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갈릴레오 총서 3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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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
xⁿ + yⁿ = zⁿ (n은 3이상의 정수)을 만족하는 정수해 x,y,z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 x ,y, z 중 하나가 0이거나 모두 0인 경우는 제외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과거 수많은 수학자들의 도전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정리를 남긴 페르마도 주석으로 무한 반복성 귀류법을 통해 n=4일경우를 증명해 남겨놨음이 밝혀졌습니다. 수학자 오일러는 페르마와 마찬가지로 무한 반복성 귀류법을 사용해 n=3일 경우에 도전했지만 논리상의 허점이 발생했고 오랜 노력 끝에 허수를 이용, 논리의 허점을 보완하는데 성공해 n=3일 경우를 증명했습니다. n=3과 n=4가 이미 증명되었으므로, 3과 4의 배수들 역시 자동적으로 증명이 되었습니다. 그 후 소피 제르맹은 ‘만약 그 방정식에 해가 있다면 그 해는 어떠한 조건을 만족할 것이다’ 라는 방식을 제안했고, 제르맹의 제안을 바탕으로 페테르 구스타프 르죈느 디리클레와 아드리앵 마리 르장드르에 의해 n=5인 경우를 증명했고, 프랑스 수학자 가브리엘 라메는 제르맹의 방식에 새로운 논리를 첨가해 n=7인 경우를 증명합니다. 그후 '모든 타원방정식은 모듈 형태와 연관되어 있다'는 타니야마 - 시무라 추론이 나오게 되고, 독일의 수학자 프레이가 페르마정리는 타원방정식으로 치환될수 있음을 증명하게 됩니다.


프레이는 이런 변환을 통해

1) 만일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모든 타원 방정식은 모듈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
2) 만일 모든 타원 방정식이 모듈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면 프레이의 타원 방정식은 존재할 수 없다.
3) 만일 프레이의 타원 방정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페르마의 방정식에 정수해란 있을 수 없다.
4) 따라서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맞는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게 됩니다. 하지만 프레이는 자신이 유도한 타원방정식이 정말 그 정도로 비정상적인지를 완전하게 증명해내진 못했는데, 그 후 수학자 켄 리벳이 (M)구조의 감마 제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프레이의 오류를 해결합니다. 결국 타니야마-시무라 추론을 증명하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할수 있음이 알려지게 됩니다.

물론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은 여러 해 동안 아무도 증명하지 못한 난제임이 틀림없었죠. 그럴듯한 아이디어조차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그것은 분명의 현대 수학의 주류를 이루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증명을 완전하게 끝내지 못한다 해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었습니다. 일부만 증명되어도 그만큼 수학은 발전하게 될 테니까 말이죠. 시간 낭비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생동안 저를 따라다니던 페르마의 환영이 이제 드디어 저의 전문적인 지식을 밑천 삼아 대적할 수 있는 대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던 겁니다. - p.262

20세기의 세계적인 논리학자인 힐베르트는 사람들이 “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도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실패할 것이 빤히 보이는 그런 무모한 일에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와일즈는 실패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도전하기 위해 최신 계산법을 익혀나갔습니다. 그는 타원 방정식과 모듈 형태에 관련된 모든 수학을 익히는데 18개월을 사용했고, 10년 이상의 세월을 인내하려고 결심합니다. 그는 학술모임과 세미나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관련없는 모든 일에서 손을 뗍니다. 그는 1년간의 심사숙고 끝에 증명의 기본틀로 귀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합니다.

