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회째 이어져오는 양평 산나물축제를 4회 때부터 다녔다. 작년에는 세월호참사로 축제가 취소되었지만 일부러 양평장날에 맞춰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니까 횟수로 따지면 네 번 다녀온 셈이다.

그렇다고 이 산나물 축제에 뭐 깊은 뜻을 품었다거나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다보니 나이를 먹듯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흠, 나이를 이렇게도 먹는다.

 

분명 축제라서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데 남편과 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기보다 오로지 나물만 사가지고 온다. 

 

그래도 오늘은 나물 구입하는 것 말고 두 가지를 더 했다. 행사장에서 생맥주 마시기와 주변 식당에서 밥먹기.시중에서 파는 kloud 보다 알콜도수가 높다는 kloud 생맥주는 예상보다 맛이 좋았다. 이른 아침부터 마시는 생맥주가 맛있기는 사실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목도 마르지 않고. 맥주를 마시는 조건으로는 썩 어울리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맛있었다. 길 안내 엉터리로 한다고 타박을 주던 남편도 요순간만은 그리 밉지 않고...

 

자동차가 밀리기 전에 가야한다며 10시 30분 쯤에 점심을 먹었다. 분명 아침을 먹고 나왔고, 생맥주를 한 잔씩 들이켜서 식욕이 별로 당기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먹었다. 평소 직장 생활에 충실하다보니(?) 몸이 알아서 따라준다. 직장에서 먹는 점심밥은 맛으로 먹거나 배가 고파서 먹기보다 일종의 해치워야할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제 때 먹지 않으면 일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밥 시간이 되면 그냥 먹는 것이다. 아침밥을 수저만 들면 먹듯 점심도 시간이 되면 먹어줘야 하는 것이다. 일로써.

 

그렇게 먹었는데....맛있다. 더덕무침, 된장찌개, 나물쌈, 나물반찬, 하나도 버릴 게 없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내년에는 아침밥을 굶고 오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요렇게 이름표를 달아주니 저절로 눈길이 간다.

 

 

처음 보는 거.

 

 

맛이 궁금해서 찍고

 

 

반가워서 찍었다. 강원도 법수치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말 그대로 심심산중에 있어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궁금.

 

 

숲해설가가 옆에 있다면 좋았으련만...

 

 

 

 

 

가운데 하얀별은 박주가리 열매일 것이다.

 

 

양 옆에 있는 지네가 특이해서 한 컷!

 

 

목 축이는 새끼오리들. 사람이나 동물이나 물 흐려놓는 녀석이 꼭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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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5-0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크 마지막 말씀_ 빵 터졌어요. 그나저나 오리들이 원래 저렇게 아름다운 녀석들이었던가요? 저는 식물에는 젬병이라서 ㅠㅠ 식물만 보면 그저 한없이 고개가 숙여져요. 그저 부럽습니다. 산나물들만 먹고 살라고 한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도 없을 거 같아요.

nama 2015-05-02 19:30   좋아요 0 | URL
새끼오리를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처음에는 병아린줄 알았어요. 어린 것들은 모두 귀엽죠?
산나물 데치느냐고 솥으로 열 번 물을 끓여 겨우 마무리했답니다. 산나물이 저를 먹으려고 하네요^^
 
나의 서양음악 순례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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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의 글을 읽는 건 숨겨놓은 양심을 바깥으로 꺼내는 것 같아서 종종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별로 재밌지도 않다. 그런데도 묘한 매력이 있는데, 그 글을 읽음으로써 양심의 세계에 한발을 들여 놓았다는 안도감 같은 게 생기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있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기분이 들곤 한다.

 

그러나 이 분의 또 다른 글인, 음악이나 미술에 관한 글을 읽을 때는 묘한 반발심도 생긴다. 순도 높은 이 취미는 또 뭐지, 하고.

 

이 책에서 그 단서를 발견했다.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엿보고 말아...처절할 정도로 고독했다.' 이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게는 그게 '여행'이었으니까.

순식간에 콘서트가 끝나고 쌀 쁠레옐을 나오니 밤도 깊은데 추운 포부르 생또노레 거리를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오가고 있었다. 까페의 환한 유리창 너머 담소하는 남녀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곳엔 누구 한 사람 내가 아는 이가 없다. 여기는 나의 세계가 아니다.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된다....중학시절부터 뇌리에 각인된 시구가 있다. 스즈끼 키로꾸라는 시인의 <용서해요>라는 시다.

`또다시 音의 세계와 色을 즐기는 곳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텅 빈 지하철을 타고 까르티에 라땡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그 시구를 자꾸 떠올렸다. 나는 "음(음향)의 세계와 색(색채)을 즐기는 곳"에 있어서는 안된다. 내가 몸을 두어야 할 곳은 예컨대 한국의 감옥이 그렇겠지만 음도 색도 없이 치열한 투쟁만이 있는 그런 세계인 것이다. 원래 나는 그런 세계의 인간이고 그런 세계로 돌아가야 할 존재인 것이다.

처절할 정도로 고독했다.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엿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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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차 도서구입 목록을 완성하고 품의를 올렸다. 전부 845권. 정가로 일천만 원이 넘는다. 개인적으로 10년간 구입한 책값과 맞먹는다. 책 사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많이 다루다보니 조금 멀미가 나려고 한다.

