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리 없겠지만 한가하시더라도
더 이상은 쓸데가 없어진 옛 기억들이 살아나
그때는 그랬는데 라는 생각이 나시더라도
그저 생각에만 그치십시오.
내가 당신과 헤어지고 어떤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그렇게 보내지는 시간이 어떤 느낌들로
내 가슴을 찢어 놓았는지
절대로 알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저 그런 이별후의 시간들이었으리라는
짐작은 하지 마십시오.
그때 보낸 내 시간들은 짐작따위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찬바람 부는 날 혼자 한강을 걷는 것보다
햇볕 쬐는 날 백사장을 걷고 있는 맨발이
더욱 시리다는 걸 짐작이나 해보시겠습니까?
그래서 바닷물이
몰래 흘려 모은 내 눈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꿈에서나 해볼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을 많이 사랑했으니 그만큼 울었겠구나 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한 번도 안 울었습니다.
한 방울 눈물도 눈 밖으로 보낸 적이 없습니다.
울고 난 뒤 눈물을 내 손등으로 훔치면
정말일 것 같아서......
내가 정말로 당신과 헤어졌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무리 힘들어도
너무 너무 힘들어 흘린 마음의 땀이
넘쳐 눈으로 나오려 할 때
하도 입술을 깨물어 다 터진 입술 때문에
물 한 모금 통증없이 넘겨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을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바라지 않았다면 듣는 즉시 거짓말이란 걸 아셨겠지만
그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다 더 바란 것은
그 한가지 소원만 이룰 수 있다면 지금 죽으라 해도
세상에 별 미련이 없을 것 같은 바램...
그 바램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모르시겠지요.
당연히 모르고 계셔야지요.
나조차 당신이 내게 다시 돌아와 주시는 것보다
더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다는 걸 알고 놀랐으니 말입니다.
꼭 한번만...
그 꼭 한번이 찰나로 스쳐지는 한 순간일지라도 좋으니
당신과 제 마음이 바뀔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렇게 우리 마음이 어떻다는 걸,
사람의 마음은 한번 상처를 받으면 종이처럼
조그만 충격에도 속수무책으로
계속 찢어지게 돼 있다는 걸
알고 살게 해줄 수 있을텐데.
잠을 좀 자보려고,
잠에서 깨어나면 꿈이었을지 모르니까.
그래, 꿈이길 바래. 무리가 있다면 하루 지났으니까.
지난 하루만큼은 덜 아파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거라도 바라면서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 쓰지만,
안 오는걸.. 잠마저 내 말을 안 듣는 걸 모르시겠지요?
당연히 모르고 사셔야지요.
당신마저 알고 살면 되겠습니까?
나만 알고 살아도 되니까 짐작조차도
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살다가 살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시겠지만
잘 살겠지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모든 걸 툭툭 털고
잘 살고 있을 거야. 따위의 쉬운 짐작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먼지가 아니니까....
털어버린다고 떨어질 먼지가 아니라
나와 얘기를 만들어 왔던 사람이니까,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인
지난 우리 얘기의 주인공이니까
잊고 살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살다가 살다가 힘에
겨운 순간이 닥치면 바라겠지요.
잊고 살수 없는 거라면
잃어버리고 살게라도 해달라고......
짐작하지 마세요.
그럴리도 없겠지만 그러지도 마십시오.
당신이 짐작할 수 있을 만큼만 아파하고 살았다면
아예 처음부터 아파하지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