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페코로스 시리즈 1
오카노 유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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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이라기보다는...각종 검사차 병원에 입원중이신 어머니를 뵙고 와서 이 책을 읽었는데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 몸은 거의 가누지 못하셔도 정신만은 또렷하던 엄마가 이제는 자식도 못알아보신다. 중환자실에 계신 것도 아니고 분명 신체적으로 딱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질환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데 하루가 다르게 눈에 띌 정도로 몸이 여위어가신다.

 

이런 상태에 계신 엄마를 옆에 두고 며느리인 올케는 '의사선생님 말이 (어머님이)임종을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영양흡수가 안 되고 있으니 검사를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해서 병원으로 모셨다는 얘기를 한다. 바로 옆에 계신데 '임종'이라는 단어를 꺼리낌 없이 꺼낸다. 설혹 엄마가 우리가 하는 얘기를 전혀 못알아들으신다해도 그렇지.

 

그러나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한다. 엄마에 관한 모든 힘든 일을 올케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손님같이 이따금 얼굴 한번 비칠 뿐이니까. 몹시 씁쓸하고 슬펐지만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집에 와서 들춰보는 이 만화책은 퍽으나 사랑스럽다고나 할까. 지은이 어머니의 오락가락하는 치매도 예쁘게 보였다. 그래도 이 할머니는 남편을 그리워도 하는구나...아들도 마음이 따뜻하구나...빛나는 대머리도 사랑스럽구나...

 

부러움은 아닌데 이 불편한 마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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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사색 - 시골교사 이계삼의 교실과 세상이야기
이계삼 지음 / 꾸리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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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책을 되도록 멀리하려고 애썼다. 고민한들 무엇하나, 라는 체념으로 살아왔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계삼이라는 전직교사의 글을 접하고나니 그의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고 교육을 비롯한 여러 고민을 함께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괴로운 책읽기이다. 그의 책에 무엇을 보태리. 그저 읽고 더불어 고민할 뿐이다.

 

p.265....농업에 대한 사유는 말하자면 '농촌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아니다'와 같은 강퍅한 선택의 문제를 떠나서, 오늘날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한 개인의 문제의식의 방향과 깊이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날의 삶을 산업기술문명이라는 큰 틀에서 파악하고 이 문명의 파국적인 미래를 간파할 수 있는 예지, 그리고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 물질적 풍요, 진보와 계몽의 신화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회의할 수 있는 인간적 역량들이 바로 농업에 대한 사유 속에 녹아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266...권력자들의 현실주의, 언론의 현실주의, 지식인들의 현실주의, 오늘날 사회적 담론들의 그릇에 담겨 있는 '현실'을 '현실'로서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는 이 현실주의라는 감옥의 수인으로 거기에 꼼짝없이 갇히고 만다. 나는 이렇게 믿는다. 오늘날 우리가 꼼짝없이 붙잡혀 있는 이 현실주의야말로 더없이 비현실적인 기만이자 허위이며 몽상이라는 것을. 그들이 낭만적 몽상이라 말하는 농업, 풀뿌리들의 자치와 협동, 고르게 가난한 사회에 대한 지향이야말로 이 현실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평론>발행인 김종철의 표현처럼 "필요한 것은 '진보'가 아니라 '개안'이다. 오늘날, 진정한 현실주의는 눈앞에 그럴듯한 대안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자명한 것을 의심케 함으로써 길을 잃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현실주의는 저들 자본가, 정치인들의 권능에 기대는 것과 같이 '남'의 문제로 구조화된 것을 오롯이 '우리들 자신'의 문제로 변개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칭송해 마지않는 핀란드 교육 열풍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부분도 공감이 간다. 핀란드 교육의 그늘, 즉 청소년들의 알코올과 약물 중독 비율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높고,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가 현격하게 낮고, 학교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핀란드가 핵 발전의 선두주자라는 사실, 즉 유럽에서는 최초로 핵 발전소를 신설한  '용맹스런'국가이며, 전체 전기소비량의 40퍼센트를 핵 발전으로 조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만들어진 적 없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핀란드 대신 덴마크에서 배우자고 한다.'인간의 행복을 국가가 돈으로 책임져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인간관계로써 떠받쳐 주는'곳이 덴마크라고 한다.

