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월 하순쯤 뉴욕에서 남편 후배 부부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내겐 평생에 한번쯤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30여 년 전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한 그분들은 국내 상황을 적잖이 우려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도 여의도에서 야광봉 흔들고 왔다면서 "우리 국민들이 훌륭하니까 이겨낼거예요."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약간 놀란 듯해서 "박근혜 때도 갔었어요."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게 피곤하구나. 역시 이민을 잘 왔어. 라고 생각했을까?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쓴다. 대통령 하나가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일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상황이라니... 내 삶에는 대통령도 많았어라. 이승만부터.
2. 청산도, 로케이션 헌팅
영화 <서편제>가 나왔을 때 혼자서 영화관에 갔었다. 동네마다 있는 <중앙극장>이었다. 극장 중간쯤 되는 자리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웬 남자가 다가오더니 내 옆자리에 앉았다. 뭐야?하는 심정으로 자리를 더 앞자리로 옮겼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설마 더 따라오지는 않겠지 했는데 웬걸 또 따라와서 옆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지금 같았으면 소리라도 꽥 지르는 건데...할 수 없이 이번엔 나가는 척하며 맨 뒷자리 컴컴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제서야 마음 편히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때 뒤엉킨 기분으로 본 영화가 <서편제>였는데 그래도 평생 잊지못할 장면 하나는 건졌다. 그리고 그 촬영지가 내내 궁금했었다. 특히 꽃 피는 봄이 되면 더욱 더. 드디어 기회를 만들었다.

영화 내용상(자세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너른 들판을 상상했었다.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어느 순간 흥에 겨워 진도아리랑 한판 걸판지게 부르며 놀았던 곳은 너른 들판 한가운데쯤으로 상상했었다. 그래서 가기도 쉽지 않은 섬, 청산도에 가면 그 너른 들판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저곳이 전부였다.
그게 영화의 힘이라는 생각을 하니 새삼 영화라는 게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참...당연한 건데. 로케이션 헌팅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 있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고. 그런 일 하는 것도 재밌겠다..혼자 궁시렁궁시렁..
3. 쌍산재, 어렵겠지만.
오늘은 뭘 볼까 검색하다가 얼떨결에 가게 된 곳이다. 티비에서 본 적이 있지만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던 곳이나....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서 일일이 다 소개하는 것은 무리. 딱 하나를 골라봤다. 하얀 천에 덧댄 달항아리까지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 내 집도 아닌데 왜 이렇게 뿌듯하지?

주인장의 향기를 읽었다. '어렵겠지만 .....'
이 아름다운 곳에 눕고 싶은데 눕지 않으려니 참 어렵겠지요.
손님이 누워버리면 저는 참 어렵답니다.
서로 어려우니까 제발 눕는 일은 삼가세요.
이런 간절함이 깃들어 있는 한 단어. 어렵겠지만...
4. 들녘의 마음, 독립서점

곡성의 들판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은 폐교와 폐교에 차린 서점, 들녘의마음.
이곳엔 소설가 김탁환이 있다. 한겨레신문에 실린 그의 칼럼에 익숙한 나는 그를 아는 사람이 된다. 그는 나를 모르지만. 그래서 들렀던 곳.

로케이션 헌팅하는 심정으로 고른 두 권의 책. 내가 영화를 찍을 일이야 없겠지만. 누구나 자기만의 영화는 존재하니까. 한때 세상을 주름 잡던, 주름 잡을 것 같았던, 그 누군가처럼. 개떡보다 못했지만. 개떡이란 이름도 아깝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