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와 오지마을을 오가며 살다보니 이런 책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속초 <동아서점>에서 구입했다. 인류의 역사를 '이주'라는 관점에서 한줄로 엮은 솜씨를 읽는 맛이 유쾌하다. 디테일면에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궁금해하던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이를테면 '하나님의 교회'의 내력같은 것. 곳곳에 대형교회로 우뚝우뚝 서 있는 '하나님의 교회'를 보면 궁금증에 사로잡혔는데, 독실한 개신교 신앙인인 내 친구는 간단히 그 교회를 '이단'으로 치부하고 있는데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얻었다고나 할까.


책을 끝까지 읽고 써야겠지만 일단 인상적인 한 부분이라도 옮기고 싶다. 길게 쓸 자신도, 기분도, 시간도 없으니.....


p. 108~109


파시족은 약 1천 년 전에 인도에 도착했는데 이들은 이슬람 교도가 대부분이었던 페르시아에서 온 이주민들이었고, 그후 몇 차례 이주가 더 있었다. 파시족은 특히 인도내에서 현지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되면서도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한 이주민 집단의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리고 그들이 인도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다. 파시족이 배를 타고 구자라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 서로 언어가 달라 그곳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 지역의 왕은 자신의 영토에는 이주민을 받을 자리가 없다는 것을 정중하게 표현하기 위해 찰랑찰랑할 정도로 가득 찬 우유 항아리를 내밀었다. 그러자 이주민들의 지도자였던 조로아스터교 사제는 그 항아리에 설탕 한 숟가락을 넣었고 우유는 넘쳐흐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달고 맛이 좋아졌다. 그의 지혜 덕분에 파시족은 구자라트에 머물도록 허락을 받았다.


** 오늘날 전 세계의 조로아스터 교도는 20만 명이고, 그중 절반이 인도에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는 파시족Parsi 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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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사진2


사진1은 개울 건너 이장님네 사과나무이고, 사진2는 우리집 사과나무이다. 3년 전 같은 시기에 심었는데 척 보기에도 차이가 난다. 이장님네 사과나무가 연륜이 약간 많아서 사과가 주렁주렁 달리긴했지만 나무 크기만으로 보자면 우리집 사과나무에도 최소 한두 개의 사과가 달려야 하지 않을까만... 한개도 달리지 않았다. 아니 봄철에 사과꽃도 피우지 못했다. 그러니 사과는 언감생심이다.


나무를 대강 심어놓으면 열매가 알아서 맺겠거니 생각했다. 남편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것보다도 우리는 농사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다. 말하자면 도시촌놈. 아는 것도 없는데 이장님의 조언도 무시하고 우리식(?)대로 했다. 때맞춰 농약도 뿌리지 않고, 순도 자르지 않고(모르니까). 그래도 퇴비도 주고 애지중지 관심을 기울였는데 꽃송이 하나 열리지 않았다. 왜 그럴까...를 우리는 모른다. 그나마 아는 건 농약을 주지 않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온갖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 파뿌리 하나, 고추 한 개, 사과 한 개...저절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 참고로 개울 건너 이장님은 한때 부모님이 사과밭을 가꾸었다고 한다. 일년 내내 사과를 먹을 줄만 알지 사과 하나 키워내지 못하는 이 무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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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의 책을 다시 읽는다. 새롭게 읽히는 걸 보면 건성건성 읽었던 것 같다. 읽었다고 읽은 게 아니었다. 2017년 간행된 책으로 읽었으니 6~7년 전인데 서경식의 한탄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 들어맞는다. 아마도 앞으로 6~7년 후에 읽어도 오늘의 이 느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이제야 비로소 이 책의 제목 <내 서재 속 고전>의 '고전'이 갖는 의미를 이해한다. 서경식이 틀려도 좋으니 세상이 좀 좋은 쪽으로 흘러주었으면....


p. 79

사이드는 이 책*에서 오늘날 지식인 본연의 자세를 위협하는 것은 아카데미도 저널리즘도 출판사의 상업주의도 아닌 '전문주의(프로페셔널리즘)'라고 단언한다. "현재의 교육제도로는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은 좁은 지(知)의 영역에 갇혀버린다." 전문분화specialization된 사람은 "그저 순종하는 존재"가 된다. "당신 자신의 감동이나 발견의 감각은 사람이 지식인이 될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감각인데 전문 지식인이 되면 모두 압살당하고 만다." 그 결과 '자발적 상실'현상이 일어난다. 그런 사이비 지식인들이 정부나 기업 주변에 모여든다. 그 복합체를 형성하는 무수한 세포와 같은 개개의 사람들은 얼핏 가치중립적인 전문가들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무자비하다고 할 정도로 냉혹하게 권력을 행사하거나(종종 전쟁까지도!) 이윤을 추구한다.


*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식인의 표상>


사이드에 관한 얘기 하나 더.


p.26 

집을 갖지 않겠다는 신조 때문에 사이드는 평생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 임대주택에서 살았다.



