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가디언 책 읽는 샤미 42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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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망했다.....'의 이유는 통금 시간 7시를 넘긴 것을 엄마한테 들켰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싫어하는 화장도 했고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은 꺼려지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친구 다미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말이지요.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겨 외톨이로 지내던 은하는 다미가 함께 놀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크롭티 입는 게 창피하고 화장도 어색해서 싫지만 다미가 하자고 하면 같이 하고, 매운 거 못 먹지만 다미가 좋다고 하면 마라탕도 먹습니다. 은하는 학교에서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6학년이 되어 다미와 민지, 은하는 모두 다 다른 반이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울려 다녀요. 그런데 다미는 은하에게 같은 반 지은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미가 싫어하니 은하도 같이 지은이에게 거리를 둡니다.


그런데 현장 체험 학습 날 지은이랑 같은 모둠이 되어 버렸어요. 같이 다니다보니 지은이가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였어요. 다미는 도대체 왜 지은이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궁금해졌지만 물어볼 수 없었어요. 게다가 지은이는 은하가 좋아하는 그룹 '마이 가디언'의 팬이었어요. 공통점이 생긴 지은이가 더 궁금해졌어요.


지은이와 관계된 다미의 그간의 행적을 알고 은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SNS의 상태 메시지를 이용해 상대를 저격하는 치졸한 방법을 이용하던 다미는 은하에게까지 강요하지요. 주저하는 은하를 다그치던 다미는 일방적으로 절교를 당했고요. 은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요?


어린이 동화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따돌림' 문제를 다룬 동화예요. 친구들 사이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은하, 그런 친구들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 다미, 혼자지만 당당한 지은이는 모두 친구 관계에 예민한 6학년 친구들입니다. 한참 그럴 시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친구때문에 '나'를 잃는 일도 생기고 내가 작아지는 일도 생기니 그게 문제입니다. 관계가 중요하지만 '나'로부터 시작되는 관계여야 한다는 점,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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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일 수 있다면 - 제1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임고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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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잠깐 사이 기온이 1도가 올랐다. 영하 221도이 봄날이었다.“

제1회 현대문학+미래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의 도입 부분이다.
빙하기에 접어든 지구의 미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얼어붙은 지구에 생존자가 있었으니 서진과 서리 자매이다. 영하 221도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들의 할머니 덕분이다. 지구 가까이에서 소행성이 폭발하고 그 결과 지구를 냉각시키는 가스가 대기를 에워쌀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과학자인 할머니는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얼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학자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말도 안 되는 종말론으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조롱을 들어야 했지만 차근차근 준비했고 가족인 서진과 서리를 이주시켰다. 그리고 할머니는 떠났다. 외계 생명체에게 지구는 자원 창고고 창고 온도가 높아져 자원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통쨰로 지구를 얼린 마당에 이주하기 적당한 행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세상이 온통 얼어 붙은지 6개월, 서진은 차라리 지금이 낫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얼어 붙기 전, 서진은 앞니를 잃고 금니를 해 넣어야 했다. 서진을 괴롭히던 기유진이 얼어버린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악몽에 시달리고 무기력해져갔다. 한없이 가라 앉는 서진을 살리기 위해 서리는 할머니가 만든 해동 장치를 꺼내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살려낸 인물은…

멸망과도 같은 빙하 시대에 ‘녹일 수 있다’는 것은 곧 권력이다. 주인공 서진은 햄릿형 인간이다. 녹여 준다고해서 대상자가 좋아할지, 한 명을 녹이고 나면 또 다른 사람을 녹여주고 싶다고 할테고 그 중에는 꺠어나지 말아야할 인물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에 비해 동생 서리는 돈키호테형 인간에 가깝다. 운동을 좋아해 활력이 넘치기도 하고 직접 부딪혀 해결하는 쪽이다. 인간의 유형을 딱 둘로 나눌 수는 없지만 극과 극인 자매의 성향은 이야기 속 사건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서진의 할머니 과학자의 말을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라도 안 믿었을테니까. 영화 <돈 룩 업>이 떠오르는 설정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요 며칠 내린 폭설도 말도 안되는 상황 중 하나이다. 의미를 두고 준비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거의 모든 문제의 답을 지구 온난화로만 적어도 답이 된다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무감각하게 전기를 쓰고 물을 흘려 보내고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 결과는 온전히 각자의 책임일 뿐이다.

