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에 범벅이 된줄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남자
이목구비는 따로 놀아도 까무잡잡한 피부에
하얗고 가지런한 치열을 보이며 씨익~ 웃는 남자
나이트 클럽에서 비록
봉산 탈춤을 추는 한이 있더라도
용감하게 남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남자
넓은 어깨를 가진 남자
같이 싸우던 도중에도 갑자기 나를 확 끌어다 안으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라고
내귀에 속삭여 줄 수 있는 남자
내가 만든 싱거운, 또는 짠 된장찌게로
아~~ 이 찌게 정말 맛있다 하며
단숨에 밥 두그릇을 덜어 먹을 수 있는 남자
평소에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슬픈 영화를 보며 티슈 한박스를 다 써서
오히려 내가 옆에서 위로해 줘야 하는 남자
부시시한 모습일지라도
항상 은은한 향기가 나는 남자
비싼 선물보다도 그의 주머니에서
작고 앙증맞은 머리핀 꺼내며
니가 생각나서 샀어 하는 말과 함께
내게 건내줄 수 있는 남자
비싼 점심값을 내면서
내게 커피값을 내도록 배려해 주는 남자
내가 오랜만에 밥사준다 했을 때
비싼 레스토랑보다는 삼겹살에 파채가
얼마전부터 먹고 싶었노라고 하는 남자
어디서든지 흥겨운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리며 몸을 흔드는 남자
전화할 때 서로 말이 없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남자
어두컴컴한 골목에서의 입맞춤 보다는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도 거리낌없이
나의 이마에 다정하게 입맞춰 줄수 있는 남자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기 좋아하는 남자
화려한 장미 한다발보다는
길가를 지나다 나를 생각하며 꺾어온
꽃 한송이를 건네주는 남자
사랑이란 말을 아끼진 않되 남용하지 않는 남자
그리고.....
내가 비록 다른 사람을 만나 곁을 떠나더라도
'니가 그러고도 얼마나 잘되나 보자'
하며 비참해 하기보다는
'내가 더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으로 괴로워하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