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범우문고 1
피천득 지음 / 범우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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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무겁고 두꺼운 옷을 벗어버리는 것만 해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주름살 잡힌 얼굴이 따스한 햇볕 속에 미소를 띄우고 하늘을 바라다보면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봄이 올 때면 젊음이 다시 오는 것 같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그림이나 조각을 들여다볼 때 잃어버린 젊음을 안개 속에 잠깐 만나는 일이 있다. (중략) 그러나 무엇보다 젊음을 다시 가져보게 하는 것은 봄이다.(p.56)

 

나는 비록 청춘을 잃어버렸다 하여도, 비잔틴 왕궁에 유폐되어 있는 금으로 만든 새를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아아, 봄이 오고 있다. 순간마다 가까워오는 봄!(p.57)

 

우연히 어딘가에서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 <>의 한 구절을 읽고는 나머지 구절들이 궁금해서 못 견디겠던 찰나,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가격이 매우 착한 범우사 문고판 <수필>을 발견했다. 설레는 마음에 실로 오랜만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여 집으로 오는 전철 안에서 한권을 금새 다 읽고 말았다.

 

처음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감상은 조금은 엉뚱하게도 다시 태어나면 피천득 선생님의 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책 속에서 딸에 대한 선생님의 지극한 사랑이 많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딸은 실제로 아빠의 그런 사랑이 부담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시집가는 친구의 딸에게>란 글은 앞으로 내가 언젠가 결혼하게 되면, 결혼하기 전날 꼭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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