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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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미치오, 하면 알래스카가 떠오르고, 알래스카, 하면 호시노 미치오가 떠오른다.  

10대의 어느 날, 헌책방에서 우연히 본 알래스카의 사진을 보고 정확하지도 않은 주소로 알래스카에 편지를 보냈는데 그에 대한 답장이 왔다. 그 우연한 인연으로 그는 알래스카에 가게 되었고, 그후 평생을 알래스카에서 사진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살다가 불곰의 습격으로 바람같이 세상을 떠난 이 전설같은 인물이 호시노 미치오이다. 

연전에 읽었던 <여행하는 나무>도 깊은 감동을 주었는데, 이 책은 한층 더 야생의 진수를 보여주어서인지 말 그대로 눈물나게 하고 가슴이 미어지게 한다. 사진 한 장 한 장, 글 하나 하나에서 호시노 미치오라는 사람의 진면목이 그대로 느껴진다. 얄팍한 경험이나 인간성에 비해 화려한 글이 주는 허무함이나 경박함을 얼마나 맛보았던가, 그간. 차라리 어눌한 한마디가 때로는 가슴을 더 파고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뭐랄까, 진정성이랄까, 뭐 그런 진짜를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도 그냥 멋지다거나 예쁜 사진이 아니다. 가슴을 파고든다. 가슴을 저리게 한다. 사진이 이렇게 가슴을 후벼팔 수도 있다는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한마디로 전율이다. 이 책의 사진을 보고 나서는 카메라 잡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  

야수 같은 중딩 녀석들과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면서 나는 내내 속으로 울었다. 호시노 미치오의 진짜 야생이 그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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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박사 2011-08-12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 허영만, 박영석, 김태훈, 캠퍼밴 타고 대자연의 성찬을 맛보다 탐나는 캠핑 3
허영만.김태훈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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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운전면허가 있으면 하는 곳, 여행 천국,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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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박힌 한반도 - 박석수 요절시인 시전집 시리즈 8
박석수 지음, 이승하.우대식 엮음 / 새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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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먼저임을 알게 해준 시와 시인이 있었다. 바로 박석수와 그의 쑥고개 연작이다. 부전공으로 국문학을 접하면서 시인 김남조의 강의를 들었었는데 중간고사였던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그 감상을 쓰는 것이 시험문제였는데 나는 그때 박석수에 대해서 썼었다. 그의 쑥고개 연작에서 느꼈던 전율이 지금도 그대로 내 몸 세포 속에 남아 있다.  

얼마전 우연히 알라딘에서 그의 시집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러고보니 그의 시집은 처음이었다. 1979년, 한 시화전에서 만난 그의 시 몇 수와 문예지에서 베낀 시 몇 수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첫사랑의 감동 같은 환희와 전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 환희는 서러운 것이었다. 시를 보자.  

  •    
     

    심청을 위하여 
    -쑥고개 1 
     
    헐벗은 우리의 가슴에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썩기 위하여 
     
    인당수보다 더 깊고 깊은 
    미군들의 털북숭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누이야. 
     
    내 몸과 바꾼 15불의 화대로도 
    애비들의 눈은 
    뜨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연꽃은  
    끝끝내 
    피어나지 않는다.  

    내의 껴입을수록 더 추워지는 
    이 겨울을 
    맨 정신으로 살아내기 위하여. 
     
    눈 부릅뜰수록 더 어두워지는  
    이 세상을  
    좀 더 바로 보기 위하여 
     
    인당수보다 더 깊고 깊은  
    수렁 속에 던져진 
    우리들 마지막 기다림 하나. 

     
       
 
이 시를 통해 나는 단번에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1983년에 나왔다는 두 번째 시집 <방화>- 그의 시집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미국의회도서관'에 비치되었다고 하는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반미적인 성향으로 보였나보다. 나는 다만 그 시집에 실렸다는 다음의 시를 그저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에 와서 1 
  
내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입이 향기로웠다. 
 
금붕어처럼 퐁퐁 입으로 
예쁜 방울만 뿜어내는 
  
내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입만 향기로웠다. 
 
