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독서>에 나오는 글귀처럼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

이런 생각을 담은 도서관에 다녀왔다. 이름하여 '길 위의 꿈, 여행인문학 도서관'이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분이 도서관 관장으로 있는 곳이다. 흔치 않은 결합이다.

 

 

 

 

 

 

 

 

 

 

 

 

 

 

 

 

 

 

강연이나 작은 음악회도 열 수 있는 무대

 

 

 

 

2층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화집 한 권을 집어들었다. 그림들이 범상치 않은데 화가가 낯설다.

 

 

 

 

 

 

 

 

 

 

 

 

 

 

 

 

 

 

 

 

 

 

 

 

영어로 된 설명 하나 없는 완전 낯선 외국책이다. 함께 간 정선생님과 하나씩 추리에 들어갔다. 우선 그림 속 인물들이 서양인은 아닌 것 같다, 화풍이 앙리 루소를 닮았다, 그림 속 배경이나 분위기에서 정교회 비슷한 기미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코카서스 지역의 화가일까?

 

 

 

드디어 단서 하나를 발견했다. 유일하게 영어로 쓰여진 PIROSMANI라는 단어. 검색해보니 조지아의 유명화가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백 만 송이 장미'라는 노래의 주인공이란다.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전 재산을 팔아 백 만 송이 장미꽃을 바쳤다는....

 

 

도서관에서 나와 길 건너에 있는 오래된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저녁 강연을 들으러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오늘의 강사는 최종명 작가.

 

 

 

 

 

 

 

 

 

 

 

 

 

 

 

 

조만간 읽어야 할 책으로 보관함에 넣는다.

 

 

 

개인 도서관 운영은 범상치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향해 질주하는데 돈보다 꿈을 향해 걸어가는 일은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래서 매우 아름다운 일이기도 하다. 이 아름다움과 향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직 가슴이 떨릴 때 다녀야한다며 길을 나섰다. 사전투표도 했다.

목적지는 경기도 안성의 칠장사. 임꺽정이 놀던 곳으로 한번 가보긴 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접시꽃

 

 

 

 

칠장사. '조용하기가 절간 같다'라고 할 때의 그 절간 같은 분위기가 좋다. 우리같은 할 일 없는 관광객보다 기도하러 온 분들이 더 많아 보인다. 간절하게, 절실하게 기도하고 싶은 곳이라고 할까.

 

친구가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간김에 보탑사를 둘러보고 오란다. 친구들한테 맹신적인 기독교도라고 놀림을 당할 정도로 절 근처에는 가지도 않는 친구인데 절을 다 추천한다. 추천이유는 절이 아기자기하고 꽃을 잘 가꿔놓아서 볼만하단다.

 

 

 

옛 절터에 지은 절로 1996년 생, 초현대식(?) 절이다. 현대식 사찰의 견본을 마주한 느낌이다.

 

 

 

 

돌나물이 커다란 바위 위에서 품 넓게 자라고 있다. 하찮은 구석에서도 잘 자라는 돌나물이 저렇게 버젓한 곳에 있으니 품위마저 느껴진다. 돌나물도 그럴진대 사람이 저런 환경에서 자란다면 반듯하고 당당하지 않을까. 

 

 

 

 

경내에는 커다란 둥근 화분들이 열을 맞춰 있는데 저렇게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다. 여느 식물원보다도 더 친절한 배려가 느껴진다. 비구니절이라더니 스님들의 마음과 손길이 섬세하다. 화분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으나 여기에 모두 올릴 수는 없는 터.

 

 

 

 

 

 

 

 

 

 

 

 

 

 

 

 

 

 

 

 

 

 

 

 

 

 

 

칠장사의 고색창연한 누각과 대비된다.

 

 

 

어디서 본 듯한 황금불탑...미얀마... 새로운 감각이다.

조금은 낯설지만 세월이 흐르면 저 탑도 문화재로 남을 지 모를 일이다.

 

 

책은 언제 읽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잘잘라 2018-06-1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으아리! 으아리가 저렇게 생긴 식물이었군요! 아하!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nama 2018-06-14 11:33   좋아요 0 | URL
으아리 세계가 깊고도 넓습니다. 아직 감도 오지 않아요. 저마다 으아리라고 하는 게 많아서요.
 

출처: dau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청양의 고운식물원에 가기로 한 날. 길이 막힐까봐 일찍 서둘렀다. 아침 8시 개방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아침밥을 행담도 휴게소에서 먹고 다시 부지런히 갔더니 8시 5분 전쯤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시간 하나는 잘 지키지, 직장인의 자세가 살아있었다. 그랬더니 웬걸 개장시간이 9시라며 먼저 둘러본 후 입장료는 나중에 내라고 한다. 엉? 홈페이지에서 분명 8시를 확인했는데....

 

 

 

초입에 있는 버드나무. 버드나무 세계도 오묘하군.

 

 

 

양귀비. 영국의 현충일엔 저 꽃을 앞가슴에 단다고 하는데...오늘은 마침 우리 현충일.

 

 

 

낙우송과 호흡근. 옆에 툭 튀어나온 게 뿌리(호흡근)인데 뿌리에 필요한 산소를 대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볼수록 신기.