 귀납법의 원리는 도미노와 비슷한데, 도미노처럼 첫 번째 도미노와 두 번째 도미노가 쓰러지면서 결과적으로 무한개의 도미노를 쓰러뜨리는 방식입니다. 와일즈는 이런 귀납법을 위해 수학자 갈루아가 만든 갈루아의 군론을 도입합니다. 타원방정식의 E급수와 모듈 형태의 M급수에 대해 모든 원소의 값을 일일이 대조하여 일치함을 확인한 뒤 다음 급수로 넘어가는 기존의 방법 대신에 한 원소와 한 원소를 비교한뒤 다음 원소로 넘어간다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합니다. 그는 2년의 도전 끝에 갈루아 군을 이용,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합니다.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한 와일즈였지만, 그 후 나머지 도미노를 쓰러뜨릴 수학적 테크닉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타원 방정식을 분류하는 방법에 대한 이론인 이와자와 이론을 선택해봤지만, 이와자와 이론은 와일즈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습니다.

 그는 칩거 5년만에 세상 밖으로 나가 콜리바긴과 플라흐가 고안한 수학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된 와일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도미노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합니다. 방정식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 와일즈는 이것이 몇 가지의 패턴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모든 패턴의 타원 방정식에 적용될 수 있도록 콜리바긴-플라흐의 방법을 강화하는 것이 해답임을 알아냈습니다. 그는 6년째에 접어들며 매 주마다 새로운 패턴의 타원방정식과 모듈 형태가 일치함을 증명해나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모든 정리를 증명하게 됩니다. 그 후 와일즈는 1993년 케임브리지에서 6월 21일,22일,23일에 걸쳐 세 번의 강연을 하며 자신의 연구결과를 공개했고, 몇 년에 걸친 심사를 받게 됩니다.

저는 8년 동안 한 가지 문제만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단 한시도 그 문제를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생각만으로 보낸 시간치고는 꽤 긴 시간이었지요. 저의 여행은 이제 끝났습니다. 마음이 아주 편안하군요. - p.375

 6명의 심사위원이 와일즈의 논문을 검토했고, 순조롭게 검토가 이뤄지던 중 닉 카츠는 하나의 오류를 발견합니다. 여섯 편의 논문 중 3편의 일부분에서 발견된 그 오류를 해결하는데 와일즈는 각고의 노력을 다했지만 세간에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할 수 없을거라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와일즈는 심사숙고 끝에 리처드 테일러라는 수학자를 영입합니다. 테일러와 작업을 하던 도중 와일즈는 문득 2년전 단 한 개의 도미노도 쓰러뜨릴 수 없었던 이와자와 이론을 생각합니다. 이와자와 이론은 와일즈에게 부적절한 것이였고, 콜리바긴-플라흐의 방법 역시 부적절했지만,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합쳐놓는 순간 모든 문제점이 기적과도 같이 말끔하게 해결됩니다. 그는 결국 1994년 10월 25일에 두편의 논문을 공개하는데 성공합니다. 앤드루 와일즈의 『모듈적 타원 곡선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리처드 테일러, 앤드루 와일즈의 『헤케 대수학의 고리이론적 성질』이 그것입니다. 이 두편의 논문은 13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였고, 수학 역사상 가장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논문이였습니다. 그는 20세기 정수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현대의 수학과 미래의 비전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걸작이였습니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전혀 다르게 보였던 수학분야를 하나로 통합시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63년, 당시 열 살 배기 소년이였던 앤드루 와일즈는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심코 밀턴가에 있는 도서관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는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다가 어느 한곳에 시선을 멈췄다. 그 책에는 문제가 단 한 개밖에 없었고 해답도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 책은 에릭 템플 벨(Eric Temple Bell)이 저술한 최후의 문제(The Last Problem)라는 제목의 수학책이였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수학 문제는 여러 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페르마의 문제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문제 자체가 너무나도 단순하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뒤 와일즈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것은 너무나 단순한 문제였습니다. 열 살배기인 저도 문제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 문제를 푼 수학자가 아무도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어떤 운명 같은 걸 느꼈어요. 이 문제를 내가 풀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거였지요. 그날 이후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한시도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 p.25

