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꼭 한번씩 찾아 보는 영화가 있습니다.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과 여름에 찾는 영화가 이것이라면 겨울에는 나카야마 미호의 <러브 레터>가 남아 있네요.

이 영화를 보다보면 또 한해가 가고 있구나 생각할 뿐입니다.

2026년 8월의 마지막 주말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첫 대사)

"내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가버린 텅 빈 운동장에 남아 있기를 좋아했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사진 속 주인공 한석규의 소박한 책장을 유심하게 들여다보았습니다.

대충 이런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제목 중심으로)


















영화를 감상하다가 만난 책은 그래서 더 반가웠습니다.

영화보다는 책을 더 사랑하는 자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마지막 대사)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6-08-30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겡끼데스까!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는 2년전 세상을 떠나셨네요.

니르바나 2026-08-31 00:00   좋아요 1 | URL
잉크냄새님, 오겡끼데스까!
좋은 연기로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너무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가셔서
오이시! 라고 말하던 다케우치 유코와 함께 새 작품을 볼 수 없는 배우가 되었지요.

stella.K 2026-08-30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8월의 크리스마스 봤는데 한석규의 책상에 저런 책들이 꽂혀있었던가요? 너무 오래되서 기억도 안 나네요. 저 김형경의 세월은 저도 읽었네요. 자신의 이렇게 가감없이 쓰다니! 굉장히 인상 깊었죠. 한동안 열심히 썼던 것 깊은데 더 이상 안 써서 아쉬운 작가죠. 제가 <미망>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근데 저렇게 멋지게 개정판이 나와주니 독서 여부를 떠나서 탐나네요. ㅎㅎ

니르바나 2026-08-31 00:03   좋아요 1 | URL
1998년 작품이라 오래된 영화이긴 합니다.
소품으로 마련된 책장이라서 이 영화에서 큰 의미가 없는 책들이지만
텔레비젼이 되었건 영화가 되었건간에 영상 속에 나온 책장은 일부러 정지화면으로 잡아놓고
유심하게 들여다보는게 니르바나의 취미입니다.
김형경씨가 작품활동을 안 하는군요. 아쉽네요.
<미망> 새 개정판을 보니 박완서 선생님 큰따님이 어머니의 작품을 잘 관리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바람돌이 2026-09-05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영화 속 책장을 보는 방법도 있다니 뭔가 신박한거 같아서 막 열심히 더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손자병법도 보이고, 오싱도 보이고.... 이거 모두 제가 어릴 적 매우 유행했던 책이라 저도 다 읽었는데 말이죠. 특히 오싱은 제목도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시 보니 왠지 반갑네요. ㅎㅎ
저는 영화를 다시보기는 거의 안 하는데 이렇게 영화 다시보기를 하면서 계절과 시간을 느끼는 방법도 좋네요.
아 가을에는 무슨 영화를.....

니르바나 2026-09-05 18:33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안녕하세요.
책을 좋아하는 니르바나의 영화보기쯤 되겠습니다.

여기에는 저의 습관이 숨어있죠.
조금 과장하면 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많은 이 세상의 영화, 드라마, 노래.
그리고 알라디너들이 좋아하는 책처럼 수없이 많은 것들을 다 보고 들을 수 없어서
나름의 규칙을 세워 문화편식을 하는거죠.

책을 제외한 신작 영화나 드라마, 노래를 거의 보거나 듣지 않고 아주 가끔씩 감상하는 겁니다.
이를테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미술품 컬렉션하듯
항목을 만들어 저장하고 반복해서 감상하는 거지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없으니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생각하면서요.
그래서 저의 리스트에 <내 인생의 책100>을 만들어 한권씩 채워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52권)
남은 인생에서 48권을 만드는 독서 여정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죠.

바람돌이님과 다르게 거의 영화 다시보기만 하고 사는 니르바나가 그나마 찾아보는 영화는
책과 관련된 영화입니다.
*언젠가 책 읽는 날(다나카 유코)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키쿠치 아키코)

아쉽게도 아직 가을편 영화는 선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 그리운 이여!

