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브라운 페이스 파우더 (01. 페일 옐로우)는 얼마전에 소개했었다. 지금 옆에 보이는 것은 그 제품을 압착형태로 만든 프레스드 파우더이다. 색상과 제품은 동일하지만 좀 더 사용하기가 편하다.

마침 파우더도 다 떨어졌고 투웨이로 화장하기에는 너무 두터운 감이 있어서 프레스드 파우더를 구입했다. 쉬어 피니쉬 제품과 그냥 제품이 있는데 가격 차이는 4~5천원 정도. 다른점은 쉬어 피니쉬 제품이 오일프리 타입이라 여름에 쓰기 좋다는 것이다.

일단 모든 조건은 저번에 소개한 페일 옐로우 가루 파우더와 똑같다. 흔히 프레스드 파우더만 바를 경우 너무 허옇게 표현이 되는데 이 제품은 붉은끼를 많이 잡아줘서 허옇지 않고 약간 환한 피부를 표현해 주는 정도이다. 단점이 있다면 가격이 장난 아니라는 것. (4만8천원 백화점가)

거울도 큼지막하고 퍼프도 두텁고 보송보송한 편이다. 여름이라서 다소 두터운 메이컵을 피하고 싶다면 자외선차단 겸 메이컵 로션(메이컵 베이스와 달리 색상은 없다.) 같은 제품을 발라주고 컨실러로 약간의 잡티와 피부톤만 정리해 준 다음, 페이스 파우더를 두드려 발라주면 여름 화장은 끝이다. 가루 파우더가 가격에 비해 양이 많으므로 집에서는 가루 파우더를 쓰고 외출할때 저 파우더를 들고 나가면 좋다. 투웨이나 파운데이션 화장과는 달리 오후가 되어도 피부톤이 칙칙해지지 않고 아무리 덧발라도 화장이 두터워지지 않는다.

바비 브라운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 가격은 비싸지만 페이스 제품의 색이 다양하게 나와있다. 특히 파우더의 경우 보통은 두 가지 혹은 세 가지가 전부이고 한가지만 나오는 곳도 많지만 바비 브라운은 색상이 무척 다양하게 나온다. 매장에서 테스트를 하고 사는게 가장 좋겠지만 중간정도 피부나 약간 밝은 피부는 01번 페일 옐로우를 쓰면 가장 좋을듯 싶다. (환하지만 허옇게 밀가루를 펴바른듯 나오지도 않고 붉은끼도 많이 잡아준다. 보라색 파우더 같은걸 쓰면 백발백중 경극배우가 되니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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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ove 2004-04-2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극배우란말에 푸하하 웃었습니다. 제가 보라색파우더를 테스트용으로한번 바르고 나간적이있는데 사진찍는족족 친구가 가부끼다 가부끼 이랬는데 하하 갑자기 민망해지는군요 흐흐

플라시보 2004-04-2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한국인의 피부라면 왠만큼 하얗지 않고는 바르기 힘든 제품이죠. 랑콤이나 샤넬. 디올에서 나오는 제품들도 마찬가지구요. 걔네들은 가격은 비싸면서, 거기다 동양에서 엄청 팔아먹으면서 왜 동양인에 맞는 컬러는 만들지 않나 몰라요.

책선생 2004-04-2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비브라운이 국내에 들어오기도 전에 출장 다녀오던 남편이.. 그때만해도 연애할 때군요.
브래드명도 낯선 이 브랜드 제품을 사왔길래 이게 뭔가.. 했었더랬죠. 메이크업베이스를 덧바를 필요가 없는 로션이랑 파우더였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저처럼 진한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더더군다나.. 그런데 가격이 넘 비싸서.. ^^

플라시보 2004-04-23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은 오래전 부터 쓰셨군요. 저는 1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비싸서 메이컵 전 제품을 다 쓰진 못하구요. 님이 말씀하신 메이컵 베이스겸 자외선 차단이 함유된 페이스로션. 그리고 파우더 정도만 쓰고 있습니다. 정말 만만찮은 가격이죠. 아마 메이컵 전문 제품 중에서는 가장 비싸지 않나 싶습니다.
 


