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 그간 의심없이 당연하게 여겼던 표현들의 미묘한 차이를 새롭게 알게 되어 유익했다. 이를테면,

 

I am worried about you. 와 I am concerned about you. 의 차이점.

* I am worried about you.....일종의 불신과 불안을 포함한 걱정.

* I am concerned about you......상대의 지금 상황이 염려되긴 하지만 그가 잘 헤쳐나가리라는 믿음, 그리고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응원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있는 걱정.

 

미국의 아이들은 행성의 순서를 이렇게 외운다고 한다.

수성(Mercury)-금성(Venus)-지구(Earth)-화성(Mars)-목성(Jupiter)-토성(saturn)-천왕성(Uranus)-해왕성(Neptune)

☞ My Very Educated Mother Just Served Us Noodles(or Nothing).

옆에 있는 딸아이는 맨 끝 단어에 기어코 nothing을 집어 넣는다. 이 책 읽느라고 저녁밥을 건너띄고 있었으므로.ㅋㅋ

 

재미있는 예가 많아 모두 열거하고 싶지만 눈이 너무 아파온다.ㅠㅠ

 

진지한 영어참고서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살아있는 생생한 표현들...가끔씩은 이런 책을 읽어줘야지 싶다. 제2권을 기대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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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도서관에 갔는데, 아차, 안경을 집에 두고 왔다. 글자수 적은 책을 찾다가 이문재 시집을 발견. 안경없이 30분이 지나면 급난시가 되는 바람에 더 이상 책 읽기가 괴로운데 그 괴로움을 피할 요량으로 시 몇 편을 베껴 보았다. 베껴보니 시가 차분하게 가슴을 채워온다.

 

지금 여기가 맨 앞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끝이 시작이다'라는 말이 좋다. 그리움의 끝, 절망의 끝, 분노의 끝, 시대의 끝....끝은 시작이니 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결국 다시 시작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괴로움도 절망도 사랑도 기억에도 끝은 있고 다시 맨 앞에 설 수 있다고 믿는 것.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오래된 기도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나의 퇴근길은,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고/꽃 진 자리에서 지난 여름을 떠올리고/갈대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고/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고/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고/철새들 시선을 따라 먼 곳을 응시하고/늘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데...나는 늘 기도하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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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는 아직 숨어 있는 땅이다. 오랜 군사독재와 쇄국정책으로 때묻지 않은 인심과 자연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인도차이나반도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미얀마를 개별적으로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의사소통이 힘들고 대중교통 시설이 열악하여 도시간 이동이 만만치 않다. 낯선 여행자가 겁없이 자유롭게 다니기에는 제약이 많다. 그렇다고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고 속임수를 쓰거나 바가지가 극성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대도시의 택시도 요금이 1,000이라면 기껏 500정도 더 부를 정도로 아직은 순박한 사람들이 많다.

  아직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않아 미얀마 본래의 분위기를 접할 수 있는 시점에 여행을 하게 된 것을 참으로 다행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곳도 여느 다른 곳처럼 변할 것이다. 물가는 오르고(지금도 빠르게 오르는 중이지만) 사람들이 영악해지고(이들이라고 옛모습 그대로 있기를 바라서는 안되겠지.) 돈을 좇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미얀마인들의 순박한 미소에도 계산이 숨어 들 것이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유지될까? 한 5년 정도? 이들도 신자유주의 거센 물결 앞에서 자기들만의 세계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오래된 미래의 땅, 라다크가 서서히 무너져갔듯이 이들도 서서히 무너져 갈 것이다. 이런 붕괴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 중에 여행자도 한 몫 할 것이다. 내가 내디딘 발자국이 결국은 이런 붕괴에 일조를 한 셈이다.

  내가 지금까지 포스팅한 허접한 여행기가 행여 미얀마 여행을 꿈꾸는 데 일조하지 않기를 그저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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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달레이에서 국내선으로 헤호에 도착. 이어서 승용차로 낭쉐를 거쳐 작은 보트를 타고 인레 호수 안쪽에 있는 리조트로 이동. 이십 여 년 넘게 여행을 다녔지만 4성급의 폼나는 리조트에서 머무는 건 난생 처음이다. 역시 여행사 상품은 때로 이런 호사를 누리게 해준다. 들뜬 딸아이도 언제 이런 곳에 와 보겠냐며 동영상까지 찍는다. 인도 여행 때 험한 잠자리에 길이 든 아이라 조금만 좋은 숙소에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밤새 추위에 시달린 딸아이는 결국 새벽녘에 따뜻한 품을 찾아 내 옆으로 베개를 들고 파집고 들어왔다. 리조트답게 소품 하나 하나에 정성이 깃들여 있지만 난방이 부실하고, 아침식사로 나온 메뉴도 별로 신통치 못했다.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내실은 좀 떨어지는, 썩 만족스런 곳은 아니었다.

  이곳의 구경거리는 수상마을인데, 수경재배농장, 각종 공예품 전시장 등 소소한 볼거리가 많지만 일방적으로 쇼핑순회를 강요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공예제품 가격도 선뜻 주머니를 열게 만들지 않을 정도로 비싼 편이어서 나중에는 공예전시장 구경에 흥미를 잃었다.

 

이곳의 명물 풍경인 한 발로 고기 잡는 어부 모습.

