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희는 내게 아이유다.

가수 박인희, DJ 박인희라 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모르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 박인희의 인기는 지금의 아이유 인기를 상회할 정도였다.

뚜아에무아 라는 혼성뚜엣으로 3장의 음반을 내고 이후

솔로 가수로 전향한 후에 불렀던 <모닥불>이란 노래는 전국의 모든 학생들의 노래가 될 정도로

엠티를 가거나 해수욕장에 놀러간 학생들이 둘러앉아 기타 반주에 맞추어 함께 부르곤 했다.

정작 가수 활동보다 박인희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동아방송 3시의 다이얼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디스크자키 활동이었다.

지금 휴대폰 문자로 음악방송에 희망곡을 신청하는 것처럼

그때는 대부분의 음악방송을 우체국엽서로 신청한 희망곡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했는데

생방송 도중에 간간이 일반전화로 희망곡을 받아 방송국 전화통이 불나게 만들었다.

전화기가 있는 집들이 많지 않은 시절이라 주로 서울에 잘 사는 집 친구들 차지였지만.

나도 관제엽서(?)에 희망곡을 적어 3시의 다이알에 보내 사연이 채택되기를 기다리며

손바닥만한 소니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귀를 쫑긋 매달았던 적이 많이 있었다.

내가 신청한 곡을 맑고 고운 박인희의 목소리로 읽어주면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인천에 사는 ***님이 신청한 CarpentersHeather 듣겠습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갖게 된 팬심은 오로지 박인희뿐이다.

그래서 박인희는 나에겐 아이유 이상이다.

그 박인희님이 오래 전 발표했던 수필집과 시집을 모아 다시 출간하였다.



 












박인희 시, ’얼굴입니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싶다는

보고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 버린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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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0-03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인희 씨 좋아하시는군요. 진짜 은쟁반에 옥구슬이죠? ㅎ 얼마전 TV에 나왔는데 많이 늙었더군요. 목소리도 파리하게 많이 떨리고. 그래도 참 지적여 보이는게 멋지게 늙는구나 했습니다. 캐나단가 어디 살고 있는데 콘서트를 위해 잠시 귀국한거더군요. 정말 가수활동은 오래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어요. 그죠?

니르바나 2024-10-03 17:26   좋아요 1 | URL
네. 니르바나가 인생 처음으로 팬심을 가지고 좋아한 가수입니다.
가수들이 노래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바이브레이션이 거의 없는
플랫한 순수한 목소리가 저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흑백 TV 시절, 솔로 음반을 내고 아주 가끔씩 방송에 나와 노래를 불렀는데
그런 가수 활동도 몇년 밖에 안하고 이후론 DJ로만 활약하셨습니다.
은쟁반에 옥구슬이라면 오래 전 성우 고은정의 목소리로 대표되는 목소리이고
박인희씨 목소리는 맑고 투명한데 좀 서늘하고 그러면서 듣다보면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이를테면 성우 김세원씨 스타일이었죠.
저도 잠간 스텔라님이 보신 방송을 유투브로 보고 나중에 보려고 동영상을 보관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35년만에 있었던 <박인희 컴백 콘서트>만 해도 목소리가 과거 박인희씨의 노래와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 이번 방송을 보니 박인희씨 목소리에 힘이 빠져 음정이 많이 떨리더군요.
아쉽지만 지난 9월에 연세대 대강당에서 있었던 콘서트가 사실상 마지막 박인희콘서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박인희씨를 아끼던 팬 입장으로는 많이 아쉽습니다. ㅠㅠ


yamoo 2024-10-07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질은 언제 어디서나^^
덕질이 재밌는 줄 요새 새롭게 알아가고 있슴돠~~ㅎㅎ

니르바나 2024-10-07 18:57   좋아요 0 | URL
yamoo님, 반갑습니다.^^
그렇죠. 덕질도 인생사는 즐거움 가운데 큰 즐거움이죠.
진짜 좋아하는 것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으시다니 참으로 즐거운 인생이십니다. ㅎㅎ
 
















9월 날씨로 역대 최고의 열대야 타령한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집중 호우 끝에

아침 저녁으로 가을에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며 부는 으스스한 바람, 소슬바람이 불어

체감상으로 족히 10도는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씨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뜬금없이 최창호 음악선생님은 음악 시간에 나운영 작곡의 이 노래를 이중창으로 연습시켰습니다.

