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행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통속성이 싫고 그 끈적임이 싫다.

마치 삶에 착 들러붙은 껌처럼

그것들은 우리의 인생을, 그리고 삶을 순식간에 얄팍하게 바꿔버린다.

그러나 가끔

나는 삶이 유행가 가사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통속성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을

가장 적날하게 비추는 현미경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드라마처럼 살고 싶고

영화처럼 살고 싶지만

삶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우린 통속적이고 통속적이다 못해

잔인할 정도로 유치한 세상 속에 살고 있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대게 그 세상보다 훨씬 더 유치하다.

그래서 삶은 가끔 유행가 가사처럼 유치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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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지금 내 눈물과 한숨과 슬픔을 

니가 모두 가져가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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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0-03-07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알라딘에서 하이네켄을 볼 때마다 자꾸 땡겨요..ㅜㅜ 지금 먹어야 하나...흑.

플라시보 2010-03-07 23:5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참고로 술 끊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하하)
 

어제는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었다. 생각 같아서는 초저녁부터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부어라 마셔라 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코스모폴리탄에서 급하게 원고 하나를 요청하는 바람에 저녁내내 그 일에 붙들려서 겨우 마감을 끝냈다. 마감을 끝낸 시간은 6시 정도. 그래서 억만년만에 피부과에 가서 관리를 받고 난 다음 거기서 만난 지인들 (우린 바빠서 평소에는 잘 못보는데 피부과만 갔다 하면 만난다. 팩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으면 다 똑같아 보이지만 우린 서로를 귀신같이 찾아낸다.) 과 함께 '비가 오잖냐' 하면서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맥주를 먹자, 아니다 소주가 쵝오다, 웃기시네 꼬냑이 더 어울린다, 다 필요 없다 와인이 짱이다, 이럴때는 좀 말아서 마셔야 하는거 아닌가? 등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비오는 날에는 사케' 라는 내 말 한마디에 모두들 고개를 주억거리며 허름한 사케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내가 한 6년째 가는 술집인데 단골이라 하기에는 너무 띄엄띄엄 가고, 단골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는 뭐 그런 가게이다.  

막상 도착을 하자 애들은 술 보다는 저녁을 굶었다는 이유로 안주 매뉴판이 뚫어질때까지 서로 돌려보며 의견을 모은 결과 김치 오뎅 나베와 오코노미야키, 그리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뼈째 먹는 생선 구이를 시켰다. (빙어나 전어 같은 것이었던듯) 그 와중에 묵묵히 사케를 고르는 인간은 나 뿐이었다. 

안주가 도착하자 이것들은 마치 하이에나때 처럼 안주에 들러붙어서는 초당 2회 이상의 젓가락질 신공을 펼치며 안주를 먹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그들이 머리 좀 좋아지라고 특별히 하사한 생선 대가리만 먹으며 외로이 사케를 들이켰다. 망할것들 이럴것 같으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지 왜 술을 먹자고 했냐며 울분을 토했지만 그들은 들은척도 않고 서빙하는 사람에게 외쳤다. '여기 개인 접시좀 주시구요, 김치 좀 더 주세요' 

먹을만치 먹은 그들이 드디어 사케의 존재를 발견하고 한 두 잔씩 들이킬 무렵, 사장님이 그만 새로 시킨 기본 안주를 가져다 주다가 내 술잔을 쏟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하늘이 내린 이런 기회를 놓칠리 없는 나는 말했다. '사장님 술 쏟으셨는데요?'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제법 똘똘해 보이는 사장님은 (나이가 아마 나와 비슷할 것이다.) 작은 도쿠리에다 사케를 서비스로 내어왔다. 역시 잘생긴 사람은 인심도 좋다는 나만의 근거 확인 불가의 믿음을 다시한번 확인하며 우리는 열심히 주를 찬양하고 섬겼다.  

사케의 병이 일곱번 정도 다시 채워졌을때 우리는 모두 얼큰하게 취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술이 쌔기로 치자면 서로 막상막하인 김양과 나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며 2차를 권했으나 이미 먹은 안주며 술로 배가 임산부 못잖게 불러있던 일행들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각자의 우산을 펴고 택시를 잡아타고 내빼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김양과 나는 내 작업실에서 얼마전 코스트코에서 박스떼기로 들여놓은 하이네켄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김양은 오간데 없고 하이네켄 병만 열댓개 정도가 뒹굴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안주도 없이 그 많은 맥주를 다 먹어치웠다는 것이다. (중간에 육포나 하다 못해 과자 부스러기라도 사러 나가려 했으나 편의점이 멀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포기했다.)  

