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구비해놓은 책인데 하드커버로 되어 있어 만화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도 들쳐보지 않는다. 제목도 낯설다.

 

부제 '현대 예멘 여성의 초상화'가 이 책의 내용인데, 참 세상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놀랍다. <페르세폴리스>라는 그래픽 노블도 그렇고, 이슬람문화권에선 여자가 뭐보다 못한 존재인가보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내용이 나온다.

 

'예멘에서 여자들이 뭘 하려면 반드시 왈리가 있어야 한다. 왈리는 남편이나 아빠, 형제, 아니면 삼촌처럼 가족 중 남자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가게에서 여자가 담배를 사려고 해도 남자가 있어야 하고, 여자가 재혼을 하는데도 남자의 보증이 필요해서 하다못해 10대의 아들이 보증인이 된다나...

 

잘 알지도 못하는 예멘을 이런 부정적인 내용으로 먼저 접하는 게 좀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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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순(<샘터>창간한 분):  혹시 그 동안의 삶에서 후회하시는 점도 있으신가요?

 

피천득: 글쎄 지금은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나는 딸아이를 너무 편애했어요. 우리 딸아이가 공부를 잘하니까 경기여고와 이화여고 양쪽에서 모두 보내달라고 했지요. 이화여고 교장이 나하고 친구였는데 무슨 조건이든 다 들어줄 테니 저희 학교로 보내라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조건을 제시했죠. 학칙상 수업 일수의 3분의 2만 출석하면 되니 나머지 3분의 1은 결석을 시키겠다. 그 조건을 들어주면 우리 딸을 보내겠다. 그렇게요.

 

김재순: 왜 그런 조건을 제시하셨나요?

 

피천득: 내가 데리고 공부를 시키려는 생각도 있었고 비가 오거나 몸이 조금만 좋지 않아도 학교에 안 보냈거든요. 과외 공부를 시킨 적도 없고 집에서 내가 가르쳤지요. 결석이 많아 학교 성적은 중간 정도였는데 모의고사를 치르면 그때는 반에서 일등 하는 아이보다 한 바퀴는 앞섰어요. 서울대학교에도 좋은 성적으로 들어갔고요. 대학 졸업 후 딸아이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지요. 학비도 면제되는 좋은 조건인데 떠나기 전날 울면서 가지 않겠다는 거예요. 간신히 달래놓았는데 공항에서 또 어떻게나 울어대던지요. 그런데 며칠 후 미국에 있어야 할 아이가 집으로 돌아온 거예요. 혼자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는 딸아이를 달래 다시 미국으로 보냈는데 한 달 만에 또 왔어요. 그 짓을 세 번이나 했지요. 그때 포기하고 보내지 않았더라면 일생 딸을 가까이 두고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말이에요.

 

 

피천득의 자식 교육이 유별나다 싶으면서도 참 현명했다는 생각도 들게 하는 글이다. 학교라는 곳은 지식 취득면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시간 낭비가 많은 곳이다. 대학 입시만을 목표로 한다면 굳이 학교교육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런 면에서는 현명할 수 있지만, 대학 입시만이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친구가 만들어지는 기간인데...그렇게 유별나게 공부를 시켜 미국 유학을 시켜놓고는 다시 후회하게 된다. 일생 딸을 가까이 두고 행복하게 사는 건데 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은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이라고도 생각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 수 밖에. 나 같으면 무엇을 얻으려고 할까? 나는 가까이 두고 싶은 쪽이다. 그런데 딸이 중고등학교 다닐 때 아무리 아파도 결석 한 번 허락하지 않은 게 조금은 마음에 걸린다. 학교가 뭐 그리 대단한 곳이라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결근을 죄악시하는 인간이긴 하다.

 

 

법정: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꼭 해주는 얘기가 있습니다. "너희가 지금은 죽고 못 살 만큼 서로 좋아하지만 속상하면 못할 소리가 없다. 아무리 속상해도 막말은 하지 마라. 막말을 하게 되면 상처를 입히고 관계에 금이 간다.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해 언젠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 어떤 일이 있어도 막말은 하지 마라." 관계의 균열이란 사소한 일, 무례한 말 같은 것에서부터 생기게 마련이거든요.

 

'아무리 속상해도 막말은 하지 마라'...이는 부부사이 뿐만 아니라 남남이 가족이 된 관계에서도 해당되는 말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시누이와 올케 사이 등...

 

법정: 전에는 괴팍 떨고 남한테 너무 인정사정없이 대했는데 이젠 반성을 많이 해요. 불일암 초기까지도 사람들이 나보고 시퍼런 억새풀 같아서 가까이 오면 벨 것 같다고 하기도 했지요. 연륜 탓도 있겠지만 인도에 한 번 다녀오고 나서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 사는 사람들을 보고 또 그 곁에서 지내면서, 내가 갖고 있는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는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지요. 여러 가지로 부끄럽고, 내가 지금까지 말로만 수행자였지 진짜 수행을 못했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어요.