월요일이면 학교 운동장에서 행해지는 전교생 조회에 이 노래로 합창할 거라고.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해서 교장선생님 훈화로 이어지는 것이 월요조회의 지겨운 루틴이었는데

몇 주후 선생님의 지휘로 이 노래를 합창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날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운동장을 울려 퍼지던 2,000명의 남성 이중창은 말그대로 장엄하였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운동장 소음에 짜증만 났던

학교 주위 주택가에 살던 분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아쉽게도 단 한번뿐이었던 대합창 퍼포먼스는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살아 남았습니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 아 가을인가 봐

물동에 떨어진 버들잎 보고

물 긷는 아가씨 고개 숙이지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 아 가을인가 봐

둥근달이 고요히 창을 비추면

살며시 가을이 찾아오나 봐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 아 가을인가 봐

가랑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살며시 가을이 찾아오나 봐






가을이라고 해서 특별히 찾는 음악은 없지만 유투브 동영상을 보다가 생각나서

요 며칠 계속해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만 듣고 있습니다.

여름에 감상하기엔 가을이 더 안성마춤인 곡들이 브람스의 음악인 것 같기는 하네요.

집구석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보면 몇장 더 나오겠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들었습니다.


















박목월 시인의 시 이별의 노래도 생각나는군요.

깊어갈 새도 없이 훅 가버리는 짧은 가을날을 만끽하시면서 한번 불러보세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 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너도 가도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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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28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기억력 좋으시네요. 2천명이 떼창을 했으면 정말 볼만했겠습니다.
지금은 천명되는 학교가 없겠죠?
정말 지금 생각하면 학교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왜 좋은 줄
몰랐을까요? ㅎㅎ

조성기 작가가 꾸준히 작품내고 있었네요.
오래 전 <야훼의 밤>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 작품활동은 안한 줄 알았습니다.
왜 그렇게 조용한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온난화 때문에 가을이 짧아진 게 아니라 겨울이 짧아졌죠.
얼마 전 벚꽃이 피었다고 하는데 마냥 좋아할 수는 없겠더군요.ㅠ

니르바나 2024-09-29 18:34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두살 때인가 엄마 품에 안겼던 기억까지 했다는 톨스토이까지는 어림없지만
학창 시절 있었던 일, 그것도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일까지 기억하지 못해서야 되겠어요.ㅎㅎ
학생수 천명을 말씀하시니까 덧붙이자면 니르바나가 다녔던 국민학교는 학생수가 6천명 정도 되었지요.
그래서 교실이 부족해서 3학년까지 2부제 수업을 했고 교실 입구에 두개의 반이 표시되어 있었구요.
니르바나는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랍니다.
학교에 다닐 때가 가장 좋은 때죠.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 먹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공부만 하면 되니까 인생에서 가장 호시절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그 시절만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으니 참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ㅎㅎㅎ

조성기 작가는 초창기에는 오늘의 작가상, 이상문학상도 받고 좋은 소설을 여러편 냈는데
중간에 신학 공부를 하고 목회한다고 작가 활동을 오래동안 쉬면서 거의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가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 이후 다시 소설을 창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지만 원래부터 봄과 가을은 그리 긴편이 아니었죠.
여름 겨울 사이에 지내기 좋은 낀 계절인 셈이죠.
지구의 온난화가 만든 올 여름 날씨처럼 다가올 기후변화가 무섭습니다.ㅠㅠ


 
















내가 책, 구체적으로 작가나 저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생각해보면 뜬금없고 어이가 없다.

예를 들면 한번은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났다.

 

척 보면 다 알 것 같은 우리 동네, 인천 서구가 오래전

건너라고 불렸다는 건 얼마 전에야 알았다. 지금은 동네 어

디에도 그 흔한 도랑 하나 없는 터라 의아했다. ‘건너라는

단어도 흘러들을 수 없었는데 거기에 변두리, 외곽, 낙후라

는 뜻이 들어 있음을 단박에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말을 해준 사람에게 왜냐고 묻는 대신 화제를 돌려버렸다.”

 

수십년 전, 동네 아이들과 만나면 구슬치기, 딱지치기, 자치기나 공놀이를 하다가

그것도 싫증나면 바람난 들개들처럼 어디를 가볼까 궁리하다가

그 중 목소리 큰놈이 주장하면 나머지 똘똘이들은 군소리없이 따라서

자유공원, 월미도 갯뻘, 만석부두 등 여기저기를 검정고무신을 신고 무작정 걸어서 쏘다녔다.

