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처럼

                        - 마종기

 

어린 날 몰래 따 먹은 예쁜 살구는

부드럽고 얇은 살결의 촉감이었던지

나를 홀리고도 모른 척 외면하던

시고 달고 떫어서 몸을 떨게 하던 맛

그 시고 맵고 짠 세월 다 참아내고

한평생 힘들게 이겨낸 줄 알았더니

다시 만난 살구는 아직도 신맛이네.

 

온몸을 쥐어짜던 젊은 날의 목마름은

뛰어 노는 아이들처럼 웃고 있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눈치 없이 허둥대며 꿈에 살던 시절.

 

어쩌지?

그런데도 그리운 맛은 단맛보다

그 옛날에 돌아섰던 그 신맛이네.

기다려도 끝내 익지 않던 미소같이

생각도 사는 법도 익숙하지 못했던

풋 익은 인생은 모두 신맛이라는 건지.

 

매혹은 도대체 이유가 없구나.

내 가슴 뭉개버리던 첫사랑의 맛은

살굿빛 사연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허술하던 고백을 빛나게 돌아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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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외에 작가로 음악관련 책도 집필하시고 詩作도 하시고 그림도 그렸던

그리고 특이하다면 특이하게 옥스퍼드 엑서터 칼리지 교수 역할도 하셨던 Alfred Brendel.

지난 여름, 정확히는 617일 영면에 드신 피아니스트 Alfred Brendel

음반이 재발매되어 소개해드립니다.


음반을 전집 형태의 박스세트로 발매하는 경우 거의(?) 모든 음반세트가

음반사에서 처음 제작한 물건이 소진되면 판매처에서 품절과 절판으로 표시되고

뒤늦게 이런 음반세트를 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됩니다.

품절, 절판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싸게 판매하는 중고 제품을 구매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2016년에 발매되었다 절판되었던 Alfred Brendel의 전집세트가 재발매된 이유는

아무래도 Alfred Brendel의 사망에 따른 음악애호가들의 수요를 예상했기 때문 아닐까요.

다만 재발매로 책정된 가격이 이전 음반세트 가격의 두배 가까이 올라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부담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음반세트를 구성하는 음반들이 이런 것이라면, 오래지 않아 이 음반세트도 품절 , 절판될 운명이라면

이번 기회에 한번 소장하시는 용기(?)를 내셔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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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의 고등학교 방송반 시절,

점심시간이 되면 전교생들의 즐거운 식사를 위해

우리들은 준비된 시그널 뮤직에 맞춰 고정 방송멘트를 하는 것으로 음악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음반 돌려막기도 아닌데 성악가 엄정행의 음반을 거의 날이면 날마다 틀었는데

그 이유는 방송반 라이브러리에 몇장 안되는 LP 사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음 주에 방송될 5일 분량의 방송일지를 결재하던 방송심의위원장(?) 학생과장의

색다른 검열 기준 때문이었습니다.

팝송과 대중가요는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온통 빨간줄로 방송불가를 해대니

매일 틀어대던 곡이라야 가곡과 클래식 그리고 건전가요뿐.

그러니 우리학교 학생 대부분에게는 점심시간의 이 음악방송이 즐겁기는 커녕

일종의 귀고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것은 가끔 주구장창 틀어대는 노래에 대해

불만을 직접 토로하던 몇몇 친구들의 전언 때문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당대의 최고 스타였던 테너 엄정행은

지금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하나도 부럽지 않은 인기성악인이었고,

더불어 하루걸러 한번씩 전교생의 귀를 어지럽히던 주인공들은

루치아노 파바로티, 주세페 디 스테파노 그리고 조안 서덜랜드였습니다.

요즘 저는 그때 전교생들의 귀를 소란케했던

조안 서덜랜드와 성악가들의 음반들을 즐겁게 듣고 있습니다.

혹시 또 모르지요.

감수성 예민했던 고등학생 시절 그 노래들이 지금껏 가슴속에 살아남아 절창이 되었을런지.


 












바가텔5


                                          - 황 동 규

 

이 한세상

노래 배우는 새처럼 왔다 간다.

목소리에 금 가면

낙엽 지는 나무에 올라

시를 외우다 가겠다.

기다렸던 꽃이 질 때

뜻밖에 혼자 남게 될 때

다저녁에 예고 없이 가랑비 뿌릴 때

내 삶의 관절들을 온통 저릿저릿하게 했던 시들,

마음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운 떼기를 기다리고 있다.

단 내 시는 아님.

외우다 또 고치려 들면 어쩌게.
























죄송합니다!(먼저 사과)

이상하지요. 내 돈내고 산 책이 아니면 마음이 잘 안가(이를테면 빌어먹을 습성이지요)

걸음으로 5백 걸음밖에 안되는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들을 언제나처럼

대출 마감일에 맞춰 허겁지겁 읽었거나 읽고 있습니다.

이 책들은 제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도서관에서 구매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아니면 신간이고요.

헨델의 오페라 <Alcina>의 프리츠 푼덜리히와 조안 서덜랜드의 노래를 들으며 책 한권을 다 읽었습니다.

