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넘은 노모가 요양원에 계신다. 어제는 보름만에 엄마를 뵈러 갔다.

 

날이 날이니 만큼 투표 얘기가 나왔는데, 엄마가 투표를 하셨다는 거다. 엉? 어떻게?

 

부재자 신고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엄마가 요양원에 계신 걸 어떻게 알았는지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큰오빠한테 필요한 서류 등을 요구하더란다.

 

이 빈틈없는 행정이라니.....나라가 노인들을 이렇게 보살피고 있었다니...

 

우리 형제들은 모두 초록은 동색이었다는 것을 들으신 엄마 왈,

 

 "2번은 이름이 뭐냐?"

 

우리 엄마는 당신만 홍일점이라는 사실을 아시고 매우 서운해 하셨다.

 

우리 엄마도 투표하실 거라는 생각을 왜 진작 못했는지...

 

우리 엄마는 당신만 홍일점이라는 사실 보다도 아무도 2번 이름을 말해주지 않은 사실에 더 서운해하셨을 지도 모른다.

 

혹 옆 침대에 계신, 나라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할머니들은 알고 계셨을까?

 

엄마, 무시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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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로드 - 한국의 첫 요하네스버그 특파원 리포트
김민철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남아공으로 여행 가고픈 생각은 없다. 남편은, 텔레비전에서 다른 나라 장면만 나오면 내가 (어린아이처럼)가만히 집중해서 시청한다고 놀리듯이 말하지만 그 모든 나라에 다 가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할 뿐이다. 남아공도 그렇다.

 

특히 '한국의 첫 요하네스버그 특파원 리포트'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처음으로 한 나라를 소개하는 일은 참으로 신바람날 터. 그 신바람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특파원 리포트'이다 보니 책이 건조하기 이를 데 없다. 넬슨 만델라를 선두로 한 남아공의 파워 엘리트 소개도 그렇고 남아공을 이끄는 파워그룹 소개도 그렇다. 살랑살랑 페이지를 넘길 생각으로 이 책을 집어들 일은 아니지 싶다.

 

그렇다고 내용이 어려운 건 아니다. 인물이 나오면 인물을 따라가면 되고, 아프리카민족회의가 나오면 그냥 줄거리 위주로 읽으면 되고, 변화하는 남아공에 대한 설명은 대충 읽어도 이해 못할 내용은 거의 없다.

 

그런데 '첫' 책에서 느끼고 싶은 가슴 뛰는 재미나 흥미가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은 마치 텔레비전의 <세계는 지금>같은 프로그램을 책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부록으로 실린 남아공 여행 관련 꼭지도 여행지 소개치고는 좀 건조한 편이다. 

 

내가 그간 여행기를 너무나 많이 읽어대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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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영어 사전 - The Story Dictionary of English Etymology 교양 영어 사전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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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를 들어 piggy bank에 관한 부분을 읽어보자.

 

p.531  piggy bank(돼지 저금통)도 pig와는 아무련 관련이 없는 단어다. 15세기 도공들은 pygg라 불리던 진흙으로 단지(목이 짧고 배가 부른 작은 항아리)들을 만들었다. 가정주부들은 이 단지를 곧잘 푼돈을 넣어두는 저금통으로 이용했는데, 이를 본 도공들은 1800년대부터 pygg에서 pig를 연상해 실제 돼지 모양의 저금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중엔 무엇으로 만들건, 설사 돼지 모양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린이들이 저금을 하는 통을 piggy bank라 부르게 되었다.

 

영어관련 직업을 갖고 있거나, 영어를 무지무지 좋아해서 어떤 단어에 대한 내력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은 좋은 참고서적이 될 터이다.

 

그러나 오래된 낡은 표현들도 많고(교무실 옆 좌석의 영국인 원어민이 슬쩍 보더니 그렇다고 한다), 일상적인 용도보다는 학구적인 면이 강한 이 책은, 시간이 넉넉하고 영어에 흥미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좋은 읽을거리가 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내용보다 책 값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영어전공자도 아닌 분이 이런 사전을 썼다는 사실은 대단하다. 감히 흉내내기 힘든 작업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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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비행 - 조종실에서 바라본 세상, 그 특별한 이야기
신지수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해보지 못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 궁금하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가 늘 궁금하다. 그중의 하나 비행기 조종사라는 직업이다.

 

이 책은 현직 비행기 조종사가 쓴 에세이집이다. 흥미롭게 읽었는데 책 두께가 약간 얇은 게 좀 아쉽다. 나도 한가지 일을 20년 넘게 하고 있지만 그것을 이야기로 엮어낸다면 그리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마 평생을 해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 조종사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늘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일상적인 날들의 연속일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 조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고 그 관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p.79....사람들은 목표점을 높은 곳에서만 찾으려 한다. 더 높을수록 더 원대하다. 뒤를 돌아보고, 낮은 곳을 쳐다보는 이는 진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경기 중에 수비가 백패스를 하면 야유를 보내고, 희생번트보다는 홈런으로 점수를 내야 더욱 큰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비행은 늘 마지막에 낮은 곳을 조준한다. 미래와 정상보다는 과거와 집을 지향한다. 이미 높은 곳을 마음껏 날은 비행기는 집으로 그리고 원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것을 꿈과 모험의 피날레로 여긴다.

 

'비행기는 늘 마지막에 낮은 곳을 조준한다.'.....당연한 말인데 이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비행기 조종실에 앉아서 캄캄한 밤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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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천년의 시간을 걷다 - 벚꽃향 아련한 흥망성쇠 이야기 Creative Travel 3
조관희 글 그림 / 컬처그라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천년이 된 도시, 교토.

 

이 책은 천년에 걸친 교토라는 도시를 제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시간별 구성도 좋고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설명도 좋고 기타 세세한  일본 문화에 대한 설명도 매우 적절하고 알맞다, 그리고 읽기에도 너무 지루하거나 너무 가볍지도 않으며, 어느 정도 지적인 향기마저 풍겨 읽는 내내 어떤 품격마저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는  이 책을 도서관에 갈 때마다 조금씩 읽다가 이제야 드디어 완독을 했다. 한참 걸렸다. 천년의 시간을 단 한순간에 읽어치우는 게 예의가 아니다 싶어서, 는 물론 아니었지만.

 

교토를 여행한다면, 교토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이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하리라.

 

(어제와 오늘, 도서관에서 밀린 독서와 밀린 학교일을 하느라 녹초가 되어서 더 이상 쓸 여력이 없어서 이 정도로만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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