두껍게 얼어 붙어 사람의 형체이긴 하나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내 앞의 사람을 나는 녹일 것인가?
그런 세상에서 나는 누구를 녹이고 싶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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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사춘기 대 갱년기 문학의 즐거움 72
제성은 지음, 이승연 그림 / 개암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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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아들 사춘기다!
제성은 작가님의 <사춘기 대 갱년기>의 아들 버전입니다. <사춘기 대 갱년기>를 재미있게 읽어서 아들 버전 사춘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어요.

수호는 알록달록한 옷이 싫고 엄마의 과한 사랑이 부담되는 사춘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래서 방문에 써서 붙였어요. “꿀 뚝뚝 눈빛 금지, 우리 수호 금지, 엉덩이 토닥토닥 금지”. 우리 첫째 생각이 나더라고요. 언제나 사랑스러운 1호도 초6 무렵 엉덩이 토닥토닥은 집에서만 해달라고 했었거든요.

엇, 수호가 가족들 앞에서 ‘그 분’이 왔다는 사실을 발표하려던 찰나, 엄마가 먼저 ‘그 분’을 드러냈습니다. 엄마의 ‘갱년기’ 말이에요. 선수를 놓친 것 뿐만 아니라 아빠는 갱년기가 사춘기를 이긴다는 말로 수호를 놀리셨어요.

엄마의 갱년기는 생각보다 무시무시했고, 엄마는 비밀도 생겼습니다. 밥을 챙겨주지 않으시는 것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뭐, 잔소리듣는 것보다는 다행이다 생각도 했죠. 수호는…

불쑥불쑥 방문을 열고 들어 오시는 엄마께 선을 지켜달라고 말하며 수호와 엄마의 갈등은 심해지고요. 엄마는 엄마대로 수호는 수호대로 치열하게 갱년기와 사춘기라는 힘든 시간을 보내지요.

이 과정을 통해 엄마는 엄마의 일과 생활을 찾고 수호는 수호대로 이성 친구에 대한 호감과 첫 사랑의 설렘을 느낍니다.

사춘기와 갱년기는 회피 대상이 아니라 ‘나’를 찾아 가는 통콰 의례
‘사춘기’네 ‘갱년기’네로 마치 감투 쓴 거마냥 짜증스러운 상황을 회피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거든요. 지독한 사춘기나 갱년기에 대한 경험이 없어 그랬던가봐요.

이 동화에서 사춘기와 갱년기를 보내며 수호와 수호 엄마가 달라진 점은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더라고요. 수호 엄마는 수호가 엄마한테 “선 넘네”라고 말한 것이 큰 상처였다고 해요. 하지만 부족한 체력과 엄마 만의 시간과 생활을 위해 배달 일을 하며 ‘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선을 긋는 거, 그거 꽤 자연스럽고 당연하더라?
사람마다 자기만의 구역이 있어야 하더라고, 그래서 깨달았어. 너도, 누나도 이제 많이 컸으니 자꾸 부모에게 선을 긋고 너희 세상으로 가야 하는데, 엄마가 자꾸 너희가 그려 놓은 그 선을 넘어 참견하면 안 되는 게 맞았어. 그러니까, 우리 서로에게 선을 잘 지키자. 너도 엄마에게, 엄마도 너에게.“

“엄마는 예전처럼 내 엉덩이를 토닥이는 대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극혐’은 아니었다. 어릴 적 추억 같은 느낌?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랄까.
(……)
선 긋기, 그거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나는 선을 긋고 또 그으며, 그 선을 조금씩 넓혀 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 선 안에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들어오라고 손짓할 수 있겠지. 더 크고 넓은 김수호가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수호는 각자 자기의 선을 지키며. 서로를 응원하기로 했어요. 물론 또 다투고 갈등하기도 하겠지만 서로의 선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자녀가 독립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사춘기.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준비하기 위한 갱년기.

사춘기와 갱년기를 두려운 마음으로 대할 필요가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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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는 엄친아 개나리문고 20
류미정 지음, 조경옥 그림 / 봄마중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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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는 글씨도 얄미워 보인다던 어린 책 친구가 떠오른 책이었어요.

엄마 친구 아들, 딸들은 왜 다들 못하는 거 없이 다 잘하는지 끊임없이 비교 당하는 엄친아의 실체가 궁금하다고 했던 어린 친구에게 엄친아의 비밀을 알려 준 적이 있었어요.

