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것은 아주 오래 전 일이다.
대박났다는 영화는 일부러(?) 안 본다.
제목을 들어보면 '쉬리' '친구' '공동경비구역'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등
이 가운데에는 설날, 추석때 TV로도 보지 않은 것이 있다.
나는 CGV같은 집적영화관에도 간 적이 없다.
왜 그럴까?
영화를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하는 편인 내가 왜 이러나 생각해보니
성수대교가 끊어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리고, 대구지하철이 불타서 수 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서
제 목숨대로 못 살고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일종의 폐쇄 공포가 생겼는가 보다.
영화관에서 불이 나면 안 되겠지만 우리나라 소방시설을 보면 화성 씨랜드 수준을
아직도 못 벗어나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고
소 잃고도 외양간은 못 고치고 있는게 현실이 아니던가 싶다.
물론 영화 시작 전의 설레임같은 영화관이 주는 감격은 없지만 비디오 테입을 대여해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짱쯔이'
드물게 본 영화 중에 장예모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를 보며 햇살에 비춰지는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한 적이 있다. 걸어가는 선생님을 뒤따라가며 황량한 시골길을 달리는 모습도 기억난다.
초입부에 낭낭한 본토 중국어 발음도 인상적이어서 녹음해서 중국어가 주는 음악같은 말들을
감상하기도 했다.
그 후 '와호장룡'에서 보았으나 이 때 받은 감동에 따르지 못한 것을 보면
지극히 나 개인적인 느낌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