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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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대학로점에서 영화를 보게 될 때, 예매시간이 식사시간 근처일 경우 항상 들르는 곳이 있다. <식탁의 목적>. 이곳에는 그날그날 종류가 바뀌는 <오늘의 식탁>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보기가 많을수록 고민이 깊어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고마운 곳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곳이 생각났다. 어찌 보면, 식당보다는 그저 친구네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같은 느낌이지만, 그 느낌이 결코 나쁘지 않은 곳. 아마 유리가하라 고원에 있는 나호의 식당, 카페 송드방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나호는 도쿄에서 여성지 부편집장을 하면서 커리어도 쌓고, 잘생긴데다 돈도 잘 버는 남편과 결혼하여 남 보기에 번듯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구박하는 남편의 성격에 그만 마음을 다쳐, 이혼을 요구하고 직장까지 그만둔 뒤, 낯선 유리가하라 고원에 이사 온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정선 정도의 느낌이 아닐지. 그곳에서 그녀는 문 닫은 펜션 건물을 구입하여, 작은 카페를 연다. 점심에는 간단한 식사도 판매하는 그녀만의 작은 가게.

 

물론 처음부터 손님이 많이 와주는 것도, 가게 운영이 흑자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그녀만의 식탁을 매일 정성껏 차린다. 그렇게 1년여. 계절별로 그녀의 작은 카페 송드방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영화나 드라마도 나와도 재밌겠다, 싶은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따뜻한 소설이다.

 

+매번 메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입맛을 돋우기는 했으나, 음식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에게는 조금 버겁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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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2014 서점 대상 2위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3
기자라 이즈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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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고 나서, 시아버지와 계속해서 함께 살고 있는 데쓰코.

남편과 함께 산 기간은 고작 1.2년 남짓
남편은 결혼 후 바로 병을 얻어 투병끝에 사망했다. 결혼할 때 19살이었던 데스코는 여전히 20대의 어여쁜 나이.

어째서 데스코는 그렇게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고, 또 사별 후에도 시댁에 계속 남아있는 걸까.

이 소설은 연작 소설로 데스코와 시부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도 빠짐없이 다룬다.
이웃에 사는 (데스코의 남편 가즈키의 소꿉친구 ) 다카라. 그녀는 항공사 승무원 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웃을 수 없는 병(?)에 걸려서 일을 그만두고 말았다. 어느날 그녀는 상담과 의사라는 동창을 우연히 만나는데, 그 동창은 웃음이 계속 터지는 병에 걸려서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게다가 또다른 동창은 무릎을 꿇지 못하게 되어서 스님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출가가 아니고 출사를 했다나 .
어찌보면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들은 모두 나름대로 극복해나간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시간을 뛰어넘으며 이어지던 이야기는 시아버지와 살아생전 시어머니 유코와의 만남을 들려주기도 하고, 종국에는 데스코와 가즈키의 첫만남을 들려주며 끝이 난다.

어찌되었든 데스코의 남편은 이 세상에 없으니 새드엔딩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일본영화 <러브레터>처럼 진한 잔상이 남는 따뜻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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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내일이 올거야
이시다 이라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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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4명의 젊은이가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도쿄의 인력회사 소개로 지방의 한공장에서 파견사원으로 일했다는 점. (그들이 했던 일은 디지털카메라를 조립하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경기 불황을 이유로 회사는 그들을 하루아침에 해고한다. 졸지에 직장을 잃고, 회사 기숙사에서도 쫓겨나게 된 그들은 할 수 없이 원래 살던 도쿄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은 내친김에 걸어서 도쿄까지 가겠다고 말한다. 거리는 600km 이상.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00km 라고 하니, 그보다도 1.5배가 긴 거리를 걸어서 이동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직 젊고, 때는 여름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선뜻 동조하기 힘든 결심이다.

처음에는 미쳤다고 펄쩍 뛰던 나머지 세 사람은, 하루 정도야 괜찮겠지 하면서 조금만 여정에 동행해보기로 한다. 하루 걸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기차를 타러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한달 여의 기나긴 여정을 정말이지 두 발로 걸어서 도쿄까지 향하게 된다.

 

거친 말투에 불만이 많지만, 그만큼 냉철한 신야

팀의 분위기 메이커와 얼굴 마담 역할에 충실한 중국 잔류 3세대 호센

도보여행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자, 야영의 달인. 하지만 큰 덩치와 다르게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한 슈고.

주인공인줄 전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주인공 이었던, 가장 평범한 청년의 대표주자. 요스케.

 

처음에는 그저 재미삼아 시작한 도보여행은 신야의 블로그를 통해 큰 인기를 얻게 되고, 이에 매스컴에서 주목하게 되면서, 점점 판이 커지고 만다. 그야말로 반짝 스타가 된 네 사람은 과연 무사히 도쿄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청년 실업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이웃나라 일본도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있구나 싶어서 슬프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정말, 이 책의 제목처럼, 괜찮은 내일이 올까? 지금 하루 현실이 힘들고 고될지라도 조금만 더 힘을 내 보기로 한다. 내일이 되기 전에는 결코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니까.

 

너는 어떠냐, 요스케?”

당혹스러웠다. 꿈이란 걸 품어본 적이 없어서다.