“엄친아는 저마다의 장점을 한 데 모아 놓은 가상 인물이야~”

주완이도 그런 친구였어요. 다인이 엄마는 말끝마다 주완이랑 비교를 했지요.
다인이도 주완이보다 하나쯤은 더 잘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모가 기자로 일하는 잡지 인터뷰를 얼마나 기대했는데… 엄마는 그 속도 모르고
똘똘한 주완이도 불렀다니까요. 아휴 얄미운 주완이, 말도 잘 하네요.

주완이랑 하필 같은 반이 되서 사사건건 비교 당하는 게 싫어 꼭 반장이 되고 싶었던 건데, 그마저도 이준이에게 졌어요.
다인이의 3학년은 이대로 망했다 싶었는데, 어머머~~~ 숨은 뒷이야기가 있었네요.

아관파천, 자격지심 이런 어려운 말은 모르지만 다인이는 다인이만의 매력이 있는걸요.
다인이와 함께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그 아이와 천생연분 한 팀이 되어 한국사 골든벨에 나가기로 했어요.

어린이 잡지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 실린 사진 속 다인이보다 실물 다인이가 더 예쁘다는 그 친구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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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의 시대 새소설 17
장은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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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청소원 아버지는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는데 부끄러움의 정도가 심해 유령처럼 손님들 눈에 띄지 않게 청소를 하고 샤사삭 사라지는 호텔 청소원이 아니었으면 밥벌이도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아버지의 모든 역사는 호텔에서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머니를 만났고, 어머니를 그 곳에서 잃었다. 그 곳에서 ‘나’의 스승을 만났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도 호텔에서 청소를 하다가 맞이한다.

‘나’는 수공예 우산을 만드는 사람이다. 아버지가 호텔에서 만난 스승님은 어릴 때 벨기에로 입양간 한국인이다. 입양 가기 전 한국을 느티나무에 부딪히는 빗소리로 기억한 스승님은 우산 수공예 장인이 되었다고 한다. 말년을 한국에서 보내러 왔다가 숙소였던 호텔에서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어머니는 정의로운 분이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뛰쳐나왔고 집에서도 나와 호된 고생 끝에 호텔에서 청소를 하게 됐다. 호텔에서도 청소 노동자로서 억울한 일들을 참지 못 했다. 그런 과정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성실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에 띄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아버지는 객실 문 앞에 붙여 두는 ‘방해하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읊조리며 살았다. 성실하게 살아 오던 이들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당연한가? 아버지는 ‘나’는 다른 사람을 살기를 바랐는지 ‘강한해’라고 이름을 지어주셨다.

언제부터인가 우산 가게 앞을 서성이는 ‘봐요’씨는 화재 사고로 언니를 잃었다. 화마로부터 피하기 위해 몸을 던지던 순간 꼭 쥐고 있었던 우산을 버릴 수 없어 고치러 왔다가 한해와 연인이 된다. ‘봐요’씨는 기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안전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무너지는 마음이 힘들다.

아버지가 이제는 부끄러움 없이, 들킬 염려도 없이, 누구의 방해도 없이 편한 마음으로 호텔 청소를 하며 지냈으면 좋겠다. 어떤 시대든 시대는 견디고 버티는 것이고, 견디고 버티는 자가 시대의 승자이다. 호텔 최고의 청소부였던 아버지는 자신의 시대를 잘 견디고 버텨냈다.

사회적 참사와 재난으로 부터 무던하게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강한해’가 수제 우산을 만드는 사람인 이유를, 강한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호텔 청소부인 이유를,
‘봐요’ 씨가 기계 설계를 하는 사람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소설 속에 일어나는 화재, 열차 탈선, 팬데믹 현상은 우리가 이미 겪은 사회적 재난과 참사이다. 이런 참사의 원인을 무던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의 부족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었다.

반복되는 참사와 사회 재난 때마다 ‘예방할 수 있었다. 인재다’ 식의 뉴스를 접하며 하나 마나 한 말이라는 생각을 한다. 책임 소재를 가르며 책임자 사퇴 운운할 게 아니라 눈에 보이든 그렇지 않던 제자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기억해야 하는 게 아닐까?

촘촘한 구성이 돋보이는 마음에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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