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머리속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MC 에셔의 그림과도 같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욱 더 꼬이기만 할 뿐

내가 원하는 심플하고도 캐주얼한 결론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조차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생각했던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나보다.

 

이럴때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을 읽는게 정답이다.

내가 선택한 책은 남미 문학의 거장 G.마르게스가 지은 '백년 동안의 고독'

과거에 천명관의 '고래' 를 읽으면서 이 작가는 적어도 한국 작가에게는 빚을 진게 전혀 없다는

공지영의 말에 백프로 공감했더랬다.

그런데 천명관은 적어도 G.마르게스에게는 빚을 진게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의 특징은

한마디로 '구라를 예술의 경지로' 이다.

거기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가 등장 인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거기다 그들의 이름은 툭하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우르슬라 아구아란, 아우렐리아노 호세

마우리치오 바빌로니아, 아마란타 우르술라인데다. 부모와 자식이 동일한 이름을 쓰기도 하며

중간중간 이들 이름 못지않게 복잡한 이름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심지어 작품 안에서 죽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등장할일이 없겠구나 하고 안심했던 이들마저 툭 하면 살아돌아와서는 그 이름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

책의 앞장에 친절하게 소개된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를 수시로 찾아봐야 함은 물론

수 많은 등장 인물들에 대한 내 나름의 메모까지 해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딴 생각' 따위는 절대 할 수 없게 만든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딴 생각' 따위는 절대 할 수 없는

그런 책이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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