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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 그들은 왜 세상 모든 게 버거운 어른이 되었나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송소민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성숙한 어른인가?
책을 읽기 전에 내게 물었던 질문이다. 만약 아니라고 대답했다면 과연 성숙해지려는 노력은 한 적은 있는가 묻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지 않고서는 이 책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흔히 공감하는 이야기는 점점 더 선택에 자신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을 수도 있고 더는 자기 혼자만의 행복만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누군가 반강제적으로 선택해주길 바랄 때도 있다. 아내말을 잘 듣는 남편들은 어쩌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일부러 내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택의 주저함, 결정 회피가 홀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게 되고, 내일 할 일을 평생 미루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정 회피자는 비가 오면 아주 좋아한다. 비가 오니까 조깅을 하러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99쪽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으로 얼마전 읽었던 기시미 이치로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등장한다. 신경증 증세를 가진 사람들의 착각하는 것이 자신이 상당히 신중해서 결정이 내리기 까지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신중한 것이 아니라 미루는 증상, 위에서 말하는 결정 회피증상이었다는 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위에 발췌문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기로 결심한 이후 비가 오는 날에는 조깅 대신 수영이라고 정해놓으니 이제는 날씨핑계를 결코 대지 않는다. 다만 정말 피곤해서 운동을 할 수 없는 날에는 내일을 위해 오늘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런가하면 결정회피 증세 만큼이나 내게 있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문제가 이전에 없던 무수한 두려움이 생긴 거였다. 사실 내 스스로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증폭된 두려움이었다. 천재지변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아주 사소한 것에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두려움은 굉장히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고, 미성숙하게 만들었다.
두려움은 흥분이다. 그래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으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185쪽
저자는 두려움을 흥분으로 바꿔 말한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명상을 하고 운동을 통해 두려움을 몰아내려고 했던 나의 노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것은 나에게 불안을 주는 대상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직접적인 거리두기가 아니라 비유적 의미의 거리 두기다. 두가지 방법모두 결국은 대상에서부터 멀어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인데 둘다 제한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행스럽게도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기가 느끼는 두려움을 분석해 나가는데까지 이른다. 모호한 두려움이 어디서 부터 시작된 불안함인지 역으로 추적하다보면 결국 그 불안감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보다 미성숙한 나의 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것이다.
타인을 보면서 '저 사람은 정말 성숙한 사람이구나.'느낄 때가 빈번하진 않지만 가끔씩 있는데 그렇게 느낀 사람들의 공통점은 성공한 사람이거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정을 회피하지 않고 불특정한 두려움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결국 자신의 결정을 믿고 책임지려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속에서 사회의 탓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도 문제지만 노력하지 않으려 하거나 꼬리를 물듯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머무르지 않고 싶다면 일단 이 책부터 읽고 확인해보자. 나는 과연 성숙한 어른인지 아닌지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