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의 기억
크리스티나 슈바르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에 소개되었던 책이다. 그녀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해서 소개한 책이며 영화는 모두 대박을 친다. 오프라의 개인적 소견인지 아니면 제작진 모두의 의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녀가 미국 사회에 끼치는 문화적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국에서는 오프라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하는데 글쎄다. 우리에게도 이 스토리가 그렇게 매력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 해 주겠다.

제목은 루스의 기억이지만 얘기는 루스를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거기다 사실 루스의 기억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루스의 이모인 아만다와 루스의 엄마인 마틸다. 루스의 친구 이모진. 이렇게 네 명이 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처음에는 마치 대단한 큰 비밀이라도 숨겨진것 처럼 작가는 계속 중요한 단서를 숨기기만 한다. 그러나 이건 추리소설도 공포소설도 아니다. 마지막에는 허무할만큼 아무것도 아닌 결론이 나온다. 왜 이 별것 아닌걸 이렇게나 대단한듯 꽁꽁 싸매고 숨겼나 싶어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여성들의 심리 묘사를 너무도 잘 해 놓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일인칭과 삼인칭 전지적작가 시점등 온갖 시점들이 다 등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전부 비슷비슷한 목소리로 들린다. 화자가 아만다이건 루스건 아니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풀어나가건간에 말이다.

너무도 큰 비밀 때문에 얽히고 섥힌것 같지만 사실 큰 비밀은 없다. 오히려 짐작했던 것 보다 훨씬 싱거운 진실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대단치도 않은 진실 때문에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은 불행하다. 물론 이모진의 경우는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의 의지가 아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입을 굳게 다문듯한 인상의 아만다는 나중에는 너무 쉽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저럴꺼면서 왜 여태 그 모든 의심을 받고 또 마틸다의 남편인 칼을 힘들게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뭐 한편으로는 소설속 인물들이 이해가 가면 어쩔것이고 또 안가면 어쩔것인가 싶다가도 도무지 감정 이입이 되질 않아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미국 여성들에게는 이 네 여자의 삶이 기구하면서도 드라마틱하고 또 여성 특유의 모성애와 희생정신으로 버무려진 아주 훌륭한 작품으로 읽혔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서 한참이나 떨어진 대한민국에 사는 나로써는 그다지 이 책에 공감할만한 구석을 찾지 못했다. 다 읽지 못할만큼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중간중간 재미는 있었지만 뭔가 가공할만한 비밀이 있다는 듯한 인상만 풍기지 않았으면 훨씬 더 많은 점수를 주었을텐데 좀 아깝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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