 

법정스님의 인도기행문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인도를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법정스님은 나의 스승이시다.

 

최인호: ..스님께서 이런 말씀도 해 주셨지요? "마음에서 생각이 나오고, 생각에서 말이 나오고, 말에서 습관이 나오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운명을 이룬다."

 

결국은 마음이 운명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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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찍은 사진을 올린다. 출근길에 찍자니 출근길이 여행길 떠난 듯 설렌다. 한번쯤은 해볼만한 짓이다.

 

달맞이꽃. 낮에는 꽃 핀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근데 어제는 두 송이 다 피었었는데...

 

 

무궁화꽃도 이쁜 구석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지만 어딘지 애처롭다. 한꺼번에 다 피워올려도 눈길을 사로잡기 힘드니...

 

 

모닝 글로리, 아침의 영광, 나팔꽃.

 

 

아침부터 이렇게 고혹적이면 어떡하냐구.

 

 

겹겹으로 쳐진 거미줄. 너희들도 치열하게 사는구나.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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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9-0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누르고, ˝좋아요˝ 말씀드리고 갑니다 ^^
출근길을 여행길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신 분!

nama 2015-09-09 16:56   좋아요 0 | URL
그냥 카메라를 어깨에 걸면 여행길이 되어요. 갑자기 헐크라도 된 기분이 들어요 ㅎㅎ 마구마구 힘이 솟는...
 

땰내미 다니는 재수학원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건으로 단체급식이 중단되는 바람에 열흘간 도시락을 쌌다. 늘 일어나는 시간이 새벽 5시라서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건 아니지만 도시락 싸는 일은 손이 많이 갔다. 밥 먹고 설거지하고 창문 닫고 허둥대다 출근하면 7시 좀 넘어 사무실에 들어선다. 눈꺼풀이 무거운데 잠은 오지 않는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아 그냥 엎어져 자도 되련만.

 

드디어 다시 급식이 시작되어 도시락에서 해방되나 했더니 이번엔 13년 간 사용한 세탁기가 고장났다. 17년 간 사용한 사람도 있다는 말에 얼떨결에 구입한 독일제 세탁기였건만 매일 해대는 빨래에는 당해내지 못했다. 새로 주문한 세탁기는 거의 일주일 후에 온다나 어쩐다나. 퇴근 후 저녁마다 손빨래를 하는데, 내가 헹굼까지 해놓으면 남편은 인간 탈수기가 되어 빨래를 쥐어짠다. 이건 여행가서 하는 방식인데, 흠 일상이 여행이라 생각하니 그래도 할 만하네.

 

16년 된 승용차를 53만원 주고 수리했는데 새 스프링과 헌 스프링이 대결을 하는지 자갈길을 가는 것처럼 덜컹거린다. 신호대기라도 걸리는 양이면 시동마저 꺼져버리는데 손재주 좋은 남편은 겁도 내지 않고 침착하게 다시 시도한다. 성질 급한 나는 창문 열고 뒷차에게 수신호라도 보낼 기세, 보통 욕 나올 상황에선 내가 먼저 진하게 욕을 뱉어내기 때문이다.

 

단체급식, 세탁기, 냉장고, 승용차도 없던 시절, 우리 엄마는 매일 돈 버느냐고 고생하면서도 도시락 싸고 손빨래하고 이틀 걸러 김치 담그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셨는데, 난 요것도 힘들다고 난리다.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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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9-0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 세탁기도 요즘 세탁하는동안 마구 앞으로 걸어나오는 (!) 바람에 세탁 한번 끝나면 다시 밀어서 제자리에 놓느라고 힘 좀 쓰고 있답니다. 남편에게 얘기하니 이제 그럴 때도 되었지 않냐고 하네요. 이제 12년 밖에 안되었는데? 제가 그랬답니다. 10년은 기본이니 기본 빼고 겨우 2년 더 썼다고요 ㅋㅋ 승용차 16년 타신것도 놀랍네요. 저희는 11년 타고 작년에 바꿨거든요.
따님 학원에서 식중독 사건이 있었군요! 이런...

nama 2015-09-08 13: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수개월 간 세탁기가 마구 앞으로 돌진하더니 어느 날 조용히 숨을 거두더라구요. 보통 탈수 때는 비행기 이착륙 소리가 나서 나름 비행기 타는 기분도 느꼈어요. 비행기 이착륙 소리가 아무래도 그리워질 것 같아요. ㅎㅎ
자동차는, 남편은 주로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저는 걸어서 퇴근하고, 딸은 고등학교 내내 걸어다녀서, 사실 자동차를 많이 괴롭히지는 않았어요. 강원도 갈 때 무지 부려먹기는 했지만요.
딸아이는 친구들이 그런대요.`철장`을 지녔다고. 무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