300년만에 페르마의 족쇄를 걷어낸 앤드루 와일즈가 증명을 끝내고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겠습니다.” 라는 대사로 마무리하는 순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짜릿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7년의 칩거생활과 30년 만에 이뤄낸 꿈이 이루어졌을때 와일즈가 어떤 심정이였을지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들었습니다. 또한 그가 한번 이뤘던 꿈이 좌절될뻔했던 순간과 다시 그것을 해결해냈을때의 기쁨은 부러운 감정마저 느끼게 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자가 수학에 대해서 애매한 감정을 지닌 독자거나, 만약 당신이 대학생이거나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글을 읽을 의욕을 심어주거나 수학 과목을 더 신청할 생각을 하게 만들기를 희망한다면, 그 희망은 이미 이뤄줬으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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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노래를 들어라 - 지구와 생물 그리고 인간의 소리풍경에 대하여
버니 크라우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에이도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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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간에게 음악은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며, 사회 속에서 인간의 언어와 행위를 통합시키고 사회적, 종교적 계급을 강화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음악으로 한 시대를 이해할 수도 있는데, 공제욱이 지적한 것처럼 일사불란한 동원, 효율적 생활, 근검절약, 강도높은 노동, 희생 감수 등의 원칙에 입각해 전 국민을 군대와 같은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고자 했던 박정희 정권의 논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새마을 노래」였습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통한 규율화의 작동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음악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심리치료에도 사용될 정도로 음악이 사람들에게 가지는 힘은 대단합니다.

음악을 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다른 동물들, 심지어는 자연도 노래를 합니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소리에 대한 생물음향학 분야의 연구는 각 동물에 대한 각각의 소리를 녹음하는 방식이였지만, 저자는 자연의 노래를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환경의 소리적 짜임새에 주목하고자 했던 머레이 셰이퍼가 만든 소리풍경이라는 방식으로 자연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리풍경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노래, 생물음의 분석을 통해 동물의 지리적 영역을 규정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생물군계 전체의 건강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천을 평가할 때는 오직 사람과 관련된 기준만 적용한다. 학술적인 조사의 목적은 물고기나 새, 조개, 잠자리, 작은 게의 생존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미역을 감을 수 있는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수생동물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들에게서 생존환경과 먹이 자원을 박탈한 것이다.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p.215 

자연을 소리로 이해하는 방식은 어렵지만,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시각적 정보만으로는 자연의 풍경을 이해하기 힘들며, 야생의 소리풍경은 정밀한 정보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한 벌목이 가능한지에 대한 데이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선별적 벌목은 시각적으로는 숲의 모습이 거의 달라지지 않게 보입니다. 그러나 소리풍경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말해줍니다. 겉으로는 자연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풍요로웠던 목초지의 소리는 사라진 것입니다. 인간의 눈이나 카메라 렌즈로 자연을 바라보면 상황을 왜곡할 수 있지만, 소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소리풍경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재 인간이 파괴하고 있는 자연의 현실은 시각적으로 인지하던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숲은 있지만 생물이 없습니다. 새의 소리도, 곤충의 소리도, 야생동물들의 소리도 극히 희박해진 것입니다. 저자가 녹음한 소리풍경의 절반 이상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어 다시는 녹음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자연의 소리풍경 자체에 무궁무진한 정보가 가득하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에는 우리의 기원과 과거에 관한 비밀들이 들어 있고, 현재의 문화, 나아가 미래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까지 소리풍경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긴꼬리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15초 동안 센 다음 40을 더하면 화씨온도가 된다. 다른 귀뚜라미들도 비슷하게 계산할 수 있는 온도 공식이 있다. - p.75 

생물음을 대신해서 지구를 거의 정복한 음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입니다. 문제는 이 소리의 상당수가 소음이라는 것입니다. 자동차 경적 소리, 사이렌 소리, 아파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층간소음까지 우리 주변엔 수많은 소음이 존재합니다. 요아힘 에른스트 베렌트는 이런 소음을 가리쳐 음향 쓰레기라고 불렀는데, 우리의 뇌는 이런 소음과 중요한 정보를 지닌 소리를 구별하기 위해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연구자들은 소음과 신호를 분리할 때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수반된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소음을 공기오염에 이어 두 번째로 해로운 환경 요소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음악적 음을 분석해보면 계속해서 반복되는 파동 유형을 이룬다. 이것이 음악적 음과 비음악적 소음의 차이점이다. 음악적 음의 조건은 개별적인 파동이 얼마나 복잡하든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p.44 