그 이유는 주머니를 털어봐야 먼지만 있고 돈 한푼이 없으니 그래도 목적지까지 갈 때는 좋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기운이 쭉 빠져 천근만근 무거운 걸음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던 기억이 난다.

왜 비싼 밥먹고 그 짓을 했는가 생각해보니 동네가 해방촌이라 집안에 책한권 없는 집이 부지기수라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은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그런 어느 날 그 똘똘이들이 오늘은 어디를 갈까 머리 굴리다가 한 놈이 말했다.

야 오늘은 개건너(개 건너가 아니다)가자.

김금희 작가가 표현한 개 건너는 문장 작법이고 우리에게는 다만 지명일 뿐이어서

개건너는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생긴 그냥 인천에 흔한 갯뻘 동네일 뿐이었다.

개건너 가서 뻘에서 놀다가 물에 들어가 수영하고 뻘 속에 빠진 흙고무신을

바닷물에 흔들어서 대충 닦고 젖은 옷을 말리며 집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김금희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소설가 가운데 한사람이였는데

이 단락안에 개 건너를 만나고 나니 갑자기 작가에게 애정이 뿜뿜 샘솟는 기분이 들어

작가가 집필한 소설과 수필집을 찾아 읽게 되었다는 말이다.


















 



                            
























내가 책, 그 가운데 소설을 선택하는 기준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말하자면 알라딘 서재에서 만났던 알라디너들이 쓴 소설들이다. 나름 애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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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12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가요? 전 알라디너들중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소설을 냈을 줄 몰랐네요. 김이설도요ᆢ? 근데 김금희 작가는 개 건너를 무슨 뜻으로 썼을까요?
어렸을 적 제 살던 동네도 개천이 있었는데 그게 얼마 안 있어 다 메워지더군요. 그런 게 있었다는 게 지금은 참 그리워지더군요.

니르바나 2024-09-12 22:20   좋아요 1 | URL
알라딘 서재 초창기 때 알라디너 중에 많은 분들이 신춘문예를 준비하며 습작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소설 뿐 아니라 여러 장르에 예비작가들이 있었죠.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했던 분 중에 생각나는 세 분만 거론해 보았습니다.
김금희 작가가 쓴 ‘개 건너‘는 제가 언급한 개건너와 같은 지역을 이야기 합니다.
향토사학자의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개는 갯가 또는 갯뻘이고 건너는 말 그대로 건너편을 말합니다.
예전 인천의 중심이었던 동인천 쪽에서 보자면 갯벌 건너편 동네가 김금희 작가가 말한 서구쪽입니다.
스텔라님이 말씀하신 개천은 開川인데 하수도가 정비되면서 도심에서는 사라졌지요.
서울 금싸라기 땅값 때문에 작은 개천들은 도로밑 하수도로 숨어들었고
몇개의 대형 개천만 청계천과 같이 재정비되어 남아 있는 셈이지요.
 















김학철전집 5권, <항전별>이 작년 7월에 출간되었으니 1년이 넘게 후속편이 나오길 기다리고 고대하며

거의 300번 이상 검색한 끝에 어제야 6권, <사또님 말씀이야 늘 옳습지>를 화면상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7월 19일 출간예정이라 당연히 지금은 예약판매중입니다.

그 동안 왜 이렇게 이 책이 나오길 목매달았냐 하면 한국 출판계는 전집을 일시에 간행하지 않는 경우,

출판사 사정에 의해 출간 자체가 도중에 엎어지는 일을 너무나 많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영세한 출판사가 아니라도 앞의 책의 판매가 부진할 경우 다음 책을 출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겠지요.

일단 경기가 극도로 불경기인데다 스마트폰에 눈을 박고 유투브만 들여다보는 사회다보니 

책을 읽지 않고, 그래서 팔리지 않는 악순환 구조가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김학철전집이 보리출판사에서 한권 한권 나올 때마다 마음으로 응원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일단 5권, <태항산록>을 출간할 때 보리출판사에서 붙인 설명에 의하면 이렇습니다.