 

도서관에 처박혀 있으면 책 좀 많이 읽으려나 했는데...책은 커녕. 일에 파묻혀 지낸다.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이 왜 있겠는가!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는 일이 실제는 별로 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정책적으로 기증을 받는다면 모를까. 원하지도 않는데 책을 기증하는 것은 일거리를 안기는 것과 같다는 것을 도서실 업무를 맡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 퇴근해야지. 일을 너무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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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버린 나라 -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평화 이야기
아다치 리키야 지음, 설배환 옮김 / 검둥소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지구상에 '군대를 버린 나라'가 있다, 라고 말하면 열 명에 아홉(내지 열명 모두)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군대 없는 세상을 한번도 꿈꿔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제 군대 없는 나라가 존재하며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냐고 말하면, 분단상황을 들먹이며 역공을 해온다. 군대의 존재에 관한 한 아무런 이견을 낼 수 없는 나라였구나, 대한민국이.

 

p186....코스타리카에서 지낸 2년 동안 군대를 화제로 삼아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영화를 촬영하는 도중에 군대에 관해 인터뷰를 하더라도 "군대? 무슨 이야기요?" 라고 오히려 의아한 표정들을 지어 보이곤 했다. 많은 코스타리카인들은 평소 군대 같은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잘 살지도, 발전하지도 않는, 그저  '고만고만하게' 사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나라가 코스타리카라고 한다. 물론 사람 사는 곳인데 여기라고 낙원이겠는가. 우리네 문제처럼 그곳도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은 하나마나한 얘기. 그럼에도 온국민이 '군대 같은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니 한번 이 책을 읽어볼 만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한번도 군대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런데 군대 없는 나라를 어떻게 유지할까? 그 방법은 바로 외교다. 약소 중립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똑똑한 외교다. 한없이 부러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부분은.

 

가능성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있다는 걸, 이 책을 읽다보면 조금씩 알게 된다.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잖은가. '그럴 수도 있다.'고 믿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런데 가능성 앞에 도사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또 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이 유쾌하지 못한 뒷맛.

 

나는 때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겉도는 것만 같다. 누구 말마따나 '우물쭈물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어."하는 기분.

 

함께 꿈꾸지 않으시렵니까? 군대 없는 나라를.

 

*퇴근 앞두고 급하게 마무리했다. 내겐 글보다 걷는 일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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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영어는 끝이 없다. (하기야 우리말도 그렇군!) 눈만 뜨면 새로운 단어가 날 기다리고 있다. 아니지. 내가 새로운 영어를 기다리고 있다. 요즘 영어가 조금 재밌어지고 있다. 20대 초반, 아버지의 강권 아닌 강압에 마지못해 시작한 영어가 이제서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니...나도 참 어지간하고, 한편 기특하기도 하다. 그래도 끝까지 잡고 있으니까.

 

영어를 좋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았다. 손 놓지 않고 꾸준히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매일같이 들어주고 읽어주고 입으로 웅얼거리는데 좋아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내가 좋아하고 노력하는 만큼 영어가 날 좋아해주냐는 별개의 문제다. 때로는 짝사랑만으로도 버틸 수 있다는 걸 영어를 통해 배운다. 쓰고보니 처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체 영어가 뭣이기에.

 

(진짜) 일찍 출근해서 영어 공부로 하루를 시작한다. 금새 눈이 침침해지고 목은 밤새 잠겨서 소리가 마치 자갈밭을 구르는 듯 울퉁불퉁하다. 오늘은 좀 나아질까, 기대 같은 거, 안 한다. 실망이 두려워서다. 어떤 스님 말씀 처럼, '영어 공부는 도를 닦는 일이다.' 그저 묵묵히 듣고, 읽고, 웅얼거릴 뿐이다. 근데 이게 무슨 도를 닦는 거에 비할소냐. 그저 직업상 양심이라는 게 있어서 손을 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최근에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있다.

 

 

 

 

 

 영어 공부하겠다고 이 책을 굳이 살 필요는 없을 듯하다. 교과서에 딱 한 페이지, 콩글리시가 나오는데 학부모 공개수업 때 이걸 풀어볼까 해서 구입했다. 정확한 표현을 써야겠지만 일단은 말이 통하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가, 그래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긴 하다.

 

 

 

 

 

 

 

 

 

'기적'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쉽게 쓰다니...그럼에도 이 책 무지 귀엽다. 수학교사인 대학 후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0에서 1 사이에는 하늘의 별 만큼이나 무한한 수가 존재한다." 고.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 후배가 무척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수학이 예술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느낌을 이 책에서 받았다. 깨알같은 작디 작은 tip을 읽다보면 이 책이 귀엽다 못해 아름다워지기까지 한다. 영어가 쉽고 어렵고가 아니라, 영어에 대한 예의를 떠올리게 한다. 좋다, 이 책. 역시 기초가 중요하다.

 

 

 

 

 

고급영어라서 쉽게 이 책을 접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읽다보면 나 자신이 너무나 얄팍하게 보인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세를 반듯하게 한다. 두서없고 talkative 한 표현들을 한 칼로 제압하는 표현이 맘에 들지만, 글쎄 내 입에서 이런 품격있는 표현들을 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격을 올릴 때는 유용하겠다.

 

 

 

 

 

 

이런 책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내가 제일 많이 애시청하고 좋아하는 건 역시 bbc learningenglish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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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4 1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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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4 2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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