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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등장과 함께 뜨거운 관중의 박수소리 가운데 받은 꽃 한송이.
그 목을 꺽어 드레스의 V자 계곡에 척하니 꽂으며 노래를 시작하는 마리아 칼라스의
함부르크에서의 1962년 공연을 담은 DVD를 보며 잠깐 회상에 잠긴다.
마리아 칼라스
그녀가 이 세상을 뜬 것이 1977년 일이니까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일본공연에 덤으로 끼워 넣기식으로 성의 없는 공연 투어의 성격과
국내에서 치루어지는 연주회 자체가 터무니 없이 적어서 이런 말이 생겼겠지만,
지금도 들으면 이름이 낯설은 '내한 공연'을 하러 한국을 찾은 그녀가 음악회에 내건 조건들 중에
사진촬영 금지와 카세트 플레이어 반입금지란 이야기를 듣고서 지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길래
저리 수선을 떠나 생각하며 당시 그녀의 공연 자체에 관심도 없고, 노래도 모르던 나는
마리아 칼라스가 그저 시건방진 성악가라는 선입견만 가지고 있었다.
이후 재클린 케네디의 재혼 소식때문에 가십으로 더해지던 오나시스와의 염문 등 가끔 뉴스거리만
내 관심권에 있었으니 정작 그의 노래를 들은 것은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들은 음악평론가들의
호들갑스런 추모 방송쯤이었을 것이다.
오페라 자체가 주는 생경함이 싫어 아리아를 듣는 쪽보다는 관현악을 듣는 편을 좋아 했던 내가
최근에 고전음악을 찾아 듣다가 선택한 첫 성악가가 바로 마리아 칼라스이다.
지난 시절 시거나 떨지나 말지 하고 욕은 해댔으나 껄적지근한 것이 목에 걸려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고인의 예술에 대한 예의로 정색을 하며 자세를 바로 잡고 그녀의 정열을 맛보고 있다.
이번에 들으며 새롭게 느낀 것은 입안에 무엇을 물고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 점이다.
틀니를 끼고 노래했을 리가 없을텐데 이상한 일이다. 내 귀가 문제가 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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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방송반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많이 듣던 주세페 디 스테파노와 공연을 많이 했다는
사실도 이번에 산 음반내 속지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더불어 그녀가 겨우 쉰 셋의 나이에 사망했다는 글을 읽고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지금까지 내 기억속에서는 70살이 넘어 늙어 죽은 것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요즘 나는 20세기 최고의 프리 마돈나라는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를 물리도록 들으며 지내고 있다.
나는 왜 매양 뒷북만 치고 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