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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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셋이 이야기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래 봤자 갓난아이가 있어서 한결같이 뜻 모를 소리만 내는 그 천사를 중심으로 웃으며 어르는 게 전부였다. 갓난 아이란 얼마나 분위기를 흥겹게 만드는 존재인가. (102)

이것은 제거다.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지 말 것. 그리고 이젠 공상 게임이 아니다. 액자에 넣어 장식하고 싶은 만큼 완벽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는 없다. 자신은 이 계획과 사랑에 빠졌다. (178)

다쓰로를 제거할 계획에 몰두하고부터는 회사 일이 전부 하찮게 여겨졌다. 고객의 클레임이나 납기 문제, 사내의 알력 등으로 고민하는 것도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의 생존이 걸려 있으니 일상의 고민 따위는 별것 아니게 된다는 걸 나오미는 새삼 통감했다. 중국인의 강함도 분명 그런 데서 나오는 것이리라. 화교돌은 매일 생존경쟁을 벌인다. 그래서 거짓말도 하고 다른 사람 물건도 훔친다. 그러고도 태연하다. (170)

(작가는) 불섶에 뛰어들기보다는 낱불 하나하나를 들고 길길이 날뛰며 끈질기게 버티는 캐릭터를 선택했습니다. (492,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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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9 (양장) - 셜록 홈즈의 사건집 셜록 홈즈 시리즈 9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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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흥미롭게도 비밀주의를 즐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로 인해 극적인 효과가 숱하게 발휘되었지만, 가장 친한 친구인 나조차도 속으로만 짐작할 뿐 계획이 정확히 뭔지 몰랐다. 홈즈는 비밀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혼자서 작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는 금언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갔다. 나는 세상의 누구보다 홈즈와 가까웠지만, 항상 그와의 거리를 의식하고 있었다. (41~42)

정말 우린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놀랍도록 신혹하게....분홍빛 전등을 간간이 켜놓은 방 안은 어슴프레했다. 나는 숙녀가 어슴프레한 조명을 선호하는 나이가 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자존심 강한 미인이라도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법이다. (138)

저토록 차가운 가면 뒤에 숨은 충실함과 애정의 깊이를 알기 위해서라면 한번쯤 다치는 것도 괜찮았다. 아니 여러 번 다치더라도 좋았다. 맑고 강인한 눈이 순간적으로 흐려지더니 굳게 다문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나는 오직 한번, 위대한 두뇌뿐 아니라 위대한 마음을 엿보았다. 평생에 걸친 나의 소박하지만 한결같은 봉사는 바로 그 순간에 최고의 영예를 입었다. (197)

홈즈는 정해진 습관대로 사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그의 습관 중의 하나가 되었다. 나는 바이올린이나 독한 담배, 오래된 검정 파이프, 참고서적...과 비슷한 존재였다....나는 그의 정신을 벼리는 숫돌과 같은 존재였다. 나는 그에게 자극이 되었다. 그는 내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걸 좋아했다. 사실 그가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말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의 얘기 중에는 침대를 앞에 놓고 말해도 무방한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런 습관을 들인 뒤에는 내가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참견을 하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었다. 내가 질서 정연하고 둔한 정신으로 그를 자극할 때, 그의 불꽃 같은 직관과 인상은 더욱 빠르고 생생하게 타올랐다. 우리의 동맹 관계에서 나의 보잘것없는 역할은 그러했다.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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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 우연이 가져온 행복한 기적 Film
고야마 군도 지음, 박소연 옮김 / 가람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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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살아 숨쉬는 생물이야. 자기 품에 끼고 움켜쥐고만 있으면 자라지를 못하지. 자꾸자꾸 써서 돈이 여행을 다니도록 해야 한다고. 그런데 돈을 쓸 때 `다녀오렴`하고 인사를 하고 내보내야 해. 그렇게 하면 아마도 그 돈은 친구를 데리고 돌아올 거야."
`다녀오렴`이란 인사를 세라는 십오 년간 해왔다. 정말로 돈은 돌아왔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친구를 데리고.(118)

아에카란 `여리고 아름다운 모습`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름다움이란 것이 얼마나 덧없는지 기억하면서 겸허하게 살아가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지었다고 가오리는 설명해 주었다.(149)

"제인 오스틴은 이렇게 말했어요. `과거의 기억이 당신에게 기쁨을 줄 때만 과거에 대해 생각하라.`...나는 과거에 매일매일이 즐거웠지만 그 즐거운 과거가 지금의 나를 기쁘게 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옛날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미안해요."(254)

"Love is mirror, 사랑은 거울이라고요."
류헤이는 좋은 말이라고 공감했다.
지금 자신을 비추는 거울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자신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보여주어도 좋을 연애는 벌써 몇년째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진정한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25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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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7 (양장) - 셜록 홈즈의 귀환 셜록 홈즈 시리즈 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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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레이드와 나는 한순간 멍하니 앉아 있었지만, 잘 짜여진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볼 때처럼 충동적으로 짝짝 박수를 쳤다. 홈즈의 창백한 볼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그는 관객의 갈채를 받는 대극작가인 양 우릴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그가 추리 기계임을 그치고 찬탄과 갈채에 대한 인간적인 애호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대중적인 평판에 오만하게 등을 돌리는 유난스레 자부심이 강하고 내향적인 기질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친구들의 감탄과 칭찬 앞에서 깊이 감동받기도 했다. (305~306)

"...내가 아는 건 비공식적인 거지만, 그 친구가 아는 건 공식적인 게 되네. 나한테는 개인적인 판단을 할 권리가 있지만 그 친구한테는 그런 게 없지. 그 친구는 자신이 알게 된 것을 다 밝혀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배임 행위가 되니까. 그래서 미심쩍인 사건일 경우에 나는 그 친구를 그렇게 괴로운 처지로 몰아넣을 생각이 없네. 내가 이 사건에 대해 마음을 확실히 정할 때까지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지."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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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 시오리코 씨와 운명의 수레바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6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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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던 다자이는, 생활능력이 없는 자신, 변명할 수 없는 실패를 되풀이하는 자신에 대한 절망을 안고 있었어요. 언제 목숨을 끊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 자신을 소재로 작품을 쓰는 행위가, 역설적으로 소설가의 삶으로 다자이를 이끈 거죠… 유서라고 생각하고 쓴 <만년>은 그와 비슷한 갈등을 가지고 있던 당시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렸어요."
자신을 가지고 살아가자.
살아있는 이들은 모두 죄인이니. (63)

"..돈을 빌리려고 스승인 이부세(마스지)를 찾아가기는 했는데, 불호령이 떨어질까 두려워서 며칠 동안이나 아무말도 못했다고 해요. 격분한 단 가즈오가 몰아붙이자 다자이는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려서 이렇게 중얼거렸대요. ‘기다리는 이가 괴로울까, 기다리게 하는 이가 괴로울까."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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