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등장과 함께 뜨거운 관중의 박수소리 가운데 받은 꽃 한송이.

그 목을 꺽어 드레스의 V자 계곡에 척하니 꽂으며 노래를 시작하는 마리아 칼라스의

함부르크에서의 1962년 공연을 담은 DVD를 보며 잠깐 회상에 잠긴다.

 

마리아 칼라스

그녀가 이 세상을 뜬 것이 1977년 일이니까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일본공연에 덤으로 끼워 넣기식으로 성의 없는 공연 투어의 성격과

국내에서 치루어지는 연주회 자체가 터무니 없이 적어서 이런 말이 생겼겠지만,

지금도 들으면 이름이 낯설은 '내한 공연'을 하러 한국을 찾은 그녀가 음악회에 내건 조건들 중에

사진촬영 금지와 카세트 플레이어 반입금지란 이야기를 듣고서 지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길래

저리 수선을 떠나 생각하며 당시 그녀의 공연 자체에 관심도 없고, 노래도 모르던 나는

마리아 칼라스가 그저 시건방진 성악가라는 선입견만 가지고 있었다.

 

이후 재클린 케네디의 재혼 소식때문에 가십으로 더해지던 오나시스와의 염문 등 가끔 뉴스거리만

내 관심권에 있었으니 정작 그의 노래를 들은 것은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들은 음악평론가들의

호들갑스런 추모 방송쯤이었을 것이다.

 

오페라 자체가 주는 생경함이 싫어 아리아를 듣는 쪽보다는 관현악을 듣는 편을 좋아 했던  내가

최근에 고전음악을 찾아 듣다가 선택한 첫 성악가가 바로 마리아 칼라스이다.

지난 시절 시거나 떨지나 말지 하고 욕은 해댔으나 껄적지근한 것이 목에 걸려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고인의 예술에 대한 예의로 정색을 하며 자세를 바로 잡고 그녀의 정열을 맛보고 있다.

이번에 들으며 새롭게 느낀 것은 입안에 무엇을 물고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 점이다.

틀니를 끼고 노래했을 리가 없을텐데 이상한 일이다. 내 귀가 문제가 있나 모르겠다.

고등학교 시절 방송반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많이 듣던 주세페 디 스테파노와 공연을 많이 했다는

사실도 이번에 산 음반내 속지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더불어 그녀가 겨우 쉰 셋의 나이에 사망했다는 글을 읽고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지금까지 내 기억속에서는 70살이 넘어 늙어 죽은 것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요즘 나는 20세기 최고의 프리 마돈나라는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를 물리도록 들으며 지내고 있다.

나는 왜 매양 뒷북만 치고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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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2-1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명했네요. 원래 재인박명이라지 않습니까?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고교시절 방송반이셨군요. 방송반 아무나 못하는 건데...^^

플레져 2005-02-1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북 인생, 여기도 있답니다 ^^
니르바나님,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건강하세요.

니르바나 2005-02-1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댓글도 늦었습니다.
안녕하시지요.

니르바나 2005-02-1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제가 알고 있는 알량한 음악지식의 원천이 방송반 활동에 있습니다.

파란여우 2005-02-1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고 도톰한 입술, 커다랗고 새까만 눈동자, 날카로운 눈썹, 그리고 굵고 낮지만 육감적인 저음의 카르멘, 제가 기억하는 마리아입니다. 오나시스와의 연애는 뭐 사생활이니까요. 불타는 사랑도 한번 해 봐야죠. 여왕이신데.^^

니르바나 2005-02-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일전에 말씀드렸지요.
파란여우님의 글속에서 마리아 칼라스의 열정의 기운이 느껴진다고요.
파란여우님은 알라딘 서재의 여왕이시고요. ㅎㅎㅎ
 

 

최근에 책읽는 시간은 겨우 경전을 몇 장 들쳐보는 것 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

일상이라고 해봐야 매일 그일이 그일이건만 독서가 그일에서 예외규정이 되가려나보다.

그 시간을 채워주는 것이 고전 음악 듣기이다(감상이라 하기엔 부끄러워서 차마 못 적었다.)