자연의 소리풍경을 주파수 그래프로 분석해보면, 자연의 소리는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소리가 아니라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은 형태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음악의 기원 역시 이런 자연의 소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동물들이, 그리고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으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음악이 들려주는 리듬에 새가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생물음이 사라져가고 그것을 인간의 소음이 대체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지구의 소리를, 옥수수가 자라는 소리를, 눈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보라고 말합니다. 친절하게도, 저자는 웹사이트(http://thegreatanimalorchestra.com/)를 통해 자신이 녹음한 소리풍경을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버니 크라우스는 자연계가 집단적으로 들려주는 목소리야말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음악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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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 미국산쇠고기를 둘러싼 무서운 음모와 충격적인 진실! 미스터리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광우병 다큐멘터리!
콤 켈러허 지음, 김상윤.안성수 옮김, 김현원 감수 / 고려원북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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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맞는 죽음.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에게서 발견된 이 병은 병이 진행되며 걷는게 불안정해지고, 제어할 수 없을만큼 몸을 떨었으며 미소는 바보스러웠고 표정은 일그러졌습니다. 대부분 넋이 나간 채로 있고,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말하기도 했으며 음식을 거부합니다. 이 병을 본 가이듀섹 박사는 의학용어로 pathological laughter(병적으로 웃는 자)라고 불렀는데, 이 병의 이름은 쿠루병 이였습니다.

이 병은 파푸아뉴기니의 포레족에 한정되어 발병했으며 포레족 지역의 음식을 먹어도 외부인은 발병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죽은 환자들은 열이 나거나 염증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원인이 아님을 암시합니다. 뇌를 해부해본 결과 뇌에 수많은 구멍이 나는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과 유사함이 밝혀집니다. 파푸아뉴기니의 포레족을 조사하던 린덴바움 박사는 몇개월의 교류 끝에 쿠루병의 원인을 밝혀냅니다. 20세기초부터 식인풍습이 있었는데, 주로 여성들이 남성의 시체를 파내 먹는 것이였습니다. 이때 익히지 않은 두개골의 뇌를 날것으로 먹었던 것입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발생한 쿠루병과 관련된 사진들은 런던에서 전람회로 공개됩니다. 이 사진을 본 병리학자 해드로는 이 사진의 증상이 자신이 연구하던 스크래피와 유사점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스크래피는 염소의 뇌에 구멍이 나는 병인데, 이 병이 언제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8세기 초기에 이미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은 공격적 성향으로 변하며 자신의 몸을 피가 나도록 비비고, 무리로부터 격리되고 먹이를 먹지 않습니다.

이런 스크래피 증상은 오래동안 방치되었지만 1939년 실험을 통해 감염된 양의 뇌를 으깨서 다른 양에게 주사할 경우 전염시킬 수 있음을 확인합니다. 또한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이 풀을 뜯어먹은 장소에서 건강한 양이 풀을 뜯어먹기만 해도 전염됨이 밝혀집니다. 이와 유사한 병이 밍크에게도 발견됩니다. 이런 CJD 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했고, 곧 여러 특징이 나타납니다. 이 물질은 기존의 물질과 다르게 DNA가 존재하지 않았고, DNA가 없음에도 생체의 복제가 가능했으며, 방사선과 자외선 살균 등으로 죽일수 없었습니다. 후에 프루시너 박사는 이를 프라이온(단백질로 구성된 전염성 입자) 라고 명명합니다.

