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세사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 이지만 사실 악세사리를 하기 시작한건 서른이 거의 다 되어서였다. 그 전에는 그저 반지나 하나 정도 하고 늘 끼는 귀걸이 정도가 있었달까? 아무튼 뭔가 주렁주렁 늘어지는걸 좋아하지 않는지라 악세사리와 나는 무관하다 믿고 살았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악세사리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것도 무지하게. 처음 악세사리에 눈을 돌렸을때는 티파니의 실버 제품들을 좋아라 했었다. 그러나 너무 쬐그맣고 실증도 잘 나고 거기다 소도 닭도 다 하는 바람에 나만의 무언가를 가지고 싶었었다. 그러던 찰나에 만난게 알라딘에서 너굴님이었다. 직접 스톤을 가지고 악세사리를 만드시는 너굴님의 작품들에 반한 나는 손톱을 물어뜯고 다리를 달달 떨며 배송일을 기다리곤 했었다. 그러다 요즘 너굴님께서 작품 활동이 뜸하신 바람에 다른 악세사리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원래 늘어지는 스타일을 좋아라하지 않지만 이건 너무 이뻐서 보는 순간 혹 하며 구입했다. 셋트로 목걸이도 있는데 (예상외로 심플함) 가격이 가격인지라 그냥 참았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찌 받아낼 수 없을까 궁리중) 별과 달이 있는게 너무너무 좋다. 아르마니 주얼리 제품.

원래는 크리스탈 중에서는 깨끗하고 투명한걸 좋아하는데 어쩌다보니 저런걸 구입하게 되었다. 여러 색이 나는 흰 크리스탈은 내 취향이 아닌데 말이다. 하긴 살다보니 취향. 이것만큼 변하기 쉬운것도 없긴 하더라. 스왈로브스키 제품.

나의 훼이보릿 악세사리. 너굴님이 만들어주신 목걸이인데 수정이 꽤 크다. 어느해 시상식장에서 모 연예인이 까만 니트 드레스에 저런 스타일의 목걸이를 한 것을 보고 모티브를 얻어 만드셨다는데 정말이지 너무 이쁘다. 한때 목걸이만 했다 하면 저걸 걸고 나갔더랬었다. 지금도 꾸준하게 내 사랑을 받고 있다. 여름엔 여름대로 겨울엔 겨울대로 맛이 있다.

나와 같이 악세사리에 거의 미친 아해가 있는데 우린 늘 그런다. 악세사리만 안샀어도 빌딩하나 올렸을꺼라고. 그녀와 나는 예쁜 악세사리를 보면 눈빛부터 시익 달라진다. (목격자들 말로는 빙의 수준이라 함) 내가 악세사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섬세하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옷이나 가방보다 눈에 덜 들어오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서 사람을 보면 악세사리가 보인다. 작지만 그걸 착용한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그대로 말해주는 악세사리. 아직은 나이가 나이니만큼 보석류가 마구 좋아지지는 않지만 모를 일이다. 또 나중에는 다이아몬드나 진주 같은것에 미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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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12-09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귀걸이 너무 이쁘옵니다. 저도 알마니 주얼리 좋아해요. 심플하면서도 대담하지요.
 

 

악세사리는 그다지 심플한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심플한게 더럽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 목걸이와 귀걸이를 구입했다. 목걸이는 지 상표를 떡하니 말하고 있긴 하지만 귀걸이는 아주 연하게 모양이 찍혀 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저 목걸이를 산 이유는 목에 착 하고 달라붙어서 덜렁거리지 않아 구입했다. 귀걸이는 진주보다는 좀 더 세련되면서 진주처럼 살짜쿵 우아한 분위기를 내기에 샀다.

처음에는 몹시 좋아라하며 샀으나 요즘은 좀 덜 착용하고 다니는 목걸이. 너무 '나 얼마니지 않오?' 하는 필이라 대략 난감하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오닉스라서 나름 매력은 있다. 스포티한 옷을 입을때 착용하면 잘 어울린다.

귀걸이와 반지.