1권 | 격정시대 상

2권 | 격정시대 하 (장편소설)

3권 | 최후의 분대장 (자서전)

4권 | 항전별곡 (전기문학)

5권 | 태항산록 (소설, 산문)

∎ 나의 길 (산문)

∎ 범람 (중단편 소설)

∎ 사또님 말씀이야 늘 옳습지 (산문)

∎ 천당과 지옥 사이 (산문)

∎ 추리구의 겨울 (산문)

∎ 해란강아 말하라 (장편소설)

∎ 20세기의 신화 (장편소설)

(* 전집 출간 순서는 바뀔 수 있습니다.) 



저에게 김학철 선생님과 김학철전집이란  이런 존재입니다. 

올해가 한중수교 32주년이라니 아주 오래 전 중국과 정식 수교 전인 1988,

김학철 선생님이 버젓이 살아 계신데도 불구하고 출판사 풀잎에서 선생님의 책을 출판하였습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1987년 있었던 629선언과 1988년에 개최된 88올림픽의 영향으로

비록 중국의 출판물이고 저자와 정식계약을 하지 않아 일종의 해적 출판이지만

당국에서 눈감아 준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이후 창비와 문학과지성사 등의 출판사에서 김학철 선생님의 저작들이 나오다가

2001년 김학철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2006년 상,,3권의 격정시대가 실천문학사에서 나오는 것으로 끝나게 됩니다.

출판 계약 문제인지, 책에 대한 수요가 없어선지 더 이상 새로운 김학철 선생님의 저작이 국내에선 나오지 않고

선생님이 생존시 거주하시던 지역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다시 출판되어 저는 수입판으로 책을 구매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풀잎판 격정시대를 읽고 있는 저에게 재작년 여름부터 출판사 보리에서 김학철 전집이 출간된다는 희소식을 접했습니다.

일단 12권으로 기획된 김학철 문학전집 중 위의 책들이 한권씩 우리 앞에 출간되었습니다.

 

 

김학철 선생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남과 북 독재자들 때문에 중국으로 망명해야 했던 김학철 선생님께서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을 찾아오셔서

조정래 작가와의 만남을 텔레비젼 방송에서 보았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때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을 상찬해 주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보성고 선후배 사이라 더 정답게 대화를 나누셨던 기억도 나구요.

그후 적십자병원인가에 입원하셔서 노구를 힘들어 하셨던 안타까운 모습도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기사 검색을 통해서 김학철 선생님이 중국에서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보았습니다.

태항산 전투의 투사 김학철 선생님의 순결한 삶에 고개 숙여 조의를 표했습니다.

이제 보리판 김학철 전집으로 다시 읽으며 김학철 선생님의 시간을 따라가 봅니다.


(추신)

김학철 전집에 첫 추천사를 붙여주셨던 신경림 시인께서 지난 5월 22일 향년 89세로 돌아가셨음을 슬퍼합니다.

이제는 그곳에서 전집이 완간되기를 바라며 김학철 선생님과 함께 즐겁게 교유하시고 있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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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10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마음에 들어왔더니 이런 작가가 계셨네요. 덕분에 또 배우고 갑니다.
아직도 덥네요. 이제 앞으로의 여름 더위는 작년이 낫어하며 보내게 될 거라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작년 오늘에도 덥다고 징징댔던 걸 알라딘이 가르쳐 주네요. 그래더니 니르바나님이 아무리 더워도 추석지나면 더위도 사라질 거라고 말씀 하셨구요. 그 추석이 이제 일주일 남았네요. 니르바나님은 여간해서 글 잘 안 남기시니까 미리 인사드려요. 올해도 여름 지내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 추석도 좋은 분들과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십시오. 가끔 이렇게 소식 전해주시고요. 고맙습니다.^^

니르바나 2024-09-11 11:38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참 반갑습니다.^^
김학철 작가님의 책을 한권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이 기회에 꼭 한번 읽어보세요.
저도 오래 전 김학철 선생님을 작품으로 만났을 때 연변 출신의 소설가라 해서 갸우뚱 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책 속에서 중국에서의 치열한 항일무장투쟁 독립운동을 기반으로 한 소설 내용에 순전한 조선인 정신 등
여러가지로 감동 감동을 받았습니다.
스텔라님은 자주 글을 올리니 여름철 한더위를 가끔씩 글 소재삼아 언급하셨죠.
니르바나는 더위를 잘 이겨보시라 덕담삼아 댓글을 달아겠구요.
정말 추석연휴가 채 일주일도 안 남았네요.
니르바나가 거의 일년만에 페이퍼를 만들게 되는데는 스텔라님의 무언의 응원이 큰몫을 하셨습니다. ㅎㅎ
약속은 못하지만 가끔 페이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이 기회에 미리 스텔라님께 추석 인사 드리겠습니다.