정말 오후만 있는 일요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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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말러의 교향곡을 오래 듣다보면  베토벤 교향곡들은 좀 심심하게 들립니다.
말러의 교향곡은 일단 연주 시간이나 악기 편성을 보면 온갖 물량을 다 때려넣은 느낌이 드니까요.
말러전문가 김문경이 추천하는 말러교향곡 10+1입니다.
유쾌하게 말러교향곡을 설명해주는 김문경 전문가의 곡 소개를 따라가 봅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영상에서 소개한 음반 거의 모두 품절, 절판이 되어 구하기 쉽지 않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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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1-10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저는 말러는 좀 어려운 것 같더라구요. 하긴 전 클래식은 그냥 잠깐 잠깐씩 듣는 편이라 더 그럴수도 있어요. ㅠ
근데 말러를 현대의 베토벤이라고 하지 않나요?

니르바나 2024-11-10 21:20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안녕하세요.^^
클래식 음악이 대체로 좀 어렵지요.
클래식 소품을 빼면 대부분 영화식으로 표현하면 런닝타임이 긴 편이니까요.
유행가요나 팝송과 달리 방송 빈도수도 빈약한 셈이구요.
이래저래 처음 입문과정에서 지루함과 시간투자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좀 수월해지지요.
김문경 전문가가 소개한 것 처럼 말러가 각 교향곡 마다 다양한 메뉴로 요리했다면
베토벤교향곡은 합창교향곡을 빼면 별 차이가 없는 셈이라 상대적으로 쉽게 다가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스텔라님 처럼 말러가 어려워서 그 중 한 놈만 팬다고(표현이 좀 거칠지만)
말러교향곡 1번만 지휘자를 달리해서 구입해서 들었지요.
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면 연주회가 열리는 문화회관에 찾아가서 들었구요.
이런 과정을 거치니까 좀 듣기가 수월해지더군요.
그런 면에서 공부나 클래식 음악감상이나 반복이 최고의 훈련법인것 같습니다.
최근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은 말러가 베토벤을 넘어선 것으로 전에 얼핏 들은 듯 합니다.

yamoo 2025-04-02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대 교수가 그러더라구요...말러는 마지막 베토벤 급 대가라고...
저도 말러의 웅장한 교향곡을 좋아라 합니다..ㅎㅎ

니르바나 2025-04-03 14:35   좋아요 0 | URL
yamoo님도 말러 좋아하시는군요.
일단 교향곡의 수는 베토벤 급의 대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ㅎㅎㅎ

transient-guest 2025-04-08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워낙 늦게 듣기 시작해서 그런지 클래식과 재즈는 듣는 걸 좋아하지만 뭐랄까 외워지지가 않는다고 해야할까요? 곡이름, 작곡가, 연주자, 지휘자 이런 걸 듣는 것으로는 전혀 구분하지 못해요. 전에 어디서 보니까 어떤 한학자께서 25인가 26이 넘으면 제자로 받지 않았다고 하던데 기억이나 습득능력이 그때부터는 떨어져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클래식이나 재즈가 저한테는 딱 그런 이유로 어렵네요.ㅎㅎ

니르바나 2025-04-08 23:58   좋아요 1 | URL
transient-guest님, 저도 알라딘서점이 영업을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이 공간을 알아서
많은 알라딘 서재인들이 소개해주는 클래식 리뷰로 입문하였습니다.
알라딘 서재 초장기 때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이 참 많아서 그들이 소개해주는 음반과
알라딘서점에서 소개해주는 음반들을 한장 두장 사서 들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도 transient-guest님처럼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클래식이 음악 분야와 연주가, 지휘자 등
세계가 워낙 방대해서 그냥 듣고 있습니다. 재즈도 마찬가지구요.
재즈를 좋아하는 분을 만나 많은 재즈 음원들을 구했으나 결국 이 일도 시간과의 싸움(?)이라서
재즈를 즐기려면 젊은 날 열정을 가지고 공부하는 수련과정이 꼭 필요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생은 그냥 클래식 음악만 즐기자 하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transient-guest님은 젊으시고 노년 생활의 준비가 철저하시니까 전문가 수준에 도전해보시라 권해드립니다.^^

transient-guest 2025-04-09 01:07   좋아요 1 | URL
공부까지는 아니고 조금 더 잘 알면서 즐기고 싶긴 합니다 ㅎㅎ 풍월당 주인의 책을 보면 그런 세계를 동경하게 됩니다.

