사항으로 여기도록 하며, 환자가 평소 음식을 섭취했을 때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종합하여 자신에 맞는 알레르기 리스트를 만들어 가는 것이 현명하다.


 * 아토피와 스테로이드 연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눈도 나빠지고, 신장이 나빠지고, 내성이 생긴다고 하니 바르기가 겁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먹는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이다. 염증이 심할 때 연고를 일시적으로 몇 번 바르는 정도로는 내부 장기에 침투하여 누적이 되지 않으므로 부작용이나 내성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 의학적 견해다. 그렇다고 연고를 장기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필요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들이 가려워서 많이 긁다보면 그 부위에 세균이 침투하여(2차 감염) 농이 차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는 반드시 항생제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연고를 사용하지 않고 참다가 혈관까지 세균이 침투하여 패혈증으로 입원해야 할 상황까지 오는 경우도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있어서 너무 극단적인 고정관념을 버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양약의 도움도 받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가지는 게 현명하다.

 일반적으로 양방병원에서 자주 사용하는 아토피성 피부염 체료제는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면역억제제 등이 있다. 이러한 약들은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가려움증이나 염증을 비교적 빨리 억제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문제는 이들 약제 치료를 하다가 갑자기 중단할 경우 증상이 급격이 악화되는 리바운딩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양약치료를 하던 사람은 치료제를 단번에 끊기 보다는 용량과 농도를 서서히 줄여가면서 인체의 면역력이 조금씩 회복되도록 해야 함.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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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절판


다들 열성적으로 채웠다. 그러더니 번쩍 일어나서 다른 트레이를 잡았다. 현장 주임이 내 뒤로 걸어왔다.
-자
그는 나를 가리켰다.
- 이 사람은 벌써 생산량을 맞추고 있어. 두번째 트레이를 반이나 했잖아.
나는 아직 첫번째 트레이를 하는 중이었다. 현장 주임이 나한테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건지 감이 오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앞서 있다고 하니 느긋하게 하기로 했다.-86쪽

한편 조이스와 제라늄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내가 버틸 수 있는 한 2백만 번은 해야했다. 조이스와 파리떼와 제라늄. 나는 야간 근무로 열두 시간을 일했고, 조이스는 낮 동안에 어떻게든 한번 하려고 나를 주물러 댔다. 그녀가 손으로 해주는 동안 나는 졸다가 깨다가 했다. 그러고 나서는 어떻게든 하긴 해야 했다. 이 불쌍한 여자는 미쳤으니까.-87쪽

새 두마리가 새장 문을 보았다. 저것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할까, 못할까. 저 조그만 머리들이 돌아가는 게 느껴졌다. 음식과 물이 여기 있긴 한테 저 열린 공간은 뭘까? 빨간 새는 훨씬 더 오래 망설였다. 새는 초조하게 새장 바닥을 거닐었다. 결정하려니 머리 터지겠지. 인간이건 새건 모든 것은 이런 결정을 해야 한다. 어려운 게임이다. 그래서 이 빨간 새는 서성거리며 골똘히 생각했다. 노란 햇빛, 윙윙나는 파리떼, 쳐다보고 있는 남자와 개, 무엇보다 하늘, 그 모든 하늘.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빨간 새는 철사 쪽으로 풀쩍 뛰어 올랐다.
3초.
휙!
새는 사라졌다.
피카소와 나는 빈 새장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갔다.-잉꼬쪽

미국 전역 사무실에는 일종의 놀이가 있다는 거야. 사람들이 지겹거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사무실에서 로맨스 놀이를 하는 거지. 대부분 시간 죽이는 것 말고는 별 의미가 없어. 가끔은 부수적으로 한두 번 붙어먹기도 하지. 하지만 그때도 볼링이나 텔레비전, 신년 파티처럼 되는 대로 여가를 즐기는 식이야. 그게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상처받지 않을 거야. 내 말 알겠어?-조이스에게쪽

그동안 잰코는 멈출 줄을 몰랐다.
이 자식은 나를 죽이고 있었지만 나는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했다. 그때까지 거쳐 온 다른 직업들을 떠올려 보았다. 매번 미친놈들이 달라붙었다. 그들은 나를 좋아했다.-162쪽

그날은 무지막지하게 힘든 일요일이었다. 페이의 친구들 몇몇이 놀러왔는데, 소파에 앉아서는 자기들이 정말로 위대한 작가라는 둥, 이 나라에서 최고라는 둥 떠들어댔다. 그들 작품이 발표되지 않는 이유는 오직 작품을 투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기들 말로는 그랬다. 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커피를 마시고 킥킥거리면서 도넛이나 뜯는 처지들이 생긴 대로 글을 쓴다면 작품을 보냈든 처박아 놓았든 별로 달라질 바가 없을 것이다.-184쪽