귀걸이는 뭐 평범한 링 스타일이고 반지가 생각보다 이쁘다. 까만것과 흰것이 있는데 보기에는 까만게 이쁘지만 막상 착용하면 흰게 더 손을 이쁘게 보이게 하길래 저걸 구입했다.

색이 너무 이뻐서 산 스왈로브스키 반지. (스왈로브스키는 발음 할때마다 욕하는 느낌이다.)

약간 거한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저런 반지를 꼭 하나 사고 싶었더랬다. 네모낳지만 거한. 그리고 색도 예쁜 반지. 위급할때 끼고 한대 치면 상대방을 최소 전치 4주 정도의 요양은 요하도록 할 수 있는. 저 색을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쿠아마린과 약간 비슷하다.) 아무튼 난 저 반지가 좋다.

취향도 점점 변해가는것 같다. 나는 과거에는 악세사리는 좀 화려한걸 좋아했다. 유색 보석이 들어가있거나 모양이 특이하거나. (주로 너굴님의 악세사리를 이용했더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턴가 저런 심플한 기성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기성품은 정말 싫어라 했었다.)

내 모습도 좀 심플하게 변하면 좋겠다. 이를테면 까만 단발머리에 뽀얀 피부를 가지고 빨간 립글로스 정도를 살짝 바른 맨얼굴 같은 (쓰고 보니 심은하구나) 허나 나는 절대 저런 타입의 사람은 아니다. 내가 어울리는건 긴 갈색 웨이브 머리에 화장도 좀 하고 그래야 사람 같아 보인다. 그러나 늘 꿈은 꾼다. 언젠가는 피부가 겁나 좋아져서는 맨얼굴로 까만 머리를 찰랑대며 다닐꺼라고 말이다. 서른 하나에 아직까지 이 꿈을 못 이뤘으니 마흔되서 이루면 대략 난감할듯 하지만 뭐 어떤가 내 꿈인데. 옷도 요즘은 아주 심플한게 좋다. 그야말로 딱 떨어지는 스타일의 옷. 물론 나는 절대 안어울리지만 말이다. 그러나 열심히 연마하여 언젠가는 어울려볼 생각이다. 심플한 것들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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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1-13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플한 악세사리 좋아해요. ^^

BRINY 2006-11-1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희가 자라면 얼마나 예쁘게 꾸며주실지요~

DJ뽀스 2006-11-1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철마왕 어머님 말씀처럼 유사시에 팔아먹을 수 없.게. 결혼반지는 싸고 실용적인 걸로 마련해야한다가 저의 생각입니다. ㅋㅋ
별로 보석이나 명품에 관심없는 사람인지라 디자인과 취향이 최우선이랄까.
그나저나 다이야든 14K든 결혼반지 같이 보러 갈 남편감이 빨리 생겼으면 좋겠네요. 흑흑

비로그인 2008-12-0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반지 너무 하고픈데 반지가 손가락에서 빙빙 돌아가려 해요ㅠㅠ 물론 알이 걸려서 돌아다니진 않지만 남의 반지 주워 낀 듯한 느낌이 팍팍..줄일 수는 없다더길래 포기합니다 흐흑
 





 

 

 

 

 

 

 

 

 

 

음... 뭐 사진이 이따위로 붙여지지? 암튼.

얼마전에 산 나무이다. (나무 맞나? 나뭇가지가 정확하겠다.) 나뭇가지는 1만 5천원. 유리병은 2만원.

사진에는 좀 작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무척 크다.

이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화원의 한쪽 구석에 처박혀있는 저걸 본 순간 눈이 확 뜨였다.

아... 얼마나 멋지구리한가.

사진을 못 찍어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끝내준다. 혹시나 화원을 지나가다 저런 아이템을 발견하면 무조건

사길 권한다. 절대 실패 안한다. 어떤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고 꽤 멋지구리해 보인다.

