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2시, 와인 모임에 참가하는 11명의 사람들이 우리 집에 엄숙하게 모였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그 유명하다는 샤또 디켐이 도착한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각자 5유로씩 내는 회비로는 최고 50유로 정도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그 정도도 너무나 훌륭한 와인이겠지만, 여기는 프랑스, 여기서 마셔보지 못하면 한국 가서는 생각도 못 할 거라는 옆지기와 주변인들의 주장에 계 하는 것처럼 조금씩 돈을 모아 비싸고 유명한 와인을 맛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몇 천 유로씩 하는 진짜로 비싼 와인들을 넘볼 수는 없으므로 2~300유로 정도로 가격을 정했다.

와인 모임을 한다고 해서 모두들 와인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3명은 와인 공부를 하러 왔고 한국서 학원도 다니고 일도 좀 하고 해서 어느 정도 알지만, 나머지는 거의 와인 초보나 다름없다.
그리고 나, 나는 종류에 관계없이 술 한 잔을 원샷하면 죽을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술맛을 잘 모른다.
그래서 첫 와인을 선택할 때 모두들 샤또 디켐을 선호했다.
왜? 달달하거든!



CHATEAU D'YQUEM :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곳

얼마 전 샤또 디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소개한 비디오를 보았다.
넓게 펼쳐진 포도밭과 성도 볼 만 했지만, 더 시선을 끌었던 건 쇠창살과 자물쇠로 무장된 꺄브(CAVE : 와인저장고)였다. 그 안에 온통 먼지와 거미줄로 뒤덮여 차곡차곡 쌓여 있던 엄청 많은 오래된 와인들...

이켐에서는 보통 수확기에 수확을 하지 않는다.
포도를 수확기에 따지 않고 그냥 두면 지나치게 익어서 결국엔 곰팡이가 피게 되는데, 이렇게 곰팡이가 자알 핀 포도만을 골라 따서 와인을 만든다. (전체 포도의 10~15% 정도, 나머지는 더 질이 낮은 포도주를 만들거나 버려진다.)
이 곰팡이를 '보트리티스'라고 하는데 수분은 증발시키고 당분은 농축되게 만들어 주는 구실을 한다.
보트리티스가 포도에 생기려면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 이슬이 내리고 낮에는 강한 햇볕이 습기를 모두 증발시키는 기후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단다. 여기에 딱 맞는 곳이 바로 이켐이 생산되는 소테른(SAUTERNES) 지역이다.
어떤 해에는 이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서 와인 생산을 포기하기도 했다니, 기후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우리가 마신 것은 1981년산.
오래된 것일 수록 디켄팅(와인이 공기와 접촉해 숨을 쉴 수 있도록 따 두거나 밑이 넓은 병에 따라 두는 것)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30분 정도면 족하다고.
발효 2 ~ 8주.
오크통 숙성 1년 반 ~ 3년 반.




코르크에 흠집을 내지 않고 따려고 시도하다가 물기를 흠뻑 머금은 코르크가 부스러져 병 안으로 떨어질 위험에 처해 할 수 없이 코르크 따는 칼을 써야 했다.
14도가 마시기에 적당한 온도.
너무 차게 마시면 와인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맛과 향은?
만약 라벨을 가리고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셨더라면 이게 이켐인 지 알 수나 있었을까?
술 맛 모르는 나로서는 절대 알 수 없을 것.--;;
그러나 지금껏 마셔본 스위트 와인과 비교해 본다면 확실히 특색이 뚜렷했다.
꿀과 같은 단맛에 쌉싸름한 끝맛까지...

어, 옆지기가 그러는데 샤또 디켐이 루이뷔똥에 매각되었단다.
유명한 샤또들을 다 사 모으고 있다는데, 이켐이 얼마에 매각되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프랑스의 유명한 샤또들은 프랑스 사람이 주인(실소유주)이 아니라 외국 사람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샤또 라투흐 같은 경우도 주인이 룩셈부르크 왕자라니...

가격 268.70유로. 대략 35만원 돈이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다. 1999년산이 50만원 대라고 들은 것 같다.

그리하여 우리는 주문을 하기도 전에 사다리 타기를 해야 했다.
와인을 다 마시고 난 후 벌어질 라벨과 코르크 마개 쟁탈전을 막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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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5-0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한병에 35만원돈이라니.......

옆지기가 와인을 좋아해서 마트에 갈적마다 와인코너를 둘러보거든요...근데 전 솔직히 와인이ㅣ 맛있는줄은 모르겠어요...그저 달달한건 잘 넘어가서 좋지만...

제 친구가 캘리포니아에 있는데 그친구도 남편이랑 와인클래스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구요... 이것저것 맛을 음미하고 그런게 즐겁고 재미있다고 하던걸요.....

사다리탄건 결과가 나왔나요?

 


날개 2005-05-03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또 디캠.... 외워놔야지~~^^

난티나무 2005-05-0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오옹, 그러시군요.^^ 저도 첨엔 다른 술과 마찬가지로 와인이 뭔 맛인지 몰랐는데 조금씩 맛을 보다 보니 맛있더라고요.ㅎㅎㅎ
사다리 결과 나왔죠. 와인공부하러 온 젋은 총각한테 갔지요~^^
날개님, ㅎㅎㅎ
달달한 와인 좋아하시나요?

물만두 2005-05-0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절대 못 마실 술... 넘 비싸요. 술은 역시 쐬주가 최곱니다^^

조선인 2005-05-03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혹시 3시간 동안 쓰다가 날린 페이퍼일까요?

난티나무 2005-05-0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저도 그렇다고 봅니다.^^ 비록 소주는 한 잔 이상 못 마시지만요...--;;
조선인님, 3시간이 아니고 2시간여라 했는데 다시 보니 약 한 시간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쓰려니 처음의 열정이 얼마간 식어서 30분만에 그냥 대충 썼어요...
뭔가 많이 빠진 듯한 허전함이 들지만 그냥 올렸습니다.^^

하이드 2005-05-0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샵가격이 60-70정도 합니다. 이한씨가 저번에 매운 무교동 낚지와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해서 허걱 했던 기억이 나네요. 2만원짜리 낚지와 디껨이라;; 처음 마시기엔 너무 쎈! ( 너무나도 쏀 ㅜㅜ ) 와인이십니다. 털썩.

난티나무 2005-05-0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털썩~!!!
담엔 싸고 맛있는 와인 소개할게요~^^

sweetmagic 2005-05-0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디꼠을.....저희 동네 와인바에서 메뉴로만 봤어요 띠용~~~@.@

난티나무 2005-05-03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띠용~~~@.@ 입니다...^^;;
11명이라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으면 꿈도 못 꿨을 와인임당~
갑자기 달달한 매직님이라고 불러 보고 싶어지네용...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