어쩌면 페이는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침착한 그녀가 자랑스러웠다. 더러운 접시를 씻지 않고 놔둔 것과 <뉴요커>나 보며 빈둥댄 것과 작가 워크숍이나 다닌 것 모두를 용서하기로 했다. 이 나이든 여자는 이 무관심한 세상에서 또 하나의 외로운 존재일 뿐이었다.-191쪽

<존스톤을 물에 빠뜨리자는 계획을 말하는 모토>
모토는 똥구멍부터 눈썹까지 활짝 웃었다.-231쪽

어쩌다 사람들이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난 아이 양육비도 내야 하고, 술값, 집세, 신발, 양말 따위도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중고차라도 있어야 하고 입에 풀칠도 해야 하고 자질구레한 무형의 필수품도 필요하다.
여자들이라든가.
아니면 경마장에서 보내는 하루라든가.
그렇지만 모든 것이 위태롭고 빠져나갈 출구가 없으면 그런 생각조차도 들지 않는다. 우정 사업 본부 건너편 거리에 주차를 하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길을 건넜다. 회전문을 밀었다. 자석에 끌려가는 철 조각이 된 기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2층이었다. 문을 열었더니 사람들이 있었다. 우정사업 본부 직원들. 한 여자는 불쌍하게도 팔이 하나밖에 없었다. 거기 영원히 있겠지. 나처럼 늙은 주정뱅이가 되는거나 다름없다. 뭐, 다른 동료들이 말하듯이 어디에서라도 일은 해야 하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그게 노예의 지혜였다.-232쪽

별로 달라진 기분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곧 깊은 바다에서 너무 빨리 나온 사람처럼 고통스러워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특수한 유형의 잠수병이었다. 나는 조이스가 길렀던 빌어먹을 잉꼬들과 다를게 없었다. 새장 안에 갇혀 살다가 문이 열리자 날아 올랐던 것이다. 마치 천국으로 쏘아올린 총알처럼. 그런데 빠져나간들 천국일까?-사직 후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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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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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때 서재에서 김중혁 붐이 일었다. 그때 나는 김중혁이 누군지 모르고 관심도 없었지만 '사람들이 저렇게 좋아하는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거야'라는 생각에 그의 책을 읽지도 않고 그의 유머에 담뿍 빠져들었다는 식의 글을 쓴적이 있다. (아치, 대체 왜) 기대보다 껄렁해서 재미 없었던 '대책 없이 해피엔딩'과 그의 단편집에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면면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노력한다고 좋은점이 찾아지진 않았다.


 사람들이 김중혁을 웃기다고할 때, 나도 웃기는 부분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럴 때마다 나 홀로 소주 한병씩 들이키며 달을 본건 아니고 우연히 이 책을 봤다. 단박에 그의 글이 좋아진건 아니지만 김중혁이란 사람이 궁금해졌다. 취미로 카메라를 사면서 이런 글을 쓰는 40대의 한국인 남자 말이다.


씀씀이의 규모를 생각하면 마땅히 싸구려 렌즈를 사야 했지만, 그리고 사진 실력을 생각하면 싸구려 렌즈조차 과분한 것이었지만, 나는 기어코 고급 기종의 카메라 렌즈를 사고야 말았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명필이 붓을 가리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평생 동안 좋은 붓을 질릴 정도로 써봤기 때문일 것이라 확신하며, 셀 수 없이 많은 붓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평필이 된 것이라 추측하며, 돈을 지불했다.


 다단계의 합리화와 그 합리화를 뻔뻔하게 수긍하지 못하는 미세한 균형감. 나와 다른 사람의 글이 좋아 열광 할망정 공감할 수 없는건 동 떨어진 어떤 세계는 내가 죽었도 깨나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남다은이 <감독, 독립영화를 말하다>에서 김곡(영화를 시나리오가 아닌 이미지로 인식하는 방식)과 인터뷰를 해도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계급 지향이나 사회적 지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의 글들을 읽을때면 다름에서 오는 긴장감이 좋지만 이해가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김중혁은 살짝 다르다. 누구처럼 모르는 노래 얘기를 하지 않고 다른 누구처럼 미묘한 감성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책을 좀 더 읽어보기로 했다.


 김중혁은 빈 수레의 삶을 지향한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늘 그런 무소유의 정신으로 산다기보다는 항상 요란하니까. 요란하고 분주하고 시끄럽고. 그 덕분에 김중혁의 글은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잔치가 됐다. 말하자면, 소문난 잔치. 거기 먹을 게 있으려나? 아니, 이 책에 건질 게 있으려나.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추천사니 이렇게 쓸 수밖에. 건지겠지, 뭐라도 건지겠지. 마음이 착잡하다.


