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구판절판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은 승부를 겨룰 때, 뭔가 의지할 곳이 필요하지. 그런데 사실 시합 중에 누구를 의지할 수 있겠니? 그래서 선수들은 시합 때가 되면 고독해져.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난 각자 자신의 노력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놀고 싶은 것도 꾹 참아가며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는 거지.-142쪽

자기가 엄청나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본인이 얼마나 미숙한지 알고 대회에 도전하는 거니까, 겉모습 같은 건 신경쓰지 마.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뭔지, 그것만 계속 생각하면 부담감이나 망설임도 없어지는 법이야.-341쪽

그건 뭐랄까, 꼭 우리 마음속에 흙 묻은 발로 들어오는 거랑 같은 거예요. -418쪽

선생님, 여고생들은 어떤 경우에 사람을 미워할까요?
애들한테 제일 중요한 건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거짓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우정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죠. 자기 몸이나 얼굴일 수도 있고… 좀더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추억이나 꿈을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런 것들을 부수려고 하는 사람, 빼앗으려고 하는 사람을 가장 증오한다는 뜻도 되겠지요.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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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구판절판


인간이란 말이죠, 항상 자신과 주위를 비교하면서 누가 위인지 아래인지를 졸렬하리만치 의식하고 판단하는 생물이니까요. 자기보다 위에 선 인간이 있으면 재수 없어하고, 자기보다 밑에 있는 인간은 무시하는 것, 그게 인간이죠.-91쪽

명품은 잘 어울리는 사람이 들면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무리를 해서 들고 있다는 사실이 강조될 뿐이니 참 잔인하죠.-144쪽

연애란 게 참 어려워요. 마음의 추가 서로 평행을 이루면 좋겠는데 그게 좀처럼 쉽지 않으니까요. 서로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어느 한쪽으로 추가 기울기 마련이죠. 감정의 무게가 덜한 쪽은 결국엔 상대방에 질리기 시작할 수밖에 없어요. 함께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걷는 게 귀찮게 느껴지는 거죠. 그런 온도차를 서로의 노력으로 메워나가면서 연애를 이어나가는 건데, 젊을 때는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어요. 그러다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죠.-161쪽

지금도 나 같은 인간은 그냥 내버려뒀으면 서로에게 가장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해요. 주위의 모든 것에 자신의 빛을 드리우겠다는 욕망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나 가능하다고 믿었다면 정말 오산이죠. 그야말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니까요.-184쪽

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의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상관없다. 무언가에 대해 말할 때, 인간은 결국 자신이라는 필터를 통해 그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라는 편견을 씌운 평가밖에 못한다. 그 속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평가하는 이의 성격과 사고방식이다. 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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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구판절판


침팬지는 인간의 신호를 활용하는 데 서툴다. 반면 개는 인간의 행동에 주목하는 특별한 성향이 있으며, 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하는 행동을 참고할 줄도 안다. 물론 개는 침팬지보다 똑똑하지 않다. 단지 사람에 대한 태도가 다를 뿐이다. -53쪽

멱함수분포(Power Law Distribution)로 보이는 문제의 해법은 우파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특별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집중적인 도움을 주는 탓이다. 좌파에게도 환영받기는 어렵다. 공정성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태도가 시카고학파의 냉정한 비용편익분석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수백만달러를 아끼고 더 깨끗한 공기를 얻고 경찰국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 수 있다는 가능성도 그러한 불만을 완전히 상쇄시키지는 못한다.-211쪽

지금은 예술가들이 재능만 있다면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견인’이라는 단어가 다소 경멸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시장은 첫 작품으로 각광받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나 스무 살 때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곧바로 눈부신 재능을 알아본 화상으로부터 한 달에 150프랑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피카소 같은 예술가들에게만 문을 열어준다. 따라서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작품을 완성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빛을 볼 때까지 오랫동안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328쪽

교사가 미치는 영향은 학교가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크다. 나쁜 학교에서 좋은 선생에게 배우는 학생이 좋은 학교에서 나쁜 학생에게 배우는 학생보다 더 잘 배운다. 또한 교사는 학급 규모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역량 중에서 학업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피드백이었다. 피드백은 교사가 학생의 말에 직접적이고 개인적으로 응답하는 것을 말한다.-337, 345쪽

