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뺨에 떨어진 눈물 - 곽재구의 인도기행
곽재구 지음 / 문학판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445쪽의 책을 연인 대하듯 읽었다.

 

죽어도 직장에서 죽어야 순직이 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평일을 버티고나면 주말엔 말 그대로 좀비가 된다. 그런 좀비같은 상태에서 한줄 한줄 읽어내려가는 이 책은 마치 연인의 속삭임처럼 달콤하다. 때로는 따스한 햇볕이 되고, 때로는 화사한 꽃비가 쏟아지고, 때로는 황량한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달콤한 가랑비가 된다. 읽는 내내 행복하다.

 

특히 지은이가 일 년 반 동안 머물렀다는 샨티니케탄 이야기가 이어질 땐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나도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불타올랐다. 현재 가지고 있는 걸 모두 내려놓으면 아주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이미 마음은 그곳에 가 있었다. 그곳에 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은 풋풋해졌다.

 

한바탕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은 책을 드디어 다 읽고나니 다시 어둠이 내린 듯 마음이 무거워진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은 읽고나면 후유증 때문에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마음이 다칠 수도 있다. 이 책이 딱 그렇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니 고요한 슬픔이 찾아온다. 이런 책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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