꽃을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좀처럼 꽃을 사거나 선물로 받을 일이 없지만 그래도 간혹은 있다. 그럴때면 언제나 꽃병이 없어 당혹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거꾸로 매달아서 바짝 말려죽인다음 드라이플라워라며 즐거워하긴 좀 그렇고... 따라서 저런 화병이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모양도 이쁘고 많이 꼽지 않아도 되도록 화병 입구도 좁아서 좀 허접한 꽃다발을 받아도 풍성하게 장식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근데 저기 저 꽃은 이름이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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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8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mji 2004-04-1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 아닐까요? 수국은 원래 처음에 필 때는 흰색으로 피어나서 시간이 갈 수록 보라색으로 바뀌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음..아닐 수도 있고요- ^ ^; (아닐 것 같은 기분이 더 강하게 드네요;; )

코코죠 2004-04-19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의점에서 파는 스타벅스 커피 마시고 난 유리병도 화병하기 참 좋거든요. 동전 모아놓기도 좋고요. 뭐 커피 한병에 3000원이나 하지만; 그나저나 저는 제목만 띡 보고 '홧병' 나셨다는 줄 알았다는...일상으로의 초대 게시판이랑 헷갈렸어요 쿨럭;;;

플라시보 2004-04-2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수국이라. 길수도 아닐수도 있겠군요.
오즈마님 스타벅스 커피. 맛나지만 너무 비싸죠? 특히 슈퍼에서 파는 가격 치고는 믿기가 힘들만큼.. 그리고 홧병이라. 하하. 제가 홧병 걸리기를 바라시는거죠? 님? 하핫^^
 

옆에 보이는 것은 바디샵에서 나오는 핸드로션이다. 사진도 코딱지 만하게 나왔지만 실제 용량도 그렇게 크지 않다. 따라서 휴대도 가능하다.

여자가 나이를 속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손이다. 얼굴이야 늘 가꾸고 하다가 안되면 물리적인 힘 (주름살 제거술이나 보톡스 등등) 이라도 빌리면 되지만 손은 그게 불가능하다. 즉 한번 손이 늙어 쪼글쪼글 해 지기 시작하면 게임 끝이란 소리다. 그러므로 미리미리 관리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스물 아홉이지만 아직 손만 봤을때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으로 보인다. 원래 엄마를 닮아서 손이 예쁘기도 하지만 (내 입으로 이런소리 하는건 상당히 쑥쓰럽지만 그래도 내가 신체에서 가장 자신있는 부위가 바로 손이다. 네일샵에 가면 손 모델을 하란 소리를 들을 정도다.) 역시 열심히 가꾼 덕이다. 언젠가 핸드크림 광고에서 '손은 여자의 생활을 말해줍니다' 뭐 그거 비슷한 카피를 듣고난 이후부터 나는 꼬박꼬박 핸드로션을 챙겨 발랐었다.(저거 들었을때가 국민학교 다닐때 였다.) 손 모양이야 타고나야겠지만 손이 늙지 않는것은 순전히 저 카피에 자극받은 내가 열심히 핸드로션을 발라 준 덕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세상에는 수많은 핸드로션이 존재하고 그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돈 좀 주고 산 핸드로션이 바로 저거다. (대부분은 마트에 파는걸 사서 썼다.) 색깔은 핑크색이고 바르고 나면 흡수도 빠르다. 손에 바르는 로션은 유분이 너무 많으면 끈적거려 좋지 않고 또 너무 수분이 많으면 바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손이 건조해진다. 저 제품은 그런 면에서 딱 좋은 정도의 수분과 유분을 함유하고 있다.

손을 보호하려면 설겆이 할때 반드시 고무장갑을 끼고 해야하며 빨래등을 할때도 맨손으로 하는건 좋지않다. 알다시피 손에는 피지 분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세제가 닿으면 손의 수분과 영양분을 지나치게 앗아간다. 수분과 영양분이 부족한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거칠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얼굴을 가꾸는 노력의 반의 반만 들여도 손은 훨씬 이뻐질 것이다. 손도 피부임을 잊지 말자. 

