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의 아들이 60세의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
일찍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너는 사람도 아니다."라는 엄마의 절망어린 한숨을 들어가며 집 밖으로 나돌던 나 같은 사람은 꿈도 꾸어보지 않은 일이 부모와의 여행이다. 그래서 부럽다기 보다는 부담감으로 읽었던 이 책. 결국 나란 인간은 나 밖에 모르는 인간임을 확인하게 되는 책.
엄마와 하는 여행. 쉽지 않으리라. 여행은 세상 그 누구와 여행을 해도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자신을 그 길로 인도했던 후배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해대는 소설가 서영은(<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그 불만과 투정이 사실은 솔직한 반응이리라. 사회적인 연륜 혹은 인품, 나이값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갈등이 여행 중에 생기는 갈등이다. 그 갈등을 헤쳐나가는 게 여행 속의 또 하나의 여행이 된다.
부모와의 갈등이라고 더 나을 것도 없으련만, 이 책의 지은이는 갈등을 잘 헤쳐나가며 300일간의 세계여행을 마쳤다. 감동보다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 여행이지 싶다.
나라별 인상적인 부분을 적어보면,
*인도...일정상 인도 여행이 빠져서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하는 여행처럼.
*라오스...이 분보다 조금 일찍 다녀왔던 라오스가 더 망가진 모습이어서 안타깝다. 결국은 나 같은여행자들이 그 지역을 망쳐놨다.
*중국의 리장...일주일을 머물러도 더 머물고 싶은 곳. 중국하면 늘 리장이 떠오른다.
*이스라엘...가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은 나라라고...그럴 것 같다.
*요르단의 페트라...패키지 여행으로 가기에는 몹시 아쉬울 듯.
*스리랑카...머지않아 가리라고 마음 먹고 있는 곳인데 역시 예상외의 좋은 여행지로 소개되어 있어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