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에 접어든 나는 명퇴와 정퇴를 저울질하고

 

대학에 갓 들어간 딸은 나이든 부모의 은퇴를 부러워하고

 

딸아이가 멘토링하는 8살 초등생은 빨리 할머니가 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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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뺨에 떨어진 눈물 - 곽재구의 인도기행
곽재구 지음 / 문학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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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쪽의 책을 연인 대하듯 읽었다.

 

죽어도 직장에서 죽어야 순직이 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평일을 버티고나면 주말엔 말 그대로 좀비가 된다. 그런 좀비같은 상태에서 한줄 한줄 읽어내려가는 이 책은 마치 연인의 속삭임처럼 달콤하다. 때로는 따스한 햇볕이 되고, 때로는 화사한 꽃비가 쏟아지고, 때로는 황량한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달콤한 가랑비가 된다. 읽는 내내 행복하다.

 

특히 지은이가 일 년 반 동안 머물렀다는 샨티니케탄 이야기가 이어질 땐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나도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불타올랐다. 현재 가지고 있는 걸 모두 내려놓으면 아주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이미 마음은 그곳에 가 있었다. 그곳에 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은 풋풋해졌다.

 

한바탕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은 책을 드디어 다 읽고나니 다시 어둠이 내린 듯 마음이 무거워진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은 읽고나면 후유증 때문에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마음이 다칠 수도 있다. 이 책이 딱 그렇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니 고요한 슬픔이 찾아온다. 이런 책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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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에서 읽은 시 담쟁이 문고
이하 엮음, 하동석 그림 / 실천문학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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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경제. 돈과는 인연이 없어보이는 시를 통해 경제를 이해한다?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한 꼭지씩 읽다보니 이게 가능한 얘기이고 하고자 하면 할 얘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하여 통합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중고등학생들이 읽기에 참으로 적절할 것 같다. 어려운 경제용어를 시를 통해 매우 적절하고 쉽게 풀이해주고 있는데, 사실 쉽게 설명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쉽게 쓰고 쉽게 설명해주는 건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에 다름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자녀라면 시도 읽고 경제용어도 배우는 일거양득의 책이 될 거라 믿는다.

 

벚꽃 흐드러진 요즘에 어울리는 시 한 편을 인용한다.

 

벚나무 실업률

                                          손택수

 

해마다 봄이면 벚나무들이

이 땅의 실업률을 잠시

낮추어줍니다

 

꽃에도 생계형으로 피는

꽃이 있어서

배곯는 소리를 잊지 못해 피어나는

꽃들이 있어서

 

겨우내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니던 사람들이

벚나무 아래 노점을 차렸습니다

솜사탕 번데기 뻥튀기

벼라별 것들을 트럭에 다 옮겨싣고

여의도광장까지 하얗게 치밀어오르는 꼿들,

 

보다 보다 못해 벚나무들이 나선 것입니다

벚나무들이 전국 체인망을 가동시킨 것입니다.

 

이 시에 대한 설명글이다.

 

'이 시를 꼽씹다보면 한 가지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있어. 바로 2연이야. "꽃에도 생계형으로 피는", "배곯는 소리를 잊지 못해 피어나는 꽃들이"있다고 해. 이 꽃은 어떤 꽃일까? 벚꽃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꽃은 바로 "겨우내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니던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어. 바로 그렇게 더 열심히 살아가려고 벚나무 군락을 찾아 달려온 노점상들 얘기야. 시인은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벚꽃만큼이나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람꽃'을 바라보고 있는 거야. "보다 보다 못해" 그 사람들을 끌어안고 함께 피려고 "전국 체인망을 가동시킨" 벚나무들을 고마운 마음으로 다시 보게 된 거야. 벚나무는 단지 그 화려함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니라 '사람꽃'과 더불어 필 때 더 아름답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된 거지......시 한편이 그 자체로 벚나무같아.' <'실업과 서민경제'에서>

 

 

이렇게 쓰고 있자니 얼마 전 우리아파트에서 열렸던 장터가 떠오른다. 벚꽃 피듯 한꺼번에 장이 서더니 이틀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흔적없이 사라져버린 노점상들. 모처럼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 지갑을 쉽게 열기도 했다. 그중 압권은 솜사탕.

 

 

 

딸아이는 아주 어려서부터 가게에 가도 이것저것 사달라지 않는 '속깊은' 아이였다. 속으로는 사고 싶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미 너무 커버려서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을 터. 그래서였는지 지금에서야 어려서 못해본 것을 해본다고 '난리'다. 그래서 저 사진에 보이는 솜사탕을 드디어 사주었다. 5.000원이었다. '이 경제개념 없는 딸내미같으니라구.' 속으로 외쳤지만 토끼 귀부터 자근자근 먹어대는 딸내미의 얼굴에선 기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딸에게도 이 책을 읽혀야겠는데, 고개부터 젓는다. 할 수 없지, 나부터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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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신문을 읽다가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가족 얘기가 나오면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돌고 목이 메인다.

 

이 책을 샀다. 그러나 당장 읽지는 않는다.  세월호에 대한 꼼꼼한 기록물인 이 책을 구입한 건, 이 책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책도 절판될 운명에 처할 터, 진실을 담은 책 한 권을 소장하여 두고두고 기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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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한구석에 넓게 자리잡은 녹지 지대. 소위 그린벨트라 불리는 곳에 고만고만한 배밭이 조각보처럼, 또는 한창 물오른 여드름마냥 쏙쏙 박혀 있고, 배밭에는 지금 배꽃이 한창이다. 나 혼자 보기 아까워 동아리활동 빙자해서 아이들 데리고 동네구경에 나섰다. 걸어서 30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도 아이들은 걸어보는 게 처음이란다. 근처에는 유명한 시립도서관이 있지만 도서관에 가본 아이들도 많지 않다. 착한 아이들은 걸으면서도 동아리활동 끝내고 가야 할 학원에 혹시 늦지 않을까 걱정들이 태산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몸소 걸어보는 일....이게 공부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공부는 왜 하나?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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