참고로 손에 로션을 바를때는 손바닥에 발라서 비비지 말고 손등에다 로션을 짜서 손등 부위끼리 비벼준다. 사실 손 바닥에는 로션 발라봐야 끈적거리기만 한다. (단 손이 몹시 건조한 사람들은 손바닥에도 발라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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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4-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피부도 개판인데다, '주부습진'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손이 거칠어요. 무척 슬퍼요. 평소 일도 별로 안하는 주제에 가끔, 물일 하면 벌개지고, 오징어라도 다듬을라치면, 알레르기인지 가렵고 부어요. 흑흑. 겁나서 어젠 고무장갑 끼고 오징어 썰따가, 고무장갑 양쪽 다 구멍냈죠..흑흑, 플라시보님의 손이 넘넘 부러버요....핸드크림 자주 쓰긴 하지만...암튼, 님의 글을 본 기념으로 한번이라도 더 발라야겠어요. -.-

플라시보 2004-04-1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핸드로션이 안되면 핸드크림을 쓰시구요. 아니면 네일샵 가셔서 관리를 한번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네일샵가도 언제나 메니큐어만 달랑 칠하지만 보니까 파라핀 팩도 해 주고 그러더라구요. 아니면요. 이건 우리 엄마가 쓰는 방법인데 자기 전에 핸드크림을 아주 듬뿍 바르고 (로션말고 크림) 비닐장갑을 끼고 그 위에 면장갑을 끼고 자 보세요. 엄마 말에 의하면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너무 부러워 마세요. 전 대신에 얼굴 피부가 개판이잖아요. 하핫

마냐 2004-04-18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구닥다리라 네일샵은 꿈도 못꿨답니다. 게다가, 타자수 인생이라 손톱이 늘 뭉툭하죠. 비닐장갑요법은 함 해봤는데, 넘 답답해서.....건 그렇구, 사진으로 뵈도 피부 고우시던데...^^

플라시보 2004-04-2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빈말이라도 피부 괜찮다는 말은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요. 그리고 서울에는 네일샵에서 손 관리 하는데 비싼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케어하는데 1만3천원 정도 합니다. 그러면 각질제거 맛사지 손톱다듬기 등을 해 주더라구요. 근데 시간이 1시간 정도 소요되는지라 마냐님처럼 바쁘시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선생 2004-04-23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써본 제품인데.. 뉴트로지나랑 이 바디샵 핸드 크림을 주로 쓰죠.
결혼 전엔 손이 거칠다는 거 잘 몰랐는데 결혼 해서 게다가 이제 전업 주부로 아이 키우다보니 하루 종일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더군요. 꾸준히 핸드 크림을 애용하게 되었죠.
이 제품은 뉴트로지나보다 덜 빡빡한 느낌이 들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좀 묽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

플라시보 2004-04-2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약간 묽은감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저거 말고 바디샵의 다른 제품을 써볼까 합니다. 꼭 물감처럼 생긴게 있더라구요. (유화물감 아시죠? 납으로 된 튜브 안에 있는. 그렇게 생긴 제품이 있더군요.) 그건 좀 덜 묽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
아툴 가완디 지음, 김미화 옮김, 박재영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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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도착한것은 공교롭게도 일년에 서너번 정도 병원에 갈까 말까한 내가 입원을 하게 되었던 시기였다. 환자복과 불편한 침대. 맛없는 식사. 그리고 미심쩍은 주사와 투약이 계속되는 가운데 마침 이 책은 내 손에 쥐여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이 책에 대해 기대가 남달랐다. '그래 이 의사가 고백하는 현대의학은 뭔가 대단한 헛점과 결함과 치명적인 실수를 숨기고 있을 것이야' 하며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책을 잡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은 현대의학의 불확실성에 대해 아주 일반적인 부분만을 건드리고 있다. 그 정도의 내용이라면 의사를 주변에 둔 사람쯤은 충분하게 주워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즉 의사도 실수를 하고 현대의학이 완전하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의사들은 날마다 최선을 다 하고 있고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정도이다.

물론 실수로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한두번씩 등장을 하긴 하지만 스리슬쩍 넘어가는 분위기였으며 반면 어떤 치료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다 마침내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낸 대목에 있어서는 몇 페이지고 할애를 했다. 그도 의사였던 것이다. 모든 팔은 안으로 굽고 그의 팔 역시 의사와 외과쪽으로 굽어 있었다.