프라이온이라 불리워지게 된 물질은 영국의 광우병 사태를 통해 일약 유명해지게 됩니다. 소해면상뇌증(BSE)라 불리우는 광우병은 프라이온이 원인이 되는 질병중 하나로 영국에서 1985년 존 퀼이라는 이름의 암소가 최초의 광우병 소로서의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초기에 발생한 소를 검사한 웰스 박사는 광우병으로 명명하고 영국정부에 대응을 요구합니다. 이후 와일스미스 박사는 다른 동물을 갈아 만든 육골분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1974년 니프로 공장의 산업사고 이후 용해제에 대한 안전성 기준이 강화되자 육류가공업체는 용해제로 불순물을 제거하던 과정을 중지하고 모두 육골분으로 만들게 됩니다. 이런 육류가공 방법의 변화가 이유임을 밝혀내고 정부에 대응을 요청했지만, 영국정부는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최초의 보고 이후 3년이 지나자 BSE가 언론에서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영국정부는 광우병의 위험도를 부인하며 계속적으로 광우병 소를 소각, 매립하기 시작합니다. 1992년에 달하자 매주 631건의 광우병 소가 발견된다고 발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정부는 계속적으로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해 들어 영국뿐만이 아닌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도 그 영향을 받아 광우병소가 보고되기 시작했고, 영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나라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감염된 소의 영향으로 사람이 CJD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됩니다. 이는 변형 CJD, vCJD로 명명되었고 광우병과 CJD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후 2004년까지 약 150명이 영국 및 유럽에서 변형 크로이츠펠트로 사망합니다.

이러한 유럽의 사태에 미국 또한 영향을 받았는데, 광우병 뿐만이 아니라 사슴과 엘크에게서도 비슷한 병이 발견됩니다. 이를 만성소모성질환(CWD)로 명명했는데, 미국 여러 지역에서 이 CWD가 보고됩니다. 또한 이 CWD 역시 사슴을 섭취한 사람중에서 CJD에 걸려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었고, 현재 광우병보다 더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런 미국의 사슴 산업은 한국,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통약재 등으로 많이 팔려나가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 전염 가능성도 염두해 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러 동물들(양,소,사람,밍크,사슴 등)의 CJD를 유발하는 이런 프라이온의 특징은 여러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먼저 광우병 전염인자인 프라이온은 뇌 뿐만 아니라 심장, 비장에도 축척되며 근육 등 살코기에도 전염인자가 존재함이 확인됬습니다. 또한 혈액에 존재하고 장기이식, 헌혈과 수혈 등에도 전염될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모든 인간광우병 질환이 나타난 사람들은 프라이온 단백질 염기서열 129번이 동질접합체를 가졌는데, 유럽의 평균은 동질접합체가 전체 인구의 49%, 쿠루병이 나타났는 포레부족은 56%였으며, 전 세계에서 드물게도 한국인과 일본인의 경우 동질접합체가 92% 이상임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한국과 일본에서 광우병이 전염될 경우 다른 곳보다 질병의 진행속도가 빠름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은 여러 이유로 인해 조사가 힘들고, 그 때문에 전체 환자수에 비해 적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CJD환자가 그 원인이 CJD로 밝혀지기 위해선 사후 부검이 필연적인데, 전체 부검비율이 낮을 뿐더러 부검비용을 환자의 가족들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죽음의 이유가 CJD인지 밝혀지기 힘듭니다. 예일대와 피츠버그 대학의 연구 결과에서 알츠하이머 병으로 죽은 환자를 부검해본 결과 이중 5~13%는 알츠하이머가 아닌 CJD로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는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 원인중 하나가 CJD 환자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현재 이러한 프라이온 전염병은 아직도 다 밝혀지지 않고 연구중에 있으며 많은 질문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인지, 프라이온이 사실은 질환을 촉진할뿐 다른 원인이 또 있는것은 아닐지, 현재 발견된 것 외에 또 위험한 것은 없는지. 이러한 감염의 역사가 50여년이 지났지만, 저자는 아직 시작단계에 있으며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소비자가 먹는 소의 검증을 일본의 경우 100%, 유럽은 50%를 검사하는 반면 현재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미국 소의 광우병 검증을 강화하고, 치매, 알츠하이머 병 및 CJD를 포함하는 CJD 감시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을 제의합니다. 또한 시민들을 무작위로 검사를 해 현재 전염인자를 보균하는 사람들을 파악하고, 수혈과 외과수술, 치과도구 등에서 CJD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할 것을 제의하고 있습니다. 영국정부가 20년동안 벌인 과오로 인한 광우병을 통해 얻은 자료와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처럼 시민들의 인식을 넓혀나간다면 아직 희망은 있을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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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
아비가일 우즈 지음, 강병철 옮김 / 삶과지식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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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2011년에 한국에서 발생한 구제역 파동으로 300만마리가 넘는 가축들이 도살되었습니다. 구제역은 가축의 식욕과 젖 생산량이 감소하며, 단기간 앓고 회복됩니다. 또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열에 의해 쉽게 파괴됩니다. 과연 구제역이란 무엇이길래 그토록 강한 대처를 했던 것일까요. 구제역이란 병 자체만으로 보면 굳이 도살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것은 당연합니다. 저자는 이런 의문에 대해 구제역 도살정책이 구제역이란 자연적 질병 그 자체를 생물학적 견지에서 바라보는 정책이 아닌,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만들어진 정책임을 지적합니다.