이름을 다시 불러봅니다.


백기완 선생님!

명진 스님!









죄는 인간의 견해다.

죄를 사했다는 것은 인간의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버리면 비워진다. 그것이 생각이 바꾸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다 자기의 세계관으로 바라본다. 자기의 견해로 바라본다. 그러나 누구의 견해도 옳지 않다.

나라는 프리즘(에고)를 통해 들어오면 잘못된 견해가 되며 내가 예수가 되고, 내가 부처가 되야한다.

죄는 살인죄, 강간, 강도죄가 죄가 아니라

내(에고) 내가 갖는 고정된 관념이 죄다.

그러므로 죄사함을 받는 것은 내가 갖는 잘못된 관념, 관점을 없애 버리는 것이다.

기독교의 죄는 불교의 업장이다.

업이란 무엇이냐. 그것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견해다.(명진 스님)




보조(普照)선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단지불회 시즉견성 (但知不會 是卽見性),

즉 다만 알지 못할 줄만 알면 이 곧 견성이다.˝

 

다만 아는가 알지 못할줄을 그것이 진리를 본 것이다.(명진스님)

 

원리전도몽상(遠離顚倒夢想)은 반야심경의 구절로,

거꾸로 된 꿈같은 생각(전도몽상)을 멀리 떠나야(원리)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중생이 실상을 보지 못하고 번뇌로 인해 세상을 왜곡하여 인식하는 상태를 벗어나

깨달음(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원리전도몽상 ㅡ멀리 버린다. 나의 잘못된 세계관을 그것이 구경이고 열반의 자리다.

나를 묶어놓은 것으로 부터 벗어나야한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날아와도 허공에 흔적이 남지 않고

천 년 물에 씻긴 바위의 모습이 오히려 더욱 뚜렷하구나

누가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묻는가

간밤 눈 덮인 산에 산새 울음소리가 그윽하구나

(니르바나가 만난 명진 스님의 오도송입니다)




도반, 수경스님에게 묻습니다.

"워뗘, 지금 기분이?"









생사의 길은
여기 있으매 두려워지고
나는 간다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느냐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서
가는 곳을 모르는구나
아 미타찰에서 너를 만나볼 나는
도를 닦아 기다리련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차트랑 2026-08-27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미타불.....

니르바나 2026-08-27 19:16   좋아요 1 | URL
관세음보살.....

stella.K 2026-08-29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저 사진에 니르바나님도 계신가요? ㅋ

니르바나 2026-08-29 17:49   좋아요 1 | URL
아니요. 니르바나는 저 사진 속에 없습니다.ㅋㅋ
 



박인희는 내게 아이유다.

가수 박인희, DJ 박인희라 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모르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 박인희의 인기는 지금의 아이유 인기를 상회할 정도였다.

뚜아에무아 라는 혼성뚜엣으로 3장의 음반을 내고 이후

솔로 가수로 전향한 후에 불렀던 <모닥불>이란 노래는 전국의 모든 학생들의 노래가 될 정도로

엠티를 가거나 해수욕장에 놀러간 학생들이 둘러앉아 기타 반주에 맞추어 함께 부르곤 했다.

정작 가수 활동보다 박인희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동아방송 3시의 다이얼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디스크자키 활동이었다.

지금 휴대폰 문자로 음악방송에 희망곡을 신청하는 것처럼

그때는 대부분의 음악방송을 우체국엽서로 신청한 희망곡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했는데

생방송 도중에 간간이 일반전화로 희망곡을 받아 방송국 전화통이 불나게 만들었다.

전화기가 있는 집들이 많지 않은 시절이라 주로 서울에 잘 사는 집 친구들 차지였지만.

나도 관제엽서(?)에 희망곡을 적어 3시의 다이알에 보내 사연이 채택되기를 기다리며

손바닥만한 소니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귀를 쫑긋 매달았던 적이 많이 있었다.