하지만 의사의 입장에서는 비교적 환자들이 처한 고통을 이해하려고 또 그가 행하는 의료행위가 완전하지 않다는것 또 현대의학이 아직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너무 판도라의 상자를 기대했기 때문이었고 또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멀쩡한 상황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읽었으면 나는 이 책에다 별 3개라는 짠 점수를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책은 비교적 쉽게 읽힌다. 그리고 중간중간 흥미있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역시 어딘가 모르게 2% 부족한 고백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입으로 말 하거나 인정하기를 꺼려하는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 만으로도 그는 꾀나 괜찮은 의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하는 갈증을 느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아프면 속수무책이다. 대체 왜 열이 나는지, 왜 붓는지, 왜 쿡쿡 찌르듯 혹은 쑤시듯 그도저도 아니면 묵직하게 아픈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병원에 간다. 어디가 어떻게 되었기에 이렇게 열이나고 아픈것인지를 알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얼마나 친절한 설명을 들었는가! 대부분의 의사들은 내게 투여하는 약의 종류와 부작용이 어떤 것인지 또 내게 놓는 주사제가 어떤건지 (간호사는 오직 주사에 대해 한마디만 한다. '조금 아프거든요. 많이 문지르세요' 하지만 그 주사가 어떤 주사라 왜 아픈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치료과정을 거칠것인지에 대해 얼렁뚱땅 넘어 가 버린다.

나만 하더라도 입원을 하고 수도없이 맞은 주사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으며 (그중 항생제 주사가 있어서 토하고 나서야 비로서 나는 그 주사가 항생제였음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치료과정을 거치고 또 현재 상태가 얼마나 호전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초음파로 뱃속을 본 것은 의사일 뿐. 나는 내 뱃속한번 보지 못했으나 내 뱃속에 대한 치료를 받았고 또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 책에 등장하는 가완디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은 조금더 형편이 나은 모양인지 의사가 환자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들은 환자에게 질문을 할 뿐. 환자에게 현재 겪고있는 고통에 관한 충분한 설명은 생략한다. 물론 그들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역시 우리가 어떻게 왜 아프며 앞으로 진행방향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그냥 가서 치료를 받는것이 아니라 분명 그 댓가를 의사에게 지불하며 진료와 치료를 받는다. 의사와 환자가 조금만 더 대화를 하고 의사소통을 하려는 시도를 하려고 든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안되었다는 동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하루에도 수십명씩 아프다는 사람들을 봐야하며 모두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긴 근무시간과 강도높은 노동. 항상 의사들은 피곤한 모습이고 어딘가 모르게 지쳐보인다. 그런 과중한 업무와 인간의 생명을 다루기에 따라오는 긴장감을 가지고도 활기차고 쾌활하게 일하기를 기대한다면 너무 큰 바램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음이 보인다. 의사들 역시 환자를 고치고 싶어 하고 환자 역시 낫고 싶어 하니 적어도 의사와 환자가 한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분명한 합의점에 도달한 것이다. 책을 읽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간 의료사고에 관한 나의 편협한 생각이 조금 넓어졌다는 것이다. 즉 의사가 고의로 혹은 무신경해서 저지르는 의료 사고뿐 아니라 더욱 광범위한 이유로 또 때로는 필요악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너무 많은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책이다. 그리고 직업이 의사가 아닌한 모두 환자의 입장들일테니 의사가 본 의료계와 그 현실을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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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4-1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는 언제나 박력이 넘칩니다. 추천 중 한명은 접니다

플라시보 2004-04-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여자한테 박력있다는거...칭찬 맞지요?^^)

갈대 2004-04-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 퍼갑니다~

플라시보 2004-04-1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 꾸뻑^^

마냐 2004-04-1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지난번에 책 사면서 막판에 예산 부족으로 뺀 책이라...'대기중' 상태였는데, 님의 리뷰를 읽고보니 "아이구, 안 사길 잘했다"부터, "그래도 함 봐줄까"까지 암튼 고민 생기네요. ^^

