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에게 김학철 선생님은 이런 존재입니다.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던 <김학철평전>의 연보를 살펴보니
김학철 선생님은 저와 같은 항렬의 집안 어르신이었습니다.
그리고 월북 과정에서 만나 나중에 부인이 되신 부평사람 김혜원여사와 결혼하시고
이 책의 저자이신 김해양 선생을 출생하신 곳, 부평은 제가 성장하고 놀던 곳이었습니다.
해방이후, 우리 현대사에선 유사 공산주의자, 민주주의자들이 권력을 잡고
오히려 대중 인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는데
정작 선생님 같은 순정한 분들은 이리저리 치이며 뼛골에 恨만 사무치게 만들었습니다.
남과 북의 독재자들 때문에 중국으로 망명해야 했던 김학철 선생님께서
1987년 민주화와 한중 수교 이후 아주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하셔서
보성고 후배인 소설가 조정래씨를 만나 텔레비젼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때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을 상찬해 주시던 모습이 생각나는군요.
보성고 선후배 사이라 더 정답게 대화를 나누셨던 기억도 나구요.
좋은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그중 뚜렷이 기억에 남은 것은,
많은 인사들이 선생님을 대접한다 해서 유명한 호텔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 받았지만
정작 가장 맛있게 드신 것은 대학로에서 먹었던 컵라면이었다는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더 이상 컵라면을 드실 수 없는 저 세상으로 가셨지만
그래서 저에게 맛있는 컵라면은 오로지 김학철선생님을 위해서입니다.
그후, 적십자병원인가에 입원하셔서 노구를 힘들어 하셨던 안타까운 모습도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기사 검색을 통해서 김학철 선생님이 중국에서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보았습니다.
태항산 전투의 투사 김학철 선생님의 순결한 삶에 고개 숙여 조의를 표했습니다.
올해가 한중수교 33주년이라니 아주 오래 전 중국과 정식 수교 전인 1988년,
김학철 선생님이 버젓이 살아 계신데도 불구하고 출판사 풀잎에서 선생님의 책을 출판하였습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1987년 있었던 629선언과 1988년에 개최된 88올림픽의 영향으로
비록 중국의 출판물이고 저자와 정식계약을 하지 않아 일종의 해적 출판이지만
당국에서 눈감아 준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이후 창비와 문학과지성사 등의 출판사에서 김학철 선생님의 저작들이 나오다가
2001년 김학철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2006년 상,중,하 3권의 격정시대가
실천문학사에서 나오는 것으로 끝나게 됩니다.
출판 계약 문제인지, 책에 대한 수요가 없어선지 한동안 새로운 김학철 선생님의 저작이 국내에선
나오지 않고 선생님이 생존시 거주하시던 지역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다시 출판되어
저는 수입판으로 몇권을 구매하였던 적도 있습니다.
오래 전 <격정시대>(풀빛)가 해적판(?)으로 저자 동의도 없이 출판되었을 때 읽고나서
아주 커다란 감동을 먹어 이후 출판된 선생의 저작물들을 빠짐없이 찾아 읽었습니다.
김학철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창작과 비평사에서 전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았는데
정작 현재는 보리출판사에서 <김학철 전집> 전체 12권 중 7권이 출간되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진행형인 <김학철전집>의 나머지 5권도 빨리 현물대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