 

 객실 내부. 세면대 2개에 우리는 매우 감동 받았으니..

 

수경재배농장

 

수상가옥

 

억새를 배경으로. 갈대인가?

 

대부분 사원에는 입장료가 따로 없지만 카메라를 지참할 경우에는 카메라 사용료 1,000Kyat을 받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몰래 찍은 사진이다. 저기 눈사람 같은 형상이 원래는 부처님이었는데 하도 사람들이 금박을 붙이는 바람에 통통한 눈사람이 되어 버렸다. 너무나 두터운 신심에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기원하고 있을까?

 

동양의 베니스라고 해도 어울릴 만한 풍경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몰에 넋을 놓는다.

 

황홀한 리조트

 

 

 

 

 

리조트

 

객실 창문으로 보이는 물안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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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1-28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상적인 사진들이 많네요. 한 발로 고기 잡는 방법이라니 이렇게 저렇게 상상만 해봅니다.
에필로그까지 마치셨는데 다음엔 어느 나라엘 가고 싶으세요?? ^^

nama 2015-01-28 19:25   좋아요 0 | URL
미얀마가 생각보다 볼 것도 많고, 사람들도 좋고, 음식도 입에 맞지만 전체적으로 싱거운 맛이 있어요. 뭔가 자극적이고 짜릿하고 가슴을 울리는 게 적어요. 자극적이고 짜릿하고 가슴을 울리는 건, 결국 인도의 맛이지요. 미얀마의 순한 맛보다 독기를 품은 인도가 그래서 그리워지네요. 다음엔, 그리고 언제나처럼 인도에 가고 싶어져요.
 

  미얀마의 수도는 어디일까?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양곤은 경제 수도고, 네삐더는 행정 수도, 그리고 만달레이는 문화 수도라고 한다. 미얀마 제 2의 도시다. 바간에서 버스로 5시간 걸린다.

  이곳 또한 무식하게(?) 하루만에 소화하느라고 뼈빠지게 돌아다녀야 했다. '괴로움은 즐거움과 만난다.' 이 말은 여행에서나 가능한 말이고, 배 불렀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여튼 몸은 피곤했지만 눈 만은 호사를 누렸다.

  일정이 빡빡했다. 오전 7시 40분에 시작된 투어는 우베인 다리에서 일몰을 보는 것으로 마감했다. 여행 내내 일몰과 일출을 거의 매일 접했다. 지평선이 퍼져 있는 지역이라 가능했을 터이고 여행 중 딱히 그 시간대에 할 일도 없었으니 여행지에서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기 위해서 매일 일충과 일몰을 바라보는 의식을 치르는데 전력을 다했다. 평소의 일상에서 사라져버린 일출과 일출의 위대함을 여행지에 와서야 한번쯤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 좀 생뚱맞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해를 향해 열심히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달레이에서의 일정은 이랬다. 

택시 타고 선착장에 감→보트 타고 밍군에 감→택시로 만달레이 왕궁→택시로 산다마니 파고다, 꾸토도 파고다→택시로 쉐나도 승원→택시로 마하무니 파고다→택시로 사가잉 언덕→택시로 우베인 다리→택시로 숙소(9인승 승합차를 7~8명이서 60,000Kyat(약 6만원 조금 넘는다.)에 하루종일 빌려 탔다.) 이틀 정도 걸리는 일정을 하루에 다니느라 숨이 찼다. 사진을 보면서 천천히 음미해본다.

 

바간에서 만달레이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서 잠깐. 아마도 한국어를 배우자는 포스터일 듯.

 

우리나라 드라마가 미얀마 TV를 장악했다는 증거. 김수현 대단해.

 

만달레이 언덕.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만달레이 언덕

 

만달레이 시내

 

밍군을 향해

 

밍군 파야

 

밍군 벨.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이란다.

 

신뷰미 파야. 출산 중에 사망한 공주를 기억하기 위해 세운 파고다. 양파껍질 처럼 몇 겹의 물결로 둘러싸여 있는 매우 독특한 사원이다.

 

만달레이 궁. 겉모습은 뭔가 있어 보이나 그냥 영화세트장 같은 분위기.

 

불경 석판이 있는 산다마니 파야

 

쿠토퍼 파야. 돌에 새겨진 세계에서 가장 큰 책이다. 이 불경을 하루 8시간씩 읽는다면 이것을 다 읽는데 450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저 가운데 있는 아낙은 아랑곳하지 않고 설거지를 하고 있다.

 

이런 대리석판이 729개라고 한다.

 

쉐난도 짜웅. 목조 건물이라 시간이 흐르면 훼손될 운명인데 관람객들을 제한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머지않아 관람객수를 제한해야 할 듯.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이곳을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래야 한다.

 

목공예가 매우 섬세하다.

 

마하무니 파야. 미얀마를 대표하는 성지 중 한 곳이라서 늘 사람들로 붐빈다. 불상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금박종이를 입히는 남자들이다. 여자들은 출입금지. 부처님이 금박 때문에 뚱뚱하다. 나중엔 형체가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사가잉

 

내용은 모르겠지만 미얀마어로 만든 예쁜 창살.

 

우베인 다리의 일몰. 각국의 여행자들이 이 일몰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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