플라시보 2004-04-18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보세요 쪽입니다. 별 셋을 준것은 제가 기대를 너무 크게 했기 때문입니다. 읽기도 수월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허나 책값은 다소 비싸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립간 2004-04-18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시 의료인의 관점에서 답변을 해야 할 것 같군요.
2% 부족은 너무 후한 점수를 주신 것입니다. (아마도 2% 유행하는 숫자로 쓰신것 이겠지만) 야구에서 타율 3할은 매우 좋은 점수이고, 4할은 입신의 경지입니다.(절반도 안 되지만) 의료에서 2% 부족은 입신의 경지의 의료입니다. 고백적인 내용을 담은 이 글도 어짜피 글에 불과하고 가완디도 의료인입니다. 제가 출산에 관한 책을 읽어서 70%의 부족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훌륭한 책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저의 경험을 예로 들면 담도암으로 진단 받은 인테리 환자가 있었습니다. 처음 입원 한달간 환자와 저와 팽팽한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그도 직감적으로 말기암이라는 것을 느끼지만 저에게 묻지 못했고, 저도 그가 질문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한달쯤 지난후 환자는 자신에 병에 대해 알고 싶어 했고, 의학적 지식과 환자의 관련된 혈액 검사와 검사된 영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환자는 솔직하게, 친절히 설명해 준 것에 대해 여러번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그 사실을 안 후 사망하기까지 반 달정도 기간에 환자의 얼굴에서 이전과는 다른 절망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같은 상황에 닥치면 똑 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2004-04-18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04-2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의료인의 입장에서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2% 부족하다고 했던 것은 님이 말씀하시는 것 처럼 광고 카피를 인용한 것도 있겠고. 또 제가 의료인이 아니다보니 이 고백서가 어느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의료사고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가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병원에 가면 플라시보 효과라도 기대합니다.^^ 더이상 고통받지 않고 멀쩡하던 몸으로 돌아가길 바라는게 환자들의 가장 큰 소원일테니까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까지 두 가지의 고민을 했었다. 하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고, 좋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믿음이 안가는 (참으로 이상한 성격이긴 하지만) 무언가가 있었고, 또 하나는 내가 야구의 '야'자도 모른다는 것이다.(심지어 몇명이서 하는 경기인지도 모르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매한가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눈여겨 보면서도 선뜻 구입해서 읽지를 못했다. 남들 다 읽었다는 유명한 책 중에서는 나랑 코드가 맞지 않은 책들이 유난히 많았으며 (치즈의 위치 운운하는 책이나 파*포* 같은 혹은 스스로를 귀엽다 생각하는 아해가 쓴 책들이랄지) 이 책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야구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며 알고 싶지도 않은 내가 야구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심하게 들었었다. 그런데 나와 가장 친한 친구 이모양이 이 책을 꼭 읽어보라며 추천을 했었다. 이모양으로 말할것 같으면 가끔은 나와 코드가 안맞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비교적 그녀가 추천한 영화나 음악, 책 중에서 실패할 확률은 10% 미만이므로 나는 그녀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뭣보다 '야. 야구 몰라도 이거 재밌어'라는 말이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과연. 이 책은 심하게 재밌었다. 한 페이지당 최고 5회에서 최소 1회는 '푸하하' 하고 웃게 만들었으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질깃질깃하게 웃기는 맛이 있는 것이. 재미에 이 한평생 걸고 사는 나에게는 딱인 책이었다. 내가 쓴 마이리스트 중 웃다가 죽으리 라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심하게 재밌고 웃기는 책이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실존했던 프로 야구팀이다. 야구팀하면 삼성 라이온즈, OB 베어스, 한화 이글스, 청보 핀토스 정도만 아는 나에게는 물론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팀이다. (청보 핀토스의 전신이었다고 한다.) 그 팀은 무서울 정도로 야구를 못했으며 기록 또한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93년도에는 한 선수의 노력으로 잠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적이 있었으나 다음해에 역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만연 꼴찌팀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후 삼미 슈퍼스타즈는 사라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소년은 인천에 살고 있으며 인천을 연고로 둔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팬클럽이 된다. 그의 인생은 순탄했으나 삼미 슈퍼스타즈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팀이 없어지고 야구와는 무관한 인생을 살던 소년은 어른으로 자라고 대학생을 거쳐 직장인이 된다. 어린시절과는 다소 다른 복잡다난한 인생을 살던 그는 실직을 계기로 다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에 가입한다. 물론 이미 없어진 팀이라서 그의 친구 한명과 삼미 슈퍼스타즈를 숭배하는 일본인 한명. 그리고 대체 왜 가입했는지 모를 떨거지들과 함께. 그들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된다.

