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믓하게 이 책을 읽고 있다. 명사들을 손쉽게 만나고 있으니.
오늘 아침엔 안도현편을 읽다가 가슴이 푹 찔렸다. 어젯밤 고관절이 시원찮다고 투덜대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남편은 아마도 속으로 '저 엄살대왕'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아픈 것도 같고 안 아픈 것도 같은 몸을 이끌고 일찍 출근해서는 도서관에 혼자 앉아 있는데 다음 구절이 눈에 들어와 찔러댄다. 큭 큭 웃다가 옮겨본다.
안도현의 메시지:"시를 쓸 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야 할 것
* 많이 쓰기 전에, 많이 생각하기 전에, 많이 읽어라.
* 재능을 기대하지 말고, 자신의 열정을 키워라.
* 언제 어디서든 메모할 준비를 해랴.
* 상투적이고, 익숙하고, 편한 언어들을 버려라.
* 소재에 집중하기보다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에 집중해라.
* 필사적으로 필사해라.
* 고독을 즐겨라.
* 많이 경험해라.
* 모방을 배워라. 모방을 하면서 모방을 괴로워해라.
* 수십 번, 수백 번의 퇴고를 즐겨라.
하지 말아야 할 것
* 제발 시를 쓸 때면 그리운 척하지 마라.
* 혼자서 외로운 척하지 마라.
* 당신만 아름다운 것을 다 본 척하지 마라.
*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척하지 마라.
* 눈물 흘일 일 하나 없는데 질질 짜지 마라.
* 무엇이든 다 아는 척, 유식한 척하지 마라.
* 철학과 종교와 사상을 들먹이지 마라.
* 기이한 시어를 주어 와 자랑하지 마라.
* 시에다 제발 각주 좀 달지 마라.
* 자신에게 감정을 고백하고 싶으면 일기에 쓰면 된다. 시는 감정의 배설물이 아니라 감정의 정화조다.
* 특정한 상대에게 감정을 고백하고 싶으면 편지에 쓰면 그만이다.
"오래 들여다보면 모두 시가 된다." - 이정록
아침부터 외롭고, 아픈 척 했는데 들킨 기분이다.
다행히 시는 안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