일어나긴 일어났되 정신은 온전치 아니하여 나는 책을 읽으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계속 꾸벅꾸벅 졸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본격적으로 디비자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을 떠보니 이미 사위는 캄캄해져 있었다. (제일 황당할때가 이럴때지. 살짝 낮잠을 자다 일어났는데 태양은 사라지고 없는..)  

그래서 나는 그냥 오늘 하루를 공치기로 했다.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은 나같이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다음날도 함께 봉헌할것을 요구한다. 이제 봄비가 계속해서 심심하면 내릴텐데 참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니 이번달 부터 책 작업도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다.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고로 샘플원고만 달랑 하나 보내놓고 느긋하게 퍼 놀고 있다.) 뭐 막상 닥치면 하기야 하겠지만 남은 기간동안 어지간하면 봄비 같은건 좀 안내리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추신) 김양아 니 그 엘레강스하고도 아르누보적인 귀걸이는 내 작업실에 있다. 귀찮으니 니가 알아서 찾아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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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2010-03-15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어나 전어 같은 것이었다는 생선이 아마 시사모(우리말로는 열빙어래요.) 인거 같아요.
그나저나 이 페이퍼를 읽고선 술 생각이 간절해져 와인을 한 잔 따라오고 말았답니다.

플라시보 2010-03-1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시사모였어요. 흐흐. 술 만땅 취하니 못 먹을 음식이 없더만요. (전 뼈째 먹는 생선은 멸치나 뱅어포 빼고는 먹을 수 있는게 없을 줄 알았어요.ㅎㅎ)
 

지금 내 머리속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MC 에셔의 그림과도 같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욱 더 꼬이기만 할 뿐

내가 원하는 심플하고도 캐주얼한 결론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조차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생각했던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나보다.

 

이럴때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을 읽는게 정답이다.

내가 선택한 책은 남미 문학의 거장 G.마르게스가 지은 '백년 동안의 고독'

과거에 천명관의 '고래' 를 읽으면서 이 작가는 적어도 한국 작가에게는 빚을 진게 전혀 없다는

공지영의 말에 백프로 공감했더랬다.

그런데 천명관은 적어도 G.마르게스에게는 빚을 진게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의 특징은

한마디로 '구라를 예술의 경지로' 이다.

거기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가 등장 인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거기다 그들의 이름은 툭하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우르슬라 아구아란, 아우렐리아노 호세

마우리치오 바빌로니아, 아마란타 우르술라인데다. 부모와 자식이 동일한 이름을 쓰기도 하며

중간중간 이들 이름 못지않게 복잡한 이름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심지어 작품 안에서 죽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등장할일이 없겠구나 하고 안심했던 이들마저 툭 하면 살아돌아와서는 그 이름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

책의 앞장에 친절하게 소개된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를 수시로 찾아봐야 함은 물론

수 많은 등장 인물들에 대한 내 나름의 메모까지 해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딴 생각' 따위는 절대 할 수 없게 만든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딴 생각' 따위는 절대 할 수 없는

그런 책이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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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달리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아마도 내가 격은 막창시츄에이션이 영향을 끼친것 같다. 

밥을 먹는것도 잠을 자는것도 전부 힘들다. 

그래서 알라딘을 죽 읽기 시작했다. 

좀 쪽팔리지만 내 글들을 추천순, 인기순 이렇게 보았다. 

근데 지금 보니까 그렇다. 

그때의 나는 참, 뭐랄까 반짝였던 것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움 이런게 아니라 

그냥 사람 자체가 그런 에너지를 갖고 살았던것 같다. 

그러나 그에 비해 지금의 나란 인간은 어떤가 

초심으로 돌아가라. 

이 말 되게 싫어했는데 오늘 그걸 느끼게 된다. 

나 좀 더 힘빼고 솔직하게 글을 써야겠다. 

요새의 나는 죽은 물고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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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3-0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멈춰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것...필요하지 않을까요?
근데 너무 자학하진 마시기를...

플라시보 2010-03-06 18:38   좋아요 0 | URL
흐흐. 자학까진 아니구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얼마나 변했는가를 느끼지 못하다가 글을 보니까 피부로 확 느껴지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10-03-05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글을 보면 전 일단...

띄어쓰기와 맞춤법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구나를 느낍니다.

플라시보 2010-03-06 18:38   좋아요 0 | URL
전 그것도 그저 그런것 같아요.^^ (이를 어쩌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