스텔라님,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빌겠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이것은 나의 베르사체,

오페라 작곡가 루쩨로 레온카발로가 팔리아치에서 내게 노래하였습니다.

의상을 입어라!

. 그래서 거금 5만원씩이나 들여 마련한 의상들입니다.

북커버의 필요성을 못느끼다가 한번 사용해 보았더니 그냥 책만 들고 읽으면

맹송맹송한 기분이 다 들더군요.

평소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남에게 표지를 보일 일도 없지만

외출할 때 가지고 다니면서 읽으면 간지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서 가장 아끼는 내 아가들(?)에게 이 베르사체를 감싸줍니다.

그러면 책을 읽는 마음 자세도 자연스레 경건해지고

책에 담긴 내용이 제 마음과 머리속에 아롱다롱 새겨지는 듯 싶습니다.







이것은 나의 구찌,

이 책상과 의자 그리고 독서대는 나의 사상을 담는 명품 가방이기 때문입니다.

, 이것들은 사랑하는 저의 어머님께서 아들에게 사주신 위대한 유산들입니다.

책상과 의자를 집에 들이고 사진 속처럼 풍경을 담백하게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물건들이 점령해서 제 안중을 어지렵히고 있습니다.

깔맞춤으로 찬조출연한 데스크 매트도 물론 내돈내산입니다.

오늘 내 구찌에 담을 사상은 무엇일까 자못 기대됩니다.







지난 4월 말 <백낙청 회화록> 8권이 새로 나왔습니다.

대담, 좌담, 토론 등 여러가지 이름이 있는데 서명으로 회화(會話)라는 이름을 붙인 간행의 말로,

 

대화라는 형식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진술하는 수사법과 대립되는 방법으로서 

예부터 진리 발견의 절차로 주목되어왔습니다

그리고 좌담은 동아시아 근대 저널에서 독자들에게 순발력 있는 대화의 흥미를 안겨주는 

부담 없는 읽을거리이자, 참여자들의 대등한 의견교환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형식이어서 널리 활용되어왔습니다.

선생은 이런저런 형식의 이야기 나눔을 통칭하여 '회화'라고 일컫기를 즐겨하는데

요즘 이 낱말은 외국어 회화에 국한되어 쓰이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원래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어온 말이고,

'대화'처럼 진리 발견의 한 수단인 동시에 더 격의 없는 어울림을 연상케 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참고로, 나의 베르사체를 입은 책들은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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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3-05-19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

니르바나 2023-05-20 00:41   좋아요 1 | URL
라로님, 반갑습니다.^^
별거 없는데 엄지 세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stella.K 2023-05-19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니르바나님 다시 뵙습니다.
이제뵈니 단순한 독서가가 아니네요. 호사가이십니다. 대단하세요.
진정한 독서가십니다!
구찌, 베르사체에서 북커버가 나오는 줄은 몰랐습니다.
존경합니다.ㅠㅠ

니르바나 2023-05-20 03:51   좋아요 2 | URL
스텔라님, 안녕하세요.^^
4월을 건너 뛰었지만 한달에 한번이라도 흔적을 남기려고 페이퍼를 만들었습니다.
역시 스텔라님이 니르바나를 제대로 보셨네요.
맞습니다. 스텔라님 처럼 읽은 책을 명품 리뷰로 남기지 못하고 그저 이런 일을 호사로 즐길 뿐이지요.
책 사는 일을 진작에 그만 두었더라면
제 몸에는 베르사체 슈트를 빼입고 아내에게 루이비통 가방 열개는 더 선물해 주었을겁니다.
그런데 뭐 존경까지는 좀 그렇구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입니다. ㅎㅎㅎ

얄라알라 2023-05-21 22:28   좋아요 2 | URL
제목 보고 바로 클릭했는데
이렇게 고급스러운 북커버들을 영접하게 될 줄은^^

니르바나 2023-05-22 16:13   좋아요 2 | URL
얄라알라님 처럼 품격있는 독서가에게 맞춤정장 같은 고급 북커버입니다.
한마디로 가성비 최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