단. 잎이 무성한것 보다는 살짜쿵 앙상한게 더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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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11-0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잘 찍어주세요 ^^ 농담이구요. 완전 멋집니다.
저는 살 생각은 못하고, 얼마전에 뜯어올까 잠시 고민만 했었는데,

moonnight 2006-11-0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플라시보님 댁의 인테리어를 구경하러 가고픈 맘이 듭니다. 예전, 결혼전에 올리신 페이퍼보면서도 그랬었는데.. 역시 감각있으시네요. 전 죽었다 깨나도 못 깨우칠 감각이에욧. ^^

sooninara 2006-11-06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임자를 만나서 그렇지..저라면 살 생각도 못했을것..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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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읽을때면 언제나 긴장을 하게 된다. 지금 내가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이 문장이 나중에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고 때론 커다란 사건의 복선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결말에 이르면 내가 흘려보낸 부분들이 있었음을 알고 무릎을 치게 된다. 그때 좀 더 자세히 봐 둘것을, 혹은 아하 이게 이래서 이렇게 되었구나 하고 말이다.

추리 소설을 아주 좋아하거나 부러 찾아읽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씩 만나는 추리 소설들은 늘 나를 만족시킨다. 최근에는 이 책과 함께 벚꽃이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일본 추리 소설이다. 우리 나라는 추리 소설이 일반 소설에 비해서 조금 덜 대접을 받는것 같은데 가까운 일본만해도 안그런 모양이다.

13 계단의 첫 도입부는 자뭇 충격적이다. 사형수로 복역중인 한 남자의 공포스런 하루에 대해 짧지만 매우 간결하게 표현한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사형수. 그건 살아도 사는게 아니고 누구 말마따나 웃어도 웃는게 아니리라. 그러다가 소설은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남자는 살인죄를 저지르고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중간에 보호감찰로 나오게 되고 간수로 있던 남자에게 어떤 재안을 받게 된다. 그건 바로 첫 도입부에 등장했던 사형수의 무고함을 함께 밝히자는 것. 변호사 사무실에 소속이 되어서 제법 그럴싸한 일을 하게 된 남자는 상당한 보수에 욕심도 나고 해서 이를 수락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여러가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등장하게 된다. 십년전 자신의 가출 사건 그리고 우발적으로 술집에서 한 남자를 죽이게 된 사연등이 얽히고 섥히면서 정교한 그림을 그려낸다.

이 소설이 재미있다 못해 훌륭하기까지 한 점은 바로 사형제도에 대해 보기 드문 성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형을 찬성하는 것도 반대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그 제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똑바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작가는 배려하고 있다. 사형이 꼭 필요한 경우부터 과연 사형까지 당해야 하는가 싶은 경우까지.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빠져있다가 보면 작가의 이력을 다시 보게 된다. 혹시 교도소에 복역을 했었거나 간수로 있었던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것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다. 그렇다면 이 모든것이 학습 내지는 취재에 의한 것일텐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그 위에 세워진 소설은 더욱 탄탄한 재미를 보장받게 된다.

9시 뉴스를 켜면 온통 사건 사고 뿐이다. 그 중에서는 입에서 절로 '저 때려죽일 인간' 소리가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한다. 저런건 대번에 사형을 확 시켜야 한다고. 그렇지만 사형이 무엇인지 또 그게 뭘 의미하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할 사회악과 같은 인간 쓰레기 하나를 제거하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사형을 받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벌은 하늘이 주는것이 아니기에 당연하게 사형수를 사형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만약 사람을 죽인 죄로 사형을 받는다면 그 사형을 위해 누군가가 또 살인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그게 법의 등두드림 아래 이뤄지는 합법적인 일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강제로 앗는다는 것에 있어서는 다를바 없는 것이다. 소설은 바로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다.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 또 살인이라 표현하기는 뭣하지만 아무튼 법의 명령에 따라 사형을 집행하는 자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정말 죽이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살인을 한 사람들의 얘기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에게는 사람을 죽일 그 어떤 권리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모른다. 정말로 극한 상황 혹은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장면을 목격하거나 혹은 당한다면 그래도 나는 여전히 사람은 사람을 절대로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아직까지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적이 혹은 죽일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은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재미도 있으면서 내가 여태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소설을 만났다. 추리소설 답게 독자의 관심을 한 순간도 놓지 않고 긴장감있게 끌고 가는 작가의 실력은, 이미 심사 위원들도 말했지만 (추리소설상 당선 작품이다.) 도저히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루만에 읽어 치우도록 만드는 대단한 흡입력과 매력을 동시에 지닌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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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h 2006-05-2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이 무엇보다 친절하고 쉬워서 좋았습니다.추리는 제껴두는 쟝르임에도 완전 몰입해서 본 책이라..공감 100퍼센트 리뷰입니다.

