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 1 - 스완네집 쪽으로 - 콩브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 1
마르셀 프루스트 원작, 스테판 외에 각색 및 그림, 정재곤 옮김 / 열화당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러브레터>의 유명한 마지막 장면, 주인공 후지이 이츠키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과거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 독서부 학생들의 방문을 받는다. 학생들이 전해준 것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 독서카드. 의아해 하는 그녀에게 학생들은 카드 뒷면을 보라고 말한다. 그 뒷면에는 여자주인공, 후지이 이츠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남자주인공 이츠키가 좋아했떤 사람이 동명이인, 후지이 이츠키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뭉클한 순간.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내가 이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싶어진 것은.

 

그러나 무턱대고 도전하기엔 책이 너무 많았다. 무려 10권으로 이뤄진 전집에 야심차게 도전했으나, 문장이 너무 길고 어려워서 책으로 읽기엔 번번히 실패. 간신히 열화당에서 나온 만화책을 발견하고 기쁘게 읽었으나, 아직 전집이 다 출간되지 않아서 기다리기가 너무 버거웠다. 간신히 1권만 읽고 잊고 있던 사이 얼마전 7권이 출간되었단 기사를 접하고 부랴부랴 밀린 6권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만화가 스테판 외에에게 감사할 따름.

      

주인공 마르셀은 초등학생 또래의 남학생으로 설정된 듯, 아직도 엄마를 몹시 좋아하고 밖에서 뛰어놀기 보다는 혼자 조용히 책읽기를 좋아한다

 

 

 

 

마르셀은 어린 시절 부활절 방학 때면 가족들과 함께 레오니 이모가 계신 콩브레란 시골마을에 머물곤 했었다. -주인공이 머물 던 집은 외가쪽 종조모댁이라고 되어있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종조모는 할아버지의 남자형제의 아내라고 되어있다. 작은 할머니쯤 되는 셈. 그렇다면 외가쪽 종조모란, 엄마의 아빠의 남자형제의 아내일까? 그렇다면, 엄마의 작은 엄마댁 인건가?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제법 먼 친척인데, 방학 때마다 뵈러갔다니 대단하다. 작품 속에서는 지은이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등장하는데, 그럼 그 분들도 엄마의 아빠, 즉 외할아버지일 확률이 더 큰 것 같다.-

 

그 마을에는 스완이라는 귀족이 살고 있었는데, 본인이 내색을 안 해서 잘 몰랐지만 알고 보니 왕실과도 교류하는 굉장히 높은 직분의 남자였다.

 

주인공 마르셀은 가끔 아버지,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나갔는데, 산책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스완 씨 소유지를 거쳐 가야 해서, ‘스완네 집 쪽이라 불렀고, 다른 한 쪽은 게르망트 쪽이라 불리었다. 책 속 주석에 따르면 이 두 갈래 길은 주인공이 앞으로 겪게 될 기나긴 인생 역정의 커다란 두 방향을 제시한다고 한다. ‘스완네 집 쪽은 예술의 길을, ‘게르망트 쪽은 신분상승의 길을 대표한다고 한다. 우선 소설 속 주인공은 스완네 집으로 난 길을 걷게 되고, 그래서인지 두 번째 권과 세 번째 권은 스완 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이 대목에서 미국 시인, 로버트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생각났다.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스완 씨는 어느날 극장에서 오데트란 여인을 소개받는다. 그 여인은 외모도 스완의 취향이 아니었고, 여러모로 그가 좋아하는 타입의 여성은 아니었다. 그러나 여성은 매우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며 접근했고, 자주 만나서 대화하며 점점 스완씨도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그렇게 하다 친구를 넘어서 육체적인 관계까지 발전한 뒤, 그녀는 오히려 스완에게 점점 거리를 두지만, 그는 이미 그녀에게 폭 빠지고 만다. 그녀는 유명한 꽃뱀이었는데 그만 잘못 걸린 것.

 

 

 

 

이야기를 읽는 내내 스완에게 그녀는 나쁜 여자라고, 당장 그녀와 헤어지라고 말해주고 싶었고, 그가 너무 답답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마지막 즈음 그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다.

 

 

 

 

스완의 이야기는 이제 끝일까? 다음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무엇보다 그림과 함께라 소설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프루스트의 묘사는 굉장히 길고 섬세하다. 이야기 속에는 등장인물이 정말 많아서 간혹 헷갈리기도 하지만, 한명 한명 그들을 묘사한 대목을 읽다보면 다양한 인간,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나는 누구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앞으로도 스테판 외에가 힘을 내어 나머지 권들을 어서 빨리 그려주기를. 그리하여 만화로나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지난번에 쓴 리뷰를 보니 이 책을 처음 읽은지 올해로 꼭 10년이 지났다. 지난 10년간 내가 잃어버린 시간은 또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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