엔론을 통해 드러난 맥킨지식 인재경영 실패는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되었다. 그 가정은 개별적인 구성원의 지능이 조직의 지능을 만든다는 것이다. 엔론은 시스템이 아니라 인재를 믿었다. 어찌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분명 우리의 삶은 천재들의 활약으로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집단은 명작소설을 쓸 수 없고 위원회는 상대성 이론을 세울 수 없다. 그러나 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돌아간다. 기업은 단지 창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고 경쟁하고 협력한다. 그래서 대개는 인재가 아니라 시스템이 스타로 인정받는 기업이 크게 성공한다. -389쪽

첫인상은 자기충족적인 예언이 된다. 첫인상에 따라 기대하는 말만 듣는다는 얘기다. 결국 면접은 형편없을 정도로 인상에 좌우되는 셈이다. -4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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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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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남자분 말입니다만, 누구에게 사랑받았을까요? 누구를 사랑했을까요? 어떤 일로 누군가 그분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었을까요? -51쪽

준코는 죽음을 앞둔 엄마와 새 생명을 낳으려는 딸이 먹는 것은 물론 배설 문제에서도 똑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리고 생과 사가 비속하다고 할 수 있는 생리적인 차원에서 이웃하고 있다는 현실이, 자칫 과민 반응을 보이기 쉬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276쪽

당신이 왜 그렇게 사는지… 간단히 답이 나오나요? 또 그렇게 사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이해한다고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요? 그야말로 무의미하지 않습니까? -287쪽

눈을 감고 말하는 미시오의 말에 가슴이 쓰라렸다. 시즈토와 미시오를 차별해 키운 적도 없고, 둘에게 쏟은 애정에 조금의 차이도 없었다고 하늘에 맹세할 수 있지만, 말 한마디에도 자식은 예민해질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었다. -629쪽

의심할 것 없어. 누군가를 위해서 말이야.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조금쯤 손해봐도 좋다는 생각이 들면… 그건 이미 사랑인 거야. -635쪽

이제 충분해요. 당신이라서, 좋았어요.-6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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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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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제한하는 사람이 그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지, 제한받는 사람에게 입증 부담이 돌아가서는 안된다. .. 학생들도 헌법상 보장된 기본의 당연한 주체이다. 이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45쪽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은 흑인, 여성, 장애인 같은 전통적인 차별대상 그룹과 구별된다. 본인이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는 누가 동성애자인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은 커밍아웃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더 많은 사람이 커밍아웃을 해야만 이성애자들도 자기 주변에 있는 평범한 동성애자들을 발견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77쪽

나와 다른 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는 어린 아이와 어른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87쪽

단언컨대, 인류는 단 한번도 못생긴 여자를 사랑해주지 않았다…. 원인이야 무엇이든 사람이 아름다움을 좇아다니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건 그 사람들의 자유니까. 문제는 못생긴 사람을 차별하는 문화이다. -107쪽

바스가 "당신은 남편도 필요하지 않다는 말인가요?"라고 다시 묻자 안토니아는 "어디 써먹게요?"라고 짧게 답한다.-120쪽

가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해야 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가족이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족으로 평가받고 그와 동등한 보호를 누려야 한다. 제도권의 가족에 대해 무책임하라는 게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사랑과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125쪽

대처 총리는 당시 배상금, 벌금으로 노조의 힘을 빼는 전략을 사용했는데, 이는 ‘노조의 급소를 쳐서 영국의 고질병을 치유한’ 특별한 병기로 칭송 받는다. 노조간부를 구속하면 노조의 동지애가 발휘되고 그 간부의 투쟁경력은 화려해지며 불법파업은 어설픈 투쟁의지로 다시 뭉치게 되지만, 민사소송을 걸면 배상금이 클수록 동지애가 작동하기 어렵고 간부 개인에게까지 배상책임을 물으면 단합이 어려워져 노조 단결력에 금이 가게 된다. -167쪽

모든 사회문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헷갈리는 상황에서 기억할 만한 원칙이 바로 ‘의심스러울 때는 약자의 이익으로’ 해석하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에서 자주 논의되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변용한 표현인데, 누구 입장에 서야 할 지가 불투명할 때 방향을 정하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183쪽

실제로 우리 인간들의 DNA는 99.95%가 동일하고 오직 0.05%만이 다르다고 한다. 그 0.05%에서 우리 모두의 다양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그 사소한 다름에 기초해 민족, 종족, 인종, 종교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말살하려던 역사상의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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