뭐든 이겨야 하는 세상. 남보다 반보라도 앞서야만 안심이 되는 세상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와 그 마지막 팬클럽은 어쩌면 이 세상에 농담같은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모든 사람들이 다 선두에 서서 1등 자리를 먹을수는 없다. 누군가가 일등이면 꼴찌도 있어야 하고. 누군가가 열심히 살면 또 누군가는 나무늘보같은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소년은 삼미 슈퍼스타즈와 자신의 인생을 통해 그점을 배운다. 벌서듯 살지 않아도 세상은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 보면 삼미슈퍼스타즈와 그 팬클럽은 나를 닮은것 같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팍팍하게 벌서듯 사는 삶이고 그래서 나는 언제나 1등이나 주류로 부터는 한참 떨어진 삶을 살았다. 중학교때 부터 공부에 손을 놓기 시작해서 고등학교때는 내신성적 15등급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거두었고 운이 좋게도 수능이라는 제도가 생겨서 나는 간신히 어정쩡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 역시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출석만 잘 해도 장학금은 따놓은 당상인 할랑한 과에 들어갔고 교수가 무지하게 봐 줬지만 나는 출석일수가 너무나 턱없이 모자라서 유급생이 되었고 과 최초로 유급생이지만 졸업을 했다. 물론 열심히 다녀서는 아니다. 교수가 불쌍해서 졸업을 시켜 준 것이다. 실제로 나는 과목 하나를 누락하는 바람에 (단 한번도 출석과 시험을 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졸업할때야 알고 정말 헉겁하는줄 알았다.) 절대로 졸업을 못할 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지도교수가 담당 교수님을 만나 사정사정해서 나는 얼치기로 졸업을 했다. (지도교수님은 내 에반게리온 비디오 시리즈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나는 그 교수님을 용서하고 있다.)

이런 나의 할랑한 삶은 어른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친구 따라 갔다가 방송국에 취직을 하고 목소리만 멀쩡하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놀맨놀맨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한가하고도 나른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일은 절대 하지 않으며 오직 편하게 돈을 버는 것 만이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돈을 더 벌고 힘든일을 할래라고 물으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건 내가 추구하는 할랑한 삶에서 너무나 벗어난 짓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신나게 뺑이 치다가 어느날 갑자기 퇴직을 강요당한 것 처럼. 내가 그런 삶을 견뎌내거나 성공적으로 끌고 나갈 확률은 희박하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그 사실을 잘 안다.

이 책에서 단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뭐랄까 주인공의 대학 이전까지는 논픽션 냄새가 나고 상당히 재미가 있는데 대학 시절부터는 픽션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별로 재미는 없어진다. 이건 아마도 작가의 상상력이 조금은 후달리는 것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일인것 같다. 실제로 이야기꾼이라 불리우는 작가들 중에서 상당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에 의존한다.(물론 아닌척 한다.)내가 보기에 정말 대단한 작가들은 경험을 재밌게 우려내는 작가들도 물론 그렇지만 그보다 생판 처음부터 모든걸 상상해서 써 대는 작가들이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이야기꾼이라 불리울 만 하다. 그러나 나는 재미만 있다면 픽션이건 논픽션이건. 작가의 경험이건 머리속에서 창조된 이야기건 별로 가릴 마음은 없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하지만 다소 주춤거렸던 중후반부와 달리 끝 부분에서 마무리가 아주 깔끔하다. 끝처리가 너저분하면 꼭 단터진 원피스 자락처럼 추한데 이 책은 오버로크로 잘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다소 재미가 처지던 부분이 쉽사리 용서가 된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아주 훌륭한 책이다. 뭐 지식을 준다던가 뭔가를 깨닳게 하려는 부분 (실제로 작가는 뭔가 전하려고 했지만 나는 별로 느낌이 없었다. 너무 재밌는 탓에 작가의 가르침 으로 재미가 반감되는게 싫었나보다.) 이 크게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다는 것은 얼마나 큰 미덕인가!

세상을 재미로만 살 수는 없다랄지 혹은 재미가 밥 먹여 주느냐 같은 소리를 많이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인것 같다. 재미 하나로 승부를 걸어서 사람을 이토록이나 유쾌하게 만드는 이 책은 분명 성공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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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전 이책을 몰랐는데... 꼭읽어야 겠네요...

마냐 2004-04-1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두 야구 룰 하나 몰라도..무진장 즐겁게 읽었고, 개똥 철학도 하나 늘렸죠....단터진 원피스 자락이 아니라..오버로크로 마무리한 책이라니..표현이 죽음임다. 캬캬

RainSmile 2004-04-1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꼭 읽어봐야겠네요.^^

메시지 2004-04-1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진하게 추천합니다. 제 주변사람들에게 벌써 여러번 선물했죠. 작년 말에는 삼미슈퍼스타즈의 후신인 에스케이를 응원했다니까요. 거의 이 책에 대한 중독을 보였였지요. 당시 술자리에서 저를 만난 사람중에서 저에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못 들은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과 저 둘 중 하나가 만취였다고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야구와 인생을 비교해 볼 때 전 많은 교훈과 깨달음도 느꼈답니다. 추천 꾸욱.

비로그인 2004-04-19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신 분 참 진솔하시네요. 책이 막 읽고싶어집니다.

마음의 평화 2004-04-2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