구제역이 대수롭지 않은 질병에서 외래 전염병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를 통제하기 위한 법안이었던 것 같다. 흔히 질병 통제 조치는 그 임상 증상과 전파 경로에 대한 이해를 근거로 마련된다. 지식이 먼저고 행동은 나중이라는 개념이다. 그러나 구제역의 경우, 이 과정이 반대였다. 1869~1884년에 걸쳐 시행된 구제역 통제법의 형식과 방법은 질병에 대한 대중의 경험과 인식에 예상외로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구제역에 대한 공포는 점점 커져 마침내 우역에 버금갈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고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최악의 가축 전염병으로 인식되었다. 구제역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전염병으로서의 구제역은 본질상 항상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계몽된 사람들에게 '발견'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창조였으며, 통제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이었다. 그리고 구제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힘을 얻어감에 따라 본래의 사회적 기원은 점차 가려져 결국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자연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 p.37

19세기까지만 해도 구제역은 매우 흔하고, 별 걱정없는 가축 돌림병이였습니다. 1848년의 목축업자 홀 키리가 쓴 글에 따르면 구제역은 사람으로 말하자면 홍역이나 백일해, 감기처럼 일상적인 질병이 되어 모든 소가 한번은 앓고 지나가는 병으로 생각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당시 농부들이 이익률이나 생산성 등에 덜 민감했을 뿐더러 혼합 영농 시스템의 일환으로 가축을 길렀기 때문에 문제거리로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한달도 되지 않아 다시 회복되는 병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 요인들로 인해 구제역은 점차 심각한 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정치적인 이유로는 당시 사회에서 영향력있는 가축 소유주들, 상류층 육종가들과 토리당 의원들은 구제역이 박멸되기를 원했고, 영농환경이 점차 대규모화되고 날씨의 영향으로 불황이 시작되자 경작을 통해 축산에서 생기는 손실을 벌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로 인해 구제역으로 인한 식육과 우유 생산 감소가 주목받으며 경제적 중요성으로 부각됩니다.

상류계층이 기르던 가축들은 도살하지 않고 격리시킨 후 자연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공식적으로는 영국 농업 전반의 이익을 표방한 도살 정책은 사실상 해외로 수출되어 큰돈을 벌어다 줄 자신들의 가축이 구제역에 걸리지 않도록 '일반' 가축의 신속한 도살을 지지하는 상류계층 육종가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셈이였다. - p.65

이러한 도살 정책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반발을 가져옵니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가축이 도살당하는 농부들부터, 지방 당국 등에서는 도살이 아닌 격리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는 사회보장제도가 거의 없던 시설이라 구제역 도살 정책으로 가축을 전부 잃어버린 농부들은 그자리에서 전 재산을 잃어버리고 빈민으로 전락하다 보니 그 저항은 더욱 격렬했습니다. 당시 구제역에 대한 심의회가 시작되자 200~300명의 성난 농부들이 회의장에 들이닥치기도 했습니다.