 

 

 

이파리와 꽃을 손으로 비비면 물고기 비린내가 난나고 하는 어성초.

 

 

 

찔레꽃과 헷갈리는 고광나무꽃.

 

 

 

 

 

 

 

 

 

 

 

 

 

 

 

서양으아리로 클레마티스라고 한다. 서양화가 폴 클레와 앙리 마티스를 합성해서 겨우 이름을 기억.

 

 

 

으아리. 꽃 이름 외우러 온 듯...

 

 

 

 

 

 

도마뱀.

 

 

 

떡갈잎수국

 

 

 

 

 

 

페튜니아(아, 어려워!)로 장식한 들어가는 길.

 

 

 

8시에 입장했으니 어언 2시간 가량 걸린 셈이다.

 

 

이런 큰 식물원은 한 개인이 유지, 관리하기가 참 만만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깔린 돌 하나하나에도 땀방울이 스며들었겠구나 싶으니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시설물 하나 허투루 보아선 안 되었다. 그러나 뭐랄까. 전체적인 느낌은 백화점식 나열이 느껴졌다. 그러니 식물원이겠지만 보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부하러 온 것도 아닌데 관람 내내 공부하는 사람처럼 들여다보고 이름 불러보고. 마치 그림전시회에 가서 작가와 작품명 들여다보는 것과 비슷했다. 쉼터가 있긴 했으나 외지거나 한가하게 앉아 있기에는 마뜩잖아 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고 있을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 넓은 잔디밭은 야외결혼식장으로 어울릴 성 싶었으나 한가하게 도시락을 까먹으며 앉아있을 수 장소는 아니었다. 일대가 훤히 보이는 전망대는 훌륭하나 그저 전망대이지 다리 뻗고 앉을 곳은 아니었다. 촘촘하게 서있는 팻말을 따라 일정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도 일종의 지시와 다름 없었다. 1,000원 내면 탈 수 있는 롤러 슬라이드는 어린 손님을 끌 수 있는 수익사업이겠으나 식물원을 유원지처럼 보이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

 

이게 아무래도 런던의 큐 가든을 갔다온 후유증이지 싶다. 그곳은 멍 때리기에는 환상적인 공간이었는데...사람이 나이들면 채움보다 비움을 생각해야 하듯 식물원도 해가 거듭할수록 적당히 비우는 법을 터득해야하지 않을까. 이 식물원은 2003년에 개원했다고 하니 사람으로치면 이제 겨우 10대일 뿐이다. 비움을 생각할 때가 아니긴 하다.

 

그러나 모쪼록 잘 만들어진 곳이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해주면 좋겠다. 들여다보고 이름을 불러주길 고대하는 꽃과 나무들이 살고 있다. 이런 곳은 우리가 키워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해 1월 남인도 여행을 시작할 때, 얼마 전에 단행된 화폐개혁으로 공항에서 환전하느라 애를 먹었었다. 간디가 그려진 위와 같은 천 루피짜리 지폐는 이미 사용불가 상태였다. 전 인도인이 구권 지폐를 신권 지폐로 바꾸느냐고 난리였는데 그 와중에 인도에 가게 된 것이다. 그랬었는데...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데...

 

당했다. 분명 2,000루피짜리 지폐를 내고 1,000 루피짜리 거스름돈을 받았는데, 받는 순간에도 '좀 이상한데'라고 생각했을 뿐 깊이 의심하지 않았다. 어디에서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1루피는 한화로 약 18원. 18,000원쯤 된다. '어리숙한 외국인'이 바로 나였다.

 

일주일간의 짧은 단체 패키지 여행. 좋은 호텔에서 양질의 음식을 먹는 여행은 내가 추구하는 바가 아닌데 이번 여행은 얼떨결에 그런 호화로운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인도 여행을. 바깥 세상에 나왔으나 바깥 세상과 단절된 여행이 단체 패키지 여행이 아닌가. 그래 한번쯤 해보자. 좋은 것을 많이 봐야 좋은 일을 할 수 있다잖은가.

 

인도였지만 인도가 그리웠다. 마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처럼. 인도에서 이렇게 다녀도 되나? 혼잡한 거리, 시끄러운 경적소리, 시장에서 벌어지는 흥정들, 이방인을 향한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들, 비루먹은 개들, 집요한 호객꾼, 공기중에 배어있는 향신료 냄새, 사진 찍자고 덤벼드는 사람들, 미소지으며 다가와 이것저것 묻는 사람들, 거리에서 마시는 달짝지근한 짜이 한 잔, 밤거리의 희미한 형광등 가로등, 눈에 보이는 귀여울 정도의 가벼운 사기 등. 이런 것들이 슬슬 그리워졌다. '이번 여행에선 사기 당할 일도 없네.'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바로 그렇게 마음을 풀고 있을 때 아무런 의심없이 저 1,000루피짜리 구권을 받은 것이다. 하, 그러면 그렇지. 역시 인도였다. 

 

그러나 인도만 그렇다고 하면 공평하지 않다. 지난번 런던에서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거스름돈 1파운드 동전을 1유로 동전으로 받고도 한동안 몰랐으니까. 결론은 '어리숙한 외국인'이었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