 

p.164 '풀뿌리 민중들이 스스로 만든 학교, 스스로 만든 협동조합, 그렇게 구축된 사회적 협동의 체제, 그것을 가능케 한 교육의 힘과 높은 수준의 시민적 교양, 풀뿌리 민주주의'을 배우자고 한다.

 

파시즘에 대한 생각.... p.333  파시즘은 고통 받았던 자들의 상처 속에 남아, 민감한 영혼들의 추체험을 통해 역사에 등재된 것이지,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관통하는 체험은 확실히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파시즘은 그 시대 거기에 긴박된 모든 사람들의 의식과 경험을 지배했기 때문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이 그것을 의식 밖으로 밀어냄으로써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파시즘을 의식 밖으로 내모는 순간 우리는 파시즘과 일체가 되며, 그때부터 우리 자신도 그 질서의 적극적인 동조자가 된다는 인식... 파시즘은 대세의 흐름에 손쉽게 떠밀려 안착하는 습속에서 출발한다. 불가사의한 것은, 상식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습속들이 한 번 대세로 정착하면 작은 회의와 의혹까지도 막무가내로 통합하는 무서운 흡입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을 모두 옮기기에는 벅차고...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좋은 책이란 이런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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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사 쇼크 쇼크잉글리쉬 쇼크 시리즈
정형정 지음 / 쇼크잉글리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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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생각없이 외웠던 전치사에 대한 통찰을 하게 하는 책.

예를 들면, 4형식 구문을 3형식으로 바꿀 때 전치사를 to 로 쓰느냐 for로 쓰느냐 하는 문제를 이렇게 간단하고 요령있게 정리해준다.

 

1) A to B 로 사용하는 동사: give, hand, pass, send, show, present, lend, tell, teach

 

I gave him a book. > I gave a book to him.

 

'나에게 없는 책을 준비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가 갖고 있는, 준비되어 있는 책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to'를 쓴다. 즉 'A to B는 말하는 순간에 이미 갖고 있고, 준비되어 있는 A를 B에게 주는 것이다. 'A to B는 준비과정 없이 바로 주는 하나의 동작'이다.

 

2) A for B로 사용하는 동사: make, buy, get, find, choose, build, order, book, cook, cut

 

I made my child cookies. > I made cookies for my child.

 

'아이가 과자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나는 과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과자를 만든 다음에 줘야 한다.' 이렇듯  'A for B는 말하는 시점에 A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A를 준비한 다음에 B에게 주는 것'이다. 'A for B는 먼저 A를 준비한다+그다음에 준다'로 두 개의 동작'이다. 이것이 원어민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각이라고 한다.

 

3) A to B, A for B 모두 사용하는 동사: bring, leave, sing, read, give

I sang a song for my baby. ... 아이를 위하여 노래를 준비해서 불러주는 느낌.

I sang a song to my baby. ... 사전 준비 없이 바로 불러주는 느낌.

 

이런 친절한 설명을 읽다보면 전치사가 쉽게 이해된다. 그러나 소설처럼 쭉쭉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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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에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이런 수목원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너무나 무심하게 살고 있다는 자각이 들어 얼른 다녀왔다. 그동안 고3에 접어든 딸아이를 돌보느라(?) 마음만 바쁜 세월을 보내고 있었더니 세상이 이렇게도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식을 대학에 넣어봐야 진정 어른이 된다더니(누구의 말? 바로 내가 한 말!) 어른노릇하기가, 사람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힘들게 대학에 들어가고 또 대학을 나와봐야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참 억지같은 삶이고, 억지같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안타깝고 화가난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연잎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숙연해진다.

 

 

이 사진을 본 딸아이 "우리 가족 같은데요"...어쩐지 마음이 가더라니. 

 

 

이곳엔 이런 길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예쁜 것으로 뽑아봤다.

