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
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한 통화의 전화로
발끝까지 환해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공중으로 저녁별을 밟고 별과 함께
깊이 깊이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음악이 된 여름밤을
은하수처럼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길 모퉁이 저쪽까지
투명하게 비춰 보일 때가 있습니다.
누가 그것을 사랑의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그런 때가 있습니다. 평생에 한두 번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