농수산부의 조치가 지연되는 바람에 64명의 농부들이 진단 후 14일이 넘도록 도살을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수의사의 권고를 따랐다. 가축의 발을 깨끗이 씻긴 후 소독하고, 영양가 있는 사료를 먹이자 며칠 후 대부분의 가축이 회복되는 것을 본 농부들은 깜짝 놀랐다. 도살을 면한 몇몇 순종 가축 소유주들 역시 비슷한 보고를 했고 나이 많은 농부와 수의사들은 1870~1880년대에 가축들이 쉽게 구제역에서 회복되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러한 보고는 구제역이 스토크만이 주장한 것처럼 끔찍하고 파괴적인 유행병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했고 도살 정책에 대한 더욱 큰 반대를 불러일으켰다. - p.73

구제역에 대한 도살정책은 영국의 지리적 환경에도 영향을 받았는데, 유럽 본토 등에서는 잦은 가축이동이 가능해 도살정책이 사실상 의미가 없고 백신정책으로 방향을 돌린 반면, 섬나라인 영국은 도살정책으로도 구제역을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구제역을 막기 위해선 수입제재를 할수 있음을 의미하고 이것은 정치적으로 큰 무기가 됩니다. 당시 영국에 식육용 가축을 수출하던 아일랜드, 아르헨티나와의 관계에서 이 구제역은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구제역으로 인해 아일랜드의 자치에 먹구름이 끼었고, 아르헨티나와의 관계에서 무역보복이 생겨나는 등의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농수산부가 백신 정책을 거부했던 데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한 그들의 내부 토론 내용을 보면 정책 결정의 이면에 자리잡은 깊은 도덕적, 문화적, 국가주의적 신념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들은 도살을 질병 통제 방법으로서뿐만 아니라 도덕적, 원칙적, 교육적 원동력 및 백신 접종국에 대한 영국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남성성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기억 속에 생생한 시대에 개인의 이익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순종적이고 강인한 국민이 지닌 미덕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것이였다. 도살정책 옹호자들에게 도살정책을 채택한 국가들은 병원균을 박멸하고 국가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면에서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자동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것이었다. 반면 백신은 바이러스를 변형시켜 함께 사는 행위로 구제역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도살만이 계몽된 정부가 이끄는 절도 있고 질서 잡힌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 p.164

구제역은 영국에겐 군사 방위적인 요소로도 인식되었는데, 2차세계대전 당시 구제역이 일반화되고 백신정책 위주였던 유럽 본토와 달리 도살정책을 실시하던 영국에게 있어서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쟁에 필요한 식량을 감소시키는 매우 유용한 화학무기로서의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이러한 군사적 필요성 외에도 사회적으로도 백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회적 담론이 형성됩니다. 2001년엔 무려 천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도살되자 농촌 지역사회, 여행 산업계, 상당수의 농민들은 백신을 지지한 반면 전국농민연합과 정부는 여전히 도살정책을 지지했습니다.