모르겠어. 언젠가 어느 회사에 정규직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 좋아하는 여자애랑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 하지만 20 몇 년을 살아오면서 뭐가 되고 싶다든지 무엇을 하고 싶다든지 하는 꿈을 품어본 적은 없어.”

초등학생 시절에 교사한테 받는 제일 언짢은 질문 두 가지가 친구는 누구니?’장래희망은 뭐니?’였다. 아무리 어린이라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실례 되는 질문인 것이다. 꿈이 없다는 것이 늘 그의 콤플렉스였다.(p.51)

 

요스케는 공장 기숙사 생활 따위에는 미련이 없었다. 주차장 옆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모두 집어넣었다. 번거로운 목욕수건, 파자마, 바지, 쓰지 않은 노트, 버리지 못한 잡지, 책과 CD……. 가연성, 불연성, 재활용 등 세 종류로 나눠서 하나하나 버렸다. 일단 분류를 시작하자 기분이 상쾌해져서 자기가 소유한 다른 것들까지 다 버리고 싶어졌다. 뭔가를 버린다는 것이 이토록 기분 좋은 일인 줄 몰랐다. 이참에 지난날의 자기 자신도 내다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p.56~57)

 

저 쪽에서 몰려들기 전에 선수를 치자는 거야. 먼저 나서서 사실을 전부 밝히고 모든 관계자들에게 성실하게 대응하는 거지. 물론 사죄도 포함해서. 말썽이 생겼을 때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방법이야.”

(중략)

물론 신속, 철저, 성실이 정답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대응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 체면이니 자존심이니 하는 것들 때문에.”

(p.265)

 

나는 복잡한 얘기는 몰라요. 하지만 과거에 잘못이 있다고 해도 사람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만 됐으니까 바비큐나 즐겨요, 우리.”(p.282)


여행을 하면 사람이 달라진다. 그것도 두 발로 몇 주 동안이나 계속 여행을 하면 달라지지 않을 수가 없다. (p291)

 

나는 내가 저지른 죄에 짓눌려 살았어. 늘 나를 포기하고 살았지. 나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가치 없는 놈이다. 하지만 그건 잘못이었어. 그래서, 결심했어. 이 여행을 끝까지 해내면 나 자신을 살리기로.”

(중략)

그래. 모두들 하고 있는 일이지만 나는 못 했던 거야. 나는 이 행진을 끝까지 걸어내면 나 나름의 행복을 찾아보려고 해.”(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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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핀란드 여행 - <카모메 식당> 뒷이야기
가타기리 하이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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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도서관에 들렀다. 잠깐만 들를 계획이었으나, 서가에 들어갔다가 그만 마음을 빼앗겨 버려서 30분 넘게 머무는 바람에 버스는 환승을 하지 못했다. 버스에 교통카드를 대는 순간 환승입니다란 소리가 나지 않아 어찌나 아쉽던지. 덕분에 집에 오는 교통비가 곱절이 들었으나, 대신 내 가방안에는 새롭게 빌린 책 일곱권이 아쉬운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다. 이 책은 정말 우연히 발견했다. 애초에 이런 책의 존재유무도 몰랐다가, <카모메식당>이란 영화의 원작소설을 빌리러 들어간 서가에서 발견했다. 단순히 보다 가볍고 작다는 이유로 오늘 출근길 가방에 챙겼는데, 새벽부터 전철에서 계속 낄낄대서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말았다.

 

너무나 정체 모를 것을 만나니 기쁨마저 끓어올랐다. 좁게 생각한 지구가 한없이 넓게 느껴졌다. 이 세상에는 아직 내가 모르는 맛이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가슴이 설렜다. (p.16)

 

게다가 나는 당황한 나머지 내추럴 뮤지엄!”이라고 외쳐버렸다. 자연 박물관? 환경인가 뭔가 박물관? 근처에 자연사 박물관도 있었지만, 그것은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이다. 국립박물관이라면 적어도 내셔널 뮤지엄이라고 말해야 한다. (중략) 그랬더니 운전사가 이번에는 조금 거친 핀란드어로 뭔가를 물어왔다.

이것도 나중에 안 것이지만, 헬싱키 교통국의 트램 최저 요금은 1.8유로. 이것은 트램만 한 시간 동안 무제한 승차. 2유로를 내면 그밖에 지하철도 탈 수 있다. 아마 그 운전사는 둘 중 어느 표를 원하는지 물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 다 도박을 하는 기분이다. 운전사도 내 표정을 노려보면서 2센트의 잔돈과 표를 내밀었다. 나도 그 표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받아들었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꼴이긴 했지만, 어쨌든 교섭은 성립됐다.(p.38)

 

핀란드의 요리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소문.

이탈리아 수상이 핀란드에 갈 때마다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서 짜증난다라고 얘기했다나 어쨌다나. (p.41)

 

내게 핀란드 요리라고 하면 가기 전에는 연어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돌아온 뒤에는 감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평생 먹을 감자를 다 먹은 것 같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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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2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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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덮고 나서도 후련하지 않았다. 

왠지 3권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 범인이 왜 사건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설명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열심히 쓰다가, '아, 더이상은 못 쓰겠어. 그냥 끝낼래'하고 마쳐버린 기분. 


결국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는 의미는 지금까지 소중했던 것이 이제 소중하지 않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가는 것이다.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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