 

 

보기드문 길이지 싶다. 양옆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주목인데 나무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얼굴을 가꾸고 얼굴을 내세우느라 정신이 없는 세상인데 얼굴이 아닌 뒷모습으로 길을 내다니...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저 나무줄기에 쌓인 세월은 또 어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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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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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가까이 된 사람이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원하게 다가온다. 우리 부모 세대처럼 '충효'를 강요하지 않아서, 아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봐도 일단 이 책은 읽을 만하다. 구절구절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 같아서 그 글에 내 생각이나 감상을 덧붙인다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책에 있는 구절을 많이 옮겨 적는 게 최선일 듯하다.

 

먼저 부모에 대한 글.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

'별 생각 없이 당신을 낳았다.'

'낳아 놓고는 사랑도 안 준다.'

'노후를 위해 당신을 낳은 거다.'

'그러니 당장 집을 나가라.'

'집 안 나가는 자식들은 잘못 키운 벌이다.'

p.19 가장 악질적인 경우는 자식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부모,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게 하고 보살핌을 받고 싶어 자식을 낳는 부모. 그런 부모는 애당초 부모라 할 수 없다. 자신을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부모는 남보다 훨씬 못한, 악마나 다름없다. 그들은 인간이랄 수도 없다.....부모란 이렇듯 애매모호한 존재다. 부모의 사랑에 거짓이 없다고 믿는 것은 부모 자신뿐이다....오로지 자식을 어엿한 성인으로 키우는 것만이 목적인 부모는 너무도 적다.

 

국가에 대한 글.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국가는 적당한 바보를 원한다.'

'텔레비전은 국가의 끄나풀이다.'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바보 같은 국민은 단죄해야 한다.'

'국가는 적이다.'

'분노하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다.'

'멍청하게 있지 말고 맞서라.'

'국가는 골 빈 국민을 좋아한다.'

p.134  독재국가는 물론,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 역시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소수의 것이다. 한 줌이나 될까 말까 한 인간들의 소유물이다. 게다가 인간적으로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 지위에 걸맞은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특정 소수이다. 우리와 별 다르지 않은 아주 평범한, 굳이 말하자면 욕심만 유난히 큰 속물의 전형이다....소수를 제외한 압도적인 대다수 인간은 자신은 틀림없이 국가에 속해 있고 국가를 위한다는 최면술에 걸려, 또는 국민의 한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자기 주문에 지배되어 소수를 위해 있는 힘을 다하지만, 소수만이 단단히 쥐고 있는 '풍요로움'을지속시키기 위한 노동력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라는 더욱 처절한 현실을 알게 된다.

p.136  나라를 실제로 주무르는 자들은 넘치는 자금을 악용해서 목전의 욕망에 허우적거리는 정치가들뿐만 아니라, 학자와 매스컴, 문화인, 연예인, 평론가 등 많든 적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인종에게 온갖 명목으로 돈을 뿌려 여론을 안정시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형태로 국가를 유지한다. 마음대로 나라를 주무르고, 당당하게 빼돌려 이권을 장악한다. 그렇게 어디까지나 사적인 나라를 구축하고 지위가 흔들리지 않도록 다져서는 그 영예와 영광을 후손에게 물려준다.

p.140 국가를 소유한 자들은 당연히, 특권적인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 온갖 대의명분을 쥐어짜 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민족주의를 내세운 애국 사상이다.

 

종교에 대한 글.

'종교단체는 불한당들의 소굴이다.'

'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종교다.'

'신 따위는 없다.'

 

직장에 대한 글.

'직장인은 노예다.'

'직장은 사육장이다.'

'자영업자가 돼라.'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산송장이다.'

 

마지막 9장, 10장까지 들어보자.

 

'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p. 202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죽을 몸인데, 왜 그렇게까지 겁을 내고 위축되고 주저해야 하는가. 자신의 인생을 사는 데 누구를 거리낄 필요가 있는가. 그렇게 새로운 마음가짐과 태도를 무기로, 애당초 도리에 맞지 않고 모순투성이인 이 세상을 마음껏 사는 참맛을 충분히 만끽해라. 약동감이 넘치는 그 삶을 향해 저돌적으로 나아갈 때 드높이 외칠 말은, 바로 이것이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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