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6년 전 이야기가 된다. 주문진 곰치국에 대해 한두 문장 쓴 적이 있다.

 

http://blog.aladin.co.kr/nama/3144110

(내 글을 내가 인용하자니 좀 멋적다.)

 

그때는 죽음을 앞둔 지인의 장례 등을 논의하는 상황이라 이 곰치국을 입으로 넣으면서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생을 마감하는 분을 옆에 두고 무언가를 맛있게 먹는다는 행위가 미안하고 참 마뜩치 않았다. 평소 친하다는 친구분들의 식탐이 가증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별미를 찾다니...라고.

 

작년에는 남편의 산림기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기시험을 위해 주문진에 두 번 왔었다. 여름에 치른 시험에서 탈락하여 가을에 다시 오게 되었는데 두 번 모두 주문진항 근처 모텔에서 묵었다. 아침식사가 되는 식당이 있을까 싶어 알아보지도 않고 미리 준비한 퍽퍽한 빵과 달착지근한 우유로 아침밥을 대신 했다. 잘 넘어가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애써 참아가며 먹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이 친구분들과 짧은 여행을 하던 중 아침밥으로 주문진 곰치국을 먹게 되었단다. 알고보니 우리가 두 번씩이나 묵었던 주문진항 모텔 바로 앞집에서였다고 한다. 친구분들과 곰치국을 맛있게 먹고 있자니 얼마 전 빵으로 때웠던 게 떠올랐다며 남편은 나에게 미안하다며 다음에는 꼭 곰치국을 먹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니까 일 년을 벼르던 일이다.

 

드디어 이번에 법수치에 가면서 남편의 약속대로 아침밥으로 곰치국을 먹게 되었다. 6년 전 속으로 욕하며 먹던 곰치국, 남편이 미안해하며 사주는 곰치국이었다. 새벽 4시 반에 집에서 나와 8시 쯤에 먹으니 배는 이미 고플대로 고파 있었다. 우리는 평소 아침밥을 6시 전에 먹기에 더욱 시장기가 심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곰치국. 드디어 맛을 알게 되었다. 곰치에서는 살짝 홍어 삭힌 맛이 났고 함께 끓인 김치에선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났다. 점점이 뿌려진 곰치알을 건쳐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밑반찬으로는 청어알젓과 가리비알젓 등이 나왔는데 김에 싸서 먹는 청어알젓 맛 또한 별미였다. 오징어젓이나 명란젓과는 다른 청아한 맛이 난다고 할까. 느끼함이 없었다.

 

곰치국을 맛나고 흡족하게 먹으며 나는 6년 전 속으로 욕했던 분들에게 사과하는 심정이 되었다. '그땐 제가 좀 어렸었나봐요.'하고 말하고 싶었다. 가는 사람은 가는 사람이고 남은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할 터. 무언가를 맛있게 먹는 행위는 내가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있으며 죽음이 아직 나에게 와서는 안 된다는 강한 주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잠시나마 인간의 유한성을 잊을 수 있다. 더불어 삶의 괴로움과 피곤함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요즘같이 미래에 대한 불안이 팽배한 시절에는 온갖 매체마다 먹방이 사방으로 활개치며 사람들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 주문진 하면 곰치국이네, 라고 하기에는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메뉴판에는 아예 가격란에 '싯가'라고 쓰여 있다. 시세 따라 변동이 심한가 보다. 그제는 2인분에 3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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