며칠 전 강추위가 저어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건망증에 힘입어 봄날에 대한 상찬을 하고 싶어

무엇을 들을까 생각하다가 찾게 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5번 'Spring'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와 '요제프 시게티'의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중에서

특별히 이 곡을 골라 들었다.

반세기가 지난 오래 전 음반이라서 처음에는 듣기가 좀 뻑뻑한 느낌이다.

왠만한 음악들은 리마스터링되는 추세로 보면 옛날 고릿짝에서 꺼내놓은 물건같은 기분이지만

새것만이 최고라는 휴대폰이나 컴퓨터만 존재하라는 법이 있나 싶게 자기주장하는 고전음악이 좋아서

나는 얼마 전 부터 이런 종류의 음악을 찾아 듣고 있다.

몸은 늙어가는데 첨단의 유행만 따를 수 있는가 생각해보니 나 자신에게도 위로가 된다.

 

투쟁과 경쟁과 싸움,

모습은 다르나 그 속에 담긴 콘텐츠는 하나다.

'죽기 아니면 살기'

하긴 이 세상에 나올 적부터 수억이래나 수십억의 정자가 하나의 난자를 향해 경쟁을 하며 시작한다니까

인간세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설명하는 말들이지만 나는 이게 정말 싫다.

그래서 이 모양으로 살고 있지만서두.

 

사람사는 일이 나랏일만 있는 것 같아 혼자 있을 경우 일부러 9시 뉴스를 보지 않은 지 오래 됐다.

그렇게 해서라도 개인사가 포위당하는 형국을 막아보려는 내 나름의 저항인 셈이다.

 

창문을 열어놓고 밤의 기운을 들이마시니 겨울 한 가운데 서 있지만 틀림없이 봄의 기운이었다.

그래서 찾아 걸어 놓은 음악이 또 이것이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는 가운데 숨어있는 추억을 꺼내 읽으며,

구두끈을 가볍게 묶고나서

봄 기운을 찾아, 귀와 눈을 열고  相生의 기쁨을 맛보러 들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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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2-0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듣고 싶어요. 하지만 니르바나님 뵈서 더 반가워요.^^

로드무비 2005-02-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 기운에 붙임-- 제목 멋집니다.
가슴이 설레네요, 봄.
그런데 사실 전 골방 칩거형 인간이라 봄이 되면 좀 괴로워하는 경향이 있죠.
니르바나님 뵈오니 너무 반가워요.
제 책꽂이와 비슷한 첵꽂이라고요?
그것도 반갑고요.^^

니르바나 2005-02-0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벗님, 로드무비님
다시 만나서 반갑고요. 책꽂이 속의 이야기들이 똑같아서 반갑고요.
제 서재에 있는 한 칸과 아주 비슷하게 진열되어 있구만요. 거의 80%가요.
이러기가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화사한 따님과 다르시나 봅니다. 봄이 괴로우시다니요.
가난한 사람이 살기에는 겨울은 너무 힘들어요.
봄은 좀 싫어하셔도 저는 로드무비님이 참 마음에 듭니다. ㅎㅎㅎ

니르바나 2005-02-0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이 아따 왜 안 나오냐고 채근하셔서 미친 개구리처럼 또 이렇게 나왔구만요.
히히 히 .........................................................................................
정력적으로 일하시는 스텔라간사님과 달리 저는 게으른 집사이구만요.(여기서 집사란 집안일을 보는 사람을 말함) 일상이라고 적을 것이 없고, 책도 읽지 못하고, 뭐 생각없이 살다보니 페이퍼 메꿔 나가기가 무척 어렵구만요. 스텔라님
그렇다고 여기서도 맨날 고스톱 판 뒤에 앉아서 똥먹으라 비광 먹으라고 하듯 댓글만 달러 다니는 일도 영 쑥스럽고 해서 매일 조기은퇴를 하나마나 고민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열화같은 스텔라님의 성원에 힘입어 또 나왔으니까 이쁘게 봐주세요.
저는 스텔라님이 참 좋아요. 진짜로 ㅎㅎㅎ

파란여우 2005-02-0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인천가면 동인천 '고전화랑'에 가 볼 요량입니다.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지, 제가 해 놓은 낙서가 남아 있지 않다해도 멘델스존의 밝고 명랑한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향의 추억을 평생 가슴속에 담아 두려고요.