결국 2001년에도 대량 도살에 의해 광범위한 유행을 통제할 수는 있었지만, 이 정책의 심각한 사회적 및 심리적 후유증과 경제적 비효율성이 명백히 드러났다. 질병을 통제하는데 농부들에게 지급된 보상금, 관광 및 연관산업의 손실 등 영국 경제 전반에 걸쳐 80억 파운드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도살정책을 고수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했던 가축 및 관련 상품 수출 분야의 규모는 연간 13억파운드에 불과했다. 모든 조사단은 향후 통제 정책에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어느 때보다도 안전해진 백신을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 p.237 

결국 구제역이란 질병을 대함에 있어서 도살정책을 실시한 것은, 구제역이 가축을 죽여야 하는 병이라서가 아닌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죽이는 것이 더 이익이였기 때문입니다. 고기를 좀더 수월하게 팔기 위한 청정국 자격을 얻기 위해, 다른 나라와의 정치적 알력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사회적으로 도살정책이 이익인 사람들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더이상 도살정책이 아닌 백신정책으로의 전환할것을 요구합니다. 세계화된 교역 패턴으로 볼때 도살정책은 이제 비효율적이며, 백신 기술의 발달로 백신 사용에 대한 과거의 기술적, 과학적, 문화적 걸림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2001년 구제역 유행에 대한 앤더슨 청문회의 주장대로 우리는 '역사의 실수를 되풀이하도록 운명지어지지 않았다' 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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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 51개의 질문 속에 담긴 인간 본성의 탐구, 동식물의 생태, 진화의 비밀
요제프 H. 라이히홀프 지음, 박병화 옮김 / 이랑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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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채식주의자로 태어났을까? 새의 깃털은 무슨 용도일까? 얼룩말의 무늬는 어째서 존재할까? 생물학자인 요제프 H. 라이히홀프는 이러한 흥미로운 관점에서 독자들을 호기심의 세계로 유혹할 뿐만 아니라 그것의 생물학적 의미를 넘어서 사회적 의미에까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자연에도 역사와 스토리가 있으며, 그러한 역사를 알수록 더욱 많고 다양한 질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간혹 등장하는 묵시록적인 녹색 이데올로기를 벌이는 사이비 상태학적 환경단체들에 대한 경고 또한 잊지 않습니다.

책은 51가지의 질문을 던집니다. 그중에는 '왜 사람은 머리에만 털이 났을까?' 처럼 단순히 자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토막상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반면, '강자는 언제나 이긴다는 말은 왜 맞지 않는가?' 와 같은 정보처럼 자연의 변화를 이해함으로서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사실은 편견이였음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동식물의 생태를 이해하고, 진화를 이해하며 더 나아가 인간 본성의 탐구에 다다릅니다.

지난 20년간 진행된 방식으로 열대우림이 계속 사라진다고 해도 어떤 형태로든 기후 변화 때문에 멸종되는 생물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인류의 오수보다 세 배나 오염도가 높은 비료의 과다 사용을 지금처럼 계속 묵인한다면 단 한 종의 동식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에 직면할 것이다. - p.226

책이 던지는 생태학적 질문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TV에서 외래종인 황소개구리가 토종 생태계를 위협한다며 전국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과연 외래종이 섞이는 것이 정말로 생태계의 문제인가? 이 땅의 소속이라는 구분이 과연 정당한가? 황소개구리의 사례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하는 곳은 도시일까, 농촌일까? 인류가 환경을 보호한다며 진행해온 빽빽하게 나무를 심는 산림계획은 과연 숲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이 원하는 방식일까? 와 같은 질문들은 종의 감소라는 현실에서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천을 평가할 때는 오직 사람과 관련된 기준만 적용한다. 학술적인 조사의 목적은 물고기나 새, 조개, 잠자리, 작은 게의 생존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미역을 감을 수 있는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수생동물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들에게서 생존환경과 먹이 자원을 박탈한 것이다. - p.215

1970년대 생태학그룹을 결성해 독일의 환경운동을 이끌었고, 세계자연보호기금의 의장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저자는 동식물의 종이 위축되는 가장 큰 원인은 농업이라고 지적합니다. 질소비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토양의 영양과잉 상태는 종의 다양성 면에서 명백히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천을 관리함에 있어서 사람의 하수와 가축의 배설물을 완벽할 정도로 정화하고, 깨끗해진 하천은 아름다워졌지만 새들의 울음소리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인류의 선택은 자연을 변화시키고, 우리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자연의 선택을 통해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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