플라시보 2006-05-26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스님. 저도 추리를 부러 찾아서 보지는 않는데요. 이 책은 님 말씀처럼 친절하고 쉽고 또 뭣보다 재미나서 좋았습니다. 흐흐.

2006-05-31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ndS 2006-06-0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리뷰를 읽다보니 막 책이 사고 싶어지네요 ^^

픽팍 2006-06-2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평이 막 엇갈려서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님의 글을 읽어보니 사야겠네요;;저도 벚꽃지는 계절 뭐시기 읽었는데 반전 진짜 지대던데요;;;주위사람들도 반전 진짜 끝내준다고 두 번씩이나 보고 ;;ㅋㅋ이것도 살짝 땡기네요 만약 사게 되면 떙쓰 투 할께요 ㅋㅋ

2006-07-05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스의 기억
크리스티나 슈바르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에 소개되었던 책이다. 그녀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해서 소개한 책이며 영화는 모두 대박을 친다. 오프라의 개인적 소견인지 아니면 제작진 모두의 의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녀가 미국 사회에 끼치는 문화적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국에서는 오프라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하는데 글쎄다. 우리에게도 이 스토리가 그렇게 매력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 해 주겠다.

제목은 루스의 기억이지만 얘기는 루스를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거기다 사실 루스의 기억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루스의 이모인 아만다와 루스의 엄마인 마틸다. 루스의 친구 이모진. 이렇게 네 명이 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처음에는 마치 대단한 큰 비밀이라도 숨겨진것 처럼 작가는 계속 중요한 단서를 숨기기만 한다. 그러나 이건 추리소설도 공포소설도 아니다. 마지막에는 허무할만큼 아무것도 아닌 결론이 나온다. 왜 이 별것 아닌걸 이렇게나 대단한듯 꽁꽁 싸매고 숨겼나 싶어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여성들의 심리 묘사를 너무도 잘 해 놓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일인칭과 삼인칭 전지적작가 시점등 온갖 시점들이 다 등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전부 비슷비슷한 목소리로 들린다. 화자가 아만다이건 루스건 아니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풀어나가건간에 말이다.

너무도 큰 비밀 때문에 얽히고 섥힌것 같지만 사실 큰 비밀은 없다. 오히려 짐작했던 것 보다 훨씬 싱거운 진실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대단치도 않은 진실 때문에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은 불행하다. 물론 이모진의 경우는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의 의지가 아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입을 굳게 다문듯한 인상의 아만다는 나중에는 너무 쉽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저럴꺼면서 왜 여태 그 모든 의심을 받고 또 마틸다의 남편인 칼을 힘들게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뭐 한편으로는 소설속 인물들이 이해가 가면 어쩔것이고 또 안가면 어쩔것인가 싶다가도 도무지 감정 이입이 되질 않아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미국 여성들에게는 이 네 여자의 삶이 기구하면서도 드라마틱하고 또 여성 특유의 모성애와 희생정신으로 버무려진 아주 훌륭한 작품으로 읽혔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서 한참이나 떨어진 대한민국에 사는 나로써는 그다지 이 책에 공감할만한 구석을 찾지 못했다. 다 읽지 못할만큼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중간중간 재미는 있었지만 뭔가 가공할만한 비밀이 있다는 듯한 인상만 풍기지 않았으면 훨씬 더 많은 점수를 주었을텐데 좀 아깝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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