파란여우 2005-02-06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요. 언제는 스텔라님보다는 저만 좋다고 하셔 놓고선 다 뽀록 났어요. 치이~득도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씀하셔서 좋아라했더니 이럴수가 있어요. 흑흑..나의 수양딸 스텔라님에게 밀리다니..흑흑..아아, 무정한 세상....

니르바나 2005-02-0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녀사이의 선 니르바나,
어찌 제 처지가 묘해지는군요. 파란여우님
이렇게 고백하면 화가 좀 풀리시려나
니르바나는 파란여우님을 사랑합니다. 진짜진짜로 ㅎㅎㅎ
 

 

 

 

 

가끔 이 사람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그 정체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안동림'

남들은 한가지 일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 데 음악을 전문적으로 해설해주는가 하면,

'장자'나 '벽암록'등 중국의 사상을 우리말로 옮겨서 같은 책의 많은 번역서중에서 잘된 번역으로

추천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분야도 전문가의 모습이다.

저자소개에는 '안동림(安東林) 청주대 영문학 교수' 라고 간단하게 나오는데 

정작 영문학 전공과 관련된 저서는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작을 미루어 보건대 틀림없이 전공이신 영문학교수로서도 훌륭하셨을 것이다.

 

내가 난데없이 클래식 관련서적을 꺼내 놓은 것은 오래 전 좋은 오디오 세트를 마련할 때

덤으로 얻은 헤드폰이 아무리 좋은 것이었어도 장시간 음악을 듣다보면

귀에 흐르는 땀이랑, 안경테를 내려 누르는 고통에 언제나 음반 한 장을

겨우 듣는 선에서 끝내다보니 헤드폰을 끼고 듣는 일이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매니아 자격이 있는 음악 감상자는 아닌 모양이다.

 

최근에 가벼운 헤드폰을 하나 장만하고 본전을 빼려 집에 있는 클래식 음반을 찾아 듣고 있는데

옛사랑처럼 오래 전의 정열이 스물스물 되살아나고 해서 새로 책도 하나 장만하고,

도서관에서 빌릴 책도 검색해 놓았다.

요즘에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귀만 달래고 사는 꼴이다.

끈기없는 내가 앞으로 몇 장의 음반을 더 듣고 벌렁 나자빠질지 모르지만 이왕지사 책도 들쳐 보았으니

이번에는 충실한 감상자의 자리까지 이르고 싶다.

새로 산 책의 저자는 클래식 전문 매장 풍월당의 대표이자, 음악 칼럼니스트. 오페라 해설가,

의대의 정신과 외래교수이며 최근에는 다시 병원을 개원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같다.

이런 분들을 보면 과연 하느님은 공평무사 하시다고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 내내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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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1-2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은 너무 겸손하신 것 같아요. 언급하신 분들이 가진 재능은 아니어도 니르바나님께도 뭔가의 특별함이 있으신 것 같은데 왜 하느님이 공평하지 않으신 것 같다고 하십니까?
첫번째 언급하신 책 꽤 두껍고 비싸네요. 그리고 박종호님 결국 풍월당 안되서 병원 개원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고보니 니르바나님은 안경을 쓰셨군요. 음악을 들으실 때 꼭 헤드폰을 쓰시구요. 쿠쿠. 꼭 헤드폰을 쓰시는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파란여우 2005-01-2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불공평한 세상입니다. 저처럼 게으르고 노력도 안하는 무식한 사람은 결국 어떻게 되는 건가요? 흑...

니르바나 2005-01-2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하나 하나 벗겨지는 모습이 재미있지 않나요.
생각해보니 저한테도 들을 귀을 주셨으니 하느님의 은혜로군요.
하기는 제 친구들 중에 클래식을 듣는 친구는 눈을 씻구 봐도 없구만요.
헤드폰을 끼고 듣는 이유는 제 오디오의 출력이 너무 커서 최소한인 1로 놓고 들어도 아파트 이웃들에게 소음으로 들릴까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듣게 되지요. 그래서 음반을 한 장 이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스피커를 통해 듣지 않지요. 소심증은 여기에도 걸립니다. 좋은 음악 들으려다 스트레스가 쌓여서 헤드폰을 같이 사용합니다. 하기는 고전음악 좋아하는 저에게나 음악이지 싫어하면 소음이지요.

