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을 막는 지름길은 무엇이든 반드시 사전을 찾아보려는 마음가짐에 있다. 최근의 사전은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설마하고 여길만한 표현도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결국 오역의 대부분은 번역가의 태만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115쪽
...대화체에서 여성어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제 2차대전까지의 작품이라면 '~이네요,~이군요,~해도 돼요?'라는 여성 특유의 다소곳한 어미를 사용하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여성어는 급속하게 남성어에 접근하고 있어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다. 현대의 풍속을 그린 작품이 아닌 한, 현재 거리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표현보다는 다소 자제한 듯한 느낌으로 나타낼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다면 작품 중의 인물과 동년배의 여성에게 번역원고를 체크받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다.-109쪽
영어 게시문구에 비해 우리말 게시문구는 상대적으로 부정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 긍정적인 면에서 표현하건 부정적인 면에서 표현하건 정보전달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다.-222쪽
'번역에 정답은 없지만 틀린 답은 있다,' 아무리 잘해도 100점 맞을 가능성은 없는 반면, 조금만 잘못하면 0점 맞기는 매우 쉽다.-329쪽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 원문에도 없는 보충설명을 부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는 오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348쪽
번역가는 방언에 관한 한, 창작가가 되어야 한다. 단, 어떠한 방언이든 번역문 안에서는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설이나 회화의 긴 문장에는 되도록 사용을 자제해 분위기를 살리는 선에서만 군데군데 사용하는데 그치도록 한다.-366쪽
주인공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타고있는 자동차에는 주인공의 생활방식 및 소득 격차가 여실히 나타난다. 특히 번역가는 번역 작업에 앞서 작품 중의 등장인물이 타고 있는 차종을 반드시 확인해두어야 한다. 영국인들은 설령 경제적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현재 자신이 속한 계급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차에는 전혀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371쪽
원작이 현대의 풍속을 그린 내용일 경우, 마침 원문에 쓰인 속어나 유행어를 대체할 만한 표현이 우리말에도 있거나 앞으로 1,2년 정도 더 사용될 가망이 있어 보이면 유행어를 사용하는 것이 물론 효과적이다. 하지만 고전은 물론 5년, 10년 후까지도 읽힐 수 있는 번역서로 만들고 싶다면 가능한 한 유행어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375쪽
'사'자 돌림과 '가'자 돌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들이 가진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사'자 돌림은 머리속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지식을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꺼내어 활용한다....반면에 '가'자 돌림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지식을 자신의 머리가 아니라 '용광로'속에다 집어넣는다.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펄펄끓는 용광로 속에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쓸어넣고, 거리서부터 기존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낸다. 과거를 있는 그대로 답숩하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인간 사회를 이만큼 발전시켜 왔고, 정해진 틀속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우대받던 산업화 시대를 넘어 모든 틀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정보화 시대에는 그런 창의성을 갖춘 '가'자형 인간이 주도권을 잡게 된다. ...저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진정한 '번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번역은 고도의 창의성과, 주어진 틀을 거부하는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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