내가 신청한 곡을 맑고 고운 박인희의 목소리로 읽어주면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인천에 사는 ***님이 신청한 Carpenters의 Heather 듣겠습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갖게 된 팬심은 오로지 박인희뿐이다.

그래서 박인희는 나에겐 아이유 이상이다.

그 박인희님이 오래 전 발표했던 수필집과 시집을 모아 다시 출간하였다.



 












박인희 시, ’얼굴‘입니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旗)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싶다는

보고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 버린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stella.K 2024-10-03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인희 씨 좋아하시는군요. 진짜 은쟁반에 옥구슬이죠? ㅎ 얼마전 TV에 나왔는데 많이 늙었더군요. 목소리도 파리하게 많이 떨리고. 그래도 참 지적여 보이는게 멋지게 늙는구나 했습니다. 캐나단가 어디 살고 있는데 콘서트를 위해 잠시 귀국한거더군요. 정말 가수활동은 오래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어요. 그죠?

니르바나 2024-10-03 17:26   좋아요 1 | URL
네. 니르바나가 인생 처음으로 팬심을 가지고 좋아한 가수입니다.
가수들이 노래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바이브레이션이 거의 없는
플랫한 순수한 목소리가 저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흑백 TV 시절, 솔로 음반을 내고 아주 가끔씩 방송에 나와 노래를 불렀는데
그런 가수 활동도 몇년 밖에 안하고 이후론 DJ로만 활약하셨습니다.
은쟁반에 옥구슬이라면 오래 전 성우 고은정의 목소리로 대표되는 목소리이고
박인희씨 목소리는 맑고 투명한데 좀 서늘하고 그러면서 듣다보면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이를테면 성우 김세원씨 스타일이었죠.
저도 잠간 스텔라님이 보신 방송을 유투브로 보고 나중에 보려고 동영상을 보관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35년만에 있었던 <박인희 컴백 콘서트>만 해도 목소리가 과거 박인희씨의 노래와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 이번 방송을 보니 박인희씨 목소리에 힘이 빠져 음정이 많이 떨리더군요.
아쉽지만 지난 9월에 연세대 대강당에서 있었던 콘서트가 사실상 마지막 박인희콘서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박인희씨를 아끼던 팬 입장으로는 많이 아쉽습니다. ㅠㅠ


yamoo 2024-10-07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질은 언제 어디서나^^
덕질이 재밌는 줄 요새 새롭게 알아가고 있슴돠~~ㅎㅎ

니르바나 2024-10-07 18:57   좋아요 0 | URL
yamoo님, 반갑습니다.^^
그렇죠. 덕질도 인생사는 즐거움 가운데 큰 즐거움이죠.
진짜 좋아하는 것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으시다니 참으로 즐거운 인생이십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25-04-08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배가 딱 제 부모님세대가 아니실까 생각됩니다.ㅎㅎㅎ 언젠가 지금 젊은 아이들이 아이유를 님처럼 추억하는 날이 오겠죠??ㅎㅎ

니르바나 2025-04-08 23:32   좋아요 1 | URL
transient-guest님이 옛날을 회고하면서 사시던 동네가 제가 어릴 적 살던 고향이라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가 송현동 수문통이 있고 바닷물이 드나들던 똥바다가 있었고
적십자병원이 있어서 영안실에서 곡하는 소리를 허구헌날 담옆에서 듣던 해방촌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자리를 뭉개고 솔빛주공아파트가 들어섰지요.
조금 걸어나가면 수도국산이 있어서 어릴 때 그 산길로 잠깐 송현성결교회도 다녔구요.
제 연배가 그렇게 되는군요. 반갑습니다.^^

transient-guest 2025-04-09 01:08   좋아요 1 | URL
저는 도화동에서 태어나서 나중에 만수동에서 85년부터 살다가 미국에 왔어요. 고향분이셨네요. 더욱 반갑습니다.ㅎㅎ

니르바나 2025-04-09 21:14   좋아요 1 | URL
인천에서 나서 사시다 미국으로 가셨군요.
오래 전 transient-guest님이 쓰신 글에 아버님에 대해 추억하시길
송현동인가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관련된 글을 썼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제 기억력이 부실한 모양입니다.
어찌됐던 동향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9월 날씨로 역대 최고의 열대야 타령한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집중 호우 끝에

아침 저녁으로 가을에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며 부는 으스스한 바람, 소슬바람이 불어

체감상으로 족히 10도는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씨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뜬금없이 최창호 음악선생님은 음악 시간에 나운영 작곡의 이 노래를 이중창으로 연습시켰습니다.

