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0시에 끝나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갔다. 생글거리며 다가오는 딸아이의 손에 시커먼 물체가 들려있었다.
"이거 선생님이 주셨어. 과학실에서 굴러다니던 머플러인데 선생님이 가져갈 사람 없냐고 하셔서 내가 가져왔어. 두 개나 돼. 잘 했지? 냄새는 세탁하면 돼."
평소에도 구멍난 양말을 제 손으로 꿰매 신는 딸아이에게는 자랑거리가 딱 두 개가 더 있으니...
하나, 아침 등교는 걸어서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어서 30여 분 걸리는 거리를 꼭 걸어서 간다. 버스로 등교한 입학식 첫 날에 지각하고는 그 다음 날부터 걷기 시작했다.
둘, 생리대는 생협에서 구입한 면생리대를 사용한다. 초등학교 때 피부염으로 고생한 적이 있을만큼 피부가 환경오염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면생리대가 더 좋단다. 물세탁은 물론 내 몫이다. 내 것은 못 빨아도 자식 것은 기꺼이 빨아준다. 이럴 땐 나도 엄마다.
하나 더 있다. 향긋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부탁하면 두말없이 음식물분리수거통에 넣고온다. 간혹 반항할 때도 있긴하다. 일년에 한번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