사이드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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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산골생활 중 가장 겁나는 생명체는 눈초파리이다. 새벽이나 해 저물 무렵 집 밖으로 나가면 어김없이 눈 주위를 맴도는데 운이 나쁘면 눈 속으로 퐁당 들어오기도 한다. 작년 여름, 눈초파리 습격으로 안과를 찾아서 속초까지 갔었다. (양양에는 안과가 없다.) " 제 눈이 큰가 봐요. 눈초파리가 눈에 들어왔네요." 했더니 의사 왈 "ㅎㅎ 눈을 작게 뜨고 다니세요." 그래서 내가 세운 대책은? 바로 선그라스. 눈가에 착 달라붙는 스포츠용으로 날벌레의 접근을 막아주는데, 연전에 산책길에 눈에 들어간 날벌레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장만한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내 눈은 날벌레에겐 호수 같이 맑고 드넓어 보이나 보다. 아니 날벌레들이 눈 분비물을 좋아한다니 내 눈은 탁하디 탁할 뿐인가.


눈을 혹사시키면서 책을 읽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을 떠올리게 하는 책. 

깊이와 넓이, 질과 양을 만족시키는 책. 

헌책방으로 직진하지 않고 내 서가에서 살아남을 책.

무더위와 힘겨루기 하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책.

한두 꼭지는 도중하차해도 양해할 수 있는 책.

완독하느라 지쳐서 빨리 서가에 꽂아놓고 싶지만 그래도 손 놓기 아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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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8-05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관함에 넣어놓은지 오래인데 아직 시작을 못한 책이네요.

양양에 계신가봐요.
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nama 2024-08-05 20:32   좋아요 0 | URL
읽다보면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에요. 저는 약간 변덕스러워서 내키지 않으면 중도에서 책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래도 끝까지 읽히네요. 무더운 날씨도 한몫하고요. 더운 날씨에 가만히 앉아서 책 읽는 맛도 좋아요.

양양 산골 오두막에 콕 박혀 있어요. ㅎㅎ
 

1. 나이 60이 저만치 지나갔건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서, 여전히 하루 해가 짧은 요즘.



 

꽃송이 버섯이다. 이름도 예쁘고 맛도 꽃내음이 살짝 풍기는 듯한, 감성 풍부한 맛이라고나 할까. 적절하게 표현하기 어려운데... 식감은 부드럽다. 착한 이웃 덕에 조금 얻어 먹었다.


2, 끊어진 폰툰다리 연결하는 걸 돕다가 폰툰이 뒤집어지는 바람에 그 위에 살짝 올려놨던 장화가 개울에 빠졌다. 물살이 빨라서 건져 볼 엄두도 못내고 말 없이, 인사도 없이 조용히 보냈다. 장화는 둘째치고 폰툰이 반으로 접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니까 순서가 이렇다. 비가 왔다>> 폰툰 한 쪽 밧줄이 끊어져서 맞은 편 개울가로 밀렸다>>끊어진 쪽을 원래 자리로 밀어 놓고 다시 밧줄로 고정시키다가>> 폰툰이 뒤집어졌다>> 체인 블록을 사용하여 다시 원래 모습으로 뒤집는 중에 폰툰이 반으로 접혔다. 흡사 나무 토막이 반으로 꺾인 듯한 모양새다.>>어찌어찌해서 겨우 원래 모습으로 돌려 놓는데 성공>> 잠시 후 반으로 꺾인 부분에 생긴 변형으로 다시 뒤집어짐>> 뒤집어진 상태에서 겨우 양쪽 연결, 일단 지나다닐 수 있게 되었다. 오전 시간이 다 날아갔다. (거의 모든 작업은 남편이 혼자 했고 후반부에 이웃분의 도움이 있었다.)


이렇게 설명을 한들 글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폰툰이란 단어부터 낯설 터이다. 설명하다보니 '원래' 란 단어가 줄마다 들어갔다. 요령부득이다. 


개울에 다리 하나 놔달라고 20여 년 간 군청에 읍소했건만... 


맨발로 언덕을 오르며 오두막으로 향하는데 분노인지 슬픔인지 체념인지 모를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에이 씨~ 책이나 읽자.


3. 한겨레신문 칼럼 중에 <김현아의 우연한 연결>을 즐겨 읽는다. 며칠 전 칼럼 ' 휴가 때 책 한권 어떠세요?'를 읽고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빌렸다.















'휴가 때 이런 무겁고 진지한 책을?'이라고 아마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제목이 주는 중압감이 있지만 그 선입견만 털어낸다면 장담하건대 이 책은 추리소설이나 연애소설만큼이나 재미있다. 주변의 청년들과 청소년들과 함께 읽으며 검증한 책이니 부디 나를 믿고 한번만 읽어보시라.......


이렇게 시작되는 글을 읽고 도저히 궁금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작가 선안나는 낯설었으나 ' 이 책을 집필하느라 이 년 동안 다른 글을 쓸 수 없었'다는데 이 또한 도저히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책에 대한 내용은 저 칼럼을 검색해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항일투사 안재홍에 특히 관심이 갔다. 안재홍 생가가 있는 동네를 무수히 지나쳤는데도 한번도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중학교 때 내 짝꿍이 살던 곳. 그 짝꿍에게 물어보니 안재홍 투사의 며느리가 초등학교 때 담임이었단다. 짝꿍 아버지가 안재홍 생가의 초가집 지붕 이엉을 다시 입혀주기도 했단다. 오늘 들은 얘기다.



항일투사 안재홍을 몰라봐서 참 부끄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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