월요일이면 학교 운동장에서 행해지는 전교생 조회에 이 노래로 합창할 거라고.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해서 교장선생님 훈화로 이어지는 것이 월요조회의 지겨운 루틴이었는데

몇 주후 선생님의 지휘로 이 노래를 합창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날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운동장을 울려 퍼지던 2,000명의 남성 이중창은 말그대로 ‘장엄’하였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운동장 소음에 짜증만 났던

학교 주위 주택가에 살던 분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아쉽게도 단 한번뿐이었던 대합창 퍼포먼스는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살아 남았습니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 아 가을인가 봐

물동에 떨어진 버들잎 보고

물 긷는 아가씨 고개 숙이지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 아 가을인가 봐

둥근달이 고요히 창을 비추면

살며시 가을이 찾아오나 봐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 아 가을인가 봐

가랑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살며시 가을이 찾아오나 봐






가을이라고 해서 특별히 찾는 음악은 없지만 유투브 동영상을 보다가 생각나서

요 며칠 계속해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만 듣고 있습니다.

여름에 감상하기엔 가을이 더 안성마춤인 곡들이 브람스의 음악인 것 같기는 하네요.

집구석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보면 몇장 더 나오겠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들었습니다.


















박목월 시인의 시 ‘이별의 노래’도 생각나는군요.

깊어갈 새도 없이 훅 가버리는 짧은 가을날을 만끽하시면서 한번 불러보세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 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너도 가도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stella.K 2024-09-28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기억력 좋으시네요. 2천명이 떼창을 했으면 정말 볼만했겠습니다.
지금은 천명되는 학교가 없겠죠?
정말 지금 생각하면 학교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왜 좋은 줄
몰랐을까요? ㅎㅎ

조성기 작가가 꾸준히 작품내고 있었네요.
오래 전 <야훼의 밤>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 작품활동은 안한 줄 알았습니다.
왜 그렇게 조용한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온난화 때문에 가을이 짧아진 게 아니라 겨울이 짧아졌죠.
얼마 전 벚꽃이 피었다고 하는데 마냥 좋아할 수는 없겠더군요.ㅠ

니르바나 2024-09-29 18:34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두살 때인가 엄마 품에 안겼던 기억까지 했다는 톨스토이까지는 어림없지만
학창 시절 있었던 일, 그것도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일까지 기억하지 못해서야 되겠어요.ㅎㅎ
학생수 천명을 말씀하시니까 덧붙이자면 니르바나가 다녔던 국민학교는 학생수가 6천명 정도 되었지요.
그래서 교실이 부족해서 3학년까지 2부제 수업을 했고 교실 입구에 두개의 반이 표시되어 있었구요.
니르바나는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랍니다.
학교에 다닐 때가 가장 좋은 때죠.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 먹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공부만 하면 되니까 인생에서 가장 호시절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그 시절만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으니 참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ㅎㅎㅎ

조성기 작가는 초창기에는 오늘의 작가상, 이상문학상도 받고 좋은 소설을 여러편 냈는데
중간에 신학 공부를 하고 목회한다고 작가 활동을 오래동안 쉬면서 거의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가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 이후 다시 소설을 창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지만 원래부터 봄과 가을은 그리 긴편이 아니었죠.
여름 겨울 사이에 지내기 좋은 낀 계절인 셈이죠.
지구의 온난화가 만든 올 여름 날씨처럼 다가올 기후변화가 무섭습니다.ㅠㅠ


 
















내가 책, 구체적으로 작가나 저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생각해보면 뜬금없고 어이가 없다.