니르바나 2025-04-09 17:57   좋아요 1 | URL
네. 저도 풍월당 주인 박종호선생의 책이 클래식 입문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였습니다.
감상 최고의 태도는 즐기는 것이라 했으니 이것보다 더 중한 것이 없겠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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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29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저는 니르바님이 항상 아인쉬타인을 프사로 쓰고 계셔서 나이 많으신 분 심지어 머리숱이 많지 않은 분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제 예상이 빗나갔는데요? ㅎㅎㅎ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젊으시고 단단해 보이시네요. 무술도 하시나 봅니다. 반가운데요?^^

니르바나 2023-05-29 23:44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나이 많고, 머리숱도 별로 없습니다.
사진은 오래 전 국선도 수련을 할 때 저희를 지도하시던 사범님께서 수련생들 몰래 찍었다가 주신 사진입니다.
참고로 니르바나는 국선도 수련을 평생하려고 결심했는데 개인 사정상 딱 10년만 채우고 중도 하차하였습니다.
발끝에 기를 모으던 저 동작을 보니 새삼스럽네요.
책만 보는 서생인줄 알았는데 무술(?)도 하니 반가운가요? ㅎㅎㅎ

stella.K 2023-05-30 09:43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게요. 그러니 멋짐뿜뿜 아닙니까? 국선도 하셨군요. 저 동작 쉽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사진이 오래된 거 같긴하더라구요.^^

니르바나 2023-05-30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 동작을 제대로 하기 쉽지 않습니다.
긴 시간 준비 과정 없이 욕심부리면 목디스크 걸리기 십상이죠.
최소한 6개월 벽 아래 머리를 놓고 두 다리로 미는 기초 수련을 합니다.
목이 몸 전체 무게를 감당해야 하니까요.
이 기초과정이 왜 중요하냐면 이런 자세를 잠간 취하는게 아니고 수 분 동안 수련해야 하고,
나중에는 가부좌 자세로 물구나무 동작을 하게됩니다.
그런데 이런 난이한 자세의 핵심은 정작 호흡에 집중하는데 있습니다.
호흡 수련없이 이런 자세를 흉내내면 역류하는 피가 갑자기 뇌로 몰려 불상사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요가 좀 했다고 방송에 나와 물구나무 서는 연예인들 무작정 따라하면 절대 않됩니다. 절대로.

stella.K 2023-05-30 10:59   좋아요 1 | URL
와, 그렇군요. 대단하십니다. 역시 니르바나님은 범상치 않으십니다. 👍

transient-guest 2025-04-08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깐 단학선원에 나갔는데 그게 1999년 무렵이에요. 근데 너무 종교적으로 포장하고 이승헌을 신처럼 얘기하고 제 종교생활에 간섭하고 (천주교인이에요) 자꾸 단학이 제일 좋은 거라고 말하는 거 듣기 싫어서 끊었어요. 가끔 선도를 혼자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주화입마가 무서워서 말았네요. 원래도 열이 많은 체질인데 상기증 같은거 오면 큰일이잖아요.ㅎㅎ 지금은 그저 언젠가 다시 무술 하나를 배워보려고 맘먹고 있네요. 아이키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이도 있고 해서 힘 많이 쓰는 운동은 배우다가 다칠까 무섭네요.

니르바나 2025-04-08 23:54   좋아요 1 | URL
transient-guest님, 단학선원에 잠깐 다니셨군요.
사이비 종교나 사이비 수련단체를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첫째, 소정의 수련비 외에 시간이 지나갈수록 이런저런 명목으로 수련생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육체 노동을 강요하는 단체입니다. 둘째는 교주나 수련단체의 우두머리가 수련생들에게 성적 추행을 하는 단체는 백이면 백 예외없이 사이비 수련단체이고 이 점은 사이비 종교에도 어김없이 적용됩니다.
몸과 마음과 기를 수련하는데 필요한 수련 방법을 익히기 위해 일종의 학원인 도장에 갔는데 신적인 존재가 웬말입니까. 수련 교사인 사범과 수련생과의 지도편달 정도만 있어야 정상이지요.
제대로 된 사범이라면 개인의 종교를 존중하는게 또 정상이구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transient-guest님은 평상시 검도와 실 내외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셔서
선도 수련을 하신다면 평범한 수련생들 보다 수련속도가 엄청 빠르실겁니다.
하기는 지나고 보니 운동도 수련도 시절인연이 필요한 것 같긴 합니다.^^

transient-guest 2025-04-09 01:13   좋아요 1 | URL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갔던 곳은 안 다니길 잘 했네요. 자꾸 책을 주면서 읽으라고 하는데 돈을 받고 (한국에서 당시 평균 8000원 정도 하는 책을 25불씩 받더군요), 선도수련하는 것 말고 뭘 만들어서 나오라고 하더라구요.
평소의 운동이 선도수련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외공도 꾸준히 닦으면 내공수련에 도움이 되기는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호흡을 해서 기를 모으지는 않지만 기도를 매일 하는 것이 있어 조금은 정신수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절인연‘이란 표현이 깊이 들어오네요

니르바나 2025-04-09 17:38   좋아요 1 | URL
transient-guest님 잘 하셨어요. 마음공부, 선도, 요가 나아가 종교행위라는게 신체 수련도 있지만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는 수행도 있다보니 단학선원처럼 수련단체 창설자가 신적 존재로 둔갑하는 일이 많습니다.
돈이나 육체노동, 성착취 나아가 조상제사처럼 엉뚱한 요구를 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련단체에 가입하는 일은 정신 바짝 차리고 사이비 단체인가 조심하셔야 하구요.
그렇다고 수련단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일부가 그런 것이니까 취사선택이 이 경우에도 적용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