 애석하게도 김연수의 추천사는 이 책의 백미다. 이 책의 온도는 딱 이 정도 같다. 이 정도의 유머와 이만큼의 빈틈. 김중혁의 발명과 그라는 사람의 이야기. 조목조목 따지고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현실인식이 없는건 그나마 다행이다. 대한민국 40대 남자의 현실인식이라면 꽤나 낭만적일텐데 다른 나라의 아우라 강한 소설가들에 비하면 평이하다. 공감은 가되 작가의 태도에 푹 빠질 정도는 아니다.


사람들을 하나의 단위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나자 주위가 달라 보였다. 저 사람은 어떤 단위로 쓸 수 있을까. 잘 걷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이름(홍길동이라고 치자)을 단위로 쓰고,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야, 나 오늘 밖에 나갔다가 38길동이나 걸었잖아. 죽는 줄 알았지 뭐야.


 물론 이런 깜찍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정말 '종종' 보인다. 뭐라도 되겠지라며 태평한 생각을 하다간 이곳저곳을 떠돌다 객사할 것 같은 세상에서 이렇게 한가한 이야기를 해도 되나 싶다. 그런데 바꿔 생각하면 모두가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덤벼도 누군가는 낙오되는 시스템이라면 한가하게 잡담나누는 것도 방법 같다. 김선우의 책을 읽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봤다. 하고 싶은게 없으면 잠을 자거나 게으름을 피우는거다. 실패자들의 벤치마킹이 이뤄지고 너도나도 실패해보겠다고 경쟁을 한다면? 먹고 사는 문제를 공동체가 해결해준다면? 그리고 그리고......


 뭐라도 되겠지, 빈수레 김중혁의 글에선 건질만한게 없다. 안타깝게도 그와 나는 취향이 다르다. 다만 그의 책을 읽고나니 한가한 생각들, 왠지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요란한 빈수레다. 





사족: 책이 좋다는 글은 거리낌없이 쓸 수 있는데 좋지도 싫지도 않은 글은, 좋아하는 사람이 다수인 작품에 대해선 뭐라고 말해야할지 애매하다. 책 읽는게 다인 독자랍시고 평점을 매기는게 미안하고 같잖지만 별세개를 줬다. 최근 G씨의 에세이를 읽다  뒷목 잡고 쓰러질 정도의 언해피함을 느낀터라 상대적으로 이 에세이가 괜찮아 보였다. 출판사에서는 별로인 에세이를 이름값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름값 못하는 에세이' 같은 페이퍼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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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3-2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목 잡고 쓰러지게 만든 G씨...는 누굽니까? 나한테만 살짝 알려줘봐요.

Arch 2012-03-27 14:35   좋아요 0 | URL
아휴, 다락방. 비판은 아주 섬세하고 조목조목 수긍가게 해야하는데 제가 그럴만한 소질이 없어서 실명 쓰는걸 망설였어요. G면 김씨는 아니겠죠? 이럼 다락방이 다 알겠구만.

다락방 2012-03-27 15:09   좋아요 0 | URL
모르겠어, 모르겠어, 모르겠어요!!


2012-03-27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7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7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7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3-2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G씨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가 아니라 알 것 같아요 ㅋ
저는 아치님과는 달리 <뭐라도 되겠지> 정말 좋게 봤답니다. 그러니가 초반부에는요. 처음부터 읽기 시작하면서, 와 이 사람 정말 대책없이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생각했어요. 복잡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답니다. 억지로 뭔가 하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간들을 즐기는 그만의 방식이 좋아요. 물론 딱히 건질 것이라고는 없는 책이라고 저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치고 심심할 때 지하철에서 읽기에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Arch 2012-03-27 15:58   좋아요 0 | URL
진짜요? G씨가 뭐라하면 어쩌죠!

저도 편했어요. 너무 편해서 강박처럼 책을 끝까지 읽던 것도 잊고 2/3쯤 읽다 그만뒀지만. 책을 읽고 뭔가를 남겨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이 책을 안 좋아하는거라면 그건 좀 아니다란 생각이 들면서도 그 정도 강박도 충족시켜줄 수 없는 책쯤이야란 콧방귀도 뀌고 싶지만 난 그렇게 대찬 독자가 아니니 살짝 물음표만 동동.
술술 잘 읽히고 가끔씩 귀여운 부분은 있었어요. 그럼요!

비로그인 2012-03-27 22:09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2/3쯤 읽다가 덮었어요. 누구라도 그래도 되는 책인 거 같아요 이 책은...
작가님이 좀 실망하시려나... 아마 알고 쓰셨을 거에요 ㅋㅋ

Arch 2012-03-28 09:59   좋아요 0 | URL
그래도 혹시 이 글과 댓글을 본다면 속상할 것 같아요. 아마 안 보겠죠?

2012-03-27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