(생략)
 
   
 
*쑥고개: 지금은 경기도 평택시 소재이지만 한때는 독립적인 행정구역으로 송탄시로 불리기도 한 곳. 미공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 중 필리핀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읽은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 시집은 요절시인 시선집 시리즈 중 8권으로 나왔다. 요절시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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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한겨레 신문에서 이 책에 관한 기사를 읽고 몹시 궁금해진 책. 이 책의 저자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지 않을까 싶다.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책이다. 

 

 

 

   

2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해 온 사람의 이야기라면 한 번 들어봐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 다 지나간다" 는 위로의 한 말씀이 일상을 견디게 한다. 

 

 

 

 

 

끊임없이 여행기가 출간되는 이유...이 땅이 너무 피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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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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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뒤져보니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이 네 권, 산문집이 한 권 있었다. 2000년에 출간된 영문 번역판 <여행길에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80년대 중반에 내 손으로 들어왔는데, 신기하게도 이 네 권 모두를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물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행히 이 책들을 보낸 친구들의 이름이 안쪽에 쓰여져 있어서 대강을 짐작할 뿐이다. 음, 그때는 나도 꽤나 인간적인 교류가 깊었던 것 같다.  

그 중 <민들레의 영토>는 "26번째 생일에"  친한 친구가 보내주었다. 지금 내 나이의 딱 반절에 해당하는 나이인데. 지나간 세월을 헤아려보고는 혼자 기겁을 했다. 하여튼 80년대 중반에는 내 주변 친구들이 온통 이해인 수녀님의 팬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랬었다. 

교과서에서 접하던 시는 늘 부담스러웠는데 드디어 교과서를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통해 만끽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맑고 영롱한 시어들에서 많은 위로를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시 하나 하나가 이해하기 쉬웠고 그만큼 흡인력도 강해서 몇 권을 읽어도 전혀 물릴 줄을 몰랐다. 그 때가 내 나이 20대였다.

그러고는 한동안, 정말 한동안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접하지 않았다. 한때, 수도자의 길에 마음 한 쪽을 걸어두었던 이후로, 카톨릭이라는 세계에서 두 발을 완전히 철수시킨 이후로, 나는 철저하게 그쪽 세계와 불화를 이루며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 다시 읽는 이해인 수녀님의 글은 솔직히 그전 만큼 마음에 달라붙지는 않는다. 낯설지는 않은데 뭔가 버석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프로스트의 두 갈래 길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 그런데 수녀님은 지금도 한결같다. 윤동주의 <서시>를 예전처럼 지금도 사랑하는 수녀님의 변함없음에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일 뿐이다.  

P.57 ..( 윤동주의) <서시>를 자주 외우며 살았고, 어쩌면 그 시의 영향으로 수도자의 삶을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견뎌왔는지도 모른다....요즘처럼 내가 암으로 힘든 투병을 하면서도 짬짬이 시를 쓸 수 있는 저력 역시 ....소녀 시절부터 애송했던 이 아름다운 시집 덕분이었음을 믿는다. 

한결같은 그 심성, 그 믿음에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이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보아도 수녀님의 그 변함없는 진실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틈틈이 이 책을 읽는 일은 무척 버겁고 힘겨운 일이었다. 도저히 마음 편히 대할 수 없는 거친 아이들 틈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일이란 요원하고도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p.143 ...작은 꽃, 작은 길의 영성을 큰마음으로 살고자 나도 다시 분발해야 한다. 나이 들면서 영적 열망이 약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게 수도자의 삶이다. 나도 한때는 잠시나마 꿈꾸었던 길. 이해인 수녀님, 당신은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제6장 추모일기에서 친분이 두터웠던 화가 김점선, 영문학자 장영희 등을 기억하며 쓴 글은 미처 읽지 않아도 가슴이 뭉클해져온다. 얼마전 김점선의 책을 두 권 읽고 참 허전했었다. 친분 관계는 커녕 생전에 직접 만나뵌 적도 없는 분인데도 그분의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그리웠는 지 모른다. 짝사랑 같은 그리움이라고나 할까. 나 같은 사람도 그런데 하물며 친분이 두터웠을 이해인 수녀님이야 오죽하랴. 

부디 건강하십시오. 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하고 오리무중인 숲 속에서 언젠가는 수녀님처럼 영성으로 가득찬 삶을 그리워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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