니르바나 2005-01-2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불공평한 세상인 것은 분명합니다.
제 서재 보세요.
리뷰 하나 없지 않습니까.
리뷰 부자이신 님은 아마 제 심정을 다 모르실겝니다.
저야말로, 흑흑......
 

파블로 카잘스를 모노로 듣는다.

스테레오 타입에 익숙한 내 귀는 벌써 답답해한다.

음악을 마음으로 들을 줄 알아야 하건만 언제부턴가 음반과 헤드폰만 탓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면 FM라디오로 듣던 이십년 전에  오히려 음악을 잘 감상하고 있던 셈이다.

몸이 늙으니 귀도 변하는가 보다.

카잘스의 콜 니드라이 연주가 슬픈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궁색한 내 몸의 처지가 슬펐던 모양이다.

 

오늘도 나는 파블로 카잘스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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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1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안나오는 라디오 머리통을 쥐어박아 가며 듣던 음악 쪼가리들이

문득문득 제 귓가에 들립니다.^^

궁색한 내 몸의 처지, 라는 말에 왜 심금이 울리는지......

stella.K 2005-01-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의 평전이 있었군요. 언젠가 바람구두님 서재에서 이 사람에 관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요. 저도 이 사람 좋아하는데...언제고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일단 보관함에 넣습니다.

근데 갑자기 알고 싶어졌어요. 니르바나님의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제가 장난기가 좀 있걸랑요. 아마도 그게 도졌나 봅니다. 분명 저 보단 연배가 높으시리라 사료가되는데요.>.<;;

니르바나 2007-09-1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제가 어릴 적 소니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몸통이 서너배인 빳떼리를 고무줄로 묶어 사용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적부터 심야방송의 청취자였던지라 옆에서 주무시는 부모님 몰래 귀에 바싹 대고 듣다가 아침에 어머니에게 들켜 라디오약 빨리 달린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저의 감성을 키운 8할은 이때의 음악이었습니다. 이어폰을 만난 것은 그후로도 오랫동안이었습니다.

니르바나 2005-01-1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은 장난꾸러기입니다.

확실한 것은 정신적으론 분명히 제가 스텔라님보다 연하입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았으니까요. ㅎㅎㅎ
 

근년에 들어와 생긴 일임에 틀림없는 일 하나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 글을 연다.

우리 부부가 나란히 연속극을 들여다 보는 일이 드물지만 어쩌다 보는 경우

십중팔구 극의 내용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오래도록 장수하는 탤런트의 얼굴을 보며

목과 눈가에 주름하나 없는 모습에 신기해하며 분명히 보톡스를 맞았을 것라고 입장단을 맞춘다.

 

화상도에 관한 신기술이 늘어나서 없던 나무의 잎맥도 살아나는 판에 아무리 두껍게 분장한다 한들

얼굴에 깊숙히 패이는 세월의 노래를 그들이라고 어찌 피해 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보톡스 한 방 맞았다는 이야기 말고는 의심가는 연예인들에게서

이 때까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한국인들이 자랑하는 배우 안성기씨의 얼굴에 그려진 주름을 생각하면 의문은 의혹 수준으로 자란다.



 

어제는 낸시 마이어스 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물론 집에서 DVD 타이틀로 보았다. 지난 연말 알라딘에 주문해서 받아 두었던 것이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SOMETHING'S GOTTA GIVE'

가장 미국적인 배우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키아누 리브스가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의 내용은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낸시 마이어스류 러브스토리이다.

 

앞서 왜 남의 얼굴에 없는 주름과 보톡스 이야기를 꺼냈는고 하니

어제 본 이 영화속 인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영화는 그냥저냥 볼 만한 영화였는데 내가 놀란 것은 오랫만에 만난 여자 주인공 다이앤 키튼 때문이다.