예를 들면 한번은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났다.

 

“척 보면 다 알 것 같은 우리 동네, 인천 서구가 오래전 ‘개

건너’라고 불렸다는 건 얼마 전에야 알았다. 지금은 동네 어

디에도 그 흔한 도랑 하나 없는 터라 의아했다. ‘건너’라는

단어도 흘러들을 수 없었는데 거기에 변두리, 외곽, 낙후라

는 뜻이 들어 있음을 단박에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말을 해준 사람에게 왜냐고 묻는 대신 화제를 돌려버렸다.”

 

수십년 전, 동네 아이들과 만나면 구슬치기, 딱지치기, 자치기나 공놀이를 하다가

그것도 싫증나면 바람난 들개들처럼 어디를 가볼까 궁리하다가

그 중 목소리 큰놈이 주장하면 나머지 똘똘이들은 군소리없이 따라서

자유공원, 월미도 갯뻘, 만석부두 등 여기저기를 검정고무신을 신고 무작정 걸어서 쏘다녔다.

그 이유는 주머니를 털어봐야 먼지만 있고 돈 한푼이 없으니 그래도 목적지까지 갈 때는 좋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기운이 쭉 빠져 천근만근 무거운 걸음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던 기억이 난다.

왜 비싼 밥먹고 그 짓을 했는가 생각해보니 동네가 해방촌이라 집안에 책한권 없는 집이 부지기수라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은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그런 어느 날 그 똘똘이들이 오늘은 어디를 갈까 머리 굴리다가 한 놈이 말했다.

“야 오늘은 개건너(개 건너가 아니다)가자.”

김금희 작가가 표현한 ‘개 건너’는 문장 작법이고 우리에게는 다만 지명일 뿐이어서

개건너는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생긴 그냥 인천에 흔한 갯뻘 동네일 뿐이었다.

개건너 가서 뻘에서 놀다가 물에 들어가 수영하고 뻘 속에 빠진 흙고무신을

바닷물에 흔들어서 대충 닦고 젖은 옷을 말리며 집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김금희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소설가 가운데 한사람이였는데

이 단락안에 ‘개 건너’를 만나고 나니 갑자기 작가에게 애정이 뿜뿜 샘솟는 기분이 들어

작가가 집필한 소설과 수필집을 찾아 읽게 되었다는 말이다.


















 



                            
























내가 책, 그 가운데 소설을 선택하는 기준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말하자면 알라딘 서재에서 만났던 알라디너들이 쓴 소설들이다. 나름 애정하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stella.K 2024-09-12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가요? 전 알라디너들중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소설을 냈을 줄 몰랐네요. 김이설도요ᆢ? 근데 김금희 작가는 개 건너를 무슨 뜻으로 썼을까요?
어렸을 적 제 살던 동네도 개천이 있었는데 그게 얼마 안 있어 다 메워지더군요. 그런 게 있었다는 게 지금은 참 그리워지더군요.

니르바나 2024-09-12 22:20   좋아요 1 | URL
알라딘 서재 초창기 때 알라디너 중에 많은 분들이 신춘문예를 준비하며 습작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소설 뿐 아니라 여러 장르에 예비작가들이 있었죠.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했던 분 중에 생각나는 세 분만 거론해 보았습니다.
김금희 작가가 쓴 ‘개 건너‘는 제가 언급한 개건너와 같은 지역을 이야기 합니다.
향토사학자의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개는 갯가 또는 갯뻘이고 건너는 말 그대로 건너편을 말합니다.
예전 인천의 중심이었던 동인천 쪽에서 보자면 갯벌 건너편 동네가 김금희 작가가 말한 서구쪽입니다.
스텔라님이 말씀하신 개천은 開川인데 하수도가 정비되면서 도심에서는 사라졌지요.
서울 금싸라기 땅값 때문에 작은 개천들은 도로밑 하수도로 숨어들었고
몇개의 대형 개천만 청계천과 같이 재정비되어 남아 있는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