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보르스카의 시 중에 1973년 5월 16일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 시는 이렇게 시작이 됩니다. 이젠 이미 내게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
많은 날들 중의 하나. 그날 나는 어디 갔었나, 무엇을 했나
-모른다
만일 근처에서 범죄가 생겼다면
-난 알리바이가 없었을 거야
모년 모월 모일... 아무 날이나 손에 집히는 대로 집어서
그날 당신은 뭘 했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기억할 일이 없으면 우리가 지나온 시간은 모두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10년쯤 후에 바로 오늘 날짜,나의 행적, 알리바이를 물으면 과연 뭐라고 대
답을 해야 할까...
오늘을 또렷이 떠올릴만한 기억 하나쯤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