보톡스의 원조격인 할리우드의 여배우들과 달리 그의 목과 눈가에 있는 주름이 한 눈에 확 들어왔다.

영화속에서 성공한 극작가로 나오는 그녀는 자주 키보드를 두드렸는데 손등을 본 순간

조금 과장해서 놀라 자빠질 뻔 했다. 그것은 노인의 손에 다름 아니었다.

다이앤 키튼이 대부에 나와 알파치노와 연기하던 시절을 따져보니 그럴 만도 한 일인데

나는 한국의 장수하는 탤런트의 얼굴만 보아 왔으니까 

의례히 주름 한 점 없겠거니 하고 무의식에 기대고 있었던 것이다.

 

왜 우리나라의 탤런트들은 주름을 안 보이려 애쓰는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젊어 보이는게 좋은 것 아니냐고 그들은 항변할 것이다.

나는 이런 이유로 그들의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드라마 속 노년을 그리려면 그에 걸맞는 분장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외계인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허구헌날 인구 대비 0. 0000001%나 있는  재벌2세쯤 되는 인물들만 등장시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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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1-0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전 주름없는 얼굴이 더 이상해요. 다이앤 키튼 얼마나 근사해요? 안성기도 그렇고. 우리나라 드라마는 아직도 너무 어려요. 디테일도 그렇고.

요즘 아침 드라마(저는 잘 안 보지만 어쩌다), KBS2의<용서>라는 드라마를 보면 꽃미남 하나 나오드라구요. 그냥 꽃미남이면 느끼남과인데 이 사람 인상이 어찌나 선하게 생겼는지 눈가에 주름이 굵게 잡히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더라구요. 이름이 뭔지 몰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난 그 사람 나중에 인기 좀 있다고 해서 주름없애는 수술이나 받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니르바나님도 눈가에 주름잡힌 게 얼마나 멋있습니까? 앗, 저 사진은 아인슈타인 할배였지!>.<;;

stella.K 2005-01-0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2010

좋은 숫자 같아서요. 2020 때 잡아드리면 좋겠는데...^^


하얀마녀 2005-01-0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62020

그래서 제가 잡았습니다. 히힛


부리 2005-01-0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니르바나 2005-01-0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벌 2세이신 부리님을 생각 못하고 이런 글을 쓰다니 저야말로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부리님

니르바나 2005-01-06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인간의 욕심인가요. 세자릿수에 머물러 있을 때는 네 자릿수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하얀마녀님, 고맙습니다.

니르바나 2005-01-0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때문에 압박을 받으며 이 글을 씁니다. 스텔라님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곱고 그러면 더 좋겠지요.

stella.K 2005-01-06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우~ 하얀마녀님 잘 하셨어요.^^

로드무비 2005-01-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효봉 스님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 전해듣고 잠시 건너왔습니다.

서재 안 들어오고 책만 읽는 생활도 괜찮네요.

제가 워낙 중독 성향이 강한 인간이라 뭐든 재미붙이면 도를 넘거든요.

새해 벽두부터 하루에 두서너 시간씩 컴 앞에 앉아 있는 꼴이 싫어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보톡스 이 글 재밌네요.

우리 가족이 극장 가서 본 영화랍니다.

딸아이가 한동안 그 얘길 꺼내 곤란했죠.

잭 니콜슨이 팬티도 채 못 입고 난리 피우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나봐요. ㅎㅎ

주말에 날씨가 무지 추워진답니다.

가족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니르바나 2005-01-0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귀있으신 분은 다르시군요. 로드무비님

효봉스님의 말씀도 척척 들으시구요.

비로그인 2005-01-0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젊은 나이에 주름 걱정을 하고 있었던 제가 한심하게 느껴지네요.

늙어가는 것. 흙으로 지음받은 피조물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일텐데 말이죠.

니르바나 2005-01-10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의 주름 걱정이 신선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운명까지 이야기 하실 것은 없을 듯 싶어요. 너무 심각해요. ㅎㅎ

